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116/304)

앤드류의 두번째 유산

시온은 단숨에 환영미로 설치마법을 습득했다. 

괴레에게서 얻은 것이었고 몰래 숨겨져 있다고 해서 두드러지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냥 고대어만 잘 읽고 바르고 확실하게 이해할 줄만 알면 됐다.

물론 조금이라도 잘못 이해한다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오랜 수련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만 시온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 녀석을 죽여!!!”

“악마 자식을 죽여!!!”

“괴레라니 누구지?”

“사람을 많이 죽인 녀석이 있어요! 시온 경이 혼자서 격파했다 합니다!!”

“시온 니벨룽? 저도 그 이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골든 평원에서 삼 대일의 결투를 치렀다죠.”

수도에는 사람이 모이는 곳도 많아서 이곳저곳 많은 장소가 있었고 괴레를 비롯한 많은 중범죄자가 처형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포함했다.

‘현대라면 저 정도의 녀석이 사형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

물론 이곳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어중간하면 무조건 이런 식이었다.

애초에 현대만큼 발전된 문명이 아니고 그것을 억제할 만한 방법도 부족해서 이렇게 다뤄지곤 했다.

‘블랙파이어 가문의 아만다와 만나고 그의 아버지인 벨리사르를 만났던 건 행운이었다.’

단순히 만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호감을 크게 산 것이었다. 벨리사르는 시온에게 선물까지 허락해준 상황이었다.

황제 가문의 선물인지라 가장 높은 등급의 창고를 개방시킬 수 있었다. 

시온은 그곳에 들어가 고렘과 관련된 마법서 그리고 재료를 얻어올 생각이었다.

“끝까지 안 보십니까?”

“갈 곳이 있다.”

황제가 가지고 있는 장서는 마탑의 것에 질과 양으로 밀리지 않았다.

밀리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의 재치 정도일 것이다.

하물며 벨리사르 블랙파이어가 이용하라고 승인을 내려준 곳은 그 이상의 물건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와아아아!!”

여러 소리가 격해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집행이 된 모양이었다.

ㆍㆍㆍ

제국의 장서 역시 드래곤들의 향연이었다. 황제의 가문이 드래곤인 탓도 있지만 드래곤이라는 것을 다른 것과 다른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믿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곳에는 현대와 다른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는데 정말 많은 자가 진실로 믿고 있으면 그것이 정말로 힘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미쳤군. 이것이 제국의 심장인가.”

고작 해봐야 여러 개의 마법서가 분류된 것 중 고렘과 관련된 곳에 왔을 뿐인데 그 규모와 방대함에 혀를 내둘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단계를 측정할 수 있겠습니까. 시온 남작님.”

“물론이지.”

어차피 한 명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자가 있던 것이다.

“잠깐????? 야. 이거 잘못 가져온 것이냐? 시온 남작님 앞에서 이 멍청한 녀석이!”

마법사가 펄쩍 놀라서 조수들에게 소리쳤다. 덩달아서 이곳에 있는 이십 명의 사람들이 죄다 긴장을 했다.

시온이 누구인지 오자마자 무슨 일을 벌였는지 어느 정도 소문이 돌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있었던 괴레의 처형식은 그야말로 다시 한 번 시온의 이름을 날리는 상황이었다.

“아닙니다. 제대로 작동합니다.”

“설마?!”

이들이 끊임없이 놀라는 이유는 역시 시온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 때문이었다. 

명예롭고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사로 도약하는 시온이 이런 마나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마나량만 봐서는 이미 일가를 이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단계가 다섯 개로구나.’

“죄···. 죄송합니다. 설마 이 정도의 마법사이시기도 한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다섯 번째 단계를 돌파한 마법사다. 얼마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이야. 벨리사르 블랙파이어의 허가가 있었다.”

블랙파이어 가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모두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시온은 황제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권위를 새삼 느꼈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시온 경.”

벡타르였다. 얼마 전에 시온에게 손이 부러져서 아직도 낫지를 못해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프다는 것이 얼굴에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다.

“괜찮다. 손은 괜찮나?”

“제 실수에 대해서 영예로운 엄벌을 받은 것입니다. 오히려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번에 처리하려고 불렀다. 공상초에 대한 값도 말이지.”

벡타르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를 너무나 잘 알았다. 

그가 치료를 받는 사이 차기 단장으로 지목되고 있던 얀 경을 결투로 격파하고 벨리사르 블랙파이어의 저택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시온이 거기에 들어갔던 일과 여기의 승인을 받아 낸 것은 우연과 행운이 겹친 일이었지만 생판 모르는 그가 봤을 땐 꼼작 없이 벨저 공의 아들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시온은 벡타르와 여러 명의 마법사와 함께 움직이면서 생각했다.

‘한 번 떠볼까?’

아무리 팔 물건이 아닌 것을 금화로 산다고 해도 공상초의 가격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즉 재산을 크게 잡아먹을 수준은 됐다.

“이번에 그대를 부른 것은 이 일의 문제도 있지만 나에게 끼친 악행 때문이기도 하다. 보아하니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일 처리를 했나.”

“죄송합니다. 그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블랙파이어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확고합니다.”

“충성심에 대한 증거가 그거인가?”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는 생사의 위협을 받는 것이었다. 

단순히 직위가 날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관련된 법을 씌워서 목이 매달릴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사실 시온에게 그 정도 힘이 있을 리가 없지마는 그는 그렇게 깊은 착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결론을 도왔다.

“공상초의 값을 치르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황제께 드리는 충성심에 대한 표현이니 부디 한번 재고를 부탁합니다.”

“알았다.”

시온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금화가 상당히 굳어버린 것이었다. 

어떻게 모은 금화인데 아무리 마나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렇게 한 번에 털리게 되면 너무 아쉬웠다.

“그러면 저를 용서해주시는···?”

“용서하지.”

이 자가 뭔가 단단히 오해한 것을 시온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다. 이렇게 되면 이 자가 여전히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훨씬 나았다.

“이리로 가셔야 합니다. 여기에 시온 경께서 만족하실만한 마법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온이 발길이 멈춘 곳은 쇠사슬이 걸려 있는 마법서의 앞이었다.

이러한 곳은 금단서에 걸리기 마련이지만 이것은 좀 다른 의미의 쇠사슬이었다. 좀 더 가벼운 쇠사슬이었다.

즉, 폐기에 가까울 정도로 쓸모가 없거나 현재 마법의 기술로는 재현할 수가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한 가지를 선택해서 나와야 했기에 시온은 이곳에 있는 것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이들이 안내하는 곳의 고렘 마법서를 선택해야 했다.

‘뭔가 직감이 딱 온단 말이지.’

시온은 현대인으로서의 느낌이 싸하게 오는 것을 알았다. 뭔가 저 문제를 자신은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열어봐도 안 되나?”

“원칙상 열어보시면 그것을 선택하신 것으로 간주 되어 그것을 가지고 나가셔야 합니다.”

“그렇군.”

하지만 시온은 쇠사슬이 걸려 있는 마법서 하나를 골랐다. 그것은 고대의 마법서였고 저자의 이름은 앤드류였다.

“?! 이 자가 왜 여기에.”

“아시는 저자입니까?”

“아니, 아니다. 착각했다. 그런데 앤드류라는 고대의 마법사를 아나?”

“아니요. 전혀 모릅니다. 아는 자가 있나?”

조용했다. 나름 마법과 관련된 책이란 책은 다 독파하고 마법 학교도 나왔을 터인데 한 명도 모르는 것이다.

“마법서는 이것으로 하지.”

“????”

모두가 시온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벡타르 마저도 그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아 시온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조언을 했다.

“그 마법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이쪽에 몰리는 것이라면 모두 백 여년은 연구에 매진하고서 가치가 없다 해서 이쪽으로 빠진 마법서입니다. 제가 올라가서 좋은 것으로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아니다, 아니야. 내가 약간 이런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아-”

신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런 수집에 대한 취미는 하나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다. 시온이 이 한마디를 하자 모두가 대번 이해했다.

“고렘을 형성할 수 있는 재질 말인데.”

“제가 골라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내가 보지 않아도 잘할 수 있겠나? 벨리사르 블랙파이어 님께서 약조하신 것이야.”

“저만 믿으십시오.”

ㆍㆍㆍ

고렘을 형성하는 틀 역시 많은 재질과 기술을 필요로 했다. 물론 최고의 자리는 마탑이 쥐고 있었지만, 제국 역시 나쁜 편은 아니었다.

시온은 자신에게 와있는 거대한 고렘을 보고 만족스러워졌다.

크기는 이미터 초반이었는데 그 재질 역시 꼼꼼하게 잘 들어가 있었다. 

대부분이 강철이었는데 여기 많은 마법적인 재료를 써서 그 재질을 가볍고 강철에 가질 법한 단점을 지워놓은 것이다.

당연히 비쌌다. 정말 이걸 사려면 시온의 재산이 거덜 날 수도 있었다. 이것을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그냥 준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재력이 되는 가문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현 황제의 가문인 블랙파이어 가문이 얼마를 가졌는지는 신만 아실 것이었다.

‘여기에 내가 계약했던 집념체를 넣어주고, 그리고 앤드류의 마법서만 밝혀내면 되겠군.’

구조 자체는 한 번 해본 적이 있기에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정말로 한 번에 크게 변화를 시킨 것이 됐다. 

오랜만에 꺼낸 고렘은 이 앞에서는 너무 초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금화도 딸리고 여러 가지로 재료가 한참은 부족했다.

이것을 이번에 벨리사르의 호의로 그냥 얻어낸 것이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겠지. 전쟁에서 나를 불러 용병처럼 쓰고 싶다는 의사이기도 할 것이고.’

그만큼 시온의 가치를 높게 봤다는 뜻일 터였다. 시온은 집념체를 새로운 고렘의 틀에 집어넣었다.

‘음?’

‘뭔가 나를 알아보는군.’

‘마나가 많아진 탓인가?’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집념체가 둥둥 떠다니면서 시온을 알아보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시온의 마법적인 흐름에 따라서 새로운 틀로 들어갔다. 눈에 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 분명히 옮겨간 것 같았다.

기존의 것은 그냥 허물어졌다. 어쨌든 여기에도 실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한번 실패해버리면 새로 집념체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것을 지금 하려면 보름은 넘게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잘 풀렸군.”

시온은 간단한 명령을 내려보았고 천천히 고렘이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우려대로 이것을 자유자재로 쓰기에는 다른 마법서가 필요하거나 누군가에게 배워야 했다.

이러한 것도 급이 있어서 만약에 시온이 폐기된 마법 서적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고민은커녕 오히려 이 정도를 다루는 마법사들보다 우위에 섰을 그런 마공 기술을 갖췄을 것이었다.

‘하지만 앤드류의 마법서는 그 이상이지.’

앤드류라는 마법사 덕택에 지금까지의 활약이 있었다. 그의 행동각인마법은 앞으로도 시온과 함께할 것이었다.

그러니 그의 두 번째 마법을 포기할 수는 없었고 오히려 저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이라도 썼을 것이었다.

고로 지금 시온은 기분이 계속 좋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두 번째 유산을 본 것이었으니까.

다만 이 마법사가 만든 것이 그렇듯이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는 할 것이었다.

그날부터 시온은 모든 모임의 초청을 거절하고 앤드류의 고렘 마법서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그것은 시온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시간이 들 정도의 어려움이 있었다. 누가 보면 혀를 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법서를 대강 이해한 시온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고렘을 자동화시키는 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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