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3화 (123/304)

나머지 조각(2)

시온은 곧바로 오르도가 십여년 정도 연구한 결과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오르도를 제대로 계약맺은 것이 소문이 났는지 시온을 찾아오는 자들이 많았다.

“시온 백작님이 그 마법사의 정신과 정성을 보고 고르신다더군.”

“정말인가? 역시 떠오르는 신성답게 고르는 법도 특이하구나.”

소문이 돈 덕택에 오히려 감동을 한 마법사들이 시온을 찾아왔다. 

원래라면 비싼 값으로 계약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오르도와 비슷하게 조건을 자처에서 시온에게 매달렸다.

덕분에 시온은 질 좋은 마법사를 전부 구했다. 오히려 넉넉히 조금 더 추가했다. 금화가 생각보다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온의 앤드류의 고렘마공학 습득력은 날이 갈수록 경지가 높아졌다.

강철 고렘은 이제 시온이 말하는 바대로 뛰고 움직이고 실수 없이 무언가를 부수고 나르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구십 프로의 높은 행동 성공 확률을 보이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흠,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시온은 오르도에게서 얻은 지식을 별책에 있는 구동 부분과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복잡하게도 만들어 놨구나.’

앤드류도 이리저리 얽혀 있어 시온 정도의 마나 기감이 없으면 해결이 어려운 데 오르도가 만든 고렘 연결법도 난잡해서 뛰어난 기감이 없으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듣자하니 생각 자체는 오 년 전에 끝냈다는데 그동안 헛수고를 하며 헛바퀴를 굴린 것은 이러한 난잡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인의 혜택을 받는 시온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었다.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아니면 돌리기인가, 이건 진짜.”

마치 모래성의 마지막 부분을 올리기 직전의 상황 지금까지 용케도 해결해 온 시온이 긴장 때문에 수인과 마법진을 짚는 시온의 손이 멈췄다.

‘잘못하면 다 무너진다.’

원래 고렘 마법이 기피되는 이유가 다 이런 점에 있었다. 

고렘 자체의 값어치도 계약 한번 맺으려면 이렇게 요구하게 되는데 딱히 계파에 어떤 천재가 있어 깊게 발전시킨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금화가 안 드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이쪽 길을 안 가고 마는 것이다.

한번 실수해버리면 고렘이 고철 덩어리가 되든지 아니면 부서져 버릴 것인데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하여튼 좋은 가문이 받쳐줘야 했다.

시온도 이 고렘의 틀은 벨리사르 블랙파이어의 선물로 받은 것이다. 어지간하면 이 정도의 급을 구하려면 금화가 꽤 깨질 것이었다.

‘돌리자.’

오른쪽을 할까, 왼쪽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돌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떻게 보면 이성적으로는 가장 별로인 선택이기는 했는데, 이미 본능적인 시온의 손이 마법진을 짚어버렸다.

총 세 가지의 부분에서 바로 반응이 올 것이었다. 고렘의 눈이 가장 먼저고 두 번째는 손,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리였다.

눈에서 강한 불빛이 들어오자 시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집념체까지 끝장날 일은 없겠군.’

집념체가 터져버리면 다시 계약하는데 육 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러는 사이에 가슴의 부분에서 불이 들어왔다. 손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폐기는 면했고.’

“자, 자. 마지막이다.”

시온이 반응을 기다리며 침을 삼켰다. 되기만 하다면 앤드류가 만들어놓고선 맛보지도 못한 마나를 빌려 구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하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차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됐다...!”

시온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낼 만큼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단숨에 연결되어 결과가 나는 순간이었다.

시온의 앞에 있는 마석들이 푸른 빛을 뿌리며 고렘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이었다.

‘이건 오르도도 모를 내용이지.’

시온이 그 난잡함과 난잡함의 복잡한 마나의 흐름을 시온이 현대인의 혜택으로 그냥 억지로 이어버린 것이었다.

-기잉. 기잉.

시온의 앞으로 강철 소리를 내며 걸어온 고렘을 보며 시온은 정말로 마지막 절차를 내려보았다.

“나무를 베어봐라. 그리고 저쪽으로 가서 날라놔라. 그리고 거기에 있는 돌덩이를 가져와.”

이미 이런 부분은 능숙했다. 고렘마공학서적의 별책 부분을 마스터한 시온에게 있어서는 쉬운 일이었다.

단지 이러한 일에 있어서 마나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너무 심해서 이런 방법을 고안한 것인데.

‘역시. 완성했다.’

시온의 명령을 들었지만, 그 마나의 연결로는 마석에서 가져가고 있었다.

ㆍㆍㆍ

에슬린과 카롤리나의 존재는 시온에게 있어서 중요해졌다. 

어쨌든 시간의 문제이기는 했는데 황제가 움드령을 시온에게 내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즉 독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온은 마탑을 들릴 시간도 없었고 그곳에서 마법사를 받아올 시간은 더 없었다.

움드령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신임 백작인 시온에게 보내졌다고는 하는데 거리를 생각해보면 아직은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대충 돌아가는 것은 어느 정도 직감은 했다.

‘분명히 개판 일 분 전일 거란 말이지.’

두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빨리 그곳에 가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준비를 해서 가든지가 있다.

시온은 두 번째가 더 좋다고 보고 있기에 이러 저러한 준비에 박차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품 마법사는 마탑에서도 고급인재지. 이 둘이 나를 따라와주기만 한다면 엄청난 전력이 될텐데.’

특히 카롤리나의 계파가 시온에게 필요했다.

카롤리나의 치료의 계파는 당연히 개판이 나고 있는 움드령에게 한 줄기의 빛이 될 것이다.

이제는 깽판을 쳐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영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백작이라는 위치였다.

‘설득하긴 해야 해. 이대로 이들을 돌려보내기에는 내가 너무 아쉬워.’

시온은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둘을 찾아갔다. 안 그래도 슬슬 갈라지기 위한 준비를 서로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적어도 카롤리나는 계약을 해야 된다.’

그녀의 마법과 시온의 현대인으로서의 지식이 결합이 되면 단번에 움드령의 여러 가지 문제를 굵직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게 분명해 보였다.

“저희를 볼 일이 있으시다고요. 시온 백작님. 오랜만이에요. 너무 바쁘셔서....”

바쁘긴 했다. 

정말 앤드류의 두 번째 마법의 원리를 이해하고 다른 방향으로 뻗치게 하려고 그야말로 집중적인 수련을 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지 돌아가려는 이 카롤리나를 데려올 수 있을까?’

사실 금전도 이제 한계를 보여서 이미 펜부르크에 있는 건물들은 하나둘씩 다 팔아가고 있어서 서품 마법사인 카롤리나의 계약금을 채워줄 만한 금액이 모자른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다른 것으로 그것을 채워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랬지.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시온은 여전히 그녀를 구슬릴 만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아하니 한두 마디만 빗나가도 이대로 끝이 날 것 같았다.

‘신중하자.’

“한 가지 질문 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집중해서 대답해야 한다. 요번이 중요하군.’

“아만다 블랙파이어와는 무슨 사이인가요?”

“?”

시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질문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음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지? 아만다 블랙파이어의 이름이 왜 나온거지? 설마 그녀와 원한이 있나?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시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대답은 빨리 해야 했기에 어떨결에 답변을 해버렸다.

“그때 아티에 가문의 연회에서 잠깐 본 사이입니다. 그 뒤로 마지막으로 본 게 한 번 더 있군요. 혹시 제가 모르는 두 분의 어떤 사연이 있는 겁니까?”

시온이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런데 시온도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 그녀의 표정이 점차 밝아져 갔다. 

조금 전에는 이곳에서 완전히 끝장이 날 것 같았는데 갑자기 그녀의 분위기가 삼백육십도 바뀌자 시온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뭔가 잘 풀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청하기만 해도 따라올 것 같은..... 그런.’

원인은 몰라도 그냥 그럴 것 같이 그녀는 너무 기분이 좋아졌는지 밝다 못해 환해져 있었다.

그래서 시온이 놓치지 않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정중히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치료의 계파는 항상 어려운 사람의 생명을 그냥 지나치진 않지요. 그래서 카롤리나 님께 한 가지 요청하고 싶습니다. 저를 따라서 움드령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말이야 이렇지 치료의 계파에 이런 치료의 서약을 지키는 자는 정말로 일 프로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냥 오라고 하면 좀 그래서 시온이 나름 구실을 붙여서 그녀에게 말해본 것이었다.

금화가 여유가 있었더라면 단숨에 그녀에게 제시를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네! 좋아요.”

“?”

너무나도 빠르게 나온 답변에 시온이 잠깐 당황했다. 조금 전에 느꼈던 그것이 맞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계약 이행 값은 사실 지금 고용한 마법사를 죄다 더해도 모자랐다.

그 정도로 치료의 계파에서 실력이 되는 서품 마법사는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계파 중에서 가장 순위를 다투는 중요성을 가지니 말이다.

아무리 영주라고 해도 자기 목숨이 가장 소중한 법이었다. 

그러니 가장 강력하고 잘하는 치료 계파 마법사를 근처에 두고 싶으니 위로 올라갈수록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것이다.

전쟁이 열려버린 것이라고 하면 속성 계파가 더 비싼 편이지만 그런 일이 없다면 치료 계파가 한 수위였다.

“감사합니다. 카롤리나 님.”

“천만에요. 시온 백작님. 안 그래도 에슬린하고 논의 중이었어요. 시온 백작님이 요새 너무 신임 백작으로서 고민하시는 것 같고 블랙파이어 가문의 전폭적이 지원이 있는 것 같아서 저희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줄 알았지 뭐에요.”

‘?’

“절대로 아닙니다. 전폭적인 지원이라니요. 그건 그냥 헛소문입니다. 그러면 에슬린 님도 저를 따라오실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요. 저희가 청하려고 했던 걸요.”

시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전부 솔직하게 말했다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아까의 답변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았다. 

‘확실히 아만다와 무슨 관계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이렇게 한 번에 고민을 해결하다니.’

에슬린의 가치도 높아서 이 둘이 계속 이런 식으로 따라와서 약간씩만 도와줘도 그것 자체가 강력한 끈이나 다름이 없었다.

서품 마법사의 중요함은 그들 자체가 마탑과의 연결 고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자유 마법사들을 고용해도 마탑에서 어떤 지원을 끌어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시온은 수도를 떠나 르만 남작령부터 들를 계획이었다.

손실 없이 수도에서 얻을 수 있을 만큼 잔뜩 얻은 상태였고 아무리 움드령이 급하다고 해도 르만 남작령부터 가서 정비를 한 번 하고 새로 받은 영지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첫 번째로 세수의 규모를 확인해야 했고 지형이 어떻고 어떤 무역이 이어져 있는지 끊어져 있는지 그런 것들을 직접 확인해야했다.

빠르게 정리한 뒤에 보병을 끌어다가 만들어 움드령으로 들어갈 작정이었다.

‘자금이 또 모자란 데?’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시온은 수도에서 자금을 끌어오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만다가 무역을 틀어주기로 했으니 그것을 담보로 대량의 금화를 빌리는 것이다.

원래 이런 것은 가문의 후광이 받쳐줘야 쉽게 할 수 있었다. 시온의 니벨룽 가문은 그런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해야겠지.’

물론 시온의 걱정과는 달리 많은 수도의 대상인들이 시온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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