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304)

각질화(1)

기사가 되고 나서 시온은 각종의 이권을 누리고 있었다. 당장 체험이 되는 것은 모든 이용시설의 세금 감면이었다. 면제되는 것도 있었고 대부분이 대폭 할인이 되었다.

‘숙박료가 줄었군.’

가장 눈에 띄게 줄어버린 것이 숙박비였다. 원래 마나에 도움을 주는 목욕탕 이용 비용 때문에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었다.

목욕탕 이용이 면세되어버린 점이 주효했다. 게다가 펜부르크에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이 면세는 적용되었다.

왜냐하면, 시온이 서약한 대상은 제국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이 다스리는 자유도시나 왕들이 다스리는 지역에 들어가면 따로 적용이야 되겠지만, 제국의 관할 영역 내에서는 면세 판정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이용 시설에도 수수료가 면제되든지 거의 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중의 하나가 경매장이었다.

펜부르크의 경매장은 건물만 다섯 개였고 각종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만큼 이용료도 자유도시보다 강했다. 자유도시에서는 암시장이 활발했지만, 제국은 이렇게 대놓고 열렸다. 그 대가가 바로 세금이었다.

시온은 거리를 다니며 경매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세 번째 건물은 신분제약이 없기에 다양한 사람이 이것저것을 팔거나 교환하고 있었다.

그 대상은 심지어 노예이기도 했다. 그럴 마음은 없었지만 시온은 외관상 노예를 한 명 가지고 있었다. 시온이 마음이 바뀌어서 이곳에 초이를 내다 팔아버릴 수도 있었다.

복잡한 구역이지만 명확하게 다루는 목록마다 구역이 나뉘어 있다.

“노예들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여기 건강한 치아를 보고 가세요!”

단어 하나하나가 아주 현대인인 시온에게 있어서 낯선 것들이었다. 노예라는 것은 보통 제국과 전쟁을 치르다가 잡혀버린 자들이나 지독한 범죄자의 가족들이었다.

것도 아니면 소수 민족일 가능성이 컸다. 제국의 틀 바깥에도 많은 민족이 옹기종기 살아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인권이 희박한 곳답게 별놈의 일이 다 생기는 법이었다.

노예들도 등급이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노예는 당연히 반역으로 몰린 귀족의 가족들 특히 여계 가족이었다. 이들의 몸값은 아주 높게 잡혀서 드물게 나오곤 했다.

제국 수도에서 거래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 그런 노예들이었다.

어쩔 땐 정적이었던 가문에서 노예로 떨어진 자들을 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심심찮게 나왔다.

고급 노예도 있기에 이들 역시 몸값이 비싸게 형성이 되었다. 그런 의미로 따로 구두 계약을 하긴 했지만 시온이 소유하고 있는 마법사 노예는 흔히 상급으로 분류되는 노예였다.

“치아 좀 보고 가십쇼. 경. 밤일이든 잡일이든 처리 잘할 계집애입니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제법 말쑥하게 생긴 남자는 시온이 기사라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챘다.

사실 이자는 시온이 화제의 그 기사라는 것도 알아챘다. 시온의 이름은 펜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해져 가고 있었다.

시온만 잘 모르는 편이었다. 시온의 이름과 난투전의 실력은 포장되어 있었다.

그걸 아는 시온은 혹시 있을 일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마법을 수련하거나 고렘을 다루는 방법을 수련하거나 제국 메이스 교본을 종일 연습했었다.

‘구경만 해볼까.’

시온은 잠시 호기심이 동했다.

“그래. 치아를 좀 보여봐라.”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그가 빙긋 웃으며 시온을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세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미모의 여자가 상품인 듯했다.

세 명의 남자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복장이었다. 경매장답게 여러 명의 사람을 모아두고 호감을 사려는 것이 분명했다.

‘한 명은 아는 얼굴이군.’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제국 용병 관리소에서 얌전하게 업무를 맡던 중년의 남자였다. 놀랍게도 세 명의 남자는 모두 시온을 알아보고서 놀랐다.

머뭇거리던 서른 후반의 남자가 말했다.

“시온 경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오오. 우승자를 이런대서 보다니 영광입니다.”

제국인들답게 노예를 사는 곳을 이상하게 여기질 않았다. 목욕탕과 노예 문화는 제국의 근본 문화 중 하나였다.

“안녕하십니까. 시온 경. 저와 만난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기억에 없었다. 어쨌든 이들은 시온과의 동석에 흥분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온은 현재 펜부르크의 상당한 권력을 쥐고 있는 마리 자링과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예의 모습을 보다가 시온은 그냥 나가 버렸다. 더는 볼 일이 없었다. 호기심이 동했을 뿐이니까. 아무래도 시온에게는 이런 매매는 여전히 거부감이 가득했다.

‘여전히 저런 것과 농노제는 많이 부담스럽단 말이지.’

니벨룽 가문에서도 농노는 있었다. 일반 평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데 거의 수준이 가축 단계였다.

“경! 시온 경!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알려주십시오.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마음에 들게끔 하겠습니다.”

시온이 나가려는데 기어코 말쑥하게 생긴 남자가 큰소리를 지르며 시온을 쫓아왔다.

말투나 행동이나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뭐 잘못하기라도 했나?”

시온은 순수한 뜻으로 물었다. 만약 중간에 나가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면 그게 이곳의 규칙이라면 지켜야 하는 게 맞았다.

“아닙니다. 그저 갑자기 왜 나가시는지 연유를······.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기회? 무슨 기회. 애초부터 살 마음이 없었다. 그냥 궁금해서 본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제가 실수를 한 것은 아니란 뜻입니까? 혹여 제가 다른 분들과 같이 들여보내서 화가 나신 것은···.”

시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도 정확하게 이자가 말하는 바의 의도가 감이 오질 않았다.

“아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그렇다면 비슷한 일이 있으면 저나 제 상회를 이용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기회가 된다면 물론 그래야지.”

오해가 약간은 풀린 모양이었다. 남자는 그래도 아쉬운지 시온에게 다른 것을 보겠느냐고 물었다.

“아니다. 나는 그저 구경했을 뿐이다.”

이쯤 되자 겨우 물러난다. 시온은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른 층으로 움직였다. 가장 관심이 있는 층을 넘어서 조금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층으로 말이다.

시온도 아직은 이런 곳을 둘러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화염 코어 마법서를 구매하고 나서 자금이 확 부족하기에 더는 등급이 높은 물건을 볼 이유는 없었다.

‘두 마법서를 돌리기에는 마나도 아슬아슬하고.’

새로운 층 역시 정말로 넓었다. 행상같이 열리는 개인 점포도 많이 있었고 제국에서 나온 자들이 관리하는 구역이나 아예 각 용병단에서 온 자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온은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하급 정수를 만들 수 있거나 아니면 좀 특이한 재료가 있는지 그런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얼마 움직이지도 않아 목표하던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각피화?’

시온은 각피화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각질로 덮여 있는 것이 각피화가 맞았다.

꽃의 형태인데 딱딱한 각질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을 파는 자는 멀리서 온 사람인 듯싶었다.

“관심 있소? 음. 잠깐. 시온 경 아니요?”

“?”

“날 아십니까.”

“난투전 우승자가 맞지 않소?! 서임식에서 구경했습니다.”

“맞습니다. 이거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표류 도중에 우연히 채취한 겁니다. 가지고 있던 것도 오래됐지요. 뭐 팔리지를 않으니까요. 누가 이걸 사겠습니까.”

사내가 낙담하듯이 말했다. 애초에 이 사내가 내건 물건중에는 그다지 비싼 것은 없었다.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억지로 열은 느낌이었다.

표류한 섬에서 얻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시온은 각질화가 맞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해양 생물한테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 외피를 만들어 낸 특수한 꽃이다.

종류도 있어서 지역마다 색이 달라지고 형태도 다르긴 한데 시온은 회색빛에 소금기가 낀 것을 보아 이것은 해양 쪽에서 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종류마다 처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현재 시온의 능력으로 처리가 가능한 물건이었다.

왜냐하면, 녹반지에 적혀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것을 알아본 것도 녹반지의 덕택이었다. 애초에 녹반지가 고대의 물건인지라 이곳에서는 실전된 형태의 레시피도 많았다.

각질화는 그중에 하나였다.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강화 단약이 있는 것이다.

‘만들 수만 있다면 내가 먹어도 되고 팔아도 되겠지.’

시도는 해보는 것이 좋았다.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강화 단약은 아마 몸을 잠깐 단단하게 만들어 검과 같은 물리 공격에 저항할 수 있게 해줄 것이었다.

어쨌든 각질화가 필요한 것은 알았지만, 어디에서 나오지도 잘 모르고 어떻게 생성이 되는지도 잘 모르는 마당이었다.

“이거 마음에 드는군요.”

“마음에 드신다고요? 허.”

“단단한 것이 기사와 잘 어울리는 것 같군요. 집에다 놓으면 수집품으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단히 명예로우시군요.”

그의 의문을 덜어 내주기 위해 대충 둘러댄 답변이 그의 감탄사를 만들었다.

남자는 시온을 한 번 보고는 여전히 놀란 상태였다. 이런 목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기사가 있다는 소리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러니까 난투전을 우승했지.’

그는 그렇게 시온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목적이시다면 그냥 드릴 수도 있습니다. 대신 다른 물건을 사주셔야겠지만요.”

“아니요. 값을 치르겠습니다.”

시온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그는 부담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럴 것이 어느새 주변 사람들이 시온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중에는 개인인 그와 다르게 유명 용병단 소속이거나 제국 소속도 섞여 있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여기서 찍힐 수도 있다는 점을 그는 깨달은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안 팔리면 그냥 땔감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이 좋은걸?”

시온은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저는 기사도 아니고 그런 고귀한 취미도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에게 적당한 금화를 주고 각질화 여러 개를 얻었다. 그는 지극히 감동한 모양이었다. 본인도 생각하기 어려운 값을 받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걸 보던 사람들도 수군거렸다. 시온이 일부러 저렇게 가격을 주고 샀다는 얘기가 돌았다. 입담을 나누는 것은 역시 난투전의 우승자다운 생각이었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얘기가 돌았다. 시온이 수호경의 칭호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말이다. 실상은 팔아버린 거지만 그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사람들이 그런 추측을 한 것이다.

‘잠시 날카로운 날붙이에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강화 단약을 만들 수 있는 재료지. 얼마까지 오를지는 경매에 부쳐봐야 할거고.’

오히려 금화를 굳혔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온 쪽이었다. 하급 정수도 이제는 척척 만드는데 그보다 훨씬 쉬운 강화 단약을 만드는 데 실패율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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