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7화 (157/304)

계속되는 합류

‘생각보다 잘 풀렸군.’

시온은 숙소로 돌아오면서 거래가 잘 풀렸다는 것을 실감했다. 당장에 벤츨이 영수잡이보다 몸값이 더 나갔다.

여기서 나간다는 뜻은 뇌물을 먹여야 겨우 계약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본인 자체는 별 말썽도 없고 인성도 아주 바른 사내였지만 그를 가지고 있는 주체인 마탑의 관리자들이 쉽게 내주지 않는 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완성되겠는데.’

드래곤브레이커가 완성이 되고 시온은 코논에게 남은 재료를 이용해서 적마에 입힐 특수 갑옷을 만들어 달라 부탁했다.

보통 말에게까지 특수 장비를 입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진 않았다. 

시온도 간단한 것만 입혀놓는 수준이었는데 이왕 이렇게 재료가 많이 들어오고 그것을 만들어 줄 만한 대장장이가 흔쾌히 허락하니 이때를 틈타서 한 번 찔러본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드래곤브레이커를 만드느라 허리가 휘게 힘들었을 코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흔쾌히 승인해준 것.

물론 이것도 무보수로 해준다 한다.

‘괴짜긴 괴짜야.’

시온은 석양에 드래곤 브레이커를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크기 자체는 대형 검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코논이 비법을 숨겨 놓았다.

즉 원래 크기에서 시온이 마나를 넣은 만큼 급성장시킬 수 있다.

이것이 드래곤 브레이커의 비밀이었다. 식물계 마법에서 볼 수 있는 급성장 마법을 때려 박아 놓은 것이다.

‘미친 작자다.’

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드래곤 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키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언덕에 있는 고가의 저택인 코논의 집에 도달했을 때 거기서 익숙한 적마가 시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정말이었군. 설마 코논이....”

벤츨이 따라오면서 시온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었다.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하던 내용이었다.

애초에 코논이 그렇게 헌신적으로 누구에게 물건을 만들어 주는 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습니까?”

“대단해 보이는군.”

“하하. 역시 제 피조물을 알아봐 주시는군요. 그나저나 일은 잘되셨습니까?”

코논은 벤츨을 경계하듯이 흘겨보면서 시온에게 말했다.

“약간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군.”

물론 마탑에서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진급의 핵이니 이것을 결국엔 마탑에게 구매할 기회를 줘야지 서로가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나중에 벌어질 일이지만 말이다.

“네 녀석은 왜 여기에 왔지?”

“고약한 영감이라고. 대체 무슨 장난을 이 고귀한 백작님에게 한 것이냐. 네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겠군.”

둘은 상당히 사이가 좋아 보이질 않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벤츨과 코논은 라이벌 관계였다. 마탑에서 이러한 일을 하는 자들은 다방면에 손재주가 있기 마련.

그러니 서로가 뭐가 됐든 경쟁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다.

“나를 모욕해? 시온 백작님. 이 자식은 대체 왜 데려온 겁니까? 이 바보 녀석은 결과물도 어딘가 모양새가 빠져있습니다.”

“대마법사 그루드 님이 소개해주신 건축계 마법사다. 이 자의 제자에 조수, 관련된 인물들을 죄다 고용해서 영지에서 일을 맡길까 한다. 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루드의 이름은 가볍지 않았다. 최고 꼭대기에 있는 마탑의 최고 권력자 중의 하나였으니까.

아무리 괴짜라고 이름이 높은 그라고 해도 그루드의 이름을 듣자 아무 말이나 내뱉을 순 없었다.

“운 좋은 녀석이. 하지만 기억해두십시오. 저 녀석의 작품은 죄다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효율에 대한 아름다움을 모르는 늙은이라고. 저 괴짜 녀석의 물건은 항상 조심하십시오.”

“그만, 그만. 그런데 무슨 효과가 있는 장비지?”

“이 영수마의 속성은 불이더군요. 불과 바람, 그 두 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불길입니다.”

“괜찮군.”

시온은 진짜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고강도의 마법이 들어가 있었다.

전쟁터에선 단순히 일대일 뿐이 아니라 상대의 전세를 쥐어버릴 수 있는 이런 변칙적인 수단이 중요한 법이다.

“또 생각 없이 만들었구나. 보십시오. 시온 백작님. 영수마보다 시전자의 마나를 더 먹는 것입니다. 잘못 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벤츨이 말했다.

생각해보니 또 그랬다.

‘아, 그래서 좀 거창하게 만드는구나.’

드래곤 브레이커도 가만 보니 그 한도가 없게끔 거창하게 만들어놨다.

말이야 그렇지 당연히 급성장에는 단계가 있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전자의 마나가 배로 뛰는 건 기본이었다.

효과가 제대로 적용되거나 여러 변칙에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런 단점이 붙어 있던 거다.

그러나저러나 적마는 이 장비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마음에 드느냐?”

목소리를 높인다.

어쨌든 이렇게 성미셀 기사단의 장비로 이렇게 알차게 만들어냈다. 심연의 고렘도 그렇고 번번이 카페 가문의 물건을 잘 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코논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다가 불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건물에 불을 붙였다.

“???”

다들 무슨 일인가 해서 코논을 제지했지만 코논의 불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저곳으로 퍼졌다.

“시온 백작님.”

“대체 무슨 짓인가?”

딱 봐도 되게 비싼 건물인데 저렇게 불을 지르다니...

“저도 집을 잃었으니 백작님을 따라가겠습니다.”

“?”

“허락해주십시오. 아니 제 물건에 대한 값은 이걸로 해주십시오.”

“제자들은 다 어쩌고.”

“희망자를 뽑아서 같이 데려가겠습니다. 안 따라오면 이제 제자가 아니지요.”

벤츨은 싫은 표정이었지만 코논과 논쟁은 하기 싫다는 듯했다.

“알았다. 그러면 따라와라.”

그가 유능한 대장장이면서 동시에 다재다능한 기술자라는 걸 고려해 보자면 절로 굴러 들어온 떡이었다.

자리를 옮겨서 시온을 따라오겠다는데 어떻게 만류를 할까.

그러나 마탑의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코논의 제자들이 오고 마탑에서 다양한 마법사가 와서 한바탕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허락을 했으니 코논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슷한 문제는 며칠 머무르는 것으로 예약한 저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미셀기사단 반절 정도가 시온을 기다리고 있던 거였다.

또 결투하겠다고 달려들 것 같기도 한데 몸값을 장비로 상당히 받았으니 적당히 찜질만 해주기로 했다.

단장인 라울과 새로운 부단장인 일렌이 시온에게 와서 말했다.

웃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시온을 처음 습격할 때는 하나의 기사가 차고 있는 장비가 돈 덩어리였는데 지금은 일개 최하급 패를 가진 용병이나 가질 법한 잡다한 무구를 하고 있었다.

재료의 완성에는 실패가 포함되는 법. 코논이 은근히 가져다가 다 쓴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니 덤벼들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장비로 덤비는 것은 그냥 불에 뛰어드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저희의 검을 받아주십시오!”

“뭐라?”

“시온 백작님에게 검과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받아주십시오. 죄가 있으니 종자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숫자를 세보니 전부는 아닌 것 같고. 한 반절 정도가 시온의 깃발로 들어오겠다는 뜻이었다.

“왜지? 너희는 거의 몸값을 치렀다. 그러니 난 그것에 대한 의무로 너희에게 자유를 줄 셈이었는데.”

반은 거짓말이긴 했다.

움드 근처로 돌아갈 때까지 절대 허락을 안 해줄 거긴 했다.

“돌아가면...”

카페 가문의 왕조가 그냥 용서할 리가 없다는 뜻이다. 보통 이 정도 급의 기사단이라면 죽이지야 않겠지만, 그 정도로 벌을 내릴 확률이 높다는 거였다.

물론 라울은 책임자로 교수형에 처해 질 수도 있었다.

그거야 그 인재를 더 활용할지 아니면 자존심을 세울지에 대한 이들의 주군인 카페 왕조의 선택이긴 했다.

‘나라면 절대 그런 짓은 안 하지.’

무조건 다시 쓴다.

명예가 밥 먹여주나.

어쨌든 라울이 이왕에 편을 바꿀 때 조금이라도 시온에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높이고 싶었는지 열심히 설득한 모양이었다.

“성미셀 기사단이면서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평생에 남을 불명예가 아닌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미 거대한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저희는 모두 시온 백작님의 무훈에 거대한 감동을...”

‘아, 맞다....’

시온은 기사들의 특이한 관습 하나를 생각해내고 말았다. 사실 이 정도의 오점이 메워질 일은 없었지만 딱 하나 메워질 방법 하나가 있었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실력 차이가 있는 기사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거라면 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관습이 있었다.

다만 말로만 있는 것이지 그 정도 실력 차이가 날 기사는 없었고 종자로 들어가서 다시 평생 기사를 달지 말지 고민하느니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곤 했다.

그러면 군주가 그 가족이라도 잘 보살펴 줄 것이니까.

공교롭게도 시온이 백작이라는 것이다.

슬슬 인지도가 백작인데도 왕조와 필적할 만한 인기를 얻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렇군. 그러면 서약하거라.”

슬슬 기사단을 만들 때가 되기는 했다. 물론 백작이 운영하기에는 좀 버거운 규모지만 현재로썬 수익이 딸리진 않았다.

ㆍㆍㆍ

이제는 정말 떠나려는 참이었다. 올 때와 다르게 일행은 대규모로 늘어났다.

성 미셀 기사단원 상당수가 호위했고, 계약을 체결한 벤츨과 벤츨이 데리고 있는 백여 명의 마법사들. 그리고 따라오겠다고 고집을 부린 코논과 그의 제자와 인부들.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구나.’

그러면서 시온에게 다가오는 한 명의 양치기 소년.

“위대한 시온 백작님. 한 푼만 부탁합니다.”

“대체 이런 장난을 왜 자꾸 하는 건가?”

시온은 이 양치기에 걸려 있는 변신 마법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자에게는 몰라도 시온은 이러한 마법엔 면역이었다.

곧 변신이 해제되고 저번에 봤었던 그 여자가 나타났다. 그루드의 대 제자인 안나였다.

“호호. 진짜 귀신 같네. 이번엔 다르게 술수를 써본 건데.”

그녀는 전과는 다르게 조금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시온에게 발각당한 것을 즐긴 듯한 느낌이었다.

“장난은 그만 쳐라. 볼 때마다 영 꺼림칙한 마법들이군.”

“칭찬으로 받아들이게요.”

“?”

“여기에 온 것은 저번과는 다른 목적으로 온 거야. 자.”

시온이 그녀에게서 두 권의 책을 받았다.

“이게 뭐지?”

“하나는 내가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루드님이 너에게 주는 거야.”

“......”

“너도 마법사잖아. 즉 뒤에서 다른 얘기를 할 것 단 말이지. 이 정도면 내가 저지른 비밀을 지켜 줄 거로 생각해. 물론 다른 의미도 많이 있지만.”

“알겠다.”

그녀는 다시 양치기로 변해서 유유자적 떠났고 시온은 그녀가 준 마법서 두 권을 봤다.

‘염동력 마법이구나. 다음 단계에 걸맞은 물건이군.’

하나는 염동력 마법이었다.

적어도 지금 가지고 있는 마법보다는 좋았다.

다만 단계가 이쯤 되면 마법서도 급이 있었다.

즉 시온이 가지고 있는 마법은 오 단계에서나 공평한 거였고, 그다음은 갖가지 독창성이 있는 마법일수록 중요했다.

그녀가 준 마법서는 다음 단계의 마법서로 시온이 현재 사용할 수는 없었고 다음 단계에 가야만이 쓸 수 있는 물건이었다.

굳이 따져보자면 평범한 정도다.

입막음 정도니 그렇게 좋은 것을 줄 필요는 없으니.

그래도 이 정도도 괜찮았다.

두 번째로 그루드가 준 것인데 이건 사실 사심이 보였다.

“환영계 마법인가. 음. 보아하니 이거 하나로는 완성이 되질 않는 녀석이군.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는 뜻이겠지.”

굉장히 수준이 높은 육 단계 환영 마법계열 마법서였다. 이것은 당연히 희귀 등급으로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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