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101/304)

금박의 정수(2)

“운이 좋았다.”

시온의 몸은 황금색의 빛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금박의 정수를 만들어 낸 것이 너무 운이 좋았다. 

그리고 그것이 쉽게 만들어진 탓에 순간적으로 강하고 세찬 유혹을 느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떠밀리듯이 먹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의 결말로 따지자면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후, 엄청난 마나로군.”

이것저것 생각하지도 않고 급히 먹은 탓에 곧바로 마나 수련법을 되뇌고 움직여서 많은 마나에 대한 자극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에만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삼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쌓아올리는 데에만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는 바로 이 넘쳐흐르는 마나다.

“정수를 만들고 바로 먹어야 만이 이것이 극대화되지.”

고대의 제작법으로 만들어내는 정수들은 얻어 내기 위해 힘을 들이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많은 양의 결과물을 얻게 되지만 이러한 단점도 몇 가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시온 경!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저것은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는 징조가 분명하오!!!”

밖은 그야말로 쏟아지는 소리로 어지러울 정도였다. 시온이 사흘 동안 나오지 않던 탓에 다들 무슨 일이 있을까 해서 모여 있던 것이었다. 

이 협정을 이끌기 위해 보내졌던 영리한 귀족들이든 용맹한 기사들이든 마법사들이든 이 앞은 다양한 자들로 가득했지만 딱 하나 시온에 대한 궁금증 하나로 모여든 자들이었다. 

“괜찮다. 지금 나가겠다.”

‘너무 오래 걸렸군.’

시온은 금박의 정수를 받아들이는 일에 깊이 빠져 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밖에서 여러 소리가 동시에 터지는 것을 보니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온이 밖으로 나왔다. 

‘뭐가 이렇게 많아.’

시온의 앞에는 여러 가지 일을 막기 위해 돌리는 보병들을 떼어놓고는 거의 다 있는 수준의 규모였다. 누가 보면 경매장으로 착각할 정도의 규모였다.

-대체 무슨 일이?

-시온 경의 몸에서 빛이!!

-설마?!!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의 불확실한 가정들이 마구잡이로 내어 내던 자들이 안두르의 외침에 귀를 모으기 시작했다.

“시온 님이 마법사의 다음 단계에 들어가셨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리곤 재빠르게 앞으로 뛰어나갔다. 안두르는 시온의 모습에 감탄하고 아주 지나칠 정도로 자극받아서는 이어서 말했다.

“시온 남작님. 설마 다음 단계에 들어가신 겁니까?”

어지간하면 숨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리 생각지 못한 금박의 정수 제작 성공에 그것을 먹어버려야겠다는 유혹을 참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것인데 누굴 탓할까.

“맞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설마······.”

“그건 비밀로 합시다.”

안두르가 또 조심하지 못하고 잘못했다는 생각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급하게 심장이 급하고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큰일 났다. 여기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준비해 둔 일이 물거품이······.’

그는 흘깃 시온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시온은 목적한 것을 이룬 기쁨에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다들 나를 기다렸습니까. 그거 미안하게 됐군요. 그럼 다시 출발합시다.”

미리 전서를 보내두었기 때문에 해야 할 것들이 잔뜩 꼬여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온 때문에 늦어진 이 상황에 대해서 불만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이번에 얘기할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시온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알고 있으면 어떤 모임이나 관계에서도 먹힐 것이기 때문이었다.

“경.... 시온 경.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흘 동안 같은 자세로 있던 볼브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사우나라도 하는 것 같았다. 

“?”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볼브 너 왜 여기에 있지?”

시온은 볼브를 피에르와 함께 오리엔에 적당한 가격에 그를 넘겼었다. 그에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기회를 줬다.

“오리엔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닙니다. 저는 시온 경의 무훈에 감탄했습니다. 저의 검을 받아 주십시오.”

받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시온도 슬슬 작위를 받고 나서의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작위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기세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기 마련이었다.

그런 적극적으로 맞아들이는 것 중 가장 전형적인 것이 쓸만한 기사를 물색하고 발탁하는 일이었다. 

볼브 정도면 쓸만한 정도가 아니라 군의 맨 앞을 맡기고 돌진 작전을 수행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건 직접 겪었던 시온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근데 몸값 줬잖아.’

시온은 물론 볼브의 몸값을 받아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볼브가 이렇게 마음을 바꾸기로 정했다고 할지라도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걸 어떻게 받겠나. 이미 네 자유를 대가로 금화를 받았는데.”

“괜찮습니다. 그 금화는 제가 다시 갚겠습니다.”

“?”

시온이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이 되자 그가 바싹 놀라서 소리쳤다.

“저를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여기서 죽겠습니다.”

“?!!!!!”

“!!!!!!!”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데 그야말로 강행 수를 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금 이곳이 어수선해졌다. 기사의 결단이라는 것은 여기까지 벌어질 수도 있지만 어지간해선 보기 어려운 진귀한 광경이었다.

‘어쩔까······. 그냥 받아?’

아무리 자신이 갚겠다고 해도 관습적으로 문제는 있었다. 그러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그림이라면 다른 점을 높게 사서 받아들였다는 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서 생각하자.’

“알았다. 그 정도 각오라면 합류를 허락한다.”

시온은 무슨 단어를 써야 이 녀석이 만족할까 잠깐 생각해보다가 생각이 나질 않아 대충 말했다.

“크허허허헝.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온 경.”

“?”

볼브가 아주 뜻밖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흘 동안 스트레스가 더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치달은 상태에서 시온이 허락을 하자 눈물이 터진 것이었다.

-적이었던 자를 용서하다니.

-명예롭다. 정말로 명예로워.

사람들이 미친 듯이, 낮은 목소리로 시온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볼브를 다르게 보고 있던 자들이 있었다. 시온에게 합류한 여덟 명의 기사들이었다.

-와 저 새끼 머리 잘 굴렸네.

-사흘 동안 저것만 연습한 건가?

-저런 더러운 놈이 시온 경의 호의를 사다니.

-저런 건 배워야 한다.

ㆍㆍㆍ

원래 기사의 직급에 있는 자에게 기념식 같은 것을 해주지는 않았다.

다른 때와 다르게 같은 개선식이라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축제는 펜부르크에서는 전혀 없었던 경우였다.

그 정도로 큰 축제가 준비되고 시온이 오는 날만 손을 꼽게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한테 있어서 시온은 이미 최고의 명성을 달리고 있었다. 

그 어떤 기사와 비교해도 이미지 적으로는 압도할 정도였다. 기반이 없는 자유 기사가 영지의 위기에 맞서 명을 받고 반격하러 나가 깡그리 격파한 것이다.

안 그래도 난투전에서 우승했을 때부터 인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그때가 우스울 정도였다. 

그런 밑 작업이 잘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마리의 축제 준비는 펜부르크 역사상 가장 큰 축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축제라는 것은 그것 자체로 어마 무지한 금화가 들기 마련이었다. 

이 정도 급은 영지전 후에 바로 벌이는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살짝 경제가 흔들릴 정도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축제를 준비하는 펜부르크에서 가장 고위 직책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모두 시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하나로 모은 상황이었다. 

뺏길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책임자인 렌 가문이 시온과 관계를 다지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렌 가문의 자금까지 풀고 있던 것이다.

그 정도인지라 소문을 듣고 다른 곳에서 사람이 몰려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이유엔 시온의 존재가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시온의 소문이 이미 지역에는 전부 넓게 퍼진 것이었다. 이 젊은 기사를 보기 위해서 다른 지역의 귀족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펜부르크는 미어터지고 있었다. 시온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얼마 뒤의 일이었다. 

‘얘들 뭔 짓 한 거지.’

시온이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축제가 커도 너무 컸다.

‘그만큼 악연이었나?’

시온은 자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여전히 몰랐다. 그리고 한 무리가 시온을 맞이했다.

“시온 경이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전설적인 승리를 축하합니다. 저는 베르토 렌입니다. 이번 일의 직책을 맡았습니다.”

렌은 얼마나 발음을 연습하고 반복했는지 시온이 딱 들어도 티가 날 정도였다. 

시온은 렌 가문을 알고 있었다. 무려 영지전에 나가기 전으로 돌아가자면 렌 가문의 사람들은 시온에게 껄끄럽게 대했었다.

그런 자들이 갔다 오자마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부 자세가 바뀌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흠을 잡을 수 없는 자세였기에 시온은 그에게 좋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따라서 펜부르크 안으로 아니 안으로 들어가기 전인데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신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온 니벨룽!!!”

“시온!!!!”

“이쪽을!!! 그 영광을 한 번만 보여주십시오!!”

시온은 솔직히 살짝 겁이 날 정도의 광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나. 그냥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는데 이런 게 있는지 왜 아무도 안 알려 준 거지?’

이것도 다 렌의 작품이었다. 

이런 사교 모임을 자주 여는 렌 가문의 자제인 베르토는 그냥 준비해서는 안 좋은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해서 아예 방향을 이런 식으로 극대화하기로 작전을 짠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시온은 바로 난투전의 몇 배 이상의 규모의 인파와 사람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야말로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좆됐다.’

시온은 진심으로 긴장했다. 이 인간들 모두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는데 시온은 결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다. 

시온은 그냥 전장에 서면 섰다. 오히려 그게 편했다.

‘손을 들까? 아니면······.’

시온의 고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보통은 손이라도 들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반응 없이 지나가게 되었다.

“!!!!!!”

“?!!!!”

“익숙한 건가?”

“아니면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렌 역시 시온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실수를 하긴 했군.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불편한 것이 바로 렌일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한 가지를 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비를 털어서 선물을 하나 마련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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