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304)

움드의 권리(2)

“향 무역을 넘기겠다.”

아들과 대량의 병사와 기사를 확보한 시온에게 버틸 재간이 없었다.

콱.

움드령 인장이 서류에 떨어졌다.

그것을 투링거 백작이 허망하게 봤다.

‘이로써 건설 자금이 확보됐군.’

전투로 돌려받은 거다.

당연히 직, 간접적인 모든 권리를 포함했다.

여기에는 관세가 걸려 있었고, 그리고 향을 생산하는 움드의 토지도 반환받는 내용이 있었다. 따로 배상금에 몸값까지 섞였다.

정말로 싹 가져온 것이다.

사실 이것으로 끝날 것은 아니다.

‘움드에 속한 봉신도 데려와야지.’

남작이 두 명 있는데 모두 홀랜드 공작이 가지고 있었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어쨌든 거래를 마친 시온은 그곳에서 나갔다.

움드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시온 백작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피에르?”

르만 남작령을 맡긴 피에르가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금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

밖에는 많은 행렬이 있었는데 거기에 금화 상자도 많았다.

얼마나 긁어댄 거지?

르만의 통제와 관리의 적임자로 피에르를 골랐었다.

시온은 거기에 대해서 한 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세수를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잘 보이려고 올린 것이라면 혼쭐을 내줄 생각이었다.

“이건 배상금이 섞였습니다.”

잊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자링 가문에게 남작령만 받은 것이 아니라 전쟁 배상금 일부도 받기로 했다.

여기에 오리엔 영지에서까지 선물이랍시고 긁어서 가져왔으니.

“고맙다. 잘해주고 있었군.”

시온이 한 마디를 해주자 피에르가 감동한 얼굴이 되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물음은 바로 전에 있었던 향 무역권에 대한 교전이었다.

“움드에 속한 것인지라 투링가 백국에게서 받아왔다.”

“?!!”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서 들을 때마다 놀라더니 향 무역에 관한 것까지 듣고 나자 피에르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더욱 충성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얼굴이 결국엔 되었다.

“시온 백작님 아만다 블랙파이어님이 오셨습니다.”

피에르를 내보내고 아만다와 호른백작 그리고 처음 보는 마탑의 사람들을 시온이 맞이했다.

이들의 목적은 내단을 시온에게서 구매하기 위해 이 먼 길을 빠르게 온 거였다.

“벌써 끝냈단 말입니까?”

대강의 얘기를 듣다가 시온이 이미 내단을 소모해버렸다는 얘기를 하자 그녀가 믿지를 못했다.

“저 역시 한 명의 마법사입니다.”

그녀는 시온에게 감탄했다.

여러 가지가 섞인 감탄 소리였다. 유비드 가문을 격파하다니.

“맙소사. 그 귀한 것을.”

“어디에 쓰셨습니까?”

“고렘따위에 쓰셨다니...허..”

마탑 사람이 에슬린을 책망했다.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은 당연히 마탑 쪽이었다. 써야 할 방향에 대해서 무궁무진하게 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방향이 많았다.

“이런, 이런. 시온 백작님을 안 본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일이 시온 백작님 따로 초청을 드리고 싶은데요.”

오랜만에 본 호른 백작.

이 자는 목적이 내단이 아니다.

‘여전히 라레테저닛으로 나를 빼가려는 거겠지.’

“혹시, 고렘을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마탑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물었다. 그 정도로 아쉬웠고, 그리고 완전히 믿고 있지를 않았다. 시온이 단순한 기사형 귀족이 아니라는 것을 이 모두가 이젠 알고 있었다.

“좋습니다. 보여드리죠. 사실 저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결과는 좋은 것 같지가 않아서.”

“대체 고렘에 왜...”

“호기심이지요.”

“허허.. 시온 백작님은 마법사 자격이 있으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먼저 나가고 시온이 나가려는데 아만다가 팔짱을 끼고 있다가 시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음?”

“우리 약속. 잊지 말자고요.”

“물론입니다.”

시온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달아올랐는데, 그녀가 바로 먼저 나가버렸다.

이들과 이동한 곳에 심연의 고렘이 서 있었고 마탑의 사람들은 연신 수군거리며 이 새로운 고렘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정말로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까?”

“딱히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형태의 고렘입니다. 게다가 이 복잡하고 기묘한 마법 문양은 전부 낯선 것입니다.”

서품 마법사들인지라 보는 눈과 안목이 날카로웠다.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느낌이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모르겠다는 입을 열 방도도 없으니 그저 이 일의 실패를 인정할 수밖엔 없었다.

“내단을 날린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특별한 고렘입니다.”

“그러면 어떻겠습니까. 고렘이 고렘이지요. 날린 건 날린 거 아니겠습니까? 에슬린이 너무 물렀던 거지요.”

이들은 자기들끼리 그렇게 결론을 내려갔다.

시온은 생각대로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만다를 숙소로 안내했다.

아만다는 고렘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 어떻게 보자면 아버지가 시켰기도 했고 시온이 너무나 궁금해서 여기까지 온 거다.

그리고 시온에 대한 모든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니 적게 알려졌다.

‘드래곤 나이트 단장은 시온이 제국의 문젯거리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했지.’

“여기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움드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고 제가 오자마자 전투를 치렀어야 해서 손님을 모실 공간을 마련하지는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아니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

그녀는 시온이 거꾸로 제국의 문제를 해결해줄 해결사로 보였다.

탁.

문이 닫혔다.

ㆍㆍㆍ

마탑의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다른 영지를 통과하는 비인지라 소문이 자자했다.

“비를 모는 영수라.”

이덴이라는 유명한 대형 영수가 오고 있다는 거였다.

이 영수는 엄청난 양의 비를 떨어트렸다.

당연히 투링가 백국도 피해가 컸지만, 홀랜드 공작령은 아주 박살이 났다.

이덴 자체의 위력도 대단한 영수이지만 이 영수는 그냥 보내는 것이 좋다는 관습이 있었다.

‘재수가 없다고.’

이덴을 잡아내면 그 영지에 저주가 걸린다는 미신이 만연했다.

이곳의 사람들이라면 그냥 고통을 참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막상 잡기도 쉬운 편이 아닌지라 기사, 특히 마법사가 많이 필요했다.

오래 있는 영수가 아니니 그냥 방비만 하다가 보내는 일이 많았다.

잡자.

그런 거 안 믿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덴을 잡으면 해당 영지에 다른 공격적인 영수들이 복수하듯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럼 더 좋지.’

잡아낼 여력이 있다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다.

시온은 이덴을 맞이하기 전에 물의 범람을 보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움드령에 관통하고 있는 강가를 따라서 이덴이 오는데 문제는 이것이 오게 돼서 순간적으로 퍼부어지는 물 때문에 근처에 있는 작물이 다 망칠 수도 있다는 거다.

잡았다고 해도 대부분 작물을 날리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

그러니 시온은 바로 긴급 작업을 해야 했다.

아만다는 그 얘기를 듣고는 놀라서 시온을 찾아와서 물었다. 어쩌려고 이덴을 사냥하느냐는 거다.

“전 그런 거 안 믿습니다.”

그 한 마디로 그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시온은 바로 마법사들과 보병대, 기사들을 불렀다.

“이덴을 사냥한다.”

모두가 아만다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바로 술렁일 정도다.

부담스러운 모양.

그런데도 결국 반대를 표하는 자는 없었다. 다름 아닌 시온의 명령인 탓이다.

휴식을 취하지 못한 마법사들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금화를 더 챙겨주마.”

마법사들은 바로 의욕이 돋는 듯했다.

어쨌든 이 모든 게 가능했다.

두 기의 고렘이 있기 때문이다.

아만다에게 어쩔 수 없이 보통 고렘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려져야 했다.

“오르도. 네가 강철 고렘을 움직이고, 내가 심연의 고렘을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시온 백작님.”

오르도의 눈에는 존경심이 흘러 나왔다.

앤드류의 비술.

그것을 모르면 시온이 천재로 보일 수밖에.

어쨌든 바로 작업이 들어갔다.

시간이 짧기에 모든 인력을 동원, 보병뿐 아니라 움드의 인구가 동원 댔다.

‘맙..소사. 이 무슨 인기야.’

아만다는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말이야 명령이지만 보병도 전투가 아닌 부분에서 쓰려면 다루기 힘든데 하다못해 영지민의 인력은 더욱 다루기 힘들었다.

이럴 때 잘못하면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다.

‘모두 니벨룽 가문을 부르짖고 있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전 영주의 가문 통치는 무려 백 년이 넘었다.

그런데 벌써 그 이름이 잊히고 새로운 가문을 새긴 것이다.

‘이것이 저 남자의 힘.’

황제의 가문도 위세로 사람을 다스리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 없이 이렇게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낮은 노예부터 시작해 기사들과 그들의 지휘관인 상임 직위자들의 모든 자가 시온을 진심으로 따르는 거다.

‘나도 해야지.’

아만다는 시온이라는 자를 진심으로 다른 감정이 생겼다.

뭔가 인간적으로 본받고 싶다는 느낌. 그렇기에 권위를 버리고 그녀도 이 노동에 참가하기로 했다.

다른 자가 봤다면....

절대로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시온의 행동이 컸다.

시온은 이미 현장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시온의 논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빨리해야지 작물 손해가 안 날 것이다.

‘이 작물을 잃으면 에라이.’

쿵!

시온이 돌덩이 하나를 던져 버리고 다음 돌을 집기 위해 움직였다.

“모두 백작님처럼 움직여라!!”

움드령 자체가 구조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재배지가 되어 있는 게 문제였다.

한 번 당하면 깡그리 잃어버리는 구조.

그러니 여기를 잃게 되면 다른 곳에서 식량을 가져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작업량을 생각해보면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희한하게도 강철 고렘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기의 고렘이 거의 육십 프로를 넘게 작업을 해 버리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물이 넘칠만한 구석을 막아버리는 작업을 완성해 버렸다.

너무나 빨랐다.

아만다도 도와주려고 갔다가 넋을 놓고 두 고렘이 움직이는 바를 구경할 정도였다.

마탑의 사람들을 속였다!

나름 마법적 지식이 있던 그녀는 시온의 두 고렘이 보통 고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연의 고렘이 사실은 더 대단하지만, 일단은 노동적으로는 강철 고렘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그리고 시온을 봤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시온은 완성된 작업을 보면서 한시름 놨다.

휴.

이어서 땀을 닦았다.

마법사들이 하나씩 뻗어서 누워 있었다. 그 정도로 많은 마나를 두 고렘에 공급했던 거다.

카롤리나가 잘 해주겠지.

카롤리나는 서품 마법사인지라 마법사의 치료까지 가능했다.

에슬린이 근처에 있기에 시온은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에슬린 님.”

“말..말씀하십시오. 백작님.”

“이덴을 잡으면 거기에서도 여러 가지가 나올 것인데 뭐 좋은 거 없겠습니까?”

“허.”

에슬린은 진심으로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뭔가는 알고 있기는 한 모양.

“없습니까?”

“워낙에 이것을 잡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지라, 제가 고대서에서 무언가 본 기억은 있습니다.”

“오. 그게 뭐지요?”

“듣기로는 특이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옛날 사람들인지라 야만적인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그게 무슨 효과를 줍니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풍요와 관련된 것일 겁니다.”

시온은 약간 고민하는 척을 했지만, 마음은 완전히 먹었다.

이건 반드시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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