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 제작(4)
시온은 저번과 다른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이번 방은 저번 작업 방보다 좋은 곳이었다.
작업대에도 좋은 작업대가 있고 별로인 작업대가 있었는데 시온이 이번에 받은 곳은 도팽 가문 내에서 숙련자만 쓸 수 있는 곳을 받은 것이다.
안 그래도 용병소에서 운영하는 작업대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인데 이런 곳까지 받으니 구름 줄기로 만들 하급 정수는 한결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루시 도팽의 덕분이었다. 루시는 시온에게 실수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시온이 답변해준 대가로 고급 작업실을 내준 것이었다.
고급 작업실이 보통 작업실과의 다른 점 중 하나는 기본 재료의 풍부함이었다. 방 자체에 일정량의 다양한 재료들이 있었다.
준비해온 물건보다도 질이 좋을 정도니 금화가 굳은 것도 있지만, 마음껏 기본 작업을 연습해볼 수도 있었다.
시온은 갖가지 재료를 꺼내고 나열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구름 줄기의 밑바탕이 될 작업에 대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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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시온은 작업실의 다양한 재료를 마음껏 연습하면서 밑 작업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재생장이 된 구름 줄기를 꺼냈다.
본래의 목적이 아닌 약재로 만들기 위해서 말라가고 있었던 구름 줄기는 원래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구름 줄기의 본래의 목적인 정수를 만들기 위한 마나를 함유한 특수 약초로서 말이다.
“후. 이제 이게 내 금화가 될 녀석들이군.”
시온은 여덟 개를 쭉 늘려놨다. 현재의 목표는 이 중에 반을 남기는 것이었다. 루시 도팽이 사람을 붙여준 덕에 시온은 며칠간 이곳에서 일하는 마법사에게서 기본적인 것을 배웠다.
확실히 루시 도팽이 독학으로 무리라고 한 이유는 있었다. 시온은 녹색 반지가 주는 레시피에 의해서 많은 것을 기대고 있었는데 세세한 것은 가르쳐준 마법사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도구 사용법에 대해서는 교정을 많이 했다. 재료를 끌일 때 어떻게 끊여야 하는지, 분해의 불을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분해기는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응고기 역시 어떻게 돌려서 응축시켜야 하는지.
정말로 어느 정도 빼곡하게 배우고 나서 든 생각은 첫 번째 정수를 얻은 게 요행이었다는 생각이었다. 가르쳐 주는 중년의 마법사는 시온이 배우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깜짝 놀랐었다.
견습 딱지를 떼기 위해서 일 년이나 걸리는 이유는 분해기를 돌리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이었고 응고기는 더 어려워서 재능이 없으면 삼 년을 배워야 했다.
시온은 그제야 알았다. 아무리 기술이 어렵다고 해도 중세인들의 지식 적응과 응용은 현대인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그만큼 비효율적인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었다.
제작하기 전에도 등불을 들고 있는 노파에게 간단히 바치는 어구라든지 기타 허례 의식도 많았고 간단한 것도 빙 돌려 생각한다거나 아니면 이미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지. 이곳의 모든 마법사는 이미지란 것에 집착했다. 그것이 마법의 형태를 이 현상을 일으키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집착한단 말이지. 아니면 내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고.’
시온은 생각을 마치고 슬슬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나마 일반 재료에서 가장 비싼 것은 은각뿔이라는 것이었다.
늑대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그중에 은각류의 늑대과의 우두머리는 뿔을 가지고 있었다. 이 뿔의 일부가 재료였다.
조금만 있어도 되기에 시장엔 제법 공급이 잘 돼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엄지만 한 양을 얻는 데에 금화가 꽤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안 일이지만 은각뿔은 적당한 세기로 쳐서 고루 부숴야 했다. 그래야 분해할 때 깔끔하게 되는데 여기서 잘못 하게 되면 응고할 때 엉망이 된다.
“그냥 했으면 재료를 상당히 날렸을 거야.”
하지만 루시가 붙여준 사람을 통해 재료를 다루는 법을 배웠고 거기엔 은각뿔에 대한 것도 넌지시 있어서 그런 곤란한 일을 당할 필요는 없었다.
시온은 마법의 불에 불을 붙이고 작업에 최대한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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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돌고래가 그려진 고급 탁자 위에 놓인 여섯 개의 정수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구름 줄기의 정수였다.
첫 번째 정수는 짙은 녹음이었다면 이번엔 반투명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 급 자체는 구름 줄기의 정수가 조금 떨어졌다.
그러기에 판매하기도 편하고 시온이 먹기도 좋았다. 내성 중복으로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떨어졌다. 그렇게 여섯 개의 정수를 챙기고 자리를 떴다.
여관에 도착한 시온은 여섯 개의 정수를 다시 나란히 놨다. 그중에 두 개를 꺼냈다. 구름 줄기 정수의 부작용은 두 개부터였다.
두 번째에서 내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작용이 없다면 미리 먹어두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섯 개를 전부 다 먹고 싶었지만 그건 여러 가지 이유로 비효율적이었다. 그보다는 이제 이것을 통해서 금화로 팔아보든지 아니면 다른 장비로 교환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페레시는 좋은 곳이었고 이곳에 온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을 했다. 마법사 면허 자격이라는 것은 현대인이었던 시온이 유년기부터 꾸준히 준비해왔던 것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사보다는 아무래도 현대의 지식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은 아주 정확했다. 고대어부터 기초적인 수학계산능력, 간단한 물리 그리고 상식적인 의료지식 정도만 해도 모두 마법사와 관련이 있었다. 발명이라는 쪽에 대해서도 시온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무래도 발명이라는 것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법이었는데 시온은 굳이 이런 것을 얻기 위한 원안에 대해서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 만한 자원과 지식 인력만 있으면 됐다. 그건 나중에 높은 단계의 마법사가 되고 나서 집중할 문제이지만 기사의 길을 걸었다가는 이런 것을 다 놓치게 될 것이었다.
시온은 구름 줄기 정수를 복용하고 이브림의 마나 수련법으로 흡수했다. 과정은 비슷했다. 확실히 얻은 양은 적지만 내성을 고려해도 삼 개월 치의 마나를 단숨에 얻은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야 정확히 어느 정도의 마나가 쌓였는지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분명히 그랬다. 시온이 눈을 뜨자 주변이 안개 같은 것으로 차 있었다. 구름 줄기 정수가 만들어 내는 이 현상은 이런 것이었다.
“일단은 여기까지군.”
시온은 만족스럽게 쌓인 마나를 확인했다. 고리가 아직은 하나여서 인지 하급 정수로도 시간을 함축해놓은 듯한 마나가 쌓이고 있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정리만 잘 해나가도 일 년 치는 확보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두 번째 고리까지는 얼마 남지 않게 된다.
반복 훈련만으로도 두 번째 고리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고리만 돼도 지금보다 할 수 있는 일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본격적인 마법도 두 번째 고리부터였다. 여기서부터는 몬스터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마법을 배울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구름 줄기 정수는 값이 괜찮게 나가고 이곳은 암시장을 가지고 있으니 이곳을 이용해서 팔면 됐다.
하지만 시온은 좀 더 값을 받아내고 싶었다. 이곳의 암시장이 보다 더욱 큰 곳에서 경매에 부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페레시보다 더 큰 곳이라고 하면 에스테 시가 있었다. 페레시는 현대인식으로 표현하자면 위성도시 같은 것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에스테 시가 가장 컸다. 에스테 시는 페레시의 다섯 배나 됐고 인구도 세 배는 많았다.
각종 무역과 상단도 여기서부터는 거물들이 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발목을 잡는 건 에스테 시에서 시온이 알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니벨룽 가문의 재정을 담당하는 둘째 형이라면 몇 번쯤 가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몇 달이고 걸리는 긴 시간이 소비됐었다.
그런 곳에 막내인 시온을 데리고 갈 리가 없었으니 시온은 페레시도 한 두 번밖에 구경을 못했었다. 즉 가는 길도 어려웠고 도착하고 나서도 문제였다.
그곳에서 자리 잡는 거야 여기보다야 쉽겠지만, 인맥이 없다면 쉽게 경매장을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그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 용병단의 패를 승단시킬 겸 여러 가지 일을 맡아 경력을 쌓아야 할 것이었다.
금화는 무조건 경매장 쪽이 괜찮을 것이었다. 그리고 금화로만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좋은 장비와 교환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했다. 그곳이라면 이브림의 마나 수련법을 대체할 수 있는 수련법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으로써는 그런 수련법이 제일 급했다. 정수로 마나를 급격하게 쌓아 형성한 것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정리해야 하고, 나머지 부분을 채워야 하는데 이브림의 마나 수련법은 도통 효율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금박의 정수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본격적으로 모으려면 이제 용병 활동을 필수였다. 승단해서 사냥감을 사냥하면서 겸사겸사 수색해서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을 찾아보려는 것이 일단 생각해둔 바였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배경이 전혀 없어 계속해서 손해를 봐야 한다니 속이 쓰릴 지경, 시온은 다시 한 번 이 일을 손해를 보고 그냥 이곳의 암시장에다 팔 것인지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아! 도팽가가 있었네.”
그러다가 갑자기 든 생각. 이 훌륭한 품질의 구름 줄기 정수를 만드는데 작업대와 이론을 가르쳐 준 가문.
이 가문이라면, 그리고 시온이 호감을 샀다고 추측이 되는 인물인 루시 도팽이라면 자신의 물건을 제값에 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팽 가문을 알기 전이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않았을 방법이었다. 대가문이라는 것은 손쉽게 믿을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시온의 지론이었다.
괜히 에드바르가 마법사의 탑에 데려가고자 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도팽 가문을 겪어본 결과 제안이 제법 괜찮게 돌아갈 것 같았다.
이 녹색 반지의 원주인인 페라라 가문도 그 대상이긴 하지만 시온은 페라라 가문은 같은 이유로 인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한참을 고민한 결과 결국, 결정한 것은 루시 도팽을 다시 만나보는 일이었다.
‘루시 도팽도 첫 번째 고리니까, 내 제안이 나쁘진 않을 거야.’
도팽 가문이라면 이보다 더한 품질의 정수가 많겠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살 방법이 하나 있었다. 여자라면 먹힐 방법. 피부에 좋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정말로 피부에 좋은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푸른 빛이 도는 것에 대한 어떤 정보를 대장서에서 찾을 수 없었고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