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흡수
강의 범람을 막을 수 있는 임시 작업이 끝이 났다.
‘이 정도면 작물을 다 날릴 필요는 없겠다.’
정면으로 받는다 하면 이 정도로는 안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중심으로 오면 안 됐다.
흠.
반드시 외각 쪽에서 영수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비를 많이 뿌렸다.
홀랜드 지역을 거친 영수의 피해를 생각해봤을 때 이 정도의 준비는 완벽하다고 볼 수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닌 것이 이덴 자체도 특수로 분류되기에 이 영수를 잡아내려면 군대도 필요한 편.
제일 필요한 건 영수잡이들이다.
용병 중에는 이러한 영수잡이를 전문으로 하는 자들이 있었다.
예전에 돈이 궁할 때 한번은 생각해본 적이 있던 용병 중에서도 특수 용병이었는데 모두 최소 금패였다.
‘킬번이 슬슬 도착할 때가.’
킬번을 통해서 영수잡이를 불렀다.
자링 가문의 전쟁에서 안면을 익힌 킬번은 용병쪽으로 키우고 있었다.
즉 후원자 비슷한 게 된 것이다.
이런 식의 강력한 카드.
그런 것을 하나씩 여러 방면으로 마련해야 하는 게 영주의 역할이다.
모든 무력 수단은 돈이 필요했다.
하물며 용병은 더욱 그렇다.
수입원이 이래서 중요했다.
향 무역권의 확보는 이것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일은 향의 재배에도 영향을 끼쳤다.
향의 무역권은 단순히 무역에 대한 독점권을 되찾아 온 게 아니다.
이것은 향을 재배할 수 있는 특정 토지의 반환까지 포함했다.
모든 작물이 과다한 빗물에 영향을 받듯이 향도 그랬다.
이번 거래 외에도 생산에 관련해서 수확되어야 했고 그래야지 온전히 수익이 돌아가는 거였다.
향의 쓰임새는 다양했는데.
이곳에서는 마법적인 수단이나 절차로 자주 쓰이곤 했다.
실제로도 효과가 있어서 시온도 정수를 제작할 때는 향을 피워놓는 일이 가끔 있었다.
구름이 점점 어둑해졌다.
번개가 치고 바람이 거세졌다.
그것을 보던 시온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때.
저 끝에서 말을 탄 자들이었다.
킬번과 영수잡이들이었다.
“시온 니벨룽 백작님을 뵙습니다. 그간 좀 힘드셨나 봅니다? 예전보다 왜소해졌습니다.”
“왜소???”
소리를 들은 자들은 경악했다.
누가 봐도 왜소와는 거리가 멀다.
시온이 빙긋 웃었다.
역시 눈썰미가 있는 녀석이라고.
요즘 들어 근육의 효율이 더 올라가서 부풀었던 게 약간 줄어들어 가는 도중이었다.
“자네도 패가 올랐군.”
“감사합니다. 시온 백작님 그림자라도 따라가려면 열심히 해야지요.”
금패를 넘어서 플래티넘 패였고, 다이아 전인 승단까지 붙어 있었다.
“소개하지. 이쪽은 제국을 흔들고 있는 시온 니벨룽 백작님이시다.”
킬번이 영수잡이들에게 시온을 정중하게 소개했다.
패들이 화려했다.
가장 어려 보이는 남자가 플래티넘이었고 남자 둘, 여자 둘 모두가 다이아 패였다.
‘이자가 그 소문의.......맙소사.’
영수잡이의 리더인 토어스틴은 경력 이십 년 차의 실력자였다.
그런 그가 혀를 물 뻔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힘이었다.
사람의 형태를 하는 자에게서 특급 영수보다 더한 위압감은 처음.
눈썰미의 그가 측정에 실패했다.
‘끝이 안 보인다....’
기사로서도 감이 오질 않았고 그의 측정기가 마법사로서도...
리더의 경악한 얼굴을 본 다른 영수잡이들도 놀라서 시온을 봤다.
잠깐의 정적이 찾아왔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아...아닙니다. 시온 백작님.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산전수전 다 겪은 토어스틴의 저자세를 킬번도 처음 봤다.
사냥꾼은 천대를 받지만, 그 사냥물이 영수가 되고 그 영수가 급이 높아지면 영수잡이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저는 토어스틴이라 합니다. 백작 님을 알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자, 다들 백작님에게 자기를 소개해라.”
“오보래라 해요.”
순서대로 자기를 소개했고 토어스틴이 리더 에비, 아론모드가 남자, 오보래, 미리드가 여자였다.
“그래 반갑다.”
시온은 킬번을 통해 용병과 영수잡이를 운영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영지에 있을 많은 이변에 즉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저쪽에서 에슬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구스타의 조사를 마친 모양.
에슬린은 그 현상을 조사했다.
시온이 시키지 않았지만 궁금해 미칠 지경이어서 사정했었다.
사실 뭔가 얻어냈다면 시온에게도 좋았다. 그곳이 뭐 하는 곳일까.
“시온 백작님. 합류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뭐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제 능력으로는 하나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단서라고는 그때 찢긴 종이뿐인데 대체 그것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어디서 구하긴, 거기서 구했지.’
“우연히 오래된 골동품점에서 구한 겁니다.”
“사람을 써서 그곳을 조사해볼까 합니다. 그 골동품점을 좀 알려주십시오. 이건 지금 현상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는 주요한 일입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마탑의 사람들과 얘기를 했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더군요. 마탑의 대마법사들은 만장일치로 대조사를 명했습니다.”
에슬린의 설명이 시작됐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저곳에서 영수와 몬스터가 폭증한다는 거다.
지금까지, 오백 년이 넘도록 세상은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그렇기에 사람들끼리 싸워대는 것 말고는 영수가 판을 치는 빈도수가 낮은 편이었다.
“이번 영수도 관련이 있다는 뜻?”
“맞습니다. 이미 그런 현상이 곳곳에서 보고가 되고 있고 이미 수도도 다른 영수들 때문에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드래곤 나이트가 큰 공을 세웠다 합니다.”
그러면 그때 그 일을 맡은 단장이 시간을 내서 도우러 온 게 됐다.
뭐 어쨌든 영수잡이를 정규로 써야 하는 이유가 더 생긴 거였다.
바로바로 딸렸다.
작물을 지키고 향 무역을 활성화해도 건설 작업해야 할 거까지 준비를 해두니 벌써 돈이 간당간당했다.
여러모로 계속 수입원을 늘려나가야 했다.
백작위가 두 개, 남작위 하나. 남작 봉신이 셋이다.
남작 봉신 두 명이 지금 제국의 수도길에 올랐다.
재판에 올린 것이고 이 인원을 수송하는 책임자는 어레이를 붙였다.
재판이 끝나게 되면 남작령 하나가 손에 떨어지고 나머지 하나는 계약에 따라 십오 년 정도는 극한으로 세금을 낼 것이다.
서로의 목을 노렸다.
그랬으니 승자가 나머지 둘의 것을 가지는 것이 정의였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고 이덴을 잡기 위한 그림도 그려질 때쯤.
투링가 백국이 수재상태라는 얘기를 들었다.
희한하게도 특수 영수인 이덴이 방향을 바꿔 투링가로 들어가 버린 거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가 내렸다 합니다.”
“그걸 우리가 맞을 뻔, 했다는 거지.”
“어차피 움드로 올 것입니다.”
강이 범람할 때를 대비할 작업도 이쪽으로 넘어오면 사냥해 버려야겠다는 준비도 했다.
‘투링가 백국에 꿀이라도 발랐나.’
재해 영수라 그런지 예측불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보고에 많은 수재민이 발생했다 한다.
시온이 탁상을 내려쳤다.
투링가 백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이미 찍어 눌린 상황.
그러니 수재민을 챙길 수 있다.
구해주고 이끌어서 움드로 데려와서 집을 주고 땅을 빌려주고 일자리를 주면 움드의 인구를 늘릴 수 있다.
“수재민을 구한다.”
“정..정의롭고 고귀한 선택이십니다.”
“물론, 수재민을 움드로 데려와야겠지. 여기에 대해서 안건을 준비해.”
그곳에 있던 움드 귀족들의 눈이 번뜩였다.
시온의 노림수를 모두 이해한 모양이었다.
정의롭고 고귀한 행동에 대한 명성과 지금까지 계속 줄어들기만 한 움드의 인구를 증폭시킬 기회였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은 신속했다.
어쨌든 거의 준비 상태였기에 바로 목표만 바꾸면 됐다.
기사들, 보병대, 고렘 두 기, 마법사들, 영수잡이 이렇게다.
재해 지역.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미 피난민이 이어지고 몰려오고 있었다.
‘계속 받아야지.’
거기엔 투링가 백국의 귀족까지 섞여 있었다.
물론 다 받고 있었다.
그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는 뜻이었고 한눈에 봐도 문제가 컸다.
“난민을 노리는 영수와 몬스터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또?”
이미 전투 인원이 전부가 구조와 사냥을 반복하며 바쁜 상황이었다.
에슬린의 말이 맞는군.
뭔가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미신이 맞을지도 몰랐다. 이덴을 잡아선 안 되는 이유..
하지만 시온은 이내 손익계산을 끝내고 고개를 저었다. 돈벌이 부족한데 잘됐지.
움드로 이어지는 강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물이 많았다.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다행인 점은 움드로 들어오는 강은 주류 강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 작업의 난이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보병이 당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덴이 만드는 재해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과 두 고렘의 역할이 무시무시할 정도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강철 고렘과 심연의 고렘 두 고렘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고렘 모두 수 속성에 면역이다.
강철 고렘은 황제의 창고에서 나온 물건답게 재료가 극상이어서 대마법까지 방어를 해낼 정도다.
휙. 툭. 툭.
방금, 강철 고렘이 사람 무더기를 건져와서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강철 고렘의 역력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아마도 초기의 것이었다면 분명히 이 정도의 물살에 저렇게 자유롭게 다니진 못했다.
그런데 한 번 강화되어 모든 마나의 효율이 대폭 증가 됐다.
지금 상황을 능히 감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고렘인, 심연의 고렘이 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촉수로 가장 위험한 자들을 긴급히 구하고 운반했다.
사실 심연의 고렘은 능력을 개방하고 싶다고 재촉 중이었다.
하지만 시온이 허락하지 않았다.
‘뭔가 대소환마법을 쓰겠다는데.’
의사소통되는 고렘답게 시온에게 대소환마법을 쓰고 싶다는 것인데, 미친 짓이다.
지금으로도 충분했고 그 마법을 했다간 이덴을 보기도 전에 마나가 거덜이 난다.
게다가 소문이 나는 것도 문제다.
어쨌든 이 정도만으로도 인력을 동원하면서 계속해서 익사 직전인 자들을 건져내는 것만으로도 찬양의 연속이다.
“미친 듯이 떠내려오는군.”
그만큼 죽는 자도 많았다.
애초에 괜히 이 정도의 수재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아예 물 속성의 육식 영수들까지 나타났다.
대기하고 있던 영수잡이들.
그들은 확실히 전문적이었다.
물을 타는 솜씨도 대단한 데다가 전원 다이아 패를 가지고 있는 특수 용병들이라 뭔가 시온이 처음 보는 마법과 행동으로 딱딱 잡아대고 있었다.
사람을 구해오라고 명령을 했는데 킬번이 그 명령을 잘 수행한 거다.
온 자들은 전원 능력이 넘쳤다.
게다가 카롤리나도,
잘 해나가고 있었다. 긴급히 만든 천막들에 다친 자들이 들어갔다.
카롤리나도 이제 나름의 마법사들을 구했다.
이번에 얻은 이익들은 상당해서 추가적인 치료계열 마법사를 더 고용할 수 있었다.
‘왜 그런 부탁을 원했는진 모르겠지만. 하나 더 들어주면 되겠지.’
카롤리나의 부탁.
저번에 그것을 들어줬다.
별건 아니었고 같이 말을 좀 타고 식사를 따로 하는 정도였다.
그것만으로 카롤리나의 의욕은 더 높아졌다.
한 명 한 명이, 수도에서 포기할지 데려올지 고민했던 그런 자들이었다.
하나라도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이 상황을 완벽히 타개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운도 따르고 있었는데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건 당연히 하급 육식 영수에게도 면역인 고렘 두 기의 활약이다.
다만 이것을 운영하기 위해서 드는 마나를 빌려야 한다는 것.
당연히 지금부터 하면 이덴에서 싸울 때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마법사가 많았다.
시온이 기존에 운영하던 마법사에다가 마탑에서 내단을 보기 위해 들렸던 서품 마법사들도 가다가 왔고.
투링가 백국의 상태가 어떠한지 그곳을 진정시켜야 할 마법사들이 같이 이 방향으로 몰려온 것이다.
투링가 백국이 침수해버렸다는 얘기 이기도 했다.
그런 그 많은 마법사는 신기하기도 한 이 작업과 전투를 치렀던 적대 영지의 영주임에도 이렇게 인명을 구조하는 시온에게 감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