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기우스의 갑주(1)
시온의 그가 걸치고 있는 갑옷을 봤다.
물론 그가 제국 기사단의 대장이라는 직위 덕에 저런 갑옷을 입을 수 있었겠지만 그걸 떠나서 저 정도의 갑옷을 가질 수 있는 건 운이 좋다고 봐야 했다.
저기에 걸려 있는 초경량화 마법과 대마법진은 결투와 난전 모두에 도움이 되는 갑옷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엔 가장급이 높았다. 확실히 수도의 기사라 그런지 단장급이 아닌데도 저런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저걸 온전히 가져야 한단 말이지.’
저 정도의 갑옷은 아무래도 피해에 민감했다. 어쩔 수 없었다. 마치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유지하는데 더 많은 금화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저것을 수리해줄 수 있을 만한 솜씨 좋은 대장장이와 다양한 마법사가 필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즉 수도에서 해결을 봐야 했다는 점, 그러니 저것을 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응했을 때는 이것까지 생각을 해둬야 한다.
‘가능할까?’
이기는 것을 넘어서 갑옷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이기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시온 밖에는 없을 것이었다.
“블랙 기사단 가이언입니다.”
“시온 니벨룽.”
간단한 얘기가 끝나고 양쪽의 투구가 내려갔다.
그것은 시작의 신호였다. 이 정도의 기사들끼리에서는 딱히 누군가가 시작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
‘무기 파괴, 그리고 투구 벗기기. 이 두 개에 다 걸어야겠군.’
시온은 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 행동각인마법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것이 말을 잘 들을지 안 들을지는 시온도 잘 몰랐다.
어떻게 보면 이 마법은 어느 정도 길들어진 짐승을 다루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일격이 지나갔을 때 주변에서 아득한 소리가 났다. 이미 더 강해진 육체와 방대한 마나를 얻은 시온의 공격은 그야말로 혜성 같았다.
‘무기파괴, 무기파괴, 투구, 투구.’
시온은 이 두 가지 단어를 미친 듯이 반복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몸이 그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금박의 정수 인어의 결정체로 얻어진 대량의 마나가 더 강한 제어의 힘을 시온에게 부여한 것이다.
“뭣!!!!”
정확히 세 대에 자신의 검이 금이 쩍 가자 무쇠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가이언의 입에서 믿기 어렵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가 무쇠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갑옷이 가지는 가치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대대로 내려오는 롱기우스의 갑주는 고대 기사인 롱기우스가 입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갑주였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여기에 걸려 있는 초경량마법은 다른 기사가 갑주를 입기 때문에 가지는 그런 단점을 완전히 없애 버린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시온이 방금 보여준 실력과 용맹은 그것을 한참은 웃돌았다.
‘투구 끝을 노린다!!’
주위에서 경악하거나 말거나 시온의 온 정신은 가이언의 투구 끝에 집중돼 있었다.
마법을 다루는 이런 공격 방법은 하나의 줄다리기 같은 느낌을 시온에게 주었다.
즉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상대의 머리는 그냥 헤드 브레이커에 의해 박살이 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금이 갈 정도로 내려쳐 진 무기는 두세 번의 공격을 더 못 받아내고 공중으로 날아갔다.
자연스럽게 그의 투구를 쓴 머리가 노출되었다. 이제 시온이 집중했던 그 결과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순간이었다.
깡-
강력한 힘 때문에 투구가 밀리듯 날아갔다. 그것을 가이언과 나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투구도 무기도 잃어버린 그의 다리가 힘이 풀린 것은 같은 때에 일어났다. 그가 주저앉으면서 눈을 감았다.
기사들은 죽음에 대해서 갖가지 자세를 연습하고는 한다. 이 자는 이러한 식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가 터질 일은 없었다. 시온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 위에서 메이스를 멈췄다.
“미···. 미친!!!! 내가 뭘 본 거지???”
블랙 기사단의 기사들이 자기의 대장이 무너졌는데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흥분해서는 소리를 쳤다.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졌다.
얼마나 이들은 흥분했는지 자신의 대장이 지금 죽을 뻔한 순간을 넘겼다는 것도 관심을 두고 있지도 않았다.
-일부러 저렇게 한 것이 맞지 않나?
그러면서도 곧바로 이 결투에서 서로가 건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시온이 가이언을 그냥 압도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누가 봐도 봐준 정도가 이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롱기우스의 갑주는 이제 시온 경의 것이라는 건데?!
이건 사건이었다. 가이언을 무쇠라고 있게 해준 것은 그의 갑주가 특별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시온에게 넘어간다는 것은 수도를 들썩이게 할 만한 이야기였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안 줄 수도 없다.
그런 와중에 가이언의 정신이 들었다. 가이언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서 몸이 벌벌 떨렸다.
‘이 자는 기사의 정점이 될 자다.’
‘하지만 이 갑주는 가문에서 내려온 것인데, 이걸 내가 대체 왜 걸었던 것이지.’
살았다는 안도와 압도적인 기사와 결투를 했다는 흥분 그리고 가문에서 내려오는 가보를 날려버렸다는 생각에 그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그러면 내가 이겼습니다. 괴레의 목과 경의 롱기우스의 갑옷은 제 것입니다. 맹세한 대로 이행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사실 지금 입고 있던 갑옷은 예전에 다른 자에게서 뺏은 것으로 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낡아가고 있었다.
전쟁터를 한 번 돌파한 여력이 있었던 만큼 많이 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하다고 할지라도 롱기우스의 갑주만큼은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시온은 새로 받은 롱기우스의 갑옷을 보고 탄복했다. 입어보니 초경량마법이 주는 가치를 알았다.
무슨 가죽 갑옷을 입는 정도의 무게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대 마법방어진이 걸려 있어 전쟁터에 은밀히 설치 있을 대 설치마법을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대일 뿐만이 아니라 일대 다에서도 지금보다 한참은 더 여유가 있어지는 것이었다.
‘절대로 그냥 받을 수 없는 물건인데, 눈이 많으니 꼼짝없이 내주는군. 이것을 함부로 걸 정도로 나를 만만하게 봤다는 거지.’
ㆍㆍㆍ
블랙 기사단의 행동은 그때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시온에게 붙어서 수도까지 같이 가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블랙 기사단의 명성 덕에 많은 관문을 그냥 공짜로 지나가게 되었다. 중세에서는 각각 가문마다 통행세라는 것을 받았다.
문제는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세금이 눈덩이처럼 굴러간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문제를 블랙 기사단이 완전히 해결해주었다. 말이 기사단이지 이들 역시 하나의 경쟁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대장을 항상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대장이 되려고 하는 자도 많으니 어떻게 보면 시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결투에서 압도했으니 기사수도회에서는 시온에게 이곳의 대장직을 내어줄 수도 있었다.
제국의 수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삼면이 바다에 접경해 있었고 두 해구를 이어가며 끝도 없는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고대에서부터 존재했던 성은 증축을 하다못해 용들의 똬리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 하나로 왕가와 전쟁을 할 수 있다더니 거짓말이 아니로군.’
시온의 이 거대하고 예술적인 도시에 감탄했다. 거기에 걸맞은 인구는 펜부르크에 있는 자들을 몇 번을 부어도 채울 수가 없었다.
아마 도시 내에서 도시 내로 이동하는 데에만 해도 며칠이 걸릴 정도의 규모, 그야말로 제국이라는 곳을 다스릴 수 있을 만한 규모이다.
“설마, 시온 경?! 시온 경이 블랙 기사단과 함께 온다!”
시온이 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알아보는 자가 있었다.
네로빙거 가문이 여기서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벨저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가지고 있는 시온의 등장은 이미 많은 자가 기대하고 있었다.
-일행이 저게 전부인가?
그러면서 시온이 달랑 온 것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수도에 이름있는 자가 방문할 때 이렇게 적은 규모로 오는 자는 시온이 처음이었다.
-기사 중의 기사로군.
-시온 경이 괴레를 격파했다는 데.
-뭣?? 해골 남작을??? 저 약간의 인원으로 어떻게 했다는 건가?
-혼자서 했다는군.
수도에는 많은 관문이 있었다. 규모가 큰 만큼 당연히 관문도 많았다. 시온이 들어간 곳은 그중에 적당한 관문인 십육 관문이었다.
끝도 없는 긴 줄이 있지만 시온과 블랙 기사단이 그냥 무조건 지나갈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 와중에 시온과 괴레를 다 알아본 탓에 그야말로 관문에선 난리가 났다.
그리고 블랙 기사단의 기사들이 가이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버린 탓에 시온의 명성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괴레를 걸고 한 결투에서 가이언이 압도당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시온이 입고 있는 것은 가이언이 그렇게 자랑하고 과시하던 롱기우스의 갑주였다.
‘정말로 인간이 많다.’
시온은 끝도 없이 있는 인파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오지에서 오래 있던 그가 정말로 대단한 인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정도면 현대의 수도와 견줄만한 인구였다. 그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활기가 넘쳐 흘렀다.
괴레는 그대로 시온의 소유로 지하 감옥에 들어갔다. 이 녀석은 이제 현상금을 치를 것이었다.
시온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박살 내려고 했지만, 호른 백작이 얘기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최대한 금액을 끌어와 준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법이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개적인 처형이 큰 효과를 불러오곤 했다.
그리고 시온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수도의 마법 물품 경매장이었다. 필립스, 에슬린, 카롤리나가 안내를 맡았다.
사실 여기에 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시온만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괴레의 은신처에서 얻은 것인데 바로 공정초였다. 아주 구슬 같은 투명한 약초였다.
이것의 가치는 괴레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높은 것을 제시한다고 해도 살 수가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것이 그가 숨겨둔 비밀 공간에 자라고 있었다. 그가 발견하지 못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이 공정초는 은신 마법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어느 구석에 실재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보기 힘들 수준이다.
‘이것만으로도 괴레 녀석의 은신처를 간 보람이 있었지.’
분명히 가지 않을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시간을 쓰는 것도 있었고 아무래도 적은 인원으로 그런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 공정초에 알맞은 풍뢰초를 얻을 수 있다면....’
시온은 이 약초를 더욱더 뛰어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다른 정수제조의 제조법을 알고 있었다.
이 제조법은 시온만 알고 있는 것이었고 당연히 지금 이곳에서는 공정초에 대한 것만 알고 있다.
“분명히 여기라면 있겠지.”
시온이 중얼거리자 다른 자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여깁니다. 이곳에 제국의 경매장입니다. 시온 경은 처음 아닙니까?”
에슬린이 처음으로 시온을 이긴 것이 있다는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에슬린은 여기에 몇 번 온 적이 있던 것이다.
그야말로 두 개의 거대한 건물이 꽈배기처럼 올라가 있는 두 마리의 용을 묘사한 건물이었다. 그 크기가 시온을 놀라게 했다.
펜부르크에 있던 것도 거대했고 다른 곳에서 봤던 것들도 경매장은 다들 큰 편이었지만 결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놀랍게도 에슬린을 알아보는 자가 있었다. 에슬린은 서품 마법사였고 당연히 수도에도 인맥이 있는 젊고 유망한 자였다.
“에슬린 님, 카롤리나 님 아닙니까?”
“아 여기서 보게 되는군요. 소브레이님.”
소브레이는 딱 봐도 여기에 관리자의 일부로 보였다. 그리고 슬쩍 시온을 보면서 바로 입을 열었다.
“이분은···?”
“시온 니벨룽 이라고, 아시는지······.”
“시온 경?! 정말입니까? 여기서 보게 되다니 제가 운이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