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304)

두번째 고렘

고렘 계약에 실패한다?

대가는 뻔했다.

고렘의 기체를 잃고 재료를 잃는다.

간단했다.

어중간한 것이 없는 마법의 세계였다.

시온은 오르도에게 몇 가지 이론에 대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에슬린이 들어왔다.

하던 얘기를 요약해서 해주니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속으로 갈등이 일어났던 거다.

하지만 마탑으로서의 입장과 서품을 올리고 싶다는 욕구보다도 새로운 경지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이자는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걸까.’

에슬린은 시온의 선택에 대해 불쑥 드는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협력하겠습니다. 대체 두 기를 계약한다니, 그런 초유의 사태를 직접 보고 싶습니다.”

“저도요.”

따라온 카롤리나는 이미 시온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승낙상태였다.

그녀는 시온이 들어주겠다는 부탁만으로도 충분했던 거다.

마나를 빌려주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돈과 관련이 있다.

서품 마법사는 그런 면이 더 심했다.

어쨌든 대강의 얘기를 결정.

시온은 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

에졸리노가 구스타의 조용한 곳에 고렘을 옮겨 놓았다.

고렘은 조용히 서 있었다.

지금은 빈 깡통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준비 마법을 했다.

시온도 앤드류의 마법을 슬슬 가동했다.

거대한 진이 만들어진다.

기존의 성공적인 진이다.

에슬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오르도도 여전히 장관을 본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독창적인 마법의 창조.

시온이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알고 있다.

‘이 기존의 진으론 안 되고 오르도가 준 이론 중에 하나를 해야 하는데.’

시온이 짧게 고민하다가 다섯 개중 하나를 골랐다.

고른 붉은색 마법진이 기존의 거대 진에 들어갔다.

마나의 흐름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 치듯이 주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주변의 마나도 전부 빨려 들어왔다.

영지 주변의 마나가 이곳에 흡수되어 갔다.

그 흐름에 마나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자들은 한 곳을.

시온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시온 백작이 무언가를 하려는 거라고.

그리고 붉은 진이 기존의 진과 완전히 결합이 됐다.

탄성이 흘러나왔다.

성공한 것이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하진 않았다.

정작 중요한 계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진은 다 완성이 되었는데 희한하게 집념체가 모여들고 있지를 않았다.

시온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런 좃됐다.’

바로 속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여기에 걸려 있는 게 얼마인데 이게 안 된단 말인가.

생각하기도 싫었다.

하나를 열었더니 정작 중요한 게 안되다니.

이러면 오르도가 준 이론을 잘못 선택한 게 된다.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을 지도.

별의 별생각이 다 들고 있는데 어쨌든 이 상황을 해결할 만한 것이 필요했다.

진급의 내단이 증발해버릴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인지라 시온의 기감이 빠르게 상황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방법이......’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데서 반응을 하는 무언가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아주 깊고 어두워서 그냥 지나갈 뻔한 어떤 것을.

바로 아공간 창고에서 오랫동안 보관했던 마법서 하나를 꺼냈다.

그 예전의 이상한 신전에서 얻어낸 마법서다.

많은 마나를 필요로 하면서 왠지 느낌이 좋지를 않아 피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이 이곳에 없는 유일한 집념체의 흐름이 이어져 있었다.

오르도가 절망하고 있었다.

“안돼!! 이 귀한 것이!!”

에슬린도 비슷한 감정인 듯,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밖에는.’

시온은 그 정체불명의 마법서를 지금 사용해야 했다.

그 마법서를 열었다.

마나를 타고 가던 마법서가 활짝 펼쳐지더니 주르륵 페이지를 넘겼다.

“???”

“?!!!”

여기 있던 자들은 시온이 대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 마법서라니!

초보자도 안 하는 실수가 아닌가.

그리고 마법서가 진으로 가까이 가더니 찢어져 버렸다.

산산이 찢어진 마법서는 마치 마나를 견디지 못해 터져버린 것 같았다.

수많은 조각으로 나뉘어갔다.

“제길. 아니었나?”

시온도 아차 싶을 정도였다.

그때 그 조각이 난 그 지점에서 무언가가 모여들었다.

집념체?

새로운 집념체가 희한한 공간에서 새어 나오듯이 만들어져 갔다.

이곳에 있는 마법사 중 그 누구도 저 집념체가 무슨 계열인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시온도 잘 몰랐다.

특수계열 정도라는 것만 눈치챌 수 있었다.

“성공...인 것 같습니다!!! 집념체가 분명합니다!! 시온 백작님!!!”

오르도가 소리쳤다.

에슬린도 동의했다.

일단 시온이 봐도 집념체로 보였다.

좀 커서 그렇지.

‘휴, 내단을 날리진 않은 건가.’

순간 날릴 뻔했다는 생각에 땀이 한 방울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새어 나오던 공간이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

모두들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허나 시온은 딱 한 번 이 현상을 맛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거다.’

앤드류의 비술을 처음 만났던 그 장소를 갔을 때 있었던 현상이다.

아직 선택의 여지는 남아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마법사인 시온이 진을 깨트리면 저 공간은 그냥 허공으로 사라질 터였다.

“그 짓을 내가 하겠냐?”

하면 겨우 형성된 집념체도 내단도 다 사라질 거다.

그대로.

시온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판단이 옳았을까?

팽창된 공간이 곧 주변을 장악했다.

불길하다고밖에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뭔가 치명적인 피해를 아직 주진 않았다.

이어서 정말로 모두를 삼킬 만한 공간이 펼쳐졌다.

순간 정신이 흔들릴 정도다.

그 정도로 뭔가 기이한 마나의 속에 들어왔다.

온통 보라색의 세계였다.

하지만 시온의 앤드류의 두 번째 마법이 시온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정신이 또렷해진 시온은 자신 말고 다른 인물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동하던 마법사들, 오르도, 에슬린, 카롤리나, 에졸리노 그리고 여섯 명의 마법사 전부 멀쩡했다.

“정신을 잃은 자는 없나?”

“어지럽기는 한데 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공간의 변화로 현기증이 난 거였다.

그런 상황에.

밖도 다툼이 한창이었다.

“뭔가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온 백작님의 안전을 위해 확인해야 한다!”

“아니, 시온 백작님이 이곳을 지나가려는 자는 모두 베어버리라고 했다. 이 안으로 들어오는 자는 내 검을 맞봐야 할 거다.”

기사들끼리 치열하게 대립이 이어졌다.

일단 들어가려는 자는 알란이었고, 막으려는 자는 클락, 볼브가 중심이었다.

이제 기사가 된 필립스와 코르도바 어레이가 오고 나서야 칼부림이 날 뻔한 상황이 진정이 됐다.

그리고 이들은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안이 기묘하게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

“아무도 없다?!”

“시온 백작님을 찾아!!!”

난리가 나버렸다.

이곳은 보라색의 세상이었다.

다들 이 기괴한 신전 내부를 신기해했다.

두려워도 하지만 그만큼 마법사들인지라 이런 경험을 간절히 바라는 자들이기도 했다.

‘저번의 그곳보다 더 거대하군.’

조각상들은 저번보다 더 거대하고 더 기괴했다.

“흐엉엉.”

유일한 일반인인 에졸리노가 공포에 떨었다.

“이곳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요. 제가 마법으로 보호해 드릴게요.”

카롤리나가 에졸리노에게 어떤 마법을 걸었다.

에졸리노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여기...는?”

시온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에 대해 알고 있는 자는 시온밖엔 없었다.

그리고 시온은 이곳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를 않았다.

‘이 석상들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시온은 이 거대한 석상들을 의심했다.

물론 이곳이 영 수상하다는 점을 들어보자면 이 석상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법사인 이들과 달리 시온은 기사이기도 했다.

메이스가 시온의 손에 우뚝.

시온은 메이스로 석상을 가늠했다.

“시온 백작님?”

“모두 마법은 함부로 쓰지 마라. 나는 이곳에 한 번 온 적이 있다.”

시온은 그렇게 말하고 가장 가까이 있던 석상의 머리를 박살 냈다.

“???”

“석상의 머리가?!”

분명히 돌가루가 떨어져야 하는데 희한하게 부서진 것은 몬스터의 골통이었다.

확인하자마자 시온은 있는 힘껏 근처에 있는 석상을 내려쳐댔다.

앤드류의 각인마법이 적으로 인식을 하고 가장 조각을 낼 수 있는 곳으로 시온을 인도했다.

이들 마법사는 넋을 놓고 시온의 무용을 보았다.

순식간에 석상을 다 박살 냈고 가장 큰 석상에 손을 댔다.

가장 큰 석상의 두 다리를 부수고 팔을 부수자 그제야 석상이 거대한 몬스터로 변했다.

크기도 대단했고 흉측한 몸에 마법도 쓸 줄 아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시온이 팔과 다리를 다 박살 낸 상황.

당연히 몸통과 얼굴만 움직이고 있었다.

시온은 아주 간단하게 머리를 메이스로 찍었다.

변변찮은 공격도 못 해 보고 이 촉수 괴물은 죽어 버렸다.

‘큰일 날 뻔했다.’

시온은 방금 부숴버린 수십 개의 석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이 해결할 수 있겠지만 데리고 온 자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아마도 어떠한 지점까지 일행이 통과해야 석상 마법이 풀리는 듯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시온은 방금 부숴버린 것의 핵은 주섬주섬 챙겼다.

“이리로 움직인다.”

시온은 가야 할 방향이 한 군데라는 것을 알았다.

일직선의 길인지라 얼마 되지 않아 앞에 인간 크기의 몬스터가 보였다.

기감이 뛰어난 시온은 이것이 집념체의 정체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그 마법서에 봉인되어 있었거나, 이 녀석의 힘을 빌리는 그런 마법서였던 건가?’

그것이 시온을 보자마자 무언가 소리를 쳤다.

인간의 언어는 아니었다.

‘마법을 쓰려고 한다.’

시온은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어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언가를 소환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닐 수도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 마법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고 그냥 메이스로 공격할 수도 있었다.

시온이 선택한 건 후자였다.

단번에 미친놈처럼 뛰어갔다.

놀라운 속도로 뛰어간 시온이 메이스로 인간 형태의 괴물을 내리찍었다.

그것이 놀랐는지 팔로 막으려 했지만 시온은 간단하게 팔을 부러뜨렸다.

이어서 여러 곳의 난타가 이어졌다.

사실 이 몬스터는 육체적인 반응도 뛰어난 편이었다.

기사 하나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정도.

주공격이 마법인 마법사 몬스터라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급이 높은 몬스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시온인 것이 문제였다.

기사 둘을 상대하는 육체 능력으로는 시온에게 접근전을 허락하면...

우득! 퍽! 퍽! 퍽!

한두 번 잘 막아내더니 이어서 여기저기가 박살 나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리고 외우던 마법도 끝내지 못하고 바닥에 부들부들 떨면서 쓰러졌다.

시온은 계속해서 머리를 내리찍었다.

결국에 골통이 빠개져 버렸다.

죽어버린 거다.

“백..백작님, 대체. 알고 있는 몬스터입니까?”

“아니? 처음 본다.”

“!!!”

“뭔가 위험한 거 같아서 그냥 죽여 버렸다.”

그리고 그게 열쇠가 맞았다.

갑자기 공간이 흐릿흐릿해졌다.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고 있던 거였다.

이게 해결법이 맞았나.

갇힌 공간에서 해방됐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시온 백작님을 보호해라!!”

기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시온을 보고선 소리쳤다.

“아니, 아니 괜찮다.”

그리곤 일행의 숫자를 확인했다.

모두 잘 돌아왔다.

하지만 시온은 일행 외에도 한 가지를 더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두 번째 고렘의 집념체.

그리고 계약이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잠깐만, 마법을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완벽하게 몬스터를 골을 빠개서 이지를 상실케 했던 거다.

간단하게 집념체가 되었다.

완전한 노예 상태.

게다가 시온이 처음 보는 마법들을 익히고 있는 것 같았다.

“이리로 와 보거라.”

새롭게 계약된 고렘이 시온을 향해 걸어와서 멈췄다.

계약은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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