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의 유산(3)
이곳의 전투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이었다. 흔히 정면으로 벌어지는 전투 말고도 이런 탐색전들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실 힘든 건 아랫사람들이다. 생산 시설이나 이런 기반들을 박살 내는 거부터 시작하므로 영지전이 길어졌다가는 경제 자체가 터져버리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약탈전은 동시에 기사들의 의무를 자극하기도 했다. 서임에 들어있는 약자를 보호한다는 내용부터 영주와 영주의 영토를 보호해야 한다는 그런 것들을 말이었다.
그래서 이 기사 모임의 참가자들은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는데 이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고 모두 들떠있기도 했다.
공을 세울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특징상 이것은 벤 남작의 기사에게도 같은 이유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쪽도 마리 자링을 악으로 규정했고.’
즉 벤 남작을 따르는 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정의를 집행하고 있는 꼴이었다.
이곳에서 여자의 입지는 좋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악한 마녀에게서 하이거 자링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벤 남작을 따르는 자들은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ㆍㆍㆍ
제국 메이스 교본술은 정확히 말하자면 오십 개의 식으로 되어 있었다. 크게는 몇 개 안 되지만 자세하게 나누자면 더 심할 수도 있었다.
기사수도회의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인 만큼 그 수준은 기본적으로 이것을 마스터하게 되면 어디 가서 메이스를 가르칠 수 있을 면허를 낼 정도로 전투 기술을 갖춘 게 된다.
현재 시온이 하는 짓은 누가 보면 충격에 빠질 일이었다. 편법도 이런 편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온의 육체는 푸른 액으로 저절로 갖춰져 있었기에 이 편법이 극단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제국 교본술에 대한 여러 가지의 기본적인 식과 변칙 식들을 앤드류의 겉옷에 메모라이즈를 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동작을 제대로 하는 데에만 해도 보름은 걸려야 하고 실전에서는 잘 나오지도 않는데 이것을 한 번만 재현하기만 해도 죄다 차곡차곡 메모라이즈가 되니 시온이 기사로서의 수련을 몇 년간의 폭을 성큼성큼 줄여나가고 있는 판국이었다.
오히려 관건은 메모라이즈를 한 앤드류의 겉옷을 얼마만큼 능숙하게 발동시키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이것은 기사가 보면 바로 명예가 없는 자라고 빽빽 소리를 질러댈 그런 행동이었으나 시온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마법사인 데다가 애초에 이 앤드류의 겉옷의 성질을 알 수 있을 만한 자가 거의 존재치 않았다. 즉 시온만 입단속을 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어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아슬아슬해진 탓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이 메이스 메모라이즈 각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이 끝나갔을 때 어느 정도 오십 개의 식이 정리되어 버렸다. 하나하나의 동작도 평가할 수 있었는데 모두가 최상급은 아니었지만 대략 오십 프로를 상급 정도로 메모라이즈를 해놓은 것이다.
“휴, 어느 정도 끝났군.”
시온은 텅 비어버린 마나와 앤드류의 겉옷에 새겨진 새로운 고대 문자들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하나하나의 동작을 집어넣을 때마다 앤드류의 겉옷에 복잡한 문장이 만들어졌다. 어쨌든 메모라이즈가 되긴 한 것이다.
지금 한 가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이것을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필립스를 불러서 할 작정이었다.
필립스 정도라면 입이 무겁다. 기사가 아니라 종자인데도 실력이 다른 기사에 육박할 정도로 뛰어나서 테스트의 상대로는 너무나 적합하다고 볼 수 있었다.
만약에 필립스가 없었다면 어레이 경에게 부탁해야 했을 판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레이 경보다는 필립스가 나았다.
ㆍㆍㆍ
예상대로 약탈 부대를 역습하기 위한 기사를 뽑기 위한 일정이 바로 진행이 되었다. 본대를 움직이기 전에 이런 유기적인 부대에 맞설 부대를 출진시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저 보고 하란 말입니까?”
“응.”
시온은 마리 자링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듣자마자 시온은 그녀의 뜻대로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감당할 만한 자비도 부족했다.
이런 조직을 쓰는 것은 개인 자비가 들었다. 자링 가문에서 대주지 않는 부족한 부분은 당연히 책임자가 냈다. 그리고 구성원이 사망했을 때의 자금 문제도 있었다. 아무래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저는 어레이 경을 추천합니다.”
“네가 하라니까?”
마리가 바로 반문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었다. 마리가 이러는 이유야 뻔했다. 시온의 인기가 높으니 여기에 선발되지 못하는 기사의 불만을 단번에 잠재울 생각이었다.
단순히 시온을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지금의 불온한 점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한 수인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전 어레이 경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겠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지. 대신 네 이름으로 하는 거야. 알겠지?”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해.”
그녀가 그렇게 말을 마치자 그곳에 있던 붉은 머리 헨슨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았다.
‘그때 시비 걸었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뻔했군. 미리미리 입을 맞춰서 다행이지. 저 정도로 마리 님의 신임을 받고 있었단 말인가.’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면서 집무실의 둘의 대화를 엿들은 거라 정확하게는 듣지 못했지만 딱 봐도 시온이 마리에게 자격을 부여받는 것 정도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실수하지 않았던 자신의 판단에 헨슨은 만족스러워했다. 헨슨은 이제 시온을 따를 작정이었다. 생각보다 거만한 구석이 없었고 공정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소문대로의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온을 도와 공을 얻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자신에게도 가문에게도 훨씬 나은 판단인 것이 된다. 시온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턱을 괴었다.
‘어레이보다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시온은 바로 나가자마자 어레이 경을 찾았다. 어레이는 서류 더미와 투쟁을 하고 있었다. 사실 가문의 중책을 맡는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만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식으로 서임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수련하는 시간이 은근히 긴 시온은 차라리 대리인을 구해 그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벌써 끝났습니까? 생각보다 빨리 끝났군요.”
그가 바로 서류를 급히 날려버리고 시온을 맞이했다. 그 행동이 너무 티가 나서 시온은 웃음이 나왔다. 사실 벌써 내부의 누군가에게서 정보를 들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중임을 맡는 만큼 어레이도 곳곳에 정보원을 두고 있었다. 그러니 그 정보를 벌써 듣고 모르는 척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온은 굳이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시온이 그나마 이곳에서 그나마 신뢰를 할 수 있는 자가 어레이였다.
“그렇게 됐습니다. 마리 님이 저에게 골든 평원에 침입한 녀석들을 막아낼 기사들을 골라내는 권리를 내주셨습니다.”
“정말입니까?!”
그의 얼굴엔 진심으로 놀란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즉 그도 정말로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한 것이었다. 다만 비슷한 내용이 있으리라고 추측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 그런데 아무래도 이러한 문제는 어레이 경에게 넘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허.”
어레이의 얼굴이 다채롭게 변했다. 어레이는 명예와 중임을 맡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이었다. 그러니 시온을 자신의 방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남자는 확실히 마법사이긴 하군.’
“그래서 말을 드렸더니 거부당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 이름으로 경이 일을 해주셔야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나중에 한 몫 잘 챙겨주십시오.”
“허허.”
“오늘 중으로 선발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군요. 즉시 사람을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온 니벨룽이라는 이름으로 일이 진행되게 되었다. 시온이 다시 나오면서 헨슨을 본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헨슨은 애초에 시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척을 하려고 나름 계산까지 한 상황. 하지만 너무 어설퍼서 시온은 이것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그에게 본론을 말했다.
“제 이름으로 사람을 모을 겁니다. 그 일은 어레이 경에게 맡겼으니 그와 협력해서 사람을 넣으시면 됩니다.”
시온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얘기하자 헨슨은 시온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더 높이게 된다.
ㆍㆍㆍ
필립스와의 대련은 앤드류의 메모라이즈를 확인하는 데 좋은 검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십 가지의 식이 어떻게 나오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필립스의 무장은 일부로 대부분 기사가 장비하는 롱소드를 선택하게 했다. 아무래도 이편이 더 확실한 테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아를 포함해 자유마법사들 그리고 우연히 이곳을 들린 자크 경이 근처에서 구경했다. 어레이 경과 더불어 자크 경에게도 메이스 기술의 기본을 배웠었다.
자크 경은 시온의 비밀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워낙 성격이 좋아서 별말이 없었다.
그런 대치에서 자크 경의 눈썹이 기어코 올라갔다.
‘이렇게 수준이 빨리 올라갔다고?’
나이 지긋한 자크 경은 나름대로 교육에도 경력이 있었다. 자크 경은 시온이 메이스를 배웠을 때 분명히 서툴렀던 것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자세 하나하나가 마치 교본에서 나온 것 같이 완벽했다.
‘허. 메이스 기술은 취미라고 하지 않았었나. 저 정도라면······.’
이어지는 충돌은 그의 입에서 억 소리가 나오게 했다.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정교함이 담겨 있었다. 단 한 두격 만으로도 이미 그의 수준을 능가했던 것이 눈에 보였다.
시온은 제국 메이스 교본술이 잘 적용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어느 정도는 자동으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미친 성능이군.’
단지 시온은 여기에 댈 마나를 공급하는 데 집중하면 됐다. 그러나 자동으로 공격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게 최선의 공격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일반 연습용 메이스인데도 여섯 격을 더 받아낸 필립스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시온의 연격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는데 그다음 공격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경!!! 경!! 잠시만!!! 으악!!”
필립스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나뒹굴어 버렸다. 시온은 겨우겨우 자세를 멈췄다. 딱 하나 문제를 알게 되었다.
‘중단하는 게 의외로 어렵다.’
잘못하면 제압해야 할 상대를 그냥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두가 잠시 싸늘했지만, 곧 감탄과 수군거림으로 바뀐 것은 동시였다. 너무나 훌륭한 동작에 구경 온 기사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