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304)

앤드류의 세번째 비술

시온은 드래곤 브레이커라는 새로운 메이스를 집어 들었다.

대인도 가능하고 대형 몬스터나 영수급과의 전투도 가능했다. 모양은 심플 했으나 여기에 서려 있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마치 이 느낌은...

“주신 재료에서도 쓸만한 분위만 가져다 붙이고 나머지는 오리하르콘으로 붙였습니다.”

“?”

미스릴보다 더 귀한 금속이었다.

이렇게 그냥 줄만 한 금속이 절대로 아니었다. 무기를 만들 정도의 오리하르콘이라면 각국의 제후들이 눈에 불을 켤 정도였다.

“대가가 있나? 아직 움드령엔 오리하르콘의 대가를 쉽게 치를만한 여력은 없네.”

시온이 약간은 나무라듯이 말했다. 달아놓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고급 소재를 쓴 것이니.

“금속에는 주인이 필요한 법. 저는 해당 금속을 보면 어떤 주인이 필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들어온 지 십 년이 된 금속. 드디어 주인을 십 년 만에 찾은 것이지요.”

역시 또 이상한 논리를 펼쳤지만 시온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주겠다는데 그러면 고마워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내가 단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군.’

대마법방어진을 넣어놓고 간단한 마법들도 줄줄이 달려 있다.

경량화 마법, 중량을 보조하는 마법.

세 개가 붙은 것을 보니 확실히 솜씨가 대단했다.

하나를 붙일 때마다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주문해 주신대로 최대한 튼튼함에 집중해서 만들었습니다.”

“음.”

게다가 여기엔 특별한 상징적인 면도 있었다. 

카페 왕조의 핵심 기사단인 성미셀 기사단에게서 받은 무구로 만들었다는 것.

“재료가 상당히 많이 남았습니다.”

“혹시 내가 타고 온 영수마에도 만들어 줄 수 있는가?”

ㆍㆍㆍ

시온이 이곳에서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동안 마탑도 마탑의 나름대로 여러 가지 협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포레스트 웜의 진급 내단에 바로 서품 마법사를 파견할 정도였는데 재해 영수의 내단은 마탑을 흔들리게 할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벌써 어디까지 내줘서 시온과 거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된 거였다.

워낙에 절차와 까다로운 관습으로 쌓여있는 마탑의 모순 덕에 시온이 이곳에 잠깐의 시간적 여유가 더 생겼다.

“여긴가?”

시온이 도착한 곳은 마탑의 또다른 상직적인 곳인 고대 골통품 상점이었다.

그야말로 잡다한 것이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쌓여서 그 소재가 왜 이곳에 있는지도 관리자도 모른다는 장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통품 상점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곳은 쓸모있는 것은 없었다.

있었다면 마탑의 철저한 보호로 이어지는 박물관으로 갔거나 마탑의 고대 창고나 그것을 노리는 고위마법사들에게 진작에 털렸을 것이다.

시온이 이곳에 온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치 예전에 오고 싶었는데 올 기회가 돼서 온 그런 경우였다.

게다가 이런 곳은 제한이 너무 심해서 소개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는데 뜻밖에 거기에 대한 보증인으로 코논이 서준 것이다.

코논의 영향력은 당연히 뛰어났기에 여기에 걸려있는 복잡한 절차가 전부 생략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잠시 들리게 된 것.

하여튼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에 수련 마법사가 되었을 때 좀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해서 이곳저곳 털고 다녔는데 그때 계획 중 하나가 세계 최대 규모인 이 고대 골동품점을 와보는 거였다.

예상대로 물건이 너무 많아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안내자라고 어린 여자가 붙었었는데 이 안내자가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

“시온 백작님을 안내하게 되다니 정말로 정말로 영광입니다.”

“날 아나?”

“그럼요. 지금 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신 분이신데요.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시온이 마음껏 다니다가 여자가 원래의 출구로 돌아가는 과정인데 곧 아무렇게나 다녀도 길을 잃어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뱃지에서 가느다란 금빛의 무형 실이 나와서 출구와 이어져 있던 것이다.

‘흠.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시온은 눈여겨보았다.

마탑답게 곳곳에서 마법의 활용이 제국의 수도보다도 더 정교하고 다양했다.

시온도 기감을 세우며 뭔가 있을까 해서 잘 찾아는 봤는데 영 괜찮은 것이 보이질 않았다.

‘쓰레기장 곳이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팔게 해놨지. 그냥 관광용이군.’

시온은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흠. 더 봐야 의미가 없는 것 같군.”

시온이 그렇게 말을 하며 자리에서 멈추자 유명인을 만나고 있는 순간을 즐기며 침 흘리며 정신없이 따라오던 여자 마법사가 시온에게 부딪쳤다.

“악. 죄송합니다. 엇!!”

뭐가 떨어지기에 시온이 재빨리 잡았다.

역시 첫인상이 맞았다며 시온이 짧게 한숨을 쉬고 있는데 손에 잡힌 것에서 이상한 느낌이 확 들었다.

“이건? 설마?”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익숙한 재질과 서명이 언 듯 보였다.

“고맙습니다. 참 고귀하신 기사답게 이렇게...”

“아니, 불빛 좀 가까이 댈 수 있나?”

“네?”

그녀의 뱃지에서 나오는 금빛의 빛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본 서명을 확인한 시온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앤드류의 서명이었다.

뭐가 됐든 이것은 그의 또 다른 유산일 터였다.

“이게 대체 여기에 왜 있는지 알고 있나?”

“음... 이런 서적은 여기에 너무나도 많아서요. 애초에 분류가 안 된 지는 백 년이 넘었답니다. 시온 백작님.”

“그렇군. 나는 이것을 기념으로 사 갈까 한다.”

“앗. 그러시나요. 그러면 이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탁하지.”

이제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온 것인데 그냥 얻어가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가치의 물건이었다.

아마도 시온만이 가치를 알고 있을 터였다.

보나 마나 여기에 처박히게 된 연유도 뻔할 거였다. 

원리 자체도 어렵게 표현해놔서 시온처럼 고대어가 네이티브 수준이 아니라면 조금의 해석에 실패도 곧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냥 좋지 않거나 비용이 들지 않으면 여러 번이라도 해서 알아낼 아주 티끌만 한 확률이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루고 있는 원리가 거대하므로 상상도 못 할 비용을 치르곤 한다.

즉 한 번에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것. 해석도 완벽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서적에 없는 방식으로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도 해결하지 못한 그런 문제.

그러니 떠돌다가 악명을 뒤집어쓰고 다시 이렇게 이상한 곳에 처박혀 있는 것이다.

‘나도 연구를 해봐야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이 유산도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앤드류의 마법은 모두 불가사의한 자동에 관련이 있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두 번째 유산인 고렘의 비술도 완벽하진 않았다.

어쨌든 이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그런 방식의 비술일 터였다.

밖으로 나오자 사람이 다시 버글거렸다. 그냥 구경 차에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시온의 모습을 발견하고 수군거리는 마법사들 대부분이 알아봤다. 

성미셀 기사단의 반을 연속 결투로 처리했다는 정보가 강하게 퍼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유명했지만.

“자, 어린 아가씨. 받아라.”

“넷??”

시온이 안내하던 여자 마법사에게 준 것은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였다.

드래곤 화 몇 개와 금화로 가득 찬 주머니.

“몸..몸은 드릴 수 없어요.”

“?”

시온이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어서 말했다.

“안내 값이다. 거기에 있는 비용으로 이 물건의 값도 쳐주길 바란다.”

아마도 금화 몇 개로 끝날 수준.

하지만 시온은 이 마법서가 자신을 자신이 가진 영지를 다시 한 번 흔들 수 있을 만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ㆍㆍㆍ

마법사의 탑.

총 삼십 개의 거대한 탑이 마치 첩첩산중처럼 이어져 있는 곳이다.

아주 오랫동안 신성시되어오던 곳이고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거의 모른다.

이곳엔 특별한 힘이 서려 있다. 시온도 그걸 느꼈다. 독특하면서 강맹한 마나의 기류가 마법사의 탑을 두르고 있었다.

주 탑의 최상층은 공개되어 있지 않았는데 여기서부터는 거의 대마법사의 칭호를 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애초에 이 마법사의 탑은 금기시되는 것이 너무 많고 절대적으로 숭상하기 때문에 황제라고 해도 이곳을 들어올 수가 없었다.

들어오려면 전쟁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 전쟁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마법사의 탑에 나름의 힘이다.

중립을 지키는 경우가 많고 애초에 이들의 관습적인 미신이 뿌리 깊게 있는 터라 이곳이 침공 될 확률은 없었다.

이곳을 건드리면 멸족한다는 저주.

신의 저주를 받아 나라가 멸망한다는 그런 저주다.

게다가 가치가 높은 항구 도시를 많이 가지고 있는 마탑의 특성상 다른 세력을 데리고 오기도 너무 쉬웠다.

자기와 비슷한 체급의 제국이 동쪽에 하나 더 있다.

그러니 차라리 여기를 중립지역처럼 쓰는 것이, 몇 천 년 동안 반복된 관습적인 룰이었다.

어쨌든 시온은 안쪽 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나마 시온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온이 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손님에게 허락된 최고의 탑인 시간의 탑이다.

더한 곳을 가려면 단계가 더 높아야 했다. 다른 탑으로 넘어가기 위한 원칙은 뜻밖에 간단하다.

‘온통 시계군.’

시간의 방이라는 이름답게 이곳은 시간을 묘사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쨌든 여기로 온 것은 당연히 마탑의 초청 때문이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사실 여기까지 들어오려고 한 것이 아니고 외각에서 고대 건축 기법에 대해서 거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였다.

남자 하나가 찻잔을 들고 와서 앞에 놓은 다음 공손히 시온에게 예를 갖췄다.

이곳의 다른 원칙에 따라 따로 장비를 들고 오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마나에 대한 기감 덕에 이 자가 지금 변장을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말할까?’

이것이 시험일까?

아니면 그냥 조용히 가는 것이 낫나.

시온은 뭐가 됐든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심지어 고대 건축술을 못 얻어도 됐다.

앤드류의 세 번째 비술을 발견했기에 이미 여유가 넘쳤다.

‘대충 아는 척을 하자.’

변신했지만 상대의 수준도 모르고 별로 감이 오는 건 없었다. 시온은 결정을 하고 그에게 말했다.

“마법사의 속임수라. 그런 잔재주는 나에게 안 통한다.”

시종의 모습을 한 남자가 당황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시온을 쳐다보지를 못할 정도였다.

‘맞긴 맞는구나.’

“계속 그러고 있을 건가?”

자신의 기감에 대해 한층 더 신뢰를 얻은 시온.

“제법이네. 후배.”

그리고 그의 흔적이 사라지고는 원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시온은 아무런 표정을 띄우진 않았지만 속으로 굉장히 놀랐다.

예전에 마리 자링의 잔재주를 본 기억이 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환영계 마법이었다.

마나의 밀도가 느껴지고 단숨에 자신보다 많다는 것을 안 시온은 자신에게 수작을 부리면 바로 뛰어들려고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고위 마법사라고 해도 갑작스러운 물리 공격엔 무척 취약한 법.

그 원칙은 이미 몸과 경험으로 수없이 많이 취득했다.

그렇게 시온이 공격적인 자세로 마음을 먹었는데 변신이 다 풀린 자는 여자였다.

‘몇 단계지? 적어도 팔 단계인 것 같은데.’

나이로 치자면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아마도 더 나이가 있을 거였다.

시온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떤 비약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말이다.

“후배라. 나는 당신을 선배로 둔 적이 없다.”

“시온 백작. 젊은 사내. 무패의 기사. 니벨룽 가문의 개창자. 재해 영수 살해자. 전략가. 그리고 오 단계의 마법사이지. 자질은 그저 그런데 대체 그 많은 마나를 어떻게 얻은 것이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나가겠다.”

“호호. 후배가 성격이 참. 내가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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