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3화 (143/304)

내단작업

비단에 대한 거래권을 다시 확립했다.

시온은 이들과 함께 구스타로 돌아왔다.

물론 올 때는 웜 두 마리와 함께였다.

그것은 장관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구경을 했다.

그리고 소문이 빠르게 돌았다.

시온 백작이 이것을 한 번에 처리했다는 소문이었다.

사실 여부에 대해서 사람 중 싸우는 자도 있었다.

구스타의 민심이 시온에게 기울어 가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에 더 커졌다.

아무리 유비드 가문에서 오랫동안 통치를 받았다 해도 결국엔 영지민들은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이들은 누가 주인이 되든 사실은 상관이 없었다.

그저 세수가 적고 금화가 잘 벌리며 여러 가지 좋은 건물이 생기고 억울한 일 없이 일들이 진행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시온이 여기에 관여한 게 벌써 여러 개였다.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던 것이 바로 이런 무역권이었다.

비단 무역이 구스타를 벗어나게 된다?

바로 이들의 수입에 저하를 뜻했다.

그런데 시온이 상단을 다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웜을 잡아왔다는 것은 충분히 이들의 불만을 달래는 정도가 아니었다.

바뀌고 나서 보통 민심을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심하면 오 년이 넘을 수도 있었다.

가혹한 방법도 동원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거 없이 단독으로 가장 빠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간 것이었다.

-새로운 백작님은 신이 선택한 자다.

랭스 대신전에서 황제는 약간의 쇼를 해줬다.

신탁이 있는 것처럼 대충 둘러대 줬다.

실상을 얘기하자면 사실은 시온이 너무나 기반이 없었기에 백작위를 주기 위해서 쇼를 한 거였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지금 효과를 더해주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시온이 잡아온 포레스트 웜의 주위에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상태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런 대형급 육식 영수를 잡아내려면 치열한 전투가 있어야 했다.

고로 대형 웜을 잡아낸다 해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시온이 잡아낸 것은 약점 말고는 아무런 흠이 없는 최상의 상태.

당연히 값이 배로 뛸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 참 고마운 녀석들이군. 솔직히 말하자면 난감했는데.’

이런 결과를 얻을 줄 알았다면 일부러 투입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시기가 적절했다.

게다가 이렇게 몸값이 비쌀 줄은 몰랐다.

잡고 나서 생각하자고 했던 건데 상상 이상으로 몸값이 대단한 것으로 추정됐던 거다.

에슬린이 재빨리 뛰어왔다.

“제가 여러 번 확인을 해봤는데 지금 처리를 좀 해야 합니다. 아니면 부패가 진행돼서 값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냉기 마법사도 더 필요하고요. 그래도 이 추가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냉기 마법은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시온이 말했다.

시온은 간단한 거지만 냉기 마법도 쓸 줄 알았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부패를 막으려면 냉동을 시켜야 했다.

그 비용이 다만 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컸다.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경매장에 올렸을 때 그 비용을 치르게 할 만큼 가치가 있느냐의 여부였다.

에슬린이 열심히 설명하는 바는 가치가 있다는 뜻.

“알겠습니다. 비용을 치르죠.”

결국, 돈 문제이기에 에슬린이 시온에게 이렇게 허가를 구하는 거였다.

움드와 구스타의 모든 자금줄은 모두 시온에게 집중됐다.

거기에 이미 두 명의 남작을 완전히 제압한 상황이라 거기에 딸려오는 세금도 정말 높았다.

여러 큰 작업을 명령하기도 했다.

길을 만드는 것과 움드령을 복구하는 것과 전쟁터를 치워내는 일이다.

전부 돈이 많이 들었다.

여기에 냉기 마법사를 고용하는 비용이 더 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젠 비단 무역도 확보한 상황인지라 빚으로 들어간다 해도 바로 조금만 지나면 이익으로 변환된다.

다만 해체 작업이 문제였다.

이 비용 모두가 해체 작업이 잘 돼야 잘할 수 있는 거였다.

“해체 작업을 저에게 맡기신다는 뜻입니까?”

“같이 합시다.”

시온이 그렇게 말했다.

에슬린이 놀랐다.

귀족, 특히 영주에 오른 자가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곳의 분위기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밑에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귀족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 마법사 가문들도 해체 작업은 직접 하는 경우가 없었다.

따로 사람을 고용했다.

에슬린 같은 경우는 정말로 특이한 경우였다.

그런데 더 특이한 경우가 있으니 그게 시온이었다.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이 다 만류했다.

“시온 백작님께선 이 작업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왜지?”

시온이 반문하자 조용해졌다.

하겠다는 데 대체 누가 말릴 수 있을까.

그러나 이들의 만류는 그만큼 시온을 존경하기 때문이었다.

시온의 체면이 깎이는 일이 생기지 않았기를 바랐기에 그랬다.

그만큼 시온은 이들의 마음을 뿌리 깊은 곳부터 사로잡고 있었다.

‘이런 것도 다 배워놔야지. 그리고 이 녀석들은 모르는구나. 지금 이 중에서 내가 가장 해체에 능하다는 것을 말이지.’

시온은 이들이 전혀 모르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사냥꾼의 지식과 지혜였다.

사냥꾼은 천한 직업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천하게 취급되는 것이 이러한 해체작업이었다.

다만 단순한 녀석이 아닌 영수급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시온 백작님이 마법사라는 걸 자꾸 까먹습니다. 당연히 그 대범한 전술은 기사라는 경험에서 왔지만 치밀한 전략은 마법사의 경험에서 왔을 것인데요.”

에슬린이 턱을 잡고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시온은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여기에 있는 마법사들은 다들 기가 막히게 자가 해석을 해서 알아들었다.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거기엔 천한 것도 상관이 없다.

이런 식의 논리가 이들을 인상깊게 한 거였다.

“자 시작하지, 빨리해야 할 거 같으니까.”

시온은 돈이라는 단어를 빼고 말했다.

바짝 긴장한 에슬린이 여러 가지 도구 앞으로 갔다.

시온도 바로 갔다.

에슬린에게 대충 설명을 들어야 했다.

확실히 좀 특이한 도구들이 많이 있었다.

전부 마법을 운용해야 만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부 냉동계와 절삭계 마법을 품고 있는 것들이었다.

에슬린은 시온에게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만큼 한번 실수할 때마다 재료의 가치가 뚝뚝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다 시온의 것이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에슬린의 성격상 이런 귀한 것을 망쳤다는 이력을 남기고 싶진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

시온의 모습에 일거수일투족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였다.

그런데 시온이 도구들을 익숙하게 잡고 에슬린의 시범을 바로바로 따라했다.

너무 정확해서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굳이 부족한 게 있다면 마나를 쓰는 방법 정도인데 그것을 배우는 속도도 기가 막힐 정도의 속도였던 거다.

‘설마 이런 것까지 천재인 거냐.’

에슬린은 새삼 시온을 다시 보고 있었다.

“혹시 이미 해보셨습니까?”

“우리 가문 얘기를 한 적이 있나?”

“없습니다.”

“산 깊숙이 있는 정말로 작은 영지이지. 그마저도 화전을 많이 쓰는데 항상 먹을 게 부족해, 사냥으로 채워야 했다. 형들은 관심이 없었지만 나는 그런 것도 유심히 봤었지.”

시온의 이 이야기는 다른 자들에게 다시 잔잔한 파문을 주었다.

이들은 어느새 시온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다.

그 탓인지 다들 정신을 더욱 차리고 시온과 에슬린의 동작을 보조했다.

마나가 많이 필요하니 이렇게 보조해주는 역할이 이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배우자마자 시온은 감이 딱 왔다.

거침없이 웜을 해체해 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웜을 이루고 있는 내단이었다.

이것은 마나의 결집체였다.

사실 부패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랜덤하게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이것을 추정되는 곳에서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손실이 나기 마련이었다.

이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 웜이라면 피 한 방울도 가치가 있기에 비늘 하나나 살점이 잘못 떨어져 나가는 것도 다 돈이었다.

에슬린이 그렇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디에 내단이 숨어 있을지 차근 차근 살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탄성이 나왔다.

시온이 거침없이 한 방향에 칼을 집어넣어 잘라낸 거였다.

피가 조금 떨어지고 그 부분이 동결이 됐다.

시온의 손이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기감이 뛰어난 시온에게 있어서 이것은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였다.

마탑의 마법사들에게나 어려운 일인거였다.

바로 무언가를 잡아채고는 쭉 뽑았다.

“내...내단을 이렇게 빨리????”

“!!!”

“?!!”

주위가 경악을 했다.

그 정도로 너무 손쉽게 찾아냈던 거다.

속도가 생명이기에 시온이 보여준 행동은 완전히 숙련자 이상이였다.

“이게 맞나요. 에슬린님? 이게 가장 마나가 요동치는데.”

“맞..맞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작업을 더 진행했다.

에슬린은 하던 일도 멈추고 시온이 하는 행동을 멍하니 봤다.

원래 젊은 수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괴짜라는 얘기가 돌 만큼, 에슬린은 이런 부분에도 나름 지식이 많았다.

그런데 그의 상식 밖에 수준을 시온이 보여주고 있던 거였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그가 진단하기도 전에 미리 여러 가지 구상을 짜서 알려줬던 부위들을 모두 다 빼버렸다.

“못 찾았습니까?”

“아, 그것이.”

“이쪽으로 와서 이어서 해주십시오. 그 녀석 보아하니 깊숙이 숨어 있군요. 재빠른 녀석이더니 이곳에서도 말썽이군.”

시온의 말에 그가 자리를 바꿨다.

시온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이 녀석은 도주하던 웜이었다.

근데 보아하니 아주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것이다.

쉽게 찾은 만큼 들고 있던 칼이 쑥 들어갔다.

주위를 얼어붙게 하면서 피를 정지시켰다.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마나가 들었다.

그런데 깊숙한 곳에 있기에 슬슬 손해를 보는 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쭉쭉 뜯어나가자 안타깝다는 소리가 났다.

살점 몇 개가 그냥 버려야 하는 수준이었던 거다.

하지만 시온은 단 번에 내단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 위치가 깊었기에 에슬린과 마법사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나였다면 절대로 저렇게 쉽게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분명히 이 웜을 망쳤겠지. 이런 솜씨라니 체면 생각하지 말고 나도 사냥꾼의 지식을 배워야겠구나.’

에슬린은 자신의 스승을 항상 까대는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시온을 보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재능의 차이가 느껴져서 괴로우면서도 기뻤다.

“아 실수했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 달리 시온의 입에서 다른 단어가 나왔다.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상당히 많은 양이, 살점도 떨어졌다.

다 제값을 받을 순 없었다.

그러나 시온은 재빠르게 그 쪽에 붙어있는 뼈를 부러뜨려버리고 내단을 잡아채서 꺼냈다.

운이 좋게도 부러진 뼈가 지탱을 하는 바람에 더는 손실이 나지 않았다.

시온이 바로바로 얼어붙어가는 내단을 손에 쥐면서 담을 수 있는 냉기 용기에 넘기려고 했다.

에슬린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아니!! 보라색!!”

시온이 들고 있는 내단이 보라색이었던 거다.

내단도 색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졌다.

보라색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급이었다.

가장 귀하고 개체의 중요도를 떠나서 잘 나오지를 않았다.

“음? 색깔이 다른데? 이거 안 좋은 겁니까?”

“아..아니..하. 시온 백작님. 그것은 내단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진 단계의 물건입니다! 이것이 여기서 나오다니!! 신이 점지해주신 거라고밖에는!!”

에슬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법사들도 다 처음 봐서 영광이라는 얼굴이었다.

경매장에서도 보기 힘든 급의 내단인 거였다.

‘아 취소해야겠다. 앙칼진 면이 있더니 뿌리까지 고마운 녀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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