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304)

괴레의 은신처(1)

해골 남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다시피 괴레는 남작들을 괴롭히는 도적으로 널리 알려졌었다.

이런 이름이 붙을 정도로 그는 작위를 받은 적도 없으면서 남작들의 남작이라고 불릴 정도의 악명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지금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매고 있었지만 말이다.

시온의 메이스와 이곳저곳을 두들겨 맞은 그의 뼈는 거의 다 무너져 있었다.

시온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사실이라는 것을 이들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괴레를 버리고 시온을 피해 쫓기듯 달아난 그의 도적단은 사실상 끝이나 다름이 없었다. 

괴레 하나가 중요한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엔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해도 단번에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을 돌파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중요한 법이었다. 

시온은 괴레의 머리를 들어서 흔들흔들 흔들었다.

“죽은 건가.”

“시온 경! 그러면 정말로 죽게 됩니다!”

호른 백작이 빠르게 뛰어 왔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일에서 놀란 나머지 딱히 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시온의 모습을 본 그는 상당히 감정이 벅차오른 상태였다. 

자신이 선물한 메이스의 가치를 한참이나 그 기준을 웃도는 사람이다.

자기의 예상이 맞았다는 충족감은 물론이지만, 더욱이 시온을 놓칠 수 없었다. 여기서 뭔가를 보여야만 했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시온은 거품을 물며 문신이 그려져 있는 괴레를 보았다.

그의 목에는 다양한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모두 해골이 된 기사들을 뜻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기가 결딴을 낸 기사들을 뜻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아닙니다. 제가 시온 경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호른 백작이 바싹 타듯이 소리쳤다. 

그는 어떻게든 시온에게 조금이라도 뭔가를 더 해줘서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해골 남작 괴레는 굉장한 현상금이 걸려있습니다. 살아서 데려가면 더욱더 많은 금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제 인맥을 통해 그 금화를 더 받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금화를 더 받게 해준다니 이러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작위가 대단하다고 해도 남작령은 남작령이었다. 

다른 주요 도시보다도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보통은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금화를 더 긁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데리고 갑시다.”

시온은 괴레를 놨다. 

그런데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아무리 봐도 그냥 내버려 두면 죽을 것 같았다.

카롤리나는 치료에 능한 서품 마법사이기에 이런 문제를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다만 그녀는 여전히 넋을 놓고 있었다. 에슬린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

“저 정도는 가능하잖아. 카롤리나. 안 들려??????”

그제야 카롤리나가 정신이 들은 모양이었다. 그녀 역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시온에게 기억이 되고 싶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힘을 주고는 그녀는 시온의 앞으로 뛰어갔다. 방금까지 멍해 있던 여자라고 보기 힘든 속도였다. 

그 모습에 에슬린이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저런 그녀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아무래도 시온의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 지가 중요한지라 그녀는 시온의 모습을 살폈다.

“가능합니까? 그거 다행이군요. 해골 남작이 상당히 악한 짓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죽지 않게끔 가능하겠습니까. 나중에 보답하겠습니다.”

“보답? 정말인가요? 네 어떻게든 살리겠어요.”

‘금지된 마법을 살려서라도 살리겠어.’

그녀 역시 한 명의 서품 마법사. 서품 마법사를 받기 위해선 단순히 좋은 쪽으로만 마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마법에는 그림자가 짙었다. 그녀 역시 그런 마법까지 두루 익히곤 있었다. 다만 마탑에서의 인정이 없으면 사용해서는 안 됐다. 

한 마디로 이런 걸 마구잡이로 사용했다가는 서품 직을 도로 돌려줘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할 일은 일어나진 않았다. 그녀의 솜씨는 좋았고 괴레의 상태는 조금씩 좋은 쪽으로 되어 갔다.

그녀는 혹시나 시온의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시온을 몇 번이고 봤지만 시온은 괴레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괴레가 일어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일이 거의 끝나 있었기에 날은 거의 저물어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으어어어? 아악!”

악몽을 꾼 것이 분명한 듯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해골 남작이 일어났다. 

괴레의 얼굴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지독한 고통이 그를 찾아왔다. 

누군가를 항상 고통을 주곤 있었지만 자기가 그 고통의 대상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한 자였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고통보다도 더 무섭고 실재하는 인간이 근처에 있는지를 매섭게 훑었다.

‘인···.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그럴 수가 없어.’

인간 이상의 두려움, 그런 실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나름의 애를 썼던 그는 시온이 자기 같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이빨이 딱딱거리고 떨었다. 그 정도로 몸이 먼저 마음이 반응하고 있었다. 

지금 아픈 것보다도 더 무서운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거였다.

그렇게 숨으려고 했건만 피에르가 곧바로 알아차리곤 소리쳤다.

“시온 경! 여기 해골 남작이 일어났습니다! 어서 와 보십시오!”

다른 자에게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 피에르는 진짜 눈도 깜짝하지 않으며 괴레가 일어나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괴레는 피에르를 자기가 주었던 사람 중에 가장 큰 괴로움을 느낀 자보다 심한 것을 안겨주고 죽이고 싶었다. 

그 정도로 그는 시온이 두려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일어났군.”

시온이 그의 앞에 간 것은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후였다. 

목소리의 나는 쪽을 향해 그의 고개를 확 돌아갔다. 그리고 확인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피에르가 시온에게 속삭였다.

“제가 봤을 때 분명히 모아둔 것이 꽤 많은 겁니다. 이 녀석의 은신처에 가시죠.”

“과연 쉽게 말할까?”

옳은 부분인 것은 맞았다. 다만 그것을 쉽게 말할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모아둔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을 쉽게 포기할까. 그러려면 귀찮은 수단을 써야 했다. 

또 거기엔 여전히 이 자의 부하도 많고 함정도 있을 것이었다. 꽤 위험한 짓이다.

‘생각이 있는 녀석들이라면 아까 도망갔을 때 은신처에 들려서 가질 거 가지고 도망갔겠지.’

“일단은 한 번 해보시죠.”

시온은 이게 시간 아깝지 않게 바로 될까 여전히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입을 열어 보기로 했다.

“........”

“나를 아나?”

“시온 니벨룽...”

대답하는 것을 보니 좋은 기미였다. 입을 안 열면 그냥 이대로 갈 생각이었다.

“아는군. 너희가 노렸던 것이 내가 맞나?”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어.”

“내가 맞는다는 얘기군.”

“말을 높이지 못해? 이런 개-”

피에르가 옆에서 얼굴이 붉어져서 소리쳤다. 시온은 효과가 있을지 약간 의문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알겠습니다.”

두 번째도 좋은 기미가 보이자 시온은 갑자기 바로 얘기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손가락 하나씩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너희가 있었던 곳에 가야겠다. 안내할 수 있나?”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저를 고문하지 않으실 겁니까? 약속해주신다면 해드리겠습니다.”

“?”

순간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잠시 고민한 시온이었다. 시온은 그런 건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얼굴을 보아하니 진짜로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좋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주신다면 거기에 가는 길과 함정을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죽더라도 이 인간에게 당해야 할 것들은 피해야 해.’

이것이 괴레의 머리에서 쥐어짜 낸 답이었다. 

시온이 오는 동안 조금이라도 살기 위해 이런 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주마등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흠, 그래. 그러면 피에르 네가 이 녀석을 맡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 임무 영광스럽게 따르겠습니다.”

관리를 맡기고 시온은 다른 자들에게로 돌아왔다. 

너무나 빨리 온 탓에 다들 순간 괴레가 굳세게 버티는 것 같아 일단은 그만둔 건지 알았다.

괴레의 이명이라면 그 정도도 모자라지 않았다. 

“다들 준비해. 지금 움직여야 할 것 같다.”

“???”

다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은 여기서 잠깐 쉬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왜입니까?”

어레이가 되받아 묻자 시온이 말했다.

“괴레가 자기 은신처를 불었습니다. 아마 거기로 안내할 것 같습니다. 함정도 알려준다고 했는데 이건 한 번 같이 생각해 봅시다.”

“?!!!”

순간 이들은 시온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잠시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괴레가 어떤 사람인데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보다 시온이 돌아온 시간이 더 놀라웠다. 

저 정도 대답을 받아내는 것은 삼일 밤낮 모진 압박에 유혹을 다 해도 할까 말까인 그 정도의 내용인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에슬린이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로 시온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시온이 내렸던 순간적 상황 대처에 대한 수들을 곱씹고 있는 와중에 이런 일은 그에게 새롭고 거센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도저히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물어봤더니 알려준다고 하더군요.”

‘말하지 않을 셈이군······. 따라갈 것은 이런 것을 놓치다니. 이런 실수를 하다니.’

에슬린은 속으로 깊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흘러가 버린 일이었다. 다음을 놓치지 않겠다는 그런 다짐 정도를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ㆍㆍㆍ

“여기서부터는 안개 마법이 있습니다. 환영과 미로가 섞입니다.”

“?!”

“!!”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른 의미의 놀람이었다. 일개 도적 수준이 아니었다.

단순 도적이라면 이 정도의 마법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려웠다.

해골 남작이 있는 곳은 비밀에 싸여 있었는데 그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것을 대체 어떻게 구한 거지?”

에슬린이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 밝히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도적놈이.’

순간 화가 잔뜩 났지만 겨우 참았다. 이곳에 와서 성격이 많이 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래였다면 벌써 불덩이를 만들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줬을 것이었다.

“그래, 이것을 어디서 구했나.”

시온도 마법사인지라 궁금했다. 자기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괴레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운이 좋았습니다. 붉은색 모자를 쓰고 다니는 서품 마법사 하나를 잡았는데 그가 가지고 있던 겁니다.”

“붉은 보석 에셉! 네가 감히! 네 녀석이었나?!”

“.......”

“묻잖아.”

“예, 제가 맞습니다.”

미로에 놓인 돌의 방향을 바꾸자 안개가 바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다른 땅의 모양이 나타난 것이다.

돌리자마자 낯선 이들이 있었다. 

“두···. 두목!!! 설마!!!”

“너희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시온 경에게 항복해라. 아니면 여기서 죽을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을 당했길래 두목이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지?’

꽤 있는 숫자 모두가 모두 당황하다 못해 공포에 벌벌 떠는 수준이 되었다. 

시온이 한 발자국 나서자 파도가 일어나듯이 뒤로 물러들 섰다.

“항복합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시온 경.”

시온이 보내자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기를 빼앗고 이들을 줄을 묶듯이 줄줄이 묶어나갔다.

“두목,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미로를 설마 알려준 겁니까?”

“........”

괴레는 부하들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상태였다. 

그의 성격과 실력과 깡을 알고 있는 자들은 결코 지금 저런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괴레는 지금 겨우겨우 참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였다. 그만큼 시온에게 당한 것이 뇌리에 깊숙이 새겨진 것이다.

“시온 경. 뒤에서부터는 여러 가지 망루가 있습니다. 제가 안쪽까지의 비밀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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