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렘강화
그리고 강철 고렘을 그간 벌어진 곳에 넣었다.
이곳의 모든 것은 마나로 이어져 있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죽음이 만들어 내는 것도 뭔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이번에 벌인 일들이 많기에 그만큼 좋지 않은 마나가 넘실거렸다.
시온도 해당 현장을 보고 나서 든 것은 이럴 땐 기감이 밝은 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 정도로 탁한 기운과 어두운 마나가 아주 넘실 거렸다.
마탑이 견제하는 세력인 흑마법사들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숫자는 적지만 이곳에서는 타락한 무리도 종종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르도, 고렘을 보내서 저 부분을 다 치우라고 해라.”
최종 명령권은 당연히 시온에게 있지만 앤드류의 마법, 시온이 얻은 별책에는 가지각색의 명령권을 나누는 법이 적혀 있었다.
오르도에게 어느 정도는 나눠줬기에 시온이 허락한 일을 그가 내릴 수도 있었다.
강철 고렘이 명령을 받고선 산더미같은 무리에 걸어갔다.
이미 들짐승도 많고 그것을 사냥하는 영악한 영수부터 아주 난리였다.
적마가 근질거린 지 이를 드러내고 있기에 시온이 말했다.
“마음껏 가서 짐승과 영수를 사냥해라.”
좋은 영수도 있지만 이런 곳에 꼬이는 영수는 하나같이 좋은 녀석이 아니다.
당연히 사람을 습격하거나 잡아먹을 수도 있는 녀석들이다.
적마가 이런 것들을 사냥하기 위해 재빨리 달려나가 사냥을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는 모두 고렘으로 해결할 것이기에 마법사만 데리고 왔다.
고렘이 기세 좋게 명령을 받아들이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역동적이고 절대로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힘과 속도로 죽어버린 망자들을 한 곳으로 날랐다.
빨랐으며 동작이 간단해서 인지 익숙해지기까지 실패하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곧 문제가 나타났다.
힘껏 움직이던 고렘이 마치 물이라도 먹은 듯이 점점 속도가 느려져 갔던 거다.
시온은 고렘의 중심으로 많은 좋지 않은 마나가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작했습니다. 시온 백작님. 물론 백작님이 지금까지 보여준 결과는 정말로 대단했습니다만, 이건 제 말을 좀 들어보셔야 합니다.”
에슬린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시온에게 조언을 했다.
에슬린은 지금이라도 이런 곳에서 고렘을 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온은 여전히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다.
이것은 일반적인 고렘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앤드류의 비술이 들어간 이상 어느 정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고렘이 이런 곳에서 쓸 수가 없다고 해서 시온의 고렘까지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은 아직은 결정이 나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여기서 중단시켜? 잃어버리면 난리가 나긴 하는데.’
그러면서도 시온의 입은 쉽게 열리진 않았다.
치워야 할 건 빨리 치워야 했고, 한 번 병이 돌면 무슨 일이 생기는진 현대인인 시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미신적인 조치를 하면 신이 그것을 줄여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고 심지어 명석한 편인 에슬린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에슬린이 여기에서 바로 뒤에다 조언한 것은 이 원혼을 달래고 병을 막기 위해 마법의 신에게 제물을 올리자는 거였다.
‘에라이, 그걸로 해결되면 더 일찍 했겠지.’
시온은 자신의 이런 발언을 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입을 조심했다.
어쨌든 시온이 고민하는 동안 고렘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문제가 드디어 생겨버렸다.
고렘이 더 느려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자들보다 기감이 밝은 시온은 강철 고렘의 주위에 죽은 자들이 만들어 낸 어두운 마나의 소용돌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지?”
그 미세한 것은 아직은 시온 밖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상황.
이어서 그 많은 것들이 점점 세지고 있었다.
아마 바로 말했어야 했는데 시온도 놀라서 중지할 순간을 놓쳐버렸다.
소용돌이가 점점 커져서 고렘의 주위에 맴돌았고 이제는 에슬린과 이곳에 있는 마법사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시온 백작님!! 피신하시지요!!”
오르도가 시온이 먼저 피신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시온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여러 난리가 일어나는 와중에 고렘이 소용돌이를 이겨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에슬린은 시온의 고렘에서 처음 보는 현상을 발견하고서는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 정도로 뭔가 특이한 행동이 이어졌던 거다.
“이건 대체, 시온 백작님!! 지금이라도!!”
에슬린이 이렇게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뭔가 그 소용돌이가 점차 강해져서 이제는 눈에 보일 정도로 고렘 주위를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뺏길 수도 있습니다!”
“저런 현상을 알고 있나?”
“아니요. 처음 봅니다. 그런데 단순한 소용돌이가 아닐 겁니다.”
시온은 정말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음을 알았다.
그런데도 입이 떨어지진 않았다.
뭔가 앤드류의 비술에 이러한 비슷한 현상을 적어놓은 구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곳이 이런 망자가 떠도는 곳은 아니었지.’
앤드류 본인은 애초에 이러한 고렘의 비술을 제대로 한 번을 써보지 못하고 구상으로 대부분을 보낸 자였다.
그러니 현상에 대해서 적어놓은 것도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린다.”
“??”
시온이 그렇게 말을 하자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이 된 에슬린이 다시 한 번 시온을 설득하려고 하는 와중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렘으로 그 많은 마나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빨려 들어가는데 여전히 집념체의 색이 흩어지지 않았고 점점 더 그 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이..이건..!”
이십 년 동안 고렘을 연구한 오르도도 처음 보는 현상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소용돌이가 점점 작아지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고렘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마나를 자가 공급을 하면서 좀 더 다른 형태가 되려는 것처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엔 다시 이곳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모두의 얼굴엔 충격적이다는 표정이 서려 있었다.
시온도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뺏긴 건 아니겠지?’
에슬린이 그런 말을 느닷없이 했던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마나가 증기 형태로 뿜어져 나오더니 이어서 고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의 역동적인 속도보다 더 빨랐고, 더 힘이 넘쳐 흘러 보였다.
“뭐지?”
시온도 고렘의 상태가 뭔지 잘 몰라서 일단은 멈추라고 명령을 내린 다음 데려왔다.
그리고 고렘이 그 많은 마나를 흡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이곳에 있던 어두운 마나들이 거의 사라져 있었고 다른 형태로 시온의 고렘에게 들어가 있었다.
‘맙소사. 앤드류의 마법서에 이런 문단이 있었나? 고렘이 바뀌었다.’
굳이 사람을 불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대충 봐도 고렘의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대폭 넓어진 데다가 그것을 기반으로 낼 수 있는, 힘의 고리들이 훨씬 커져 있었다.
거기에 간단한 마법을 쓸 수도 있게 된 것 같았다.
아직은 마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는데 시온을 따라서 가장 간단한 염력 마법과 화염 마법을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시...시온 백작님. 알...알고 계셨습니까?”
“....음. 아니.”
“제가 듣기로는 직접 관련 마법을 만드셨다고.”
“그랬지.”
설명하기 귀찮아서 앤드류의 마법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설명해놓은 상태였다.
다시 고렘을 움지이게끔 명령을 내렸다.
고렘이 빠르게 뛰어가서 다시 망자들을 구덩이에 재빨리 날랐다.
‘역시 더 좋은 쪽으로 달라졌다. 설마 흡수하는 기능이 있을 줄이야.’
시온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되면 에슬린이 말하던 문제는 시온의 고렘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렘은 더욱더 가치가 있어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산재해 있는 이런 것들을 본격적으로 전염병이 퍼지기 전에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든지 다 효율적으로 변했다.
고렘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창고도 늘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힘도 늘었지만, 그것을 소모하는 연결 고리는 좀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어차피 병사나 인력을 이용해 작업하는 곳은 움드령 바로 근처였고 이곳은 거리가 되는 그 중간이었다.
고렘이 거의 일을 다 하고 마법사들이 마나만 모아서 고렘에게 넣어주기만 하는 형식의 작업 방식이 이어지는 것이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그 많은 것들을 금세 모아다가 구덩이에 가득 쌓았다.
그리고 시온은 한 가지 더 시험을 해보기 위해 고렘에게 명령을 내렸다.
화염계 마법을 써보라고 한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화염 마법인지라 수련 마법사 정도의 수준밖에는 안 되지만 시온이 처음에 집념체에 넣었던 것이 바로 화염계열 이었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인해 마법은 가르치지 않았던 것인데 이렇게 조금 전의 일로 배워버릴 줄은 몰랐다.
명령을 내리자 고렘의 입에서 강한 불이 뿜어졌다.
단점은 보통 마법사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고, 마나 소비도 크다는 것이다.
‘이건 좀 자제해야겠군.’
어쨌든 그 마법의 불이 불덩이를 만들어서 그 안에 있는 망자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벌써 한 군데를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했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다음 곳으로 넘어갔다.
다음 곳에서도 이러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소용돌이 같은 것이 생기고 고렘이 그것을 빨아들였다.
다만 확인해보니 아까만큼 크게 고렘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마나를 공급해줄 필요가 없었다.
그러려고 마법사를 데려왔는데 희한하게도 이러한 현상을 흡수하는 탓에 소모한 마나를 혼자서 다시 빨아들여서 최고의 상태가 되었다.
이러니 다시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끝나고 그렇게 계속해서 찾아다니며 망자들을 소각했다.
‘드래곤 단장이 독한 구석이 있구나.’
시온은 추격전과 그런 전투가 있었던 장소들을 돌면서 그때 악수를 하고 보냈던 그 단장이 보통 독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인상은 좋아 보였는데 그만큼 철두철미하군.”
황제가 쓰는 칼이라는 소문이 무색할 정도로 그냥 학살을 해버렸다.
그렇게 다섯 군데를 더 돌고 나서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는 점이다.
한 일주일은 절약하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게다가 중간에 마나를 채워 넣어야 할 마법사들을 오히려 놀려버린 상황이었다.
완전히 다 끝나고 나서 시온은 고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첫 번째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그다지 변화를 일으키진 않았군.’
그래도 기존의 가지고 있던 그 강철 고렘보다 성능이 대폭 늘어났다.
이어서 본격적인 비가 내렸다.
만약 이 작업을 조금이라도 늦게 했다면 이 비에 맞아 빠르게 전염병이 돌았을 거였다.
즉 원래 계획대로라면 절대로 해낼 수 없었던 성과였다.
“아니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셨습니까!!”
코르도바는 엄격하게 관리를 하며 조금이라도 시온을 돕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던 모양이었다.
시온이 돌아오자 포기한 줄 알고 맞이했는데 알고 보니 시온이 모든 일을 다 마친 상황인지라 그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시온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특히 이 고렘의 좋은 점은 사람은 비가 오면 쉬어야 하지만 이 녀석은 계속 굴릴 수 있다는 것이지.’
시온의 고렘은 빠르게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그 소용돌이 현상은 없기에 마법사들이 힘낼 것이지만 그들 중 한 명도 불만을 토하는 자는 없었다.
비는 장장 일주일 동안 내렸다.
그런데도 전투의 복구 작업과 구스타와 움드를 잇는 길을 만드는 작업은 진척이 한참은 되어 있었다.
전보다, 한참은 향상된 능력 덕이었다.
‘하나 더 있으면 좋겠는데.’
압도적인 결과를 보니 하나 더 운영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