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과의 거래
높은 등급의 마법사지만 앞에 있는 여자는 딱히 실용적인 마법을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탑엔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일단은 이 안에 들어온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안전하게 하려고 했으면 밖에서 거래했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단에 대해서 지키며 고대 건축술을 얻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비술도 얻었는데 비술의 내용도 알아보기 전에 팔기는 좀 그랬다.
붉은색에 요란한 옷을 입은 여자가 시온을 표정을 보며 난감해 했다.
‘뭔가 알 수가 없어. 굉장한 자신감이군. 마법사의 성지인데도 이 정도의 자신감이라니.’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것이 그녀의 전문분야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마법사와 다르게 이런 쪽의 마법과 술수를 배워나갔다.
사람을 속이고 속일 사람을 보는 것은 그녀가 평생 해오던 일이고 또 누구보다 잘했다.
그런데 그녀가 당황할 정도로 시온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마나가 대체 뭐가 진짜인지를 알 수가 없게 하고 있어.’
시온이 쌓아올린 마나는 총 다섯 가지였다. 메인은 염동력 계열이지만 누가 언 듯 보면 혼란스러워할 정도로 쌓여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온만 알고 있는 사실은 시온의 마나는 거의 다 보조 효과였다. 거의 앤드류의 비술을 쓰기 위한 마나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난 고대건축술을 거래하러 왔다.”
“그 전에 후배가 구했다는 재해 영수의 내단을 볼 수 있을까?”
시온은 잠시 보여주는 것이 쉽게 건축술을 뜯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나을지 고민을 했다.
가장 좋게 끝나는 것은 내단을 보여주고 유혹을 하다가 고대 건축술을 싸고 쉽게 다 털어가는 것이다.
발목이 잡히면 잡히는 대로 골치가 아플 것이고 최악엔 여기에 구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온은 자신의 기감과 대마법방어진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정도라면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단독으로 박살을 내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온이 비스듬하게 세워 놓은 드래곤 브레이커는 그녀에게 대단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이곳의 유명 대장장이인 코논이 만들어낸 거대 메이스는 이곳의 정품답게 다른 대마법방어진보다 더 질이 좋은 방어진을 펼칠 수 있었다.
“좋다.”
시온이 자신의 아공간 반지에서 얼마 전에 얻은 재해 영수의 진급 내단을 꺼냈다.
기이한 빛이 마나가 이 방이 요동을 순간 칠 정도의 깊이가 이 영수의 핵에 담겨 있었다.
보라색의 핵은 웜의 핵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영수의 내단이라고 해도 재료라는 것은 항상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증발해 버릴 수 있을 만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영속성이 있는 도시를, 그 소유권을 내줄 정도의 재료라니.
“아름다워. 내가 본 어떠한 것보다 아름다운 자태야.”
“확인은 됐나.”
시온은 핵이 담긴 함을 닫아버리고 다시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그 일을 마칠 정도로 기민했기에 그 민첩함에 그녀가 약간 놀랐다.
사실 시온도 이 내단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비술의 내용을 먼저 확인을 해보고 너무 위험이 크다면 정말로 항구도시쯤 되는 영지와 거래할 의사가 있었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식은 황제들, 왕들, 제후들, 이런 자들 모두를 경매에 참가시키는 것.
운이 좋다면 그 값을 최대한 크게 받을 수도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구나. 그것이 나왔을 때 이곳이 진동했지. 그걸 마탑과 거래할 생각이 있니?”
최고 단계의 미혼술이었다.
시온은 바로 그녀의 공격 비슷한 것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어지간한 마법사도 정신을 뺏길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추가로 언급한 자기의 여제자들을 언급하며 말한 여러 가지 제안은 상상력을 자극할 정도였다.
“수작을 너무 많이 부리는군.”
하지만 시온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시온이 약간 놀란 부분은 그녀의 미혼술이 대마법방어진을 통과했다는 점이었다.
걸리지 않고 마치 살살 빗겨서 적용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안 통한다?’
비장의 수였다.
걸리지 않는 남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것이 전혀 통하지를 않자 그녀가 황당해 했다.
그 정도로 여기엔 모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었다.
눈을 속일 수 있는 눈속임이 가득한 문양, 찻잔과 그리고 알게 모르게 흐르는 미향.
마탑인 만큼 이것들을 증폭시킬 수단이 많았다.
팔 단계 고위 마법사인 그녀가 이런 곳에서 단번에 시작하자마자 격파당했다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준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도 시온도 모르던 효과가 시온의 몸에 흐르고 있었으니 푸른 액을 오랫동안 복용한 시온은 이런 계열의 마법에 면역에 가까운 저항을 갖추게 된 상황이었다.
“후배가 이렇게 준비를 많이 했는지는 몰랐네. 과연 기사로서의 명성도 절정에 있지만 동시에 마법사라는 거지.”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그녀의 제자를 포함한 십수 명의 마법사들의 조금 전 벌어진 일을 이해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시온을 한층 더 대단하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 정도로 뭘 했던가?’
시온도 사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된 거 그냥 준비해서 그녀를 간파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나를 너무 쉽게 보는군. 조잡한 짓을 더 부리면 나는 이곳에서 나가겠다.”
시온이 결정했던 대로 연기를 했다. 사실 이곳에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온 김에 고대 건축술과 관련 마법사들을 데려가야 했다.
하지만 시온의 이러한 강경수는 효과가 있었고 냉랭한 분위기에 추잡한 짓을 했다는 것이 점점 확실 화가 되자 마탑의 명성을 생각해봤을 때 이것은 엄연히 큰 실수였다.
어쨌든 그녀가 시온에게 수상한 수작을 한 이상 그것이 잘 먹혔어야 한 것인데 되질 않았으니 그것이 돌아올 수밖엔 없다.
‘전략에 능해. 진짜로 화를 내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어.’
그녀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온은 여기서 크게 한 번 더 저지를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있는 힘껏 탁자를 내리쳤다. 마법으로 보호되는 탁자임인데도 시온이 내려치자 그대로 다리가 깨져서 박살이 났다.
그 위력도 대단하지만 시온이 그만한 힘과 마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
“성스러운 곳이라 해서 와봤더니 이런 뻔뻔한 여자를 봤나. 정당하게 내 것을 거래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음모를 통해 가지려 하다니.”
음모와 계략의 원류는 마법사들이 전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귀족들은 마법사들의 지혜를 항상 빌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녀가 어떻게 나올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크게 당황한 것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옆에 있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즉 시온과의 거래와 우호도가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시온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려고 하자 결국 다른 자가 개입을 했다.
한결 인자한 얼굴의 노인이었다.
대마법사인 그루드였다.
“잠깐만 얘기를 더 해보지 않겠나? 내 제자가 욕심을 부린 것 같군.”
대마법사의 등장은 시온에게 있어서도 특이했다.
마법사의 정점에 있고 마탑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이들은 열세 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임기가 끝이 나면 선출을 다시 받아야 할 정도로 실력도 중요 하지만 은근히 현대의 정부체계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온 보람이 있군. 대마법사를 보다니.’
한때 선택의 기로가 있었었다.
그때 마법사의 길을 갔다면 마탑의 서기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자와 관련이 많았다.
“그루드님 이시군요. 그러면 좀 참겠습니다.”
“허허허. 젊은 백작은 견식도 높구나.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저 여자보다 높은 마나를 가지고 있고 측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마법 도구를 잔뜩 가지고 있다면 대마법사가 아닐까요.”
“훌륭하다.”
죄송스럽게 그루드를 보는 여자의 얼굴을 보아하니 시온은 이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바로 요구하는 바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
“고대 건축술을 거래하기 위해 직접 왔습니다. 그것을 거래하고 싶습니다.”
“고대 건축술? 그것을 영지에 적용하려 하나? 어려운 일일 것인데.”
“상관없습니다. 나는 그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의 일에 대한 사과로 원하는 건축술을 마음껏 거래하지.”
“해당 건축 마법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줄 만한 실력의 교사도 말이지요.”
“설마 직접 배우려고 하는가?”
“흥미는 있습니다만 저에게 서약한 마법사 중 하나가 할 겁니다.”
“좋다. 다만, 한 가지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그 내단을 직접 쓸 건가 아니면 팔 의향이 있는가? 의향이 있다면 마탑이 소유하고 있는 영지로 거래해 줄 수도 있어.”
예상하던 바였다.
보통 금전으로 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서게 되면 이렇게 영지로 거래했다.
시온도 이렇게 따지자면 거래할 수 있는 영지가 남작급으로 두 개가 있었다.
어떨 때는 소유하고 있는 기사단이나 전투 부대를 넘기는 식으로 거래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보통은 그건 원해야 하고 영지 거래가 기본이었다.
“의향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좀 더 공식적인 자리가 될 겁니다. 마탑 하나만 두고 거래를 하지 않을 겁니다.”
과연 잘 될까 싶었지만, 대마법사는 이번 일을 덮고 싶은 모양이었다.
“원하는 것을 응해주겠네. 자네도 마법사이고 크게 보자면 마탑에 소속이 되어 있는 마법사야. 그러니 부탁을 두 개 하고 싶다네. 들어보겠는가?”
“합리적이면 들어드리겠습니다.”
“내 제자가 했던 일을 묻어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번 일로 인해 마탑이 그 경매에 낄 수 있는 자격을 달라는 거일세.”
그루드도 사실 밖에서 재해 영수의 핵을 구경했다. 그러니 제자가 성공하기를 바랐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니 이제 저자세로 나가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던 거다.
시온이 이번 일로 마탑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게 가장 큰 문제로 불거질 일이었다.
“좋습니다.”
시온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 그제야 노림수였다는 걸 알고선 아차 싶은 표정이 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ㆍㆍㆍ
대마법사답게 그가 가지고 있는 인맥은 손쉽게 해당 인물들을 만나게 해줬다.
“이것들입니다. 물론 사본입니다.”
진본을 사려면 아무리 실용성이 떨어지는 물건들이라 해도 과감한 금액이 필요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이렇게 사본을 챙기기만 하면 됐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거다.
오르도를 가르칠 교사와 얼마나 유능한 건축 마법사들을 받을 수 있는지였다.
“안녕하십니까. 시온 백작님. 벤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온 자는 칠 단계 마법사였다. 시온이 미소를 지었다.
건축 마법사를 받을 수 있는 맥시멈을 대마법사의 소개로 쉽게 얻어낸 거였다.
“혹시 경력은 어떻게 되는가?”
“이십오 년 됐습니다. 특이하군요. 보통은 이런 일에는 관심을 두진 않는데.”
이십오 년이라니 이러면 더 가치가 높았다. 아마 지금 마탑에서 계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법사를 소개받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성격도 고분고분했다.
이런 자는 보통 데리고 있는 마법사가 제자를 포함해서 한 삼십 명 정도 될 것이다.
“자네가 데리고 있는 자들을 전부 계약을 해서 데려가고 싶은데 몇 명이나 가능하지?”
“전부 말입니까? 지금 데리고 있는 건 백 명 정도 될 겁니다.”
“다 계약하지.”
이렇게 되면 따로 사람을 구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데려가서 바로 작업에 들어가면 됐다.
기존 움드를 확장 시킬 수 있을 만한 여러 건축과 기능이 있는 건물을 짓는데,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안나가 실수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이름이 안나였나?”
“예. 그것 때문에 그루드님이 계약금 일부를 부담하신다고.”
“내가 백 명을 다 고용하면 여기에 다 들어간단 뜻인가?”
“말이 애매하시긴 했는데 그럴 겁니다.”
설마 백 명을 다 고용했으리라 생각을 했겠는가. 시온은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