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영지
재해 영수의 내단은 어떨지 궁금했다.
시온은 이덴의 덩치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게다가 이곳에 꼬여 있던 몬스터, 하급 영수도 신나게 사냥할 수 있었다.
트롤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몬스터 중에 급수보다 더 값을 받을 수 있는 게 트롤이었다.
시온은 휴식을 취하며 근방을 정리하는 영수잡이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하나씩, 확실하게 잡아갔다.
장기적으로 고용할 가치가 분명히 있었다. 이렇게 고용을 하다가 충성을 따로 받게 되면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ㆍㆍㆍ
어쨌든 이곳엔 영지의 경계라는 개념이 중요했기에 그 안에서 잡게 되면 소유권 일부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시온에게 어림도 없었다.
오히려 시온은 자신을 찾아온 투링가 백국의 귀족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것도 이유는 충분했다.
“내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더 피하가 컸겠지. 나는 거기에 대해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투링가 백국으로 들어와서 사냥하신 것은 협정의 위반입니다.”
물론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이자는 희한하게도 얼굴과 발언이 따로 놀고 있었다.
즉 몸이 거부하고 있던 것.
‘목을 내놨군.’
이번 일에 대해서 이 자가 이렇게 시온에게 요구하는 건 일종의 뭔가 강요가 있기에 그럴 것이었다. 그만큼 투링가 백국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복구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렇게 시온에게 조금이라도 받아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온이 거꾸로 돈을 요구하자 시온을 찾아온 투링가 백국의 열여섯 명의 귀족들은 사색이 되었다.
겁을 먹었다.
“항상 이럴 때는 좋은 해결책이 있지. 신께 이 일을 맡기는 것이다.”
시온은 당당히 결투를 걸라고 이들에게 제안했다.
당연히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시온을 상대할 만한 기사는 없었다.
어떻게 보자면 시온은 이들의 관습을 이제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영지민들에게도 훨씬 낫지.’
투링가 백국의 통치는 이미 가혹하다는 것을 알았다.
세금도 높고 땅도 하층민들에게 돌지 않고 소수의 귀족이 가지고 있다.
시온도 어떻게 보자면 아래에서부터 아득바득 올라왔다.
운이 좋았다 해도 그때의 그 심정은 특히 아랫사람들의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리고 이 불쌍한 척을 하는 투링가 백국의 귀족들이 얼마나 가면을 쓰는지도 안다.
아마도 이들의 조건을 다 들어주면 앞에서는 이러이러하겠다고 해놓고서는 뒤에서 복구 작업에 수재민들을 갈아 벌일 것이다.
자기들 재산을 복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시온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자 투링가 백국의 귀족들이 숨을 쉬기 어려워 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신이 정해준 해결법을 무시하는 게 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이렇게 이들의 습성을 알면 더욱 꼼짝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지민이라도...”
시온의 목소리가 좋지 않자 거기에 바짝 얼어붙은 이들은 모깃소리처럼 겨우 용기를 내서 말했다.
‘영지민을 달라고. 미쳤나.’
같은 백작이라고 해도 같은 백작이 아니었다.
영지의 위치, 거기에 서려 있는 역사, 그리고 어떤 가문이 가졌는지도 중요했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요한 점이라고 보자면 인구였다.
시온이 황제에게서 받은 움드가 다른 백작과 달리 깡통 같았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나는 결투를 말했는데 감히? 안 되겠군. 코르도바.”
코르도바가 등장했다. 코르도바는 이를 갈고 있는 상황.
그럴 만도 했다. 고립되어 있던 움드를 도와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유비드 가문이, 다른 세력이 끊임없이 괴롭힐 때 손 하나 내밀지 않고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이들이었다.
그렇게 배를 불렸다. 괜히 움드가 저주받은 영지라고 불린 게 아니었다.
근처에 있던 자들이 전부다 움드를 괴롭히는 자들이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내 명예를 모욕했다. 도대체 투링가 백작은 나랑 마주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이딴 얘기를 하려고 이들을 보내다니. 모두 몽둥이맛을 좀 봐야겠다.”
“!!!!!!!”
“대체????
“뭐 하는 것이냐! 나를 붙잡다니!!! 보복을 당하고 싶은 것이냐?”
시온은 자신의 명령이라면 이제 불구덩이도 들어갈 만한 기사와 보병의 충성심을 받고 있었다.
후환을 두려워해서라도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보복? 그 말을 한 자를 이리로 데리고 와라.”
“그....이...”
“나를 보복하겠다는 건가?”
“그것이 아니라. 병사에게 경고한 것입니다.”
“내 명령을 들은 병사이고 기사다. 이들은 나에게 충성심을 바쳤지 그러니 그들에게 보복하겠다는 것은 나에게 보복을 하겠다는 것인데?”
“!!!!!!!!”
“나를 모욕하다니. 너는 내가 직접 몽둥이맛을 보여주겠다.”
“살려줘!!”
“모두 끌고 가라. 그리고 수재민을 모아라.”
“알겠습니다. 백작님.”
이러한 방법은 즉흥적인 것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에슬린이 조언한 내용이었다.
에슬린의 음모는 쓸만한 구석이 많았다.
대체 마탑에서 차기 마법사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수재민과 재해 영수의 모든 권리를 확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재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몰래 하는 게 아니다.
그냥 공개해 버린다.
안 좋은 게 있으면 시온을 원망할 것이고 반대라면 환호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얻는 것은 주위 세력의 인정이었다.
애초에 밑바닥부터 거부한다는 데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일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증거는 이미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
특히 목숨을 부여받은 수재민들은 아예 시온을 민간신앙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뭇조각을 가져다가 하나씩 잘라내어 시온을 숭상하는 것이 곳곳에서 보였다.
시온도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했다.
이래서 이러한 행동을 과감히 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시온이 이러한 일을 발표하자 사람이 환호할 정도다.
‘이럴 줄 알았다.’
원래 이런 체면이 깎이는 일을 했다간 보통 백국에서 바로 전쟁을 걸어서 보복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이미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전쟁 비슷한 것을 이겼다.
향 무역권을 받으면서 상대할 수 없다는 공포가 뿌리 깊게 박혔다.
“아아악!”
본격적인 징벌이 시작됐다.
에슬린은 자신이 만들어 내는 이러한 수들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홀랜드 공작은 오히려 시온 백작님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제국의 대부분 귀족도 이 일을 문제 삼기보다는 투링가 백작을 버려버리겠지요.”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사실 그렇게 정확하게 이 일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생각을 아무리 해도 결정이 잘 나지 않는 법.
시온은 그때그때 조언을 듣거나 감에 따라서 결정을 내렸다.
어쨌든 시온의 차례가 되어 시온이 해당 귀족에게 다가가자 그가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시온에게 애원했다.
“시온 백작님 죄송합니다. 제발 직접 벌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살고 싶습니다.”
무패의 기사로서의 경력은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미 제국에서는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존재로 각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재해 영수를 일기토로 잡아냈다는 소문이 싸하게 퍼진 뒤였다.
정확히는 일대일은 아니다.
심연의 고렘의 덕이 있었다.
그것의 대소환마법 덕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자들은 모두 시온의 최측근들이었고 이번 영수잡이들도 시온에게 평생 있어야겠다고 자기들끼리 흥분한 상황.
시온이 말하지 말라 했으니 이것은 곧 법이었다.
어쨌든 이리저리 곡소리가 요란했고 거기에 환호성 소리까지.
시온은 몽둥이를 들고 가다가 용서했다.
에슬린이 바로 의문을 보냈다.
“백작님?”
“아니 됐다.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
시온에게 맞기 싫어서 울고 불던 자는 시온의 용서에 감사를 올렸다.
이 같은 용서는 사람들도 감동을 줬다.
오히려 시온의 인기가 올라갔다.
그것을 보며 에슬린은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딱 쳤다.
‘그럼 그렇지. 시온 백작이 그냥 했을 리가 없지. 이렇게 하나 더 배우게 되는군.’
한참 뒤.
본격적인 재해 영수의 사체를 운반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운반시켜야 할 수레를 따로 제작해야 할 정도로 재해 영수는 몸이 컸다.
수많은 랜스가 꽂혀있었다.
이것을 본 기사는 모두 전율했다.
고렘을 오르도에게 빌려줬었다.
앞에서 이것을 끄는 것은 고렘이었다.
‘역시 내단으로 새로운 고렘을 계약하기를 잘했어.’
시온은 그것을 보면서 앤드류의 두 번째 마법이 용도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투도 쓸만하지만 이렇게 인력을 대신하는 측면에서는 압도적일 정도다.
많은 마나만 적절하게 넣어주면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갔다.
그런 마법사의 비용만 들면 됐다.
정식 마법사도 아닌, 그저 경쟁에 밀린 자들을 모아서 쓰면 되기에 값이 훨씬 싼 편이었다.
그렇다고 시온이 정말 싸게만 쓰는 게 아니었다.
시온도 잘 알고 있었다.
밑에서의 경험을,
시온도 밑바닥 마법사부터 살아남기 위해 갖은 궁리와 애를 쓰곤 했다.
그렇기에 시온은 이들을 키울 생각이었다.
이 많은 마법사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무조건 함께하는 방향으로 간다.’
시온은 이들의 마나를 받아내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움드에 자리 잡게 하고 다시 쓸만한 구석을 만들어 주는 것.
지금까지 중세의 분위기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작업들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백작이 아닌 시온은 굳이 속성계 마법이 아니라고 천대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온은 알고 있었다.
전반적인 인프라에 속성 마법 말고도 활용할 곳이 넘쳐난다는 것을 말이다.
인구와 더불어 여기에 인프라가 더해지고 이것을 완성 시킬 수 있는 고렘이 있기에 시온은 움드라는 도시를 급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꿀꺽.
수많은 인파가 재해 영수가 실려 오는 것을 봤다.
마른 침을 삼킬 정도로 이것이 주는 두려움도 있지만, 이것을 잡아 내버린 시온에 대한 경외심도 컸다.
들어온 인구만 해도 수십만 명 정도인데 이들은 이제 때려죽여도 원래의 영지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존경심만으로도 갈 생각이 없는데 시온이 내건 안건들이 파격적이었다.
시온이 움드를 쥐었을 때 유비드 가문이 움드의 거성 말고는 죄다 차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비드 가문을 거꾸로 잡아먹으면서 그 가문이 가지고 있던 영토를 한 번에 다 받아냈었던 거다.
모든 토지가 시온이 독점한 상태였다.
움드의 귀족들은 그것을 달라고 하지도 못했다. 왜냐면 그만큼 바빴고 시온의 성과는 날이 흘러갈수록 커져만 갔다.
어쨌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이었는데 이곳의 집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짓는데 복잡하진 않아서 최소한의 집 정도는 금방 만들었다.
‘아직 아파트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아니니까.’
그걸 짓기 위해서는 철골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이 간단한 것을 이곳 사람들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만큼 마법이라는 수단에 의존하고 있기에 그랬다.
이러한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슬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고렘이 하나 더 늘어난다면 대단하겠지.’
하지만 이제 수익을 보기 위해선 시간이 좀 필요했다.
재료도 물색해야 했다.
그만큼 돈도 들 것이다.
결국엔 이 재해 영수에게서 얼마만큼 만들어 내냐, 이것이 지금의 관건이었다.
이어서 들어오는 트롤과 잡다한 하급 몬스터, 하급 영수들이 실려왔다.
이 수레도 상당히 많았다.
여력이 있는 자는 모두 이 사냥에 동참하라 명령을 내려놓긴 했다.
사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는데 시온이 이번에 고용한 영수잡이의 지휘가 대단한 수준이었다.
정말 집요하고 쉽게 약점을 공략해서 트롤을 싹 쓸어담았다.
여기에 시온이 모르고 있던 사실은 영수잡이도 이를 물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영수잡이는 보통 유랑 벽이 있었고 능력이 뛰어날수록 한곳에 있지를 않았다.
그만큼 돈을 벌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시온이 재해 영수와 전투를 하는 것을 본 순간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 정도로 저렇게 정면으로 달려드는 기사는 본 적이 없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