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의 조치
구스타령이라니, 구스타령은 일단은 움드 정도가 아니었다.
도시의 크기, 인구도 높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라서 중요한 무역이 걸쳐 있었다.
‘비단.’
이곳은 비단이라는 물건을 지나쳐 가게 하는 여러 중간 지점 중 하나였다.
그러니 이곳을 얻어 냈다는 것은 높은 세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유비드 가문이 삼 세대에 걸쳐서 전략과 음모를 통해 빼앗은 백작위였다.
이곳을 얻는다는 것은 이곳의 흐름이 바뀐다는 뜻이기도 했다.
시온이 보여준 행보는 황제로서도 크게 이득을 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유비드 가문과 맞서야 하는 것은 긴 분쟁을 의미해 끊임없이 갖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많은 금화가 유지비로 나가는 형편이었다.
움드령은 가지고 있자니 너무 금화가 드는 곳이었고, 버리자니 전략적으로 너무 아까운 그런 위치의 영지였다.
그래서 이곳을 다른 거대한 가문에게 넘겨야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었고 그 와중에 시온이 등장했던 거다.
시온이 보여준 눈부실 정도의 뛰어난 성과는 수도를 다시 한 번 강타했다.
그리고 시온이라는 인물을 알아본 벨리사르 블랙파이어와 그의 딸인 아만다의 이름값과 네로빙거, 아티에 가문이 덩달아 이득을 봤다.
구스타 백작위에 딸려 있는 남작위만 해도 세 개였다.
한 명도 없었던 텅 빈 백작위인 움드와는 급이 다른 백작위였다.
이제야 제대로 된 첫 봉신이자 세 명의 정식 봉신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온이 봉신을 만들려면 가지고 있는 르만 남작위를 누군가에게 줘야 했다.
물론 시온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곳의 귀족적인 관습은 이렇게 한 명의 귀족이 많은 작위를 들고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시온은 그런 관습은 관심이 없었다.
현대인의 지식이 나름 있는 시온은 일단은 최대한 쥐고 갈 생각이었다.
누가 손가락질하든 상관이 없었다.
시온의 그런 결정을 나쁘다고 뒤에서 말하기에는 시온이 지금까지 쌓은 명예는 그러한 사실을 덮고도 한참은 남을 정도였다.
이제는 제국의 최상위 기사이면서 동시에 젊은 전략가라는 이미지까지 챙기게 되었다.
그만큼 시온이 벌였던 이번 움드령 전투는 역사에 남을만한 성과였다.
이렇게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세 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병력을 이끄는 별동 부대만으로 쳐서 깨트려버린 예는 역사를 찾아봐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구스타령을 받은 것뿐만이 아니라 종속 관계를 맺은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말이 종속 관계이지 그냥 백작이 백작을 봉신으로 만들어 버린 거나 다름이 없었다.
즉 일종의 편법이었다.
백작이 백작을 다스릴 수가 없기에 걸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것을 푸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칼로 얻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전까지는 최소 십 년 이상은 시온을 모셔야 했다.
움드 같은 빈 깡통 같은 영지의 영주가 알짜배기를 다 가지고 있는 백국의 백작을 역으로 종속 조약을 맺어 버린 것은 초유의 사태였다.
‘그냥 빚만 갚으려던 건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다 먹어버렸네.’
어쨌든 모든 체결을 내고 이러한 결정을 다른 세력의 사람들과 제국의 관리, 그리고 마탑의 서품 마법사까지 불러 인정하는 절차까지 밟았다.
현대라면 이렇게 사람을 다 데리고 와서 이러 이러하게 되었다고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릴 필요는 없었지만, 이곳은 이런 시늉이 중요했다.
ㆍㆍㆍ
일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시온은 카밀 유비드와 마지막 논의에 도달하고 있었다.
“포로 반환은 오늘부터 하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의 아들 중 둘은 내가 데리고 있겠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종속 관계에서 그 가문의 핵심 인물을 잡아 두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만약 시온이 진다고 했다면 거꾸로 시온이 이렇게 잡혀들어갈 수도 있었다.
다만 누굴 내주냐는 것인데, 시온은 막내인 안을 내주고 나머지 둘을 데리고 있다가 의무를 잘 이행하면 그때 하나씩 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뒤엉켰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일은 거침없이 빨리 진행이 되었다.
“안을 데리고 와라.”
“알겠습니다. 시온 백작님.”
코르도바가 나가서 안 유비드를 데리고 왔다.
그는 완전히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기고만장했던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귀가 열려 있으니 시온이 그간 벌였던 일을 모두 들은 것이다.
패자야 원래 말이 없지만 시온은 그 정도도 넘어섰기에 이들에게는 공포의 존재나 다름이 없었다.
“살..살려주십시오!”
예전에 볼 때는 반말을 찍찍 뱉고 심지어 침까지 뱉었는데 굉장히 정중해졌다.
어쨌든 시온이 봤을 때 장남은 아직도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어서 그 녀석을 풀어주는 것은 좋지 않았다.
교육해놓지 않으면 분명히 다른 짓을 할 것이었다.
차남인 아프달은 셋 중 가장 뛰어난 것 같았다.
간단한 원리로 다 어중간한 안을 유비드 가문으로 보내는 게 좋다는 것이 코르도바의 조언이었다.
시온은 자기가 내린 결론과 비슷한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네가 앞으로 유비드 가문으로 돌아갈 것이다.”
“?!! 그렇다면 저는 살았다는 아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그렇다. 네가 네 형을 대신해서 돌아간다. 그리고 의무를 이행하기를 바란다.”
“신이시여. 저를 이렇게 가엽게 여겨주셨다니.”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보통 볼모로 잡는다고 하면 막내가 끌려왔다.
장남은 어떻게든 더 값을 치러서 빼려는 것이 대부분의 선택이었다.
나머지 둘의 목숨을 보장하겠다는 말을 시온이 한 뒤에야 포로반환이 이루어졌다.
포로들 특히 일반 병사들은 시온에 대해서 은근히 고마워하고 있었다.
오히려 남겠다고 얘기해 편을 바꾸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어났다.
보통 몸값을 내는 것은 귀족뿐, 거기에 대해 말단 부하까지 책임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시온이 고집스럽게 부하의 몸값까지 내라고 했던 것이 이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진 거다.
-시온 경은 존경받을 마땅한 기사 귀족이다.
적이었지만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부하들을 하다못해 가장 말단 보병까지도 소중히 하는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온의 보병과 기사들이 시온에게 향하는 시선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 포로는 시온이 돈이 급해서 포로를 무조건 협상에 끼워 넣으려고 애를 썼다는 사실을 전혀 믿지 않았다.
두 번째 결정적 요인은 카롤리나 덕이었다.
시온의 부탁으로 치료에 최선을 다한 카롤리나의 실력은 대단했다.
괜히 젊고 유망한 서품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에게 감화되거나 또 이 정도의 치료 마법사를 쓸 정도로 시온 경, 아니 시온 백작의 명예는 대단하다, 이런 식으로 이해가 되었다.
세 번째는 이곳의 시설상태에 있었다.
보통 보병이 처박히게 되는 감옥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갇히게 된 순간 걱정해야 할 것은 목이 잘릴지가 아니라 전염병에 걸릴 거라는 공포였다.
움드령의 열악한 환경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던 이들은 가던 도중에 이미 유서까지 작성한 자도 숱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이들이 갇힌 곳은 꽤 멀쩡한 건물이었던 거다.
강철 고렘을 이용해 순식간에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질도 평균은 맞췄다는 것이 바로 인간의 노동력과 마법이 부리는 노동력의 차이일 것이다.
“포로들이 안 넘어간단 말인가?”
“막무가내로 남겠다는 자들이 많습니다.”
코르도바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고민에 차 있었다.
“그럼 받아라.”
“예? 하지만 유비드 가문은 이들의 값을 치렀습니다만.”
“그러면 데려가라고 해. 내가 있으라고 한 것은 아니니까.”
시온의 말은 관습을 무시하는 것이었기에 신선하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 뜻을 이들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당연히 카밀 유비드는 이들을 데려가려고 애를 썼지만 그렇게 회유되는 자는 몇 명 없었다.
그냥 반 정도가 돌아가지 않고 시온을 따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렇게 되면 다시 칼을 들어서 데려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나 두렵기에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반만 데리고 갔다.
당연히 이제 다스려야 할 곳이 하나 더 생겼는데 시온 입장에선 자신에게 남겠다는 보병을 못 남게 할 필요가 없었다.
“새로 나에게 들어오겠다 하는 자들은 코르도바, 자네에게 맡기겠다.”
“영광스러운 명령입니다.”
코르도바는 또 흥분했는지 눈동자에 기운이 넘쳤다.
ㆍㆍㆍ
얻어낸 것은 얻어낸 것이지만 그만큼 전투로 인해 많은 문제도 생겼다.
이곳저곳이 타버리고 많은 사망자가 만든 위험이 곳곳에 넘쳐 흐르는 것이다.
빨리 치우지 않으면 대규모 전염병이 돌 수도 있었다.
이제 들어온 영지이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전염병이 돌면 향후 몇 년간은 인구 문제로 고생할 수도 있었다.
드래곤 나이트의 솜씨는 훌륭했지만 그렇기에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었다.
하여튼 모든 인원을 통해서 구스타와 움드 사이의 거리라도 정리를 해야 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기가 안 좋습니다.”
에슬린이 냉철한 조언을 했다.
비가 드문드문 오는 날씨였기에 안 그래도 짧은 시간이 더 없는 것이다.
일단은 움드 앞이라도 인원을 보내서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앞에서 벌어진 회전이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벌어졌고 최후에는 도망치는 유비드 측의 군세를 추격 사살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기에 문제가 더 까다로웠다.
‘고렘을 빨리 가동해야겠군.’
시온은 그래도 강철 고렘을 믿고 있었다.
고렘은 저번 전투가 있었던 후에 휴식을 잠깐 거쳐서 지금 들어가진 않은 상황이었다.
“강철 고렘을 쓴다 해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래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고렘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그 문제를 모르십니까?”
에슬린이 오히려 거꾸로 물었다. 시온은 무슨 소리인가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고렘을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강철 고렘은 집념체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은 여러 가지 마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벽을 쌓거나 무언가를 짓는데 들어가는 거라면 여기에 대해선 딱히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많은 인간이 죽는 곳에 들어가게 되면 집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주인을 못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 시온 백작님의 고렘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에슬린은 정말로 마탑의 마법사다운 조언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일견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시온의 고렘은 정말로 특별한 고렘이었고 시온이 대충 둘러댔을 때 에슬린에게 설명해줬던 건 그냥 우연한 산물로 이 고렘이 형성이 되었다는 거였다.
실제로는 앤드류의 두 번째 비술이 작동하고 있기에 시온은 언제든지 재계약을 할 순 있었다.
한 번이 힘들었지 두 번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 과정은 다 끝났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재계약을 노리기에는 어려운 것도 있었다.
한 번 잃게 되면 다시 맺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 가진 강철 고렘의 기체를 날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비싼 몸인데 이렇게 써보지도 못하고 날리는 것도 그렇긴 하지.’
블랙파이어 가문의 창고에서 나온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고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모든 빗물과 물에 면역이었다.
시온은 고민했다.
아깝긴 한데 이대로 전염병이 돌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
비단이라는 무역권이 이제 시온의 손에 들어왔다.
여기만 잘 굴려도 손실을 금방금방 채울 수 있었다.
“일단은 내 집념체가 저항력이 좋으니 해보다가 좀 상황을 보자.”
곧바로 강철 고렘이 이번 일에 들어갔다.
강철 고렘의 가치는 지금 시온에게 있어서 중요해 잃어버릴 수 없었다.
움드령만 해도 남겠다는 자들의 거주지를 만들어 주는 것만 해도 태산인데, 구스타까지 들어온 마당에 고렘을 잃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