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304)

앤드류의 유산(1)

시온은 물건의 여러 부분을 돌려보면서 확인했다. 표면을 울퉁불퉁했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많았다. 이것이 금박의 정수에 마지막 재료였다. 

‘이것으로 전부 모았군.’

에밀리온 경이 이것을 왜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다 모은 것이 되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이것을 제작할 만한 장소와 장비 기술 정도가 되었다. 

‘이런 희귀한 것은 누군가에게 의뢰하기가 어렵지.’

다른 것도 아니고 정수계열은 제작자가 먹고 나를 수도 있었다. 그만큼 다른 마법사에게 팔면 천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앞당겼다는 마음에 시온의 입이 절로 올라갔다.

“만족스러워 보이십니다?”

“그렇게 보이나.”

“그겁니까. 희한하게 생긴 재료인데요. 경. 그거 정력제 아닙니까?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뭐?”

울퉁불퉁한 형태의 이것과 비슷한 정력제 재료가 있었다. 그것 역시 나름대로 인기가 많았다. 필립스가 착각할 만했다.

시온은 그것을 따로 아공간 반지에 보관했다. 자연스럽게 마법을 쓰는 시온을 필립스가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말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까요.”

“너도 하나 골라라.”

“예?”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한 개 주마 그러고 보니 아까 장식용 검이 무슨 정신이 어쩌고 하지 않았어. 그게 좋겠군.”

“그렇긴 했습니다만···.”

“그럼 그거 가져라.”

“영광입니다. 경.”

영광까지야 어차피 에밀리온의 물건인데 아낄 것도 없었다. 그러고 있는 시온과 필립스를 향해 사무관이 끼어들 기회만 보고 있다가 다가왔다.

“혹시 처리하실 예정이라면 제가 그 부분까지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것들은 살아 돌아올 수도 있으니 그냥 보관해두겠습니다.”

“살아 돌아온다고요??”

“그럴 수도 있지 않습니까.”

“허. 이 잔치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경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희귀 재료는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정도는 그렇게 가치가 큰 것도 아니고 기다려줄 수 있었다.

시온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ㆍㆍㆍ

펜부르크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었다. 하이거 자링에게 접근이 허락된 기사 중 하나이기에 시온은 그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영주의 건강이 더욱 나빠졌다.”

‘중간에 장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어.’

시온은 완전무장한 어레이 경에게 정보를 듣고 있었다.

“아마도, 전권이 마리 자링님에게 넘어갈 예정입니다.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것보다 상속분에서 건지신 것은 있으십니까?”

시온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레이가 재빨리 눈치채곤 말했다.

“오, 한 개 정도는 만족한 것이 있으신가 보군요. 그러면 다행입니다.”

“그보다 경. 저와 함께 기사를 솎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규율도 잡아야 하고요. 정기 기사 모임을 한 번 가질 겁니다. 이렇게 변동이 오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법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여자는 마음에 들었습니까?” 

“여자? 그런 물건은 없었는데 말이오?”

“그 여자 하인 말입니다. 하나 딸려 보내지 않았습니까.”

“아.”

“제가 일부러 따로 추려서 드린 건데요. 얼굴이 제법 반반했을 겁니다.”

“하하. 이거 참.”

시온은 무슨 말을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거 참 신경도 많이 써주셨군요. 거기까지 신경 써주신 겁니까. 고맙습니다.”

“신세를 많이 졌는데요. 저는 한번 도움받은 사람하고는 끝까지 갑니다. 경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위치에나 올라왔겠습니까.”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어레이 경은 엔클리나 에밀리온이나 다른 주력 기사들보다 능력적으로 떨어지는 면이 많았다. 유독 특별난 구석이 있다면 충성심 정도니 원래 그 자리는 다른 자에게 돌아갔어야 했다.

시온은 거성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복잡한 상거리에서 사과를 하나 샀다. 사과는 상당히 달았다. 

식량을 살 수 있을 만큼 사긴 했다. 그냥 개인적인 수준에 불과해 독점으로 무슨 폭동이 일어날 정도나 이변을 일으킬 정도로 식량을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펜부르크의 인구는 많은 것이다.

사과를 베어 먹던 시온은 제국 용병 관리소에 들렀다. 제국 용병 관리소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시장판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의 전쟁터 같은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주먹질까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들을 제압하는 자들도 바빴다. 

남자와 여자 용병과 자유기사 그리고 관리자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유야 뻔했다. 바로 영지전 때문이다. 자링 가문이 영지 전을 준비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그 자금의 단맛을 보려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금화를 노리는 진정한 승냥이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었다. 유명 용병단의 간부도 곳곳에서 보였다.

시온이 이곳에 온 이유는 승급 패를 새로 받기 위해서였다.

시온은 최하등급의 패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갈아치우기 위해 왔다.

“설마 시온 경 아니야?”

“시온? 진짜인가.”

“아 저 사람이군.”

유명세 덕분에 많은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들이 시온을 알고 있을 법도 했다. 계약이라고 모두 같은 용병 계약이 아니었다. 계약에는 티어라는 것이 존재했다.

좀 더 좋은 게약을 맺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닌가. 거기에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능력이다. 

능력이 애매하다면 필요한 것이 바로 인맥이었다. 시온은 그런 위치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시온 경하고 아는 사람 있나?”

“안면 있는 사람.”

“저 사람 어디 출신이지?”

“자유도시에서 왔다던데.”

“마법사라고?”

“그 정도면 제국에서도 희귀한 경우인데. 기사 서임에 마법사 자격까지? 마탑소속 이겠어.”

“마법사는 가짜로 받은 게 아닐까. 저 단련된 몸을 보라고.”

“뒷배가 탄탄하시다는 거군.”

별 이야기가 마구잡이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의 흐름 속에 중심은 시온이라는 이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온도 귀가 있다 보니 낯뜨겁고 억측에는 황당하기도 했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주목받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하다 보니 유명해지고 말았다. 마리 자링의 신임까지 얻어서 권력의 근처에 맴돌기까지 하고 있었다.

‘하기야 내가 누굴 추천하면 바로 받아들여지기야 하겠구나.’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얻으려는 것을 얻어나가다 보면 유명해지기 마련인 것이 세상의 이치인 법이었다.

어쨌든 시온은 많은 사람을 가르며 제국 서기관을 향해 갔다. 서기관은 바쁜 모양이었지만 뜻밖에도 시온을 알아봤다.

“시온 경?”

“아 맞소.”

“저랑 저번에 봤습니다. 기억나십니까?”

그는 다른 자에게 일을 대신시키고 시온에게 갔다. 업무의 중요도가 있다면 시온부터 보는 것이 맞았다. 현대와 다르게 이곳은 철저히 이러한 논리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곳이다.

“시온 경,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패를 발급받을까 하는데.”

“아하. 어디 보자. 완전히 최하급 패인데요? 공식적인 활동도 한 번밖에 없고. 그것도 미결로 되어 있군요. 굉장히 뜻밖이네요.”

“미결인가?”

아직도 그 사건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었다. 두 세력은 공성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숨겨진 일들이 밝혀지는 수순은 공성전의 결과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시온이 가만히 있는 사이에 남자는 빠르게 시온의 이력을 증명했다. 

“공식적인 건 난투전 우승과 현재 하고 계시는 하이거 자링님의 호위 정도군요. 게다가 마법사 패를 보아하니 수련자도 떼었고요. 그러니 이 정도가 적당하겠는데요. 물론 시온경은 더 큰 패를 받아야 하지만 규정상 몇 가지가 더 통과되어야 하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며 새로운 패를 내주었다. 시온은 약식 금패를 받았다. 약식이지만 금패 용병이 된 것이었다. 금패 용병 판정을 받는데에도 많은 경력과 나름의 성과가 필요했다. 

그것을 단번에 승단 시험 하나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영지전이 끝나면 완전한 금패가 발급될 것 같았다. 물론 시온은 금패를 섣불리 받을 생각은 없었다. 

실력이 없는데 패를 올리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했다. 단계를 맞춰 패를 발급받는 것이 중요했다. 

어쨌든 시온은 패를 받고 그곳을 나왔다. 돌아가자마자 한가지 실험을 할 계획이었다. 저번에 얻은 특별한 마법 장비에 관한 것이었다. 이 마법 장비는 묘한 구석이 많았다. 사용 방법도 희한해 알 수가 없었다. 오늘 이것을 파헤쳐볼 생각이었다.

ㆍㆍㆍ

앤드류라는 고대의 마법사가 제작한 이 옷은 특별한 재질로 되어 있었다. 단파의 겉옷과는 완전히 다른 재질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치장 옷이 아니었다. 다른 용도의 사용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 

여러 방법을 실험해본 결과 모두 실패를 했다. 심지어 푸른 액을 뿌려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마지막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푸른 액에 담가 놓는 것이었다.

담그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만사 제쳐 두고 푸른 액을 모아야 했다. 그렇기에 실패하면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실패하면 그 푸른 액을 모두 날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을 때 옷의 상태가 다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시온은 알아챘다. 

이 방법이 먹힌 것이었다. 시온은 겉옷을 들어 봉인된 마법이 해제되고 난 뒤 드러난 글자를 들여다보았다.

“뭐지? 이건? 메모라이즈류 인 것 같은데.”

굉장히 특이한 형태의 메모라이즈가 걸려 있었다. 시온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마법이긴 한데 마법을 메모라이즈 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이한 메모라이즈다.’

특이했다. 진짜로 특이했다. 마치 마법을 이용해야 했지만, 마법으로 발동되지 않는 그런 마법 장비였다. 이런 장비도 있었나?

시온은 이것이 동작을 각인시키는 메모라이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작을 재현한 다라.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동작 자체에서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그런 뜻이었다.

“해보면 알겠지.”

시온은 제국 메이스 교본을 펼쳤다. 기사 수도회에서 발급되는 제국 기사 메이스 교본술로 기사가 아닌 신분은 열람할 수 없는 급의 메이스 술이었다. 

이 메이스 술은 여러 가지 동작으로 이어지는데 시온은 이 동작에 대해서 매일 매일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금패라는 것은 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금패라는 것은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유지할 수 있었다. 

시온은 거기에 대해서 압박을 어느 정도는 받고 있었다. 이미지 덕에 쉽게 받기야 했지만 시온이 정면으로 이길 수 있는 기사는 몇 없었다. 이기려면 꼼수를 써야 이길 수 있었다. 

근본이 마법사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메모라이즈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말 그대로 동작을 각인시켜 기사의 전투기술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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