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1화 (151/304)

재해 영수의 내단

조금이라도 시온에게 관심을 받고 앞으로 일을 같이해야겠다는 욕심에 정말 사생결단을 내듯이 사냥을 했다.

그렇기에 훨씬 많은 트롤의 숫자가 확보되었다.

그런 게 계속 오고 있는데 영수잡이는 시온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아직도 따로 사냥하고 있었다.

킬번이 옆으로 왔다.

“토어스틴은?”

시온이 말하자 킬번이 코를 긁으며 말했다.

“이번 일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사죄를 드리고 싶다는 모양입니다.”

“도움? 방향은 잘 알려줬던 것 같은데.”

“하하. 백작님도 참.”

“그래서 그 사죄가 뭐지?”

“최대한 각종 몬스터를 잡아서 만족을 시켜드리겠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오우거의 발자국을 봐서.”

“오우거까지 꼬여 있었나.”

“원래라면 이 정도는 아닌데 요즘 마탑에서 새로운 얘기를 발표해서 말입니다.”

“그 얘기는 나도 들었지.”

그리고 토어스틴은 오우거를 세 마리 더 잡아왔다.

모두 바치겠다는 뜻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고가품으로 분류되는데 그걸 세 마리를 다 잡아왔다.

“수고했다.”

고생을 좀 했는지 다섯 명 모두 상당히 수척했다.

척.

그가 무언가를 올렸다.

시온이 뭔가 해서 봤더니 고급 소재의 약초 여러 개였다.

“오우거가 모여 있다 했더니 이것이 있었습니다.”

공공초는 예전에 시온이 수도에서 만들었던 공상단과 관련이 있었다.

“오. 내가 이게 필요한지 어떻게 알았나.”

“마법을 부리시는 것 같아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았나?”

보통은 기사라고만 생각을 하기에 시온의 이면인 마법사를 생각하지 못하곤 했다.

이것은 정수로 만들면 됐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토어스틴이 시온을 연신 살펴봤다.

과연 시온과 재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시온은 이들을 데리고 나중에 서약까지 받아내기 위해서 키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굳이 입으로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토어스틴이 전혀 몰랐다.

어떻게든 남아야 한다.

이것이 다섯 명의 다이아 패를 가지고 있는 영수잡이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필요하시다면 더 찾아보겠습니다. 재해 영수가 있으니 시온 백작님이 원하시는 마나 약초를 많이 구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가 시온을 다시 한 번 물끄러미 보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정중히 말을 이었다.

“여기 오보래가 마나와 관련된 약초를 찾는 데에는 귀신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미리드는 영주님의 영지의 작물을 노리는 영수들을 속일 수 있는 함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아론모드는 추적에 능합니다. 백작님께서 원하시는 어떠한 종류의 몬스터의 대부분에 흔적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가.”

시온은 공상단을 만들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이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재계약의 여부 확답이 너무나 필요했던 이들은 다섯 명 모두가 시온을 어미 찾는 오리처럼 쳐다봤다.

“?”

“그...그것이.”

“할 말이 있나? 고생했으니 휴식을 하도록 해라.”

“그것이...”

“?”

“백작님. 이번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한 번만 더 저희를 써 주신다면...”

“아.”

“......”

‘여기에 머물고 싶다는 뜻이겠지. 안 그래도 회유를 하려고 했는데.’

시온이 빙긋 미소 지으며 이들의 요구를 수락했다.

그저 선심 쓴다는 느낌으로 연기를 해주면 될 것 같았다.

시온은 재해 영수의 해체에 이들의 의견을 듣기로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카롤리나와 에슬린이 낯선 자와 함께 시온을 찾아왔다.

“시온 백작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현상이 있어서..”

이 현상, 그랬다.

마법적인 요소가 섞인 모든 현상을 마탑에서는 이 현상이라고 불렀다.

“뭐지?”

“이자들을 먼저 보십시오.”

열다섯 명 정도가 서 있었다.

자유로운 복장이었으나 허름했다.

이번의 수재에 거지가 된 것 같았다.

“시온 백작님을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그들 중 하나가 심각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엎드려 있는 손은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시온은 자기를 무서워해서 하는 동작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챘다.

이들은 감동한 것이다.

“그래. 무슨 일이지?”

대답은 에슬린이 했다.

“이자들이 시온 백작님을 본떠서 석공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

정적이 이어졌다.

다들 시온이 말이 없자 난감한 표정이 됐다.

“나를? 왜지?”

“시온 백작님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러도록 해라.”

원래 그런 거 가지고 쩨쩨하게 굴지는 않았다.

이곳의 귀족이라면 까다롭게 굴기 마련이지만 시온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각가라고 자기들을 밝힌 이자들은 시온의 확답을 듣자 너무나 기뻐했다.

에슬린이 말했다.

“백작님, 제가 따로 조사를 완전히 하고 드리는 겁니다만. 잠깐 이쪽에서.”

에슬린과 카롤리나와 따로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뭐지?”

“아무래도 이들이 만드는 조각상에 마법적 현상이 깃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드문 일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일입니다.”

“허, 진짜인가?”

시온도 지금 에슬린이 말하는 바를 눈치채고는 놀랐다.

원래 마법이라는 근본은 많은 사람의 의식과도 관련이 있었다.

자연적이고 태생적인 속성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자가 무언가를 염원하거나 인상 깊었다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깃드는 거다.

즉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이 조각상에서 일관된 생각을 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영향을 미쳐서 대형 조각상에 마법적인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고 일단은 원하시지 않으면 부숴야 하니까요.”

“아니다.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 이거 오히려 금화를 지원해줘야겠군.”

“아시다시피 꼭 좋은 일로 번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시온은 무조건 좋은 효과가 깃들 것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에슬린이나 카롤리나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냥 사소한 것이라도 시온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말했던 거다.

“카롤리나.”

“예. 백작님.”

“카롤리나가 제를 좀 지내줬으면 하는데.”

“물론 해드려야죠.”

여기서 말하는 제사는 당연히 그냥 미신적인 것이 아니라 그 대형 조각품의 효과를 늘리게 해주는 식의 것이다.

나름 시온의 노림수도 있었다.

치유계파인 카롤리나의 제사는 그런 효과를 유도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ㆍㆍㆍ

시온은 여러 조언과 보조를 통해 재해 영수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

영수잡이들은 자신들보다 능숙할지 의심하고 있었는데 시온이 작업에 들어가자 경악을 해버렸다.

그 정도로 시온의 해체 솜씨는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시온은 정말로 오지 영지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종일 사냥 기술과 해체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

진짜로 잘 안 풀리면 사냥꾼짓을 하면서 영수잡이가 될 계획도 있었다.

그리고 대형 영수를 두 번이나 정확히 해체해본 시온은 재해 영수의 작업도 신속하게 진행했다.

재해 영수인 이덴은 메기와 용을 섞어 놓은 듯한 외모였다.

‘맛있게 생겼단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는데 해체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슥삭, 푹. 쭉.

결국 시온이 들고 있는 도구가 만들어낸 틈에서 무언가가 끌려 나왔다.

하급 영수는 없지만, 중상급 영수부터는 가지고 있는 내단이다.

이것 자체가 마나의 집약체.

시온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슨 급이 나올지 천천히 꺼냈다.

‘보라색. 제발.’

재해 영수에서 진급이 나온다면 그 가치는 포레스트 웜의 내단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말만 이렇지 그렇게 기대하곤 있지는 않았다.

진급 자체가 잘 뜨지를 않았다.

개체 수가 많은 것도 잘 안 뜨는데 재해 영수처럼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수 영수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모습을 보여준 것은 보라색이었다.

재해 영수의 진급 내단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막상 꺼내자마자 그 엄청난 마나가 파장을 만들었다.

재해 영수의 각종 마법을 만들어 내던 그 내단이다.

물론 사망했기에 그 효과가 반의반도 남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도 이런 파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순간 멀쩡한 하늘에서 소나기가 퍼부어졌다.

그리고 내단이 순간 만들어낸 효과로 물이 원형처럼 전 방향으로 촥 퍼졌다.

모두 한바탕 물세례를 맞았다.

“아니!!! 저것은!!!”

에슬린이 다시 한 번 턱이 빠질듯한 얼굴로 시온 쪽을 쳐다봤다.

이십 년 차 영수잡이인 토어스틴도 생에 세 번째 보는 진급 내단이었다.

재해 영수급에서는 당연히 처음 보는 거였다.

‘맙소사 이거 얼마야.’

당장 받을 수 있는 금화가 각이 나오질 않았다.

이 정도라면 최소 공작급에서 거래가 되어야 했다.

단위라고 한다면 영지 정도일 것 같았다.

거기에 경매가 붙으면 영지의 개수를 결정할 수도 있었다.

‘내가 쓸 수도 있고 말이지.’

거기에 대해선 생각을 해봐야 했다.

시온은 바로 보관하는 함에 담아다가 밀봉을 하고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걸 얻고 싶으면 자신을 죽여야 했다.

이 정도면 안심이다.

시온의 행동이 너무나 신속했기에 다른 자들은 구경도 제대로 못 해서 입맛을 다셨다.

그렇지만 누가 시온에게 보여달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만한 담력이 있는 자는 여기엔 없었다.

“집중해라. 다들. 아직 작업이 안 끝났다.”

시온이 그렇게 호통을 치자 보조하던 자들이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서 시온을 보조했다.

재해 영수라 나오는 게 다 돈이었다.

시온은 이 뼈대로 건축물을 하나 만들 계획이었다.

제대로 만들면 강과 관련된 마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에 관련된 고대 건축 설계도를 마탑에서 구해와야 했다.

또 관련된 사람도 고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어쨌든 움드령의 식량 생산을 대폭 올려줄 게 분명했다.

재해 영수를 해체하는 작업은 배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시온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일이 끝나고 나머지 일을 에슬린과 토어스틴에게 맡긴 뒤에 잠시 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찾아왔다.

“음? 자네는 이미 떠나지 않았었나?”

젊고 세련된 옷을 입고 있는 자는 구스타에서 비단 무역을 구스타 백작인 시온에게 할 것을 맹세한 에졸리노였다.

“시온 백작님! 이렇게 다시 한 번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너무나 기쁩니다.”

“음 그렇군. 근데 옆엔?”

“이자 때문에 왔습니다. 시온 백작님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다른 상단의 사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백작님. 백작님의 명성이 벌써 제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 와서 또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자신을 토렌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워렌도프 가문의 사람이었다.

워렌도프 역시 거대한 무역권을 가지고 있는 상인계 귀족 가문.

“이거 반갑군. 방금 해체 작업을 해서.”

“해..해체 말입니까? 무엇을..”

이들이 놀랄만했다. 백작이 직접 해체 작업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재해 영수 이덴을 작업했지.”

“!!!!!”

둘다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이건 조금 전의 놀람과는 또 다른 의미의 놀람이었다.

그야말로 넋을 놓고 있던 자들이 이어서 시온에게 말했다.

“그..그런 중요한 일을 하셨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조금 휴식을 드렸어야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매우 기쁜 나머지.... 죄송합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죄송하다 하나?”

시온은 진심 이해가 안 돼서 그렇게 물었다. 애초에 바닥에 바닥을 구르던게 시온이었다.

그나저나 슬슬 이들이 말할 내용이 궁금해지려던 참에 워렌도프의 사내가 시온에게 말했다.

“제가 여기에 온 것은 에졸리노의 소개 때문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보석 무역에 대해서 보호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

보석 무역은 비단 무역만큼 수익이 높았다.

이거 하나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수 있을 정도였고 향 무역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역인데 이 자가 보호를 요청한 것이다.

돌려 말했지만 시온과 거래를 터서 아예 옮겨버리고 싶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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