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기사(2)
시온이 단번에 뛰어나가자 기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나 빠르고 의외였기에 제대로 맞춰서 움직이지 못했다.
게다가 이 정도 인원이라면 최대한 방어를 하는 것이 누구나 선택할 만한 그런 보통의 전술이었다.
그런데 이런 숫자를 생각에 두지 않고 그냥 돌진해 버린 것이다. 그 정도의 대범함, 그것이 기사들을 흥분하게 했다.
아주 명예로워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는 자도 있었다. 에슬린과 카롤리나였다.
마법사인 그들이 보기에 시온의 행동은 정말로 탁월할 정도의 명쾌한 진격이었다.
‘역시 저 인간은 마법사가 맞아. 기사의 탈을 쓴 마법사지. 이 정도의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마법사라는 것은 단순히 마법에만 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즐기는 많은 체스 게임들은 고도의 규칙을 넣어 이러한 전술적인 부분을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배우곤 했다.
에슬린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 정도로 시온의 전술 판단은 죽어다 깨나도 자신은 하지 못할 그런 명쾌한 수였던 것이었다.
“마브리드 두목. 잠깐만 저기 돌진해 오는데요?”
“무슨 소리야?”
“보십시오.”
“허 씨발. 대단한 자일세. 과연 드높은 시온 니벨룽 답군.”
마브리드 역시 강도 기사다. 이자는 괴레급의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기사 출신이다.
그러니 한 무리를 이끄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만큼 시온의 행동이 얼마나 감탄스러우면서도 하기가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왜냐면 마브리는 본인은 이런 상황에서 그냥 도망쳐버렸으니까. 오래된 일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온이 도적들에게 도달했다. 앤드류의 메모라이즈가 오랜만에 제대로 가동했다.
메이스의 이름치고는 상당히 악한 듯한 헤드 브레이커가 시온의 손에서 달려드는 상대의 머리에 떨어졌다.
쾅-
‘저번보다 더 빨라졌군.’
시온도 자신의 속도에 놀랄 정도였다. 연습은 지독히 반복했었지만 제대로 된 실전은 이번이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메이스에 걸려 있는 각종 마법은 더욱더 빠른 속도와 충격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방금 머리를 맞은 인간은 머리가 박살이 나서 공중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 일격이 너무나도 대단해서 뒤에 따라오던 기사들도 넋을 잠시 놓을 정도였다.
시온은 단번에 두목인 마브리드의 위치를 알아냈다.
깃발 아래에서 가장 좋은 마법 장비를 차려입은 녀석이 이들의 두목인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다른 자라면 찾는 데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시온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시온에게는 두세 가지의 방법이 있었는데 하나는 마나로 상대의 장비를 감지할 수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냥 요즘 따라 예리해지고 있는 직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온의 근본은 마법사인지라 탐색 마법 액세서리를 가동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온은 눈 깜짝할 사이에 네다섯 명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너무나 간단했다.
‘지금부터 미리 줄여놔야 하나?’
앤드류의 메모라이즈는 제어를 미리 해야 멈추는 법이었다.
이왕이면 두목을 사로잡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미 몸은 계속해서 도적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말이 도적이지 이들은 일반 도적이 아닌지라 용병급의 무구와 장비를 갖추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즉 갑옷을 어느 정도 잘 차려입은 녀석들인데 시온의 메이스에 맞을 때마다 한 번에 온몸의 뼈가 박살이 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쓸 필요도 없는 상황, 너무나도 빠르고 세찬 기세로 곧장 뚫어버리자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괴물!!!!! 괴물이다!
-사람 새끼냐고!!
-시온 니벨룽이다! 시온 경이다!
-소문 이상이잖아!
시온이 벌이고 있는 마구 죽이는 모습은 어지간하면 꿈쩍도 하지 않을 도적 보병들의 정신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삽시간에 공포가 전염되어가는 것이었다. 너무나 압도적이어도 너무 심했다. 이 정도 급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른 기사들이 그제야 도착했는데 이미 도적 보병들은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꺾여 버렸다.
사방으로 피곤죽이 나는데 달려든다는 것은 그냥 부나방이나 다름이 없었다.
곤충이면 모를까 불덩이에 뛰어드는 인간은 없는 것이다.
“뭐해!!! 막아!!! 막으라고!!! 뭐하는 건데!!!!”
마브리드가 미친 듯이 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나 놀라서 악에 받치기도 했으나 그 목소리에는 공포가 이미 물들어 있었다.
그냥 부하들이 당하는 것만 봐도 이미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죽어도 못 이겨. 이건. 어떡하지? 씨발. 좆됐어. 좆됐다고. 어떡하냐고.’
그래서 오히려 악영향이 있었다. 두목의 겁먹은 목소리 덕에 안 그래도 힘이 없던 그들의 의지가 꺾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
시온은 한 번에 뚫려버린 마브리드를 향한 길을 보았다. 무슨 바다가 갈라진 것처럼 길이 열린 것이었다.
어쨌든 이 상황을 놓칠 시온이 아니었다. 이유야 뭐든 일단은 내달려서 결과를 가지는 것이 아무래도 맞는 것이었다.
시온이 내달리자 마브리드의 이가 딱딱거리고 떨렸다. 도망쳤어야 했는데 다리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도저히 한 방도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마지막 악은 써봐야겠는지 마브리가 이미 뽑은 검을 고쳐 잡았다.
퍽-
그리고 머리가 박살이 났다.
그의 몸에서 온갖 전류와 불길이 솟아올랐다. 생각보다 마법 장비가 잘 갖춰져 있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시온도 마법 저항 장비를 다 갖추고 있기에 그것들은 약간의 그을림 정도만 시온에게 남기고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부들부들 떨다가 머리가 움푹 들어가서 깨진 방금 까지 시온을 노리고 있던 마브리드가 개구리처럼 퍼졌다.
‘뭐야, 왜 이렇게 약하지? 도적놈이라 그런가?’
시온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정도로 시원하게 일을 처리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까 가졌던 예상처럼 모르고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두목!!!!”
“두목이 죽었다!!!”
근처에 있던 자들 몇 명이 그렇게 놀라서 발작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꽤 많은 수가 있는데도 이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다가 갑작스럽게 두렵고 무서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알았다.
도망치기 시작하는 거였다.
-아니 대체 이건.
-믿을 수가 없군.
-이 정도의 실력이었다니?
시온을 따라오던 기사나 일행들 모두가 경악했다.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호른 백작은 아예 턱이 빠질 정도였다.
애초에 그가 여기에 온 것은 시온을 라레테저닛으로 유혹하기 위한 것 시온은 그것을 다시 한 번 한참을 끌어올린 것이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냐고!!”
괴레가 도착한 것은 바로 일어난 일었다.
최대한 빨리 왔는데 그사이에 일이 터진 것이었는데 너무나 상황이 급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마브리드가 죽었답니다.”
“뭐? 이런, 거지 같은 녀석이 그것도 못 버텼단 말이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두목.”
“야 이 멍청아. 마브리가 그냥 죽었겠냐? 이대로 잡아낸다. 부상을 분명히 입었을 거다. 시온 하나만 잡아내도 엄청난 이득이야.”
괴레가 그렇게 말하고는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시온이 보이자마자 말에 박차를 가했다.
“시온 경!”
시온도 알고 있었다. 남자 하나가 빠르게 좁혀 오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들고 있는 장창은 완전한 훈련을 마친 하나의 뾰족한 모서리나 다름이 없었다.
시온은 동시에 메이스를 던졌다.
사실 시온이 던진 것은 아니었다. 시온의 의사와 다르게 앤드류의 행동각인 마법이 자동으로 잡아낸 것이었다.
기사가 무기를 던지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었지만,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속도와 힘으로 날려 버렸다.
벨저 네로빙거는 이런 변칙에도 능했다.
그의 기술을 제대로 얻은 시온이 이 기회를 알아차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뭣??!!!!”
시온이 메이스를 날리자 괴레의 동공이 급격히 커졌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였다. 그리고 정확하고 빠르고 치명적이었다.
‘죽었다.’
주마등이 빠르게 흐른 괴레의 입에서 악에 찬 울음이 터진 것은 동시였다.
“끄아아아악!”
시온의 메이스가 그의 어깨를 맞췄고, 관련된 곳을 다 으깨버렸다. 뼈가 움푹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의 갑주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시온의 괴상할 정도로 뛰어난 힘도 힘이지만 미스릴의 높은 급의 재질로 만든 메이스의 충격량도 여기에 한몫했다.
다시금 일행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특히 에슬린은 또다시 깨달음을 얻을 정도였다.
시온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극도로 효율적이었다.
“아니 대체!!!”
말이 순식간에 방향을 잃고 그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괴레가 벌떡 일어났다. 그만큼 장비가 물리 방어에 뛰어난 무구였던 것이다.
죽음을 느낀 그의 호흡은 미친 듯이 빨라지고 눈은 시뻘게졌다.
그리고 온 전신에 졸도 할 것 같은 심장의 요동 소리가 퍼졌다.
시온이 달려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가 소리를 내질렀다.
서로가 무기가 없는 상황, 이럴 때의 기사는 서로의 맨손으로 상대를 작살을 낸다.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시온은 이 격투술만은 굳이 앤드류의 마법이 없어도 뛰어난 수준이었다.
그런데 사실 저번에 마나의 양이 늘어나면서 격투술도 여기에 각인시켜 놓았다.
“내 손!!!”
시온이 그의 손가락을 그대로 부쉈다. 단숨에 일어난 일어났다.
‘잠깐 멈춰야 하나?’
시온은 마법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너무나 빨랐고 마법의 발동도 너무 빨라서 정신 차려보니 여기에 도달해있었다.
‘설마 무기를 던졌을 줄이야. 이 마법은 대체.’
시온도 도대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를 잘 모르는 행동각인마법이었다.
잠깐 멈춘다고 했는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손도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지고 시온의 손은 벌써 마지막 팔뚝을 부러뜨린 다음 상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목이 부러지려는 상황, 괴레의 눈이 점점 뒤집혀갔다. 그리고 시온의 앤드류 마법의 발동이 멈췄다.
개 거품이 나고 있는 괴레의 얼굴이 보이고 시온은 손을 놨다.
그대로 쭉 뻗어 가는 괴레의 모습과 함께 기사들이 달려왔다.
“시온 님!!”
“맙소사.”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대단하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이실 줄은 다시 한 번 이 소인은 감동했습니다.”
기사들이 서로서로 앞다퉈 말을 내뱉었다.
목소리에는 모두 격앙된 흥분이 담겨 있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솜씨를 눈앞에서 본 탓이었다.
이것을 볼 수 있다면 가진 재산을 다 줘도 상관없을 정도의 엄청난 실력이었다.
“경을 보호해라!!!”
“저희에게도 일을 주십시오!!”
“죽여!!!”
그제야 시간이 멈춘듯한 마법이 풀리게 되고 약간의 혼란스러운 싸움이 바로 이어졌다.
괴레가 당하는 모습은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건 못 이겨. 못 이긴다고!!!”
“두목 아직 살아 있잖아!”
“이 병신아. 두목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이 없어!!!!”
괴레 역시 부하들의 공포에 대상이었기에 부하들의 판단을 잠깐 망설이게끔 하였지만 이미 시온이 보여준 그 모습은 이들이 알고 있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한 자들이 남기는 먼지가 자욱하게 났다.
시온이 입을 열었다.
“흠, 에슬린 님. 이 녀석 알고 있습니까? 아까 도적놈들 알아보시는 것 같던데.”
“해골 남작. 괴······. 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