소설리스트

19화 (19/304)

마법사 면허(16)

마석이 투명해질수록 모여있는 마나의 농도가 많았다. 시온은 그것을 남김없이 흡수했다. 아직은 부족한 양이지만 이후에 마석이 완전해 지고 하던 대로 마나 수련을 하게 된다면 전보다 큰 마나를 쌓을 수 있었다.

‘아직은 조금 기다려야 하니까.’

응시자가 많은 만큼 분류에는 시간이 걸린다. 일이 다 끝나고 발표가 나오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이었다.

마법사 면허가 생기게 되면 시온은 대장서의 삼 층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 생긴다. 개방이 된다는 뜻이었다.

더 좋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올라가자마자 찾아볼 것은 당연히 이 푸른 액과 이것을 생성해내는 물건에 대해서였다.

두 번째로 이 시험에 걸려 있는 마법 장비에 대한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페라라 가문은 여기에 상품을 걸어둔 모양이었고 그 발표와 함께 공개될 것이었다.

‘하자가 있는 물건들이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어디야.’

보통 그렇게 나오는 장비는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지. 아무리 주최 가문이라고 해도 그렇게 퍼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자기 가문 사람에게 돌리지, 이렇게 공개적으로 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저주가 걸려 있어서 해제해야 한다든가, 아니면 시온이 구매한 마석처럼 처분하기 모호한 제 성능이 안 나오는 장비일 것이었다.

저주가 걸린 것은 해제해야 해서 따로 가문에 들려서 거래해야 했다. 누구보다도 그 저주를 잘 알고 있는 것이 해당 가문일 거니까, 거기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덤터기를 씌우는 경우도 있었다.

시온은 이제 이 여관을 떠나서 좀 더 좋은 장소로 옮겨야 할 필요를 느꼈다. 눅눅하고 값도 싸고 음식은 맛있고 즐거운 분위기지만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었다. 보관 품도 점점 생기니 좀 더 좋은 여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았다.

도시에서 안전한 위치는 역시 중심부와 가까워져야 가능했다. 외곽에는 도둑이 드는 빈도도 높고, 별놈의 일이 다 생기곤 했다.

가격이 나가는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마석을 확실히 보호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ㆍㆍㆍ

새로운 거처로 옮긴 곳은 용병 업체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도끼날이 멋들어지게 있는 이곳은 황금 도끼 용병 단이 운영하는 지점 중 하나였다.

바로 옆에 건수를 받는 용병 업소도 있었고 겸해서 이런 여관도 운영하는 것이었다. 먹을 것도 별로고, 집안 상태도 같은 급의 여관보다 별로고, 가끔 창녀랑 노는 지 시끄러운 이웃들로 자주 차곤 하는 이곳을 다음 거처지로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사법은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중세인만큼 그것들이 아주 복잡하게 쪼개져 있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낙후된 행정이나 여러 가지 이유 덕택에 빈틈이 많았다.

그래서 안전한 것을 따지자면 관련 단체가 운영하는 업소에 묵는 게 제일이었다. 여기서 생기는 일은 해당 용병 업체의 명예에도 관련이 있는 것이라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좀도둑은 애초에 근처를 돌아다닐 생각도 못 했다.

괜히 트집이 잡혔다가 용병들의 장난감이 될 수도 있었다.

용병들에게도 명예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귀족이나 기사들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어쨌든 존재는 했다. 타격을 입거나 만만하게 보인다거나 의뢰자가 도난을 당한다면 누가 해당 용병 업체를 이용할까. 간단한 논리가 도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그 피해자가 귀족이라면 난리가 난다. 소문이라도 났다간 중요 고객인 영주들의 영지 전에 고용이 안 되거나 용병의 몸값이 깎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시온은 새로운 거처에 두 팔 뻗고 누웠다. 잠깐 멍하니 있다가 일어나서 마석을 확인했다.

완전히 깨끗해져 있었다. 불순함이 없어져 버린 거였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수련 재개인가.”

‘수련법도 개선해야 하는데.’

현재 시온이 쓰고 있는 마나 수련법은 만인에게 공개되어 있을 정도의 수련법이었다. 그나마 내용이 단순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정말 좋은 수련법은 당연히 혈연에만 전해져 왔다. 마법사 가문이라면 각자 비법 정도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꼭 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 밑에 들어가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었고 금화를 주고 살 수도 있었다.

‘상품 장비가 뭐가 나오려나.’

‘무난히 받을 순 있겠지.’

‘성적 나쁘진 않은 것 같았는데.’

일단은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지금의 제일 큰 문제였다.

ㆍㆍㆍ

며칠 뒤 도시 광장에 대자보가 붙게 되었다. 수련 마법사 합격자의 목록이 주르륵 적혀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일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이것이 관례였다.

확인한 사람은 돌아가라고 외치는 관리자들,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주저앉는 사람들, 합격에 있는 제 가족을 끌어안는 사내. 갖가지 사람이 있었지만 시온은 이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제길. 이래선 오늘 안에 확인하는 게 가능하려나?’

사람을 밀치고 억지로 들어가는 것은 시온의 힘이라면 가능했지만 시온은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합격은 합격인데 과연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등수인지가 궁금했다.

“여기서 뭐 하시죠?”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시온은 바로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루시 도팽이었다. 그녀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수석은 그녀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고리를 형성한 마법사였고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일반 시험을 보는 마법사들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게, 늦잠을 자 버려서 확인할 수가 없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

그녀가 선뜻 한쪽을 가리켰다. 이 빽빽한 장소가 꼭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리자들만이 지나갈 길은 병사가 가로막고 있으니 틈은 있었다.

철저히 사람을 막아대던 병사는 루시 도팽을 보자마자 아가씨라고 이름을 붙이곤 옆으로 길을 비켰다.

“이 분은?”

병사가 시온을 발견하고 묻자 그녀가 말했다.

“제 친구예요. 그 역시 귀족이니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역시 복장이 문제였다. 여관을 옮긴다고 금화를 쓴 탓에 아직 의복을 새로 구매하지는 못했다. 아직도 오지에서 온 산적과 비슷한 느낌인 거였다.

하지만 루시 도팽이 신원을 증명해준 순간 이제 어떤 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온은 그녀를 따라서 인산인해를 뚫고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대자보가 눈에 보였다.

가장 크게 큰 글자로 세 명의 이름이 푸른 마법의 문자로 맨 위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가장 위에는 루시 도팽이 있었고 시온 니벨룽은 두 번째에 자리잡혀 있었다.

그녀는 기고만장한 표정이었다. 마치 봤지? 넌 안돼. 같은 재미있는 표정이었고, 속으로도 쿡쿡거리고 웃고 있었다.

그녀가 시온을 발견하고 이리로 데려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온의 실력을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고 시온이 이번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지 못해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였다.

“야호!!!!! 붙었다!!!”

시온은 주위가 떠나가게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 기뻐서 주먹을 꽉 쥐고 손까지 올린 상황이었다.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기쁨이 흘러넘치는 표정. 시온은 아주 기쁜 나머지 그녀를 들어 올려 버렸다.

루시 도팽은 시온이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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