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3화 (93/304)

남작위(4)

벤 남작이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자링 가문의 반절 정도였다. 이것을 한 번에 잃느니 시온에게 줘 버리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것을 챙기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시온이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하자 벤 남작이 심하게 다급해졌다. 시온의 작은 행동들이 그에게 다양한 영향을 줘서 계속해서 체면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을 만들어냈다.

“부탁, 부탁한다. 그리고 자네에게 내 딸을 주겠다. 신에게 맹세한다. 원한다면 황제께 증명 서신을 보내겠다.”

시온이 당황할 정도로 많은 것들이 계속 제시가 되고 있었다. 황제에게 올리는 그런 유의 서신은 맹세하면 맹세했지 거의 써주질 않는 것이었다.

그만큼 귀족사회에서 망신을 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일로 인해 정말로 많이 발생하는 문제를 감당하겠다는 것이었다.

딸을 주겠다는 것도 그랬다. 시온이 알고 있는 그 여자가 맞았다. 자링 가문의 여자답게 아름답고 어렸다. 

“딸은, 오리엔 영주의 아들과 약혼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오리엔 영주의 아들인 피에르 오리엔을 시온이 언급했다. 이러한 약혼은 귀족 사회와 상류 사회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약혼 파기조차도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정도로 충분했다.

“그런, 멍청한 새끼...... 아니 그 녀석에 대한 언급은 조금 줄여주게.”

그의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새빨개졌다. 그는 진심으로 피에르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뛰고 시온 생각이 났다. 이 사내만 있다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 그런 믿음이 불현듯 그의 뇌리를 차지했다.

“그건 무시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왜지? 잘 생각해보게. 우리가 결합해서 가족이 된다면 펜부르크는 네 것이 될 게 분명 하지 않나. 나는 아들이 없지. 그러니 네가 내 딸과 아이를 낳으면 자네는 진짜 지배자가 된다는 것이야.”

‘별일이 없다는 가정에 말이지.’

시온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내용이었지만 시온의 생각에는 그러했다. 

‘단단히 미쳤군.’

시온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번에 공적을 독차지했다고는 생각하곤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 벤 남작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을 고평가한다는 것은 잘 알았다. 그러나 그러기도 싫었고 한다고 해도 물밀 듯 밀려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벤 남작의 감금된 저택에서 나오며 시온이 중얼거렸다.

“운이 좋았지 사실. 생각보다 너희가 생각하는 사람만큼 대단한 자는 아니라고.”

현재 마리가 제시한 작위도 충분히 과한 보상이었다. 시온은 돌아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몰랐지만, 기사가 받아낼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마법사들이 마법사의 탑에 들어가는 것을 최고로 치는 이유가 바로 영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인 없는 영지도 많으니 마탑에서 공적을 세우면 하나쯤 받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ㆍㆍㆍ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필립스를 보냈다.

“말도 마십시오. 물건이란 물건은 다 부수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 뺨에 상처 난 거 괜찮나?”

“아, 영광의 상처입니다. 시온 경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제 임무니까요. 이것은 오히려 저를 성장시킬만한 상처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지. 그래서?”

“이제 하다 하다 울더군요. 그리고 빌더라고요. 한 번만 더 경을 만나게 해달라고······.”

‘대체 어떤 말을 했기에 그 위세 높던 벤 자링이 저렇게 망가졌을까?’

필립스는 벤 자링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시온이 일거수가 궁금했다. 하지만 생각으로 그쳐야 할 것이었다. 그만큼 필립스는 시온을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군. 대충 알았다.”

“예. 저는 가보겠습니다.”

필립스에게 대강의 이야기를 들은 시온은 벤이 벌인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 자들이 단단히 착각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벨저 공이 떠나고 나서 자신을 보는 시선이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리 다른 자의 시선에 무감각하려고 노력을 하는 시온이라도 뭔가 지금 자신이 모르는 얘기가 돌고 있다는 것쯤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잠깐만.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

필립스가 가던 걸음 중 재빠르게 뛰어와서 시온의 앞에 섰다. 

“예. 말씀하십시오.”

필립스의 과민반응에 편하게 하라고 한마디 할까 하다가 그냥 본론을 꺼냈다.

“그 있잖아. 요새 나에 대해서 소문이 도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고 있나?”

“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단 말이야?”

“그, 저도 정확한 건 아니고 저기 다른 녀석들이 떠드는 것을 주워들은 적은 있습니다.”

“그게 뭐지? 나쁜 건가?”

“그랬다면 제가 바로 알려드렸겠지요. 아니 바로 거기서 제가 그놈들한테 결투를 신청했을 겁니다. 경을 모욕했다는 것은 저를 모욕했다는 것이니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소문이라는 것은 돌 수도 있는 거니까.”

“소문에 경께서 벨저 공의 아들이라는 얘기가···.”

“?”

“아, 전 아닌 줄 알고 있었습니다.”

“너도 설마 착각했던 건가?”

“음,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닮은 구석이 어디 있다고 그런 얘기가 돌아?”

“벨저 공이 뭔가를 가르치시지 않았습니까?”

“?! 그거 비밀이었는데.”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다 알고 있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휀트 경과 한 번 더 붙으셨다고···.”

“아니 그걸 또 어떻게 알았어.”

“저도 원인은 모릅니다. 조사해보라고 하신다면 조사를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휀트 경이 그날 경에게 지고 나서 아주 술에 곯아서 이리저리 소리 리고 다녔습니다.”

“뭐라고 했는데?”

“그놈은 천재라고···.”

“?”

“사실 벨저 공이 오랫동안 여기 있는 것을 이상하다고 본 사람이 몇 명 있었는데 이쯤 되니까 정말로 숨겨둔 자식이 아니냐는 얘기가.”

“크흠. 아니야. 나는 니벨룽 가문의 사람이다.”

확실히 소문이라는 것은 가짜든 진짜든 간에 여러 가지가 섞여 그 사람들 주위에 떠다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만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화제가 시온이라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제 잘못된 얘기를 하는 자에게 경고하겠습니다. 목을 간수 하고 싶으면 조심하라고요.”

“?”

“그런데 오늘 일이 많으십니까? 지금, 시간을 한 번 내주기를 바라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뭐? 누군데.”

“사실···. 많습니다.”

“그래서 누군데.”

“거의 그렇습니다.”

“마리 님도?”

“예. 근데 이제 하실 일이 있으시다고 해서.”

“그래. 있지. 피하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근데 무슨 일을 하시려고.”

“만들 것이 있지.”

“제작하십니까?”

“하지. 나 마법사다. 마법사가 일이 있다고 하면 뭘 하겠나?”

필립스는 없던 마음도 점점 더해지고 있었다. 다른 자들이 하나만 달성해도 어려운 일들인데 양방향에 대해서 어느 하나 행동이 밀리는 것이 없던 것이다.

시온은 필립스의 눈에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맞았다. 뭔가 공식적인 일이 있기 전까진 개인 시간을 좀 가질 생각이었다.

금박의 정수를 본격적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살 수 있는 재료는 초이를 통해서 사고 가질 수 있는 재료는 벤 남작의 금고에서 가져다 쓰고 있었다.

재료가 풍족하면 시도할 수 있는 연습량이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시온은 그것을 할 예정이었다.

ㆍㆍㆍ

협상 일은 벤 남작이 항복함과 동시에 빠르게 일어났다. 그 협상의 대표로 시온이 뽑힌 것은 만장일치의 결과였다. 어쩔 수 없이 시온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갔다.

‘하 저 녀석 상태가 안 좋단 말이야. 대우도 잘해줬다는데 왜 저래?’

얼마 전에 전장에서 서로의 목을 겨눴던 피에르의 상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필립스의 말에 의하면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그런 말도 들어서 더욱 그랬다.

출신이 높은 자제답게 충격 또한 배로 커서 그런지 자기가 포로로 잡혔다는 상황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 

시온은 정수 제작의 연습 때문에 뒤늦게 합류한 상황이었는데 잠깐 쓱 봐도 상태가 좋아 보이질 않았다.

“뭘 좀 먹여봤어?”

“잘 안 먹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뭔가를 중얼거릴 때도 잦습니다.”

“대우는 어떻게 했나.”

“아까 말씀드린 데로 최상의 예우를 했습니다. 밥도 잘 드리고 저택은 벤 남작보다 더 좋은 곳에서 모셨습니다.”

하여튼 지금 앞에 있는 자가 말하는 내용은 포로 중에서는 가장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의 긴 구절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잘 먹지를 않아 저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협상의 대상이 저런 상태이면 조금 풀어가기가 힘들 수도 있었다.

“경이 한번 해보면 어떻습니까?”

어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면 굉장히 심각한 것이었다. 말을 들어 보니 이미 실랑이도 상당했고 다른 자의 말은 아예 들어 먹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들보다 더 원인인 자신이 말한다고 그렇게 될까? 시온은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저로 될까요.”

“그래도 한 번 경이 해주면 좀 나을 것 같습니다.”

“뭐 정 그러시다면 저는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차라리 미리 오리엔 영주에게 할 말을 정해두는 게 나을 겁니다.”

떠밀리듯이 간 시온은 대강 시늉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다. 피에르는 묶여있지만 그런 거를 빼고는 매우 좋은 대우의 상태였다.

피에르의 눈이 시온을 향했을 때 초점이 없던 것이 갑자기 눈동자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본능이란 무서운 것이다. 철저하게 시온에 대해 두려워한 피에르는 갖은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군. 피에르. 상태가 영 아닌데, 뭘 좀 먹어야 하지 않겠나?”

“예. 주시면 먹겠습니다.”

“?”

너무나 빠르고 정확한 대답에 시온은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주위에 있는 보병과 기사 하나는 전부 다 놀란 상태였다. 애초에 지금 시온도 놀랐다. 제정신이 아닌 거로 알고 있었는데······.

어레이를 흘깃 보자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흠흠. 그래. 어이, 음식 좀 가져와 봐.”

“알겠습니다.”

시온이 그것을 받아다가 그의 아래에 내려놨다. 내려놓자마자 피에르가 고개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

“?”

“?”

다들 긴급상황에 당황했다. 귀족인지라 시녀를 붙여 떠 먹여주는 것이 관례였다. 시녀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시온이 음식을 놓자마자 얼굴을 박고 먹기 시작한 것이다.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피에르는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순식간에 다 먹어버린 것이다.

“됐..됐습니까?”

피에르가 시온의 눈치를 미친 듯이 보기 시작했다. 

“.......”

뭐 잘된 일이었다. 가다가 아사했다가는 후폭풍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더 다행인 점은 생각보다 제정신이었다. 말도 잘하고 눈빛도 빠릿빠릿했다.

“죄송합니다. 더 먹겠습니다.”

시온이 잠시 생각에 잠긴 걸 오해한 피에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니다. 앞으로 이 일정에서 식사를 거르는 일은 하지 말도록 하자. 몸 성히 집에 돌아가야지. 맞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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