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1/304)

공성전

여기는 유리하게 흘러갔지만 보병전이 약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코르도바가 희한한 것을 터뜨렸다.

‘신호탄인가?’

비슷한 게 올라갔는데 시온도 마법 물품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것은 보병에게 앞으로 돌진하라는 명령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세부 명령이 동시에 내려진 거였다.

놀랍게도 시온은 보병대를 코르도바에게 맡겼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대응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딱히 이곳에서 이런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던 유비드 가문의 병력은 아무런 행동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지금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처를 해야 할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지금 가운데 쪽에서 다 사로잡혀 버린지라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시온의 보병대가 돌격에 성공해 버리자 유비드 가문의 보병대가 휘청였다. 대응하는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계속해서 휘청이며 사망자가 늘어났다.

“시온 백작님.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뭔가 코르도바 경.”

“지금 사로잡은 귀족 몇 명은 풀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적들도 중심이 모두 사로잡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좋은 전략적 조언이었다. 시온은 이 말을 허락했다. 

곧바로 이들의 대부분을 잘 알고 있는 코르도바가 능력이 없고 입이 가벼우며 더욱 엉망으로 만들어 낼 귀족 세 명을 뽑아 보냈다.

이들은 돌아가자마자 예상대로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프달 뿐만이 아니라 타이번, 산 경이 죽었다는 얘기였고 마법사이자 아프달의 핵심 조언가인 다리아가 시온 백작에게 머리가 깨져 죽었다는 얘기였다.

안 그래도 전투가 끊임없이 휘청이고 있었는데 이런 얘기까지 돈 데다가 정작 여기를 정리해줄 귀족이 말을 타고 도망가자 세 배나 병력이 많은데도 적들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건 전과 비슷했다. 시온은 재빨리 코르도바를 불러 명령을 바꿨다.

“코르도바 경.”

“예. 백작님.”

“전과 같이 최대한 포로로 늘리는 쪽으로 한다.”

전과 달리 이번엔 코르도바의 반대는 없었다.

“그럴 줄 알고 이러한 연습도 해뒀습니다.”

“그래..?”

정말로 연습을 하긴 했는지 보병의 진형이 유동적으로 변해 적을 생포사냥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저번보다도 그림이 좋아 보였다. 도주하는 자는 점차 많아지는데 싸우는 자는 더욱 적어져서 결국엔 다시 학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명령이 미리 전달된 탓에 그대로 다 사로잡아가고 있었다.

폭풍 같은 상황이 끝이 났다. 일이 벌어졌을 때와 비교해보자면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다.

시온은 줄줄이 묶여 무릎이 꿇려 있는 적의 군세를 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번보다 더 많았다.

게다가 이번에 사로잡은 아프달 유비드와 그가 데리고 왔던 귀족의 숫자는 저번보다 더 많았다.

“이들을 가둘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처형을 조금 하시는 편이...”

코르도바가 다시 조언했다. 하지만 시온은 해결 방법이 있었기에 바로 거절했다.

고렘으로 이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장소를 만드는 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여기에 댈 수 있는 식량도 처음부터 넉넉히 가져와서 충분했다.

“오르도, 바로 작업에 준비해라.”

“영광입니다!”

오르도에게 준비를 하라 시키고 그날 바로 시온은 고렘을 가동하기 위해 빈 부지를 찾았다. 여기에 집중해서 이 녀석들을 가둘 곳을 지어야 했다.

겨우 마나를 회복한 시온이 고용한 마법사들은 다들 안색이 나빠졌다.

하지만 지금 유리한 상황을 이들도 알고 있고 짧은 시간이나마 이곳에서 고통받은 주민과 동화되어 별말 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동기부여를 하더니 많은 양의 마나를 다시 마석에 모으기 시작했다.

또한 시온이 만든 연속적인 기적 같은 결과에 영주민의 협조와 자발적인 지원에 순식간에 수용할 만한 장소가 만들어져갔다.

혹시나 희망을 품고 있던 유비드 가문의 사람들은 강철 고렘을 보고 넋을 놔버렸다.

강철 고렘이 그들을 가둘 장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매우 경이로웠다. 벌써 싸울 의지를 잃어가는 거였다.

이들은 모두 대충 완성된 곳에 꾸역꾸역 들어가서 갇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프달이 고통에서 깨어났다. 시온이 직접 한번 보러 갔다. 그는 시온을 보자마자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쳤다.

“어..어떻게 된 거지...?”

“너와 네 근처의 모든 귀족은 내가 사로잡았다. 그리고 네가 데려온 병사도 사로잡았다. 자 봐라, 저기가 네 병사를 가둬놓은 곳이다.”

열린 창문 밖에 줄줄이 끝도 없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의 얼굴이 다시 공포에 젖었다.

무슨 말을 할지 시온은 정말 궁금했다. 

만약에 다른 말을 한다면 조금은 그 오만했던 점을 인정해줄까 했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신이 무너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어들이었다. 

대충 요약을 하자면 이러했다.

“그, 안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안되지. 이제 더 받아야겠다. 유비드 가문의 부유함은 널리 알려졌지.”

“저희 가문은 그만한 금화를 지급할 여력이...”

“이제부터 네가 하나씩 말해줄 내용이다.”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그의 얼굴에 절망이 서렸다. 이제는 평생 따라다니게 될 오명이 그에게 붙을 예정이었다.

움드령을 지독하게 착취하던 유비드 가문이 이제 거꾸로 당하게 될 처지에 몰리고 있었다.

ㆍㆍㆍ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움드령의 새로운 주인인 시온 백작이 또다시 공의 동생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버지가 출타 중이실 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이것이 시온 백작이 내건 안건입니다.”

얼딘 유비드는 그것을 보고 찢어버렸다.

“터무니없다.”

시온이 내건 것은 유비드 가문을 휘청이게 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시온은 드래곤 상회에서 받은 모든 빚에다가 거기에 반절을 더 얹혀서 요구한 것이다.

이 정도의 금액은 얼딘도 권한이 없었다. 아버지가 와야 했다. 그보다도 이제는 질책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의 질책을 생각하니 벌써 어지러워지던 얼딘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차피 움드령을 빼앗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를 뺏을 수 있다면 이 모든 요구를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러한 욕구가 치솟아 오른 얼딘이 명령을 내렸다.

“기수를 모아라.”

“그렇게 하면 시온 백작이 동생을 모두...”

“이제 입을 잘 단속해야 할 것이다. 아마 쉽게 죽이진 않겠지 죽인다 하면 내 동생들은 그냥 전투 중 전사한 것이다. 알았나?”

다른 자가 뛰어오더니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시온 백작의 무예를 근처에서 봤다는 자의....”

“아니 됐다. 어차피 결정을 내렸어. 그것이 어떻게 진행이 됐던 무슨 상관이더냐. 더러운 술수들이 있었겠지.”

얼딘은 이 모든 일이 시온이 은밀히 수작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성적으로는 그게 맞았다.

시온이 보여줬던 얘기를 들었다면 이 같은 일을 물렀을지도 모르는 얼딘은 바로 작전을 개시했다.

이 일은 너무나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금방 시온에게 들어왔다.

‘너무 크게 불렀나?’

시온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 번 더 일을 치러야 했다.

이렇게 된 거 쌓여있는 포로들을 오래 데리고 있을 수도 없으니 이렇게 된 거 이런 식으로의 정면전이 나을지도 몰랐다.

“분명히 듣기에는 이 정도를 내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가문인데.”

이미 아프달이 자세히 말했기에 시온은 유비드 가문의 부유함을 알게 되었다. 시온이 이 정도 뜯어도 남을 가문이었던 거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러니 이곳이 나한테 떨어졌지. 제정신인가.’

시온은 황제의 욕을 했다. 자기였다면 절대로 개인에게 이런 곳을 내주지 않았다. 

시온이 봤을 때 유비드 가문만 해도 버건디 대공작가와 전면전을 치를 자금이 있는 가문이었다.

게다가 다른 세력도 널려 있는 것을 참고해 보자면 이건 도저히 시온이라는 한 명의 뛰어난 기사가 해결할 수가 없는 난이도가 담겨 있었다.

‘이러니 벨리사르 블랙파이어가 나에게 도움을 무조건 한 번은 주겠다고 한 거로구나. 이 얌체 같은 사람이 한 번으로 되겠어?’

“코르도바. 에슬린을 불러라.”

에슬린도 요새 아주 바빴다. 시온의 부탁으로 마법사들을 가르치고 더 효율적으로 마나를 모으는 방법과 휴식을 하는 것들을 가르치고 있던 것이다.

다 데려온 값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날이 확보되는 마나가 넉넉해져서 강철 고렘을 계속해서 운영해 나갈 수 있었다.

금발의 에슬린이 시온의 부름에 헐레벌떡 뛰어왔다. 얼굴은 초췌했지만, 그의 눈은 시온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반짝였다.

“고생이 많습니다. 나중에 꼭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에슬린 님.”

“아니요. 저는 여기에서 시온 백작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계속 남고 싶습니다.”

오만한 에슬린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과거의 그를 알고 있는 다른 마법사가 까무러칠 만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에슬린은 진심이었다. 

시온이 벌이는 일은 여기서 끝난다고 해도 평생 그의 기억에 자리 남을 것 같았다. 따분한 마탑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벨리사르 블랙파이어께서 저에게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그것을 받아볼까 합니다. 관련된 서신을 하나 써주시고 최대한 빨리 보내주십시오.”

서품 마법사라면 연락 마법을 따로 익히고 있었다. 보통은 비둘기로 전서를 보내지만 정말 급한 것은 이런 식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리스크가 있는 것임에도 그는 흔쾌히 얘기했다. 오히려 궁금해 미칠 지경인 모양이었다.

“대체 어떤 부탁을...?”

“벨리사르 공이 가지고 있는 기사단 중 가장 가까운 정예 기병대를 제 쪽으로 지원해달라 하십시오.”

“설마 드래곤 나이트를???”

“맞습니다.”

블랙파이어 가문 중 가장 강력한 기사단으로 알려진 드래곤 기사단을 쓰겠다는 요구를 할 셈이었다.

이번엔 아예 종지부를 내버릴 작정이었다.

‘포로도 이 정도면 됐고 오히려 다 돌려주면 나한테 복수하려고 안달이 나겠지.’

시온은 돈도 최대한 챙기고 유비드 가문의 잔존 병력을 결딴내 버리기 위한 작전을 꾸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최상의 시나리오였고 잘 안 풀리거나 불리할 것을 대비해서 드래곤 기사단의 도움을 받으려는 거였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유비드 가문의 장자인 얼딘 유비드가 움드령을 포위하기 위해 대군을 몰고 왔다.

‘이제야 보수한 성벽이 빛을 발하는군.’

유비드 가문의 숫자는 많지만, 공성전이라는 게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적은 병력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코르도바가 여기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내놨는데 시온은 바로 그것을 채택했다.

기사들을 모두 빼내 시온이 따로 적지 근처에서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것이고 공성전에 대한 수비는 코르도바가 하는 것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대부분 거기에 있던 자들의 반응은 이러했지만 시온은 그 작전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양쪽 다 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과 절대로 코르도바가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코르도바는 저번 시온이 보여준 무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작전을 제안한 것이었다. 어쨌든 시온은 바로 승낙했다.

사실 다른 작전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런 비슷한 방식을 썼었던 것 같았다.

시온과 기사의 무리는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적의 무리를 몰래 보고 있었다.

“에슬린님. 괜찮겠습니까? 지금 저희가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칫 잘못하면 바로 죽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저를 참가시켜 주십시오.”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에슬린이 여기에 참가하기를 간절히 바란 건 시온이었다. 

속성 마법사 중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에슬린의 솜씨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쓸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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