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영지(3)
움드에 도착하기 얼마 되지 않아 어마어마한 시험을 마친 시온은 결국 움드에 도착했다.
움드는 벌써 가도 사업을 완비해서 무역 상단이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에 단 한 곳도 멀쩡한 곳이 없었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발전속도였다.
“황폐한 곳이구나!”
“손이 많이 필요한 곳이군.”
데려온 두 명의 인재인 코논이나 벤츨에게는 이 정도도 많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당연히 천 년 단위로 다듬어진 마탑에 비하자면 이제 어린애가 걸음마를 띄우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을 터였다.
‘흠. 뭐라고 언질을 주는 게 좋으려나 아니면 내버려 두는 게 나으려나.’
시온은 이 둘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마탑의 선민의식은 때때로 안 좋은 영향을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시온은 내버려 두기로 했다.
둘은 다시 논쟁이 붙었다. 시온이 앞에 있는대도 그런 것은 상관은 없다는 듯이 다툼이 생긴 것이다.
어떨 때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을 때도 있었다. 이들은 마음껏 움드의 외각지역에 대해, 잘 다듬어졌지만, 지독히 단순한 가도와 연계가 될 만한 것들을 무작위로 쏟아내고 있었다.
그중에는 계절마다 생산되는 맥을 처리할 거대한 방앗간의 위치라든지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밀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놓아야 할 감시탑이라든지 그것을 어떻게 짜야 할 것이고 이중적인 효과와 움드의 위세를 넣기 위해 어떻게 꾸며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딱 하나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질 않는군.’
이거 하나를 제외하고는 둘은 처음으로 발전적인 생각들을 하는 느낌이었다.
뜻밖에 둘은 상당히 어울리는 면이 있었는데 이 둘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양쪽의 주장에서 호환되고 있었다.
코논의 문제는 너무 최대화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벤츨은 너무 안정성 위주의 안건이었다. 심미적인 것도 반대였다.
극히 효율을 중시하는 벤츨은 지독하게 돈을 절약하는 식의 느낌이었다.
“시온 백작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곳은 아무리 봐도 방앗간에 최적입니다.”
“난 잘 모르겠군. 그쪽엔 전문이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시온이 딱 하나 감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건 아마 마나가 잘 흐르는 지점이라든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곡창지역 정도일 것이다.
그곳을 보수하는 정도의 안목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무슨 허허벌판에 야생 몬스터와 영수가 우글거리고 나무도 빽빽한 곳에서 뭐가 좋은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여튼 이 일은 나중에 몰아넣으면 되는 것이고 재정부터 차근차근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시온이 애매한 대답을 놓자 어린아이처럼 흥분한 둘은 다시금 핏대를 세우며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온은 자신의 첫 영지인 움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사이에 많은 건물이 증축되어 있었다.
새로 들어온 거주민에게 시온이 두고 온 강철 고렘이 연이어 통나무와 벽돌을 나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마법사 특히 두 명의 유명인은 일순 입을 다물었다.
“말..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런 씨발. 대체 저건..”
“신이시여.”
다들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강철 고렘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원리를 마탑의 인재들답게 바로 알아챈 것이다.
마탑이 지금 전력으로 저 비슷한 것을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들은 알았다.
마탑 뿐만이 아니라 동방의 제국이 특이한 마법으로 유명하지만, 그곳에서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였다.
공작도 왕조도 제국도 아닌 가장 작은 단위인 백작령이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지금 눈앞에 증명된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제기랄. 이건 못 참겠다. 대체 저게 무엇입니까. 저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시온 백작님.”
대단한 것을 봤다는 흥분감으로 얼굴이 붉어진 코논은 바짝 긴장하면서 욕을 섞어서 시온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멍청한 자로고.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이 현실이지. 대체 마법사답지 못한 그 멍청한 발언은 무엇인가 늙은이.”
벤츨은 대단한 발견을 보고선 오히려 침착해진 모양이었다.
“시온 백작님. 저것을 만들어낸 자를, 한 번 만 보게 해주십시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으로 백작님의 영지를 풍요롭게 만들겠습니다.”
“나다.”
“?!!!!”
둘의 눈이 빠질 듯이 시온을 바라봤다.
“설마 저것을 직접 발견하셨다는 뜻입니까???”
“그렇다. 그러나 과정은 우연이라고 밝혀두지.”
시온이 아예 못을 박았다.
앤드류의 비술이라는 것을 숨기고 자신이 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일단은 어떤 거래를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이득이 있을 터였고.
그러나 이 둘은 곧 시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시온이 오라고 하자 강철 고렘이 하던 짓을 멈추고 시온에게 와서 멈췄기 때문이었다.
“이건, 인류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늙은이.”
“하나는 나랑 맞는 게 있군. 바보 자식아.”
둘이 신나게 품평을 하는 동안 시온은 그동안의 보고를 받았다.
강철 고렘 하나만으로도 인력이 낼 수 없는 많은 부분이 있는 데다가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일을 시킬 수 있었다.
그 제약이 없어지니 무언가를 짓는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높아진 거였다.
심지어 강철 고렘은 어지간한 작업은 전부 다 할 줄 아는 수준이어서 혼자서 벌목을 하다가 물건을 쌓아놓을 수준이었다.
생산성에 대한 정교함은 초기의 강철 고렘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그때 전장에서 흘러다니는 마나를 대폭 빨아들인 덕분이었다.
“백작님을 뵙습니다.”
“그래, 코르도바.”
“데려오신 이들은 설마...?”
“한번 말해뒀을 거다. 성미셀 기사단이 나를 습격했다고.”
“저 자식들을 모두 처형을...감히 이 비겁하고 명예가 없는 자들이 시온 백작님을.”
“그러긴 했는데, 전부 나에게 검을 바쳤다.”
“예?”
“저기 서 있는 자가 성미셀 기사단의 단장이었던 라울이다. 지금은 전단장이지. 돌아갈 의향이 있는 자들은 카페 왕조에 돌려보냈다. 부단장은 나한테 죽었고.”
“부단장이라 하면!!”
“검을 제법 쓸 줄 알더군. 어쨌든 코르도바, 나는 슬슬 기사단 하나를 창설할 작정이다.”
“....!!”
“그러니 라울과 대화를 해보도록 해라.”
“알..알겠습니다.”
기사단을 운영하는 것은 정말로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들의 장비나 전투마와 기사의 임금을 제대로 내는 것만으로도 재정의 일부분이 뭉텅이로 사라진다.
하지만 이들을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이들은 정상적으로 모인 이들이 아닌 만큼 징계의 의미로 임금을 적게 줄 명분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기사단의 형식을 채우고 실제로는 비용을 줄일 방법이지.’
그러나 다른 세력이 보기엔 시온의 재정을 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러한 흔적은 여러 곳에 남겨 놨으니 그 정답이 누구이든지 상관은 없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이득을 쌓아가는 것이 다음의 대결에 무조건 유리하게 돌아갈 준비들이었다.
시온이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어설프게나마 뼈대가 만들어져 가동되는 몬스터, 영수 거래소였다.
현대로 따지자면 거의 콘테이너를 이어붙인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비하자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밖에는 상당한 양의 수레와 간단한 냉동 마법의 용기들이 널려 있었다.
급한 것은 여기에 넣어놓고 하급 영수와 늘어나는 트롤을 사냥해 분리 작업을 하는 거였다.
일하는 인력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초이가 일을 잘하고 있었군.’
초이에게 에졸리노와 토렌이라는 두 명의 무역계 귀족들을 관리하라고 대리인 자격을 줬다.
이것은 시온이 맡겨둔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임무였다. 하지만 전의 성과를 생각해서 맡겨본 거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해주고 있었다.
‘나도 이 정도로 몬스터 사체가 많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재해 영수가 죽고 나서 시온의 영지는 어떤 차원의 간섭에 노출되었다.
원래라면 이것이 그 재해 영수를 잡으면 안 된다는 저주의 일종이라고 봐야 했다.
원래의 움드라면 이 늘어나는 하급 영수와 몬스터가 감당이 되질 않아서 모두 죽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력을 갖춘 시온의 재력과 예상외로 더 많은 능력을 보여주는 부하들, 여러 가지가 이 물량을 감당케 했다.
그래서 시온이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대규모 생산현장이 되어 버렸다.
‘대박인데. 이 정도면 각 제후에게 거침없이 팔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트롤 비중이 높아서...’
트롤의 사체는 치료계열의 약재나 마법에 사용되는 것으로 당연히 이 물량이 소화되지 않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오히려 값을 더 쳐서 팔 수도 있었다. 원래 조금씩 파는 것보다 한 번에 팔게 되면 값을 더 치는 경우도 있었다.
‘동방의 제국이라면 내 물건을 다 사줄 것 같은데.’
동방의 이교도가 새운 거대한 제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곳에서는 각종 제사에 트롤의 피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수요가 더 많았다.
“초이.”
“시온 백작님.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과가 미흡할지도 모르겠지만, 강철 고렘에 대한 사용권을 주장하기엔 좀 순위가 밀려서...”
“아니다. 수고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한다.”
초이는 정말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시온은 옛날의 그 지도를 잊지를 않았다.
그때는 여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운용할 자들이 많으니 거기에 보낼 수도 있었다.
일단은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이 들어왔고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 이제 집중적으로 건드릴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생산되는 물건은 재주 좋은 두 가문이 추가로 무역에 들어가 급한 불은 끄고 있었다.
‘나도 정수를 집중적으로 제작을 해봐야겠군.’
재료가 많으니 여기에 대한 첫 번째 소유권은 시온에게 있었다.
정수로서의 성장 특히 급이 낮은 정수로는 양도 많이 필요했고 한 번 복용하고 나면 그다음 시간까지의 시간이 길었다.
그 시간이 거의 돌았을 뿐만 아니라 시온의 체질이 더 개선되어서 단숨에 여러 개의 하급 정수에서 대량의 마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원래라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할 수가 없는 무식한 작업이지만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가능했다.
돈, 체질, 물량, 생산성 전부 다 가지고 있었다.
‘현재 블랙홀 마법이라든지 다음 비술을 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인 나의 마나가 더 필요하다.’
그게 이곳에 오면서 생각했던 실험했던 여러 가지의 결과였다.
특히 염력계 첫 대마법인 블랙홀은 약식으로 써봤는데도 불구하고 마나 소모가 예상을 한참 넘어섰다.
이왕이면 전투나 전쟁에서 제대로 쓰고도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 좋았다.
단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렘 두 기의 활용을 여기에 집중한다.”
“알겠습니다.”
“옙.”
초이와 오르도에게 그렇게 말을 해놓고 시온은 자리를 옮겼다.
모든 백작급의 영지는 오랫동안 그것이 백작위라는 특정한 자격으로 부여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백작급의 영지는 반드시 고농도가 흐르는 토지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보통 그곳은 신전의 형태였다. 시온이 도착한 곳도 세월의 흔적이 녹록한 신전의 앞이었다.
‘확실하군. 여기가 움드에서 마나가 가장 뛴다.’
세 번째 비술을 읽어본 결과 이것은 고렘과 달리 재료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연스럽게 마나가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해야겠군.’
이곳을 관리하는 신을 모시는 마법사가 나와서 시온을 반겼다.
시온이 오고 나서 움드는 기적처럼 회생하고 오히려 부활하고 있었다. 이러니 이자는 시온을 신의 사자 정도로 보고 있었다.
“다른 곳에 신전을 짓고 이곳엔 다른 것을 짓겠다.”
시온이 그에게 말한 것은 기존의 관습과 영 반대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