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304)

이상한 지도(3)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다. 이런 하급의 집념체와 계약한다는 것도 운이 필요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랬다 시온에게는 딱히 스승이 없기에 잘못될 가능성은 있었다.

곧 시온이 시동어를 외우고 마나를 일으키자 단파의 마법서가 신비한 빛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만한 집념체가 응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시온의 눈에 특이한 마나가 응축되어 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부 응하지는 않았군.”

원인은 모르겠지만 시온이 다룰 수 있는 속성이 모두 응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섞여 있었다. 시온이 다룰 수 없는 집념체도 있었다.

‘이 녀석들은 뭐지?’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불, 얼음, 전기는 모습이 있었지만 처음 보는 것들이 있었다.

그 작은 구체는 각기의 특이한 짓을 하고 있었는데 불덩어리 구슬은 자꾸 미약한 불을 뿜고 있었고 전기는 전기바람을 미약하게 일으켰다.

몸이 두 개로 만들어지거나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봐서 환상 계로 보였고 다른 하나는 녹색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치료 계열인가?’

누군가 이런 골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물어봤겠지만 시온은 굳이 물어보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었다. 어차피 뭘 고르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수준의 집념체들이었다.

차라리 혼자 알고 있는 게 나았다. 적어도 위기 상황에 쓸 수 있는 한 수가 될 수 있을 터였다.

“분명히 다룰 수 없는 속성의 집념체를 선택하면 일이 커질 수도 있겠지.”

시온은 치료계열 집념체가 마음에 들었다. 뭔가 시온이 쓰려는 목적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시온이 형성하려는 것은 허리 반도 안 되는 크기의 가장 낮은 단계의 고렘이었다. 그러니 공격용보다는 보조용이 좋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곳 지형의 특이함 덕분에 치료의 집념체가 모인 것 같았지만 보기 좋은 떡이었다.

게다가 한 녀석은 시온을 거부하고 있었다. 염동력 속성이었다.

아라크네의 거미줄과 어울릴 것 같아서 손에 한 번 잡아보려고 했는데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잡힐 생각을 안 했다.

자백 반지에 이끌린 건지 어두운 구체도 왔다. 불길한 기운이 도는 것을 보아 이것은 그쪽 사계열 마법이 분명했다.

사계열 마법은 효과가 기본적으로 가지는 마법보다 대단하지만, 그에 동반하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것이라면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돌발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고 봐도 좋았다. 성능은 제일 쓸만하겠지만······.

시온은 고렘 같은 것에서 그런 리스크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기껏 포획했는데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통제 불능이 돼서 죽여버리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었다.

“별수 없나.”

어차피 나중에 실력이 더 좋아지면 더 좋은 집념체나 여유가 된다면 약간의 의사를 가지고 있는 정령으로 바꾸면 된다.

단파의 저서에 의하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식물인간이 된 인간의 영혼을 채집해 고렘에 꼭두각시 형태로 부여할 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곳은 무자비하다니까.’

가장 난이도가 쉬워 보이는 건 불의 집념체였다. 손을 대려고 할 것도 없이 가장 시온의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가장 실패할 확률이 낮아 보였다.

시온은 그것을 잡고 보조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았다. 이것이 절차였다. 단파의 고렘 제조법의 저서에 이 계약에 필요한 것은 다섯 가지의 재료였다.

모두 구하기 쉬웠다. 그나마 가장 까다로운 것이 해당 속성이 담겨 있는 형태의 어떤 것이었다.

불이 만들기 가장 쉬웠다. 그냥 마나가 있는 재료에 불만 붙이면 되니까. 그렇게 재료가 불이 붙자 집념체가 재료를 하나씩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흡수하는 거지만 단파의 고렘 제작법에서는 먹는다고 표현이 되어 있었다. 다섯 개의 재료를 먹어 치운 그것은 자연스럽게 마법시어가 적혀 있는 고렘의 형태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전에 계약이 되어야 했다. 시온은 자신의 팔에 새겨진 금제를 불의 집념체에 가져다 댔다. 계약이 되면 집념체가 팔에 새겨지듯이 남는다.

이것이 고렘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됐나?’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해당하는 그것이 두 개로 갈라져 하나는 고렘으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시온이 형성해둔 금제 안으로 들어가 다른 형태의 문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뜨겁군.”

시온은 팔이 뜨거웠다. 불꽃 문양이 크게 새겨진 것이다. 아무래도 성공한 듯해 보였다.

이것은 마법사 관리소의 특수 창고에 임대료를 내게 되면 그곳에서 보관되어 있다가 아공간 반지와 비슷한 원리로 소환할 수 있었다.

시온은 팔의 새겨진 불꽃 문양 문신을 확인했다. 영구적인 것은 아니고 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당 집념체가 파괴가 되면 이것도 사라졌다. 마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흠.”

시온은 앞에 있는 고렘을 보았다.고렘의 두 눈이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움직여.”

될지 안 될지는 여기에 달려 있었다. 안 된다면 뭔가가 잘못된 것일 거였다. 그럴 수도 있었다. 고렘을 제작하고 이것을 다양하게 운용하는 마법사도 따로 분류가 있었으니까. 오히려 시온이 너무나도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고렘이 움직였다. 시온은 미소를 지었다.

ㆍㆍㆍ

“난투전 말입니까?”

“내가 참여할 순 없잖아?”

마리 자링이 시온을 향해 다리를 꼬며 말했다. 시온은 저번부터 부쩍 그녀의 유혹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요.”

기사난투전. 펜부르크에서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공식 전이 공교롭게도 얼마 뒤에 열렸다. 시온도 알고는 있었다. 다만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동생도 반은 허락했어. 그러나 서임은 아무리 영주라고 해도 그냥 해줄 수는 없는 거야. 알지? 알 거야. 서임을 늘리려는 거잖아. 이런 경우는 처음이려나.”

“.......”

“아무튼, 한 대 피울래?”

그녀가 나른한 표정으로 곰방대에서 뻐끔뻐끔 연기를 올렸다. 마리 자링이 피우고 있는 것은 후추랑 비슷하게 바다 너머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었다.

담배랑 비슷하지만, 현대의 것과는 묘하게 달랐다. 저런 종류로 강화 단약을 피워 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당연히 내가 우승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네.’

난투전이라는 것은 시온이라고 해서 함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온이 배운 검술이라고는 정말로 병사들이 쓰거나 사냥꾼들이 쓸 수 있는 그 정도 수준 밖에는 되질 않았다.

그녀가 자세를 바꿔서 다시금 연기를 뿜어내자 시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은 미약의 기운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년기 시절 철저히 사냥꾼으로 활동했다. 미약의 성분이 되는 것쯤은 어설프게나마 배웠다. 완전히 노골적인 것은 아니고 아주 약간씩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왜?’

“하음. 거기서 준우승만 해도 돼. 그 정도면 내가 내건 추천서에 동생의 승인 그리고 나를 따르는 기사들이 나를 감동케 하겠지. 이 정도면 다른 기사의 표가 갈린다고 해도 서임이 나올 거야. 그리고 나에게 고마워해야겠지.”

서임의 내용만 가볍다면 문제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고 해준다고 해도 가벼운 내용이 아니면 자링 가문에 속해 있는 진짜 기사들이 거부가 더 심할 거였다.

시온으로서는 오히려 잘 된 일이지만, 이곳에 묶이고 싶진 않았다. 안 그래도 이곳의 일이 마무리되면 지도의 비밀을 캐기 위해 방향을 틀 생각이었다.

그곳은 시온의 생각에 중요한 것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도 여러 가지의 약초들이 주 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초이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초이의 스승이라는 자가 그의 몸에 희한한 것을 집어넣은 것 같았다. 시온도 그냥 감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저것이 그의 명줄을 쥐고 있거나 신체에 타격을 주는 형태의 것은 분명했다.

‘일단은 참여해보자고.’

“참가 신청이 안 되어 있습니다.”

“그걸 걱정하는 거야? 이미 엔클리 경을 잡아냈을 때 넌 내 사람이야. 내 사람에게는 많은 특권이 주어지게 되지. 이게 그중에 하나일 거야.”

미약의 냄새가 조금씩 짙어지고 있었다. 시온은 코를 살짝 훑었다. 그녀는 여전히 변장 상태였는데 저번에 본 모습과 다른 모습의 미녀가 되어 있었다.

시온의 생각에는 총 세 가지 정도의 외모와 관련된 환영 마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만약 환영 집념체를 선택했다면 고렘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을까?’

시온이 불 속성을 골랐기에 특수 능력은 별거 없었다. 그저 불을 뿜는 능력 정도. 물론 단순하면서도 좋은 공격용도 이기도 하지만 전략적인 면에선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결승을 따낸다면 너에게만 줄 수 있는 특권을 줄 게.”

“?”

시온은 그 의미를 곧바로 알아챘다. 어떤 마법 장비나 액세서리나 그런 비슷한 종류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ㆍㆍㆍ

급한 대로 시온은 어레이 경을 찾았다. 어레이 경은 요새 바쁜 모양이었다.

“난투전이라. 전 참가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상대하는 자들이 피떡이 되겠습니다. 하하. 힘 조절 하십시오. 시온 경.”

“뭔가 좀 배우고 싶습니다만.”

“저한테 배울 게 있습니까?”

놀란 건 오히려 어레이 경이었다. 어레이 경은 진심이었다. 마법사고 뭐고 간에 저번 일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배우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메이스를 좀 써볼까 합니다만. 엔클리 경이 인상 깊더군요.”

“메이스라.”

그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시온이 주력이 아닌 난투전을 연습 정도로 보고 있다고 결론을 내려 버렸다.

“기사가 여러 무기를 다루겠다는 것은 아주 좋은 자세입니다. 시온 경이 주력 무기가 아닌 메이스로 참가하겠다는 약간 의아스럽긴 하지만 애초에 마법사이시기도 하니까요.”

그는 그렇게 납득을 했다. 마법사는 괴팍하거나 고집스러운 사람이 많았다. 이성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특이한 사람도 많았다.

“다만 저도 부탁할 게 있습니다.”

“뭡니까.”

“엔클리 경의 자백을 받는데 도움을 좀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난투전에서 순위를 보장 좀 해주셨으면 하는 종자가 있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못할 것은 없지요. 그런데 난투전 말입니다.”

“예. 물어보세요. 시온 경.”

“마법을 사용해도 괜찮습니까? 저번과 같은 유의 마법을 섞어서 사용할까 하는데.”

“아주 가벼운 거라면 문제 될 건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만 않는다면요. 그런데 시온 경. 팔뚝에 희한한 것이. 이건 분명히······. 고렘 계약이 아닙니까? 설마 고렘도 사용하실 수 있었던 겁니까!?”

“아, 얼마 전에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이 성과를 봤습니다.”

사실 단기간에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시온은 그렇게 둘러댔다.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하면 납득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레이는 시온의 발언에 더욱더 놀랐다. 그러면서도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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