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0화 (160/304)

대량의 정수

낡은 신전이 있는 이 장소에는 마나의 맥이 흘렀다.

세 번째 비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소가 중요했다.

앤드류의 세 번째 비술은 지금까지의 종류와 다른 설치형 마법이었다. 그러니 지형 자체가 제일 중요시 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추측이긴 했지만....

뭐가 됐든 완전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답할 수 없다.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고 해도 결과가 다를 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밀어버리고 조율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백...백작님. 아무리 시온 백작님이 신의 사자라 해도 백여 년간 움드를 지켜온 것은 이 신전입니다. 연유를 제대로 물어봐도 될는지...”

확실히 중세의 사람답게 이런 일에는 아무리 백작의 명령이라고 해도 선 듯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미신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정말로 이, 낡고 볼품없는 신전이 움드를 지켜줬다고 생각하는 걸까.’

물론 정신적으로는 많은 도움을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이곳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썼다면 오히려 활용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이곳에 제국의 중요한 문화인 공공 목욕탕이라도 만들었다면, 기사나 마법사나 병사나 사람들이나 이곳에서 기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회복했을 것이다.

어쨌든 좀 더 이 마나라는 것에 구조를 알게 되면 하다못해 이런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역할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신전 마법사인 구덴은 오랫동안 이곳의 치료와 정신적인 부분을 도왔지.’

어찌 됐든 이렇게 보여도 뜻밖에 움드에서 영향력이 있는 자였다. 

전 영주의 임종에도 같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가 시온을 신의 사자라고 명명해준 소문을 내준 덕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도움을 받았었다.

시온은 잠시 생각을 했다.

‘좀 더 그를 부드럽게 구슬릴 필요가 있겠지.’

“구덴. 그대의 노고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움드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도 알고 있다. 내가 꿈을 꿨다. 신전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더 크게 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독단적인 생각이십니다. 이곳은 오랫동안....”

그에게서 다시 한 번 긴 이곳의 역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그가 떠들고 있는 사이 다른 마법사들, 구덴이 이끄는 신전 마법사들이 몰려왔다.

“구덴님. 그건 너무 옛날 생각이 아닙니까. 시온 백작님이 꾸신 꿈이라면 분명히 신의 뜻과도 닿아 있을 것인데!”

역시 신전 마법사에게는 비슷한 부류가 몰려 있는 법이었고, 그것은 이런 식의 비슷한 논리로 생기는 다른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시온은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지만, 어느새 몰려온 신전 마법사들은 구덴과 대립을 해서 열띤 비난을 하고 있었다.

“허허. 너희 모두 그렇게 생각하느냐? 시온 백작님의 꿈이 맞는다?”

수십 명이 모두 그렇다 할 정도로 여론이 기울어 버렸다. 이러니 아무리 이곳에서 인지도가 있던 구덴이라 해도 결국 동의할 수밖에는 없었다.

“이게 대세라면 따라야겠지요.”

구덴까지 그렇게 말했으니 이제 이 신전을 밀어버리고 이곳에 비술을 설치하면 됐다.

이렇게 위에서부터 잡아내니 극심한 반동은커녕 시온의 이미지만 더 좋아졌다.

새로운 작업에 쓰라고 움드에서 돈이 있는 귀족이 자원해서 자금을 모을 정도였다.

이러한 자금은 당연히 더 많은 자금을 모으게끔 했다.

‘구덴이 이 정도로 영향이 있었나?’

시온은 모이는 자금을 보며 움드의 발전을 위한 방향에 쓰겠다고 말했다.

“신전을 철거하는 작업에 자원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귀족은 금을 대고 지금까지의 인기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 듯이 민중은 자기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자들이 많았다.

대충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는 구덴의 발언이 와전되어 생긴 일이었는데.

구덴이 신의 사자라고 명명해서 쉽게 영지민의 인기를 사로잡은 일처럼 시온이 신과 관련된 꿈을 꿨고 그 꿈에 구덴을 포함한 모든 신전 마법사들이 동의했다는 얘기가 돌게 된 것이다.

그러니 미신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여유가 있으면 세금이 아닌 데도 자금을 내고 자금을 낼 돈이 없으면 이렇게 조금이라도 복을 받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겠다 한 것이다.

시온으로서는 그냥 승인만 계속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사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움드의 상태가 여러 가지 벌리고 있는 일 덕분에 고렘의 거력이나 인력이 남아돌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번 비술을 위해서 강제로 차출 자를 뽑을 각오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이 잘 흘러갔다.

쾅!쾅!

망치가 신전을 부수고 있었다. 간단한 절차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흥에 차 있었다.

구덴만 울상이었지 다들 이 일에 흥분해 있었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시온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쓰는 자들이 많았다.

어떻게 보자면 조금이라도 뭔가를 얻어가기 위해 그냥 일을 시킨 것도 아니고 시온이 건 상금을 타내기 위해 더욱 애를 쓰고 있었다.

즉 이곳의 분위기에 따르자면 철거 작업도 기존의 계산보다도 한참은 더 오래 걸릴 일이지만 아무도 망설이고 있지 않았다.

‘좋군. 이 일이 마무리되면 바로 이곳에서 세 번째 비술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고.’

시온은 돌아가는 과정을 대강 확인하고 자리를 옮겼다.

잡은 영수가 처리되는 건축물들, 즉 거래소들이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고렘 두 기는 날이 우중충하든 바람이 강하게 불든 그 어떠한 요소도 방해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충분히 구해온 마법사들은 이들에게 스물네 시간 움직일 수 있는 마나를 넣어주고도 이제는 오히려 마법사들이 남아돌 정도였다.

거래소의 반절은 코논이 반절은 벤츨이 경쟁하듯이 고렘을 하나씩 받아내서 지어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성능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마탑에서 다녀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딱 봐도 제국이나 마탑급의 효율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온은 한 가지를 더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곳의 건설적인 부분은 고대 제국에서 흘러나온 지식의 조각들에 달려 있었다.

그것은 여러 지역에서 채취되는 것을 종합한 일종의 콘크리트였다. 

기술적인 면을 발달시킨 현대와 다르게 기본 재료에 각종 마법을 첨가해 뼈대를 만드는 기괴한 식의 작업방식인 거였다.

그 거대한 집약적인 결과물은 제국의 수도나 마탑을 다녀오면서 직접 눈으로 봤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넣어야만 했다. 그러니 유서가 깊은 지역일수록 좋은 건물을 많이 가지고 있는 법이고 그것이 곧 힘으로 표현되고는 했다.

‘철근을 이용한 공법이 여기엔 없단 말이지.’

아주 간단한 원리지만 아무도 이것에 대해 적용할 생각을 하지를 못한 것이다.

철근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부으면 이 집약적인 단계를 아주 간소화시켜서 건물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좀 고민을 해봐야겠군.’

현대인이기에 익숙한 빌딩에 대한 간단한 구조에 대해서 아이디어만 알고 있을 뿐이지 자세한 방법에 대해선 몰랐다.

다만 이 이야기만 해줘도 코논과 벤츨이 침을 흘리며 연구에 박차 금방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 거적 대기에서 어느 정도 형태가 잡혀가는 거래소를 보면서 시온은 따로 마련한 제작소에 들어갔다.

따로 만든 정수 제작소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중하급 재료는 아주 넘쳐 흘렀다.

‘이번에 공상단을 만들고 녹색 레시피를 일부 풀어야겠군.’

녹 반지는 하급 정수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소상히 적혀 있었고 이제는 이것을 이용해 돈을 벌어야 해서 이것을 제작할 자들을 모아 일부를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이번 재해 영수의 근처에서 영수잡이들이 채집해 온 공상초를 이용해 해당 정수를 만들어야 했다.

한 번이 어려웠지 두 번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내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될 때쯤 시온은 공상 정수를 두 개 얻을 수 있었다.

‘이거 두 개 말고도 더 많이 필요하다.’

옆에 있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재료들을 통해서 백 개 정도의 기본 정수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제는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특이체질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아직은 추측이긴 했다. 실험 삼아 작은 것을 먹어 보았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서 효과를 봤다.

‘이런 건 과감해야지. 이제 대 마법을 쓸 수 있는데.’

시온과 연결되어 마법을 대신 쓸 수 있는 심연의 고렘과 연결해서 쓴다면 전략적인 폭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다.

“분부하신 마법사들을 모두 대기시켰습니다.”

필립스가 시온을 경이롭게 보며 말했다.

“그런가. 가보지.”

밖에 나가니 이러한 정수 제작에 조금이라도 소질이 있는 자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마법사들은 어딘가 부족한 것이 있는 자들이 대부분.

시온이 일부러 그렇게 뽑았다. 그렇기에 이들은 모두 시온을 존경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온의 이런 마법사스러운 등장과 단어 선택들은 시온이 정수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지라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시온이 말하는 바를 들었다.

‘뭐 녹 반지의 레시피지만 일단은 전부 공개하지 말고 일부분만 얘기해두는 것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출처를 숨기고 시온이 우연히 발견한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귀중한 정보를 이렇게 알려주신단 말인가?

-우리를 믿는구나. 시온 백작님께서는.

-평생 저분을 모셔야 한다!

-시온 백작님을 배신하면 죽여라.

시온이 생각하지도 못한 효과가 새로 생기고 있었다.

이들의 충성심을 만들기 위해서 이것을 공개한 것이 아니었고 일부분 유출을 각오하고 자신의 급성장에 대한 실험, 새로운 무역의 확장을 위해 하는 것들이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거였다.

이들의 눈에는 자기들을 믿고 끝까지 밀어주기 위해 이렇게 시온이 희생 아닌 희생을 하는 것이라고 보였다.

‘음? 얘들 눈빛이 왜 이래.’

시온은 자기가 한 이야기 중에 뭔가 실수한 것이 있었나 생각해봤다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아서 일단은 일을 진행 시켰다.

다음 날, 영지의 마나가 다시 한 번 움드의 거성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상초로 만든 정수를 단번에 먹어 연성한 시온이 순간 근처에 있는 마나를 다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단계를 올리는 데 워낙 마나가 많이 필요한 시온은 그다음 단계를 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마탑의 사람이 알면 놀랄 일이었다. 애초에 시온 같이 여러 개를 다루는 사람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 경지에 오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온은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가지게 된 거였다. 후세에 마법사들은 후에 시온의 흔적을 하나라도 찾기 위해 몇 년이고 노력할 터였다.

어쨌든 영지 내의 사람들은 시온이 그사이에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마탑에서 온 마법사들이 많았고 시온이 드문드문 몸을 푼다고 해서 결투 비슷한 훈련을 하곤 했다.

그 사이에 저 정도의 성장이라니.

안 그래도 시온이 인류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재라는 소문이 싸하게 돌고 있었는데 그것이 계속해서 증명되어가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솔직히 시온도 기대하고는 있었다. 

공상초 자체가 구하기 어려운 마나 약초였는데 이것을 저번 경험을 통해서 아무 탈 없이 만들었고 더 많은 마나를 쌓았는데도 단계를 올리는 데에는 턱도 없었다.

‘예상했던 바였고.’

시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시피대로 자신의 부하들이 정수를 만들었을지를 보기 위해 해당 장소로 움직였다.

물론 이들이 시온처럼 능숙한 것은 아니기에 증발해버리는 손해가 발생할 것을 시온도 어느 정도 고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백 개는 무리여도 오십 개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면서 해당 장소를 방문했다.

“백작님이 오셨다!”

많은 마법사가 다들 긴장해서 시온을 맞이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온에게 감동한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온에 말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시온의 앞에 수많은 함이 쌓여갔다. 백 오십 개의 정수가 쌓여 있었다.

예상보다 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양이 많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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