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술의 성공
사람으로만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시간은 그 배를 쓰기 마련이었다.
일부 집중적인 혜택을 받기 시작한 영지는 중요한 지리도 선점하고 있지만, 그 도시를 선점한 대가문이 오랫동안 권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컸다.
‘사람으로 이 정도 급의 거래소를 만들려면...’
물론 확장이라든지 손을 봐야 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봐야겠지만 뼈대 자체를 벌써 만들었다.
바로 가동이 된다.
밀려있던 물량이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래소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세 개의 무역이 만드는 유입과 새로운 공급 시장은 그거 자체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다.
“재해 영수가 여기까지 이득을 보게 해줄 줄은 몰랐는데.”
ㆍㆍㆍ
시온이 거침없이 영지를 확장 시키고 있을 때 다른 세력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롭게 등장한 폭풍의 눈.
시온을 바라보는 그 근처의 강대한 세력은 시온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
유비드 가문이 그곳의 강자였지만 시온에게 완전히 종속이 되어갔고, 시온과 시온이 벌이는 일들은 점차 소문을 타고 다른 세력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불안하다는 것이다.
카페 왕조를 이끄는 샤를은 자라나고 있는 이 싹을 짓밟아버릴 명분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샤를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적중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적으로 발전해버린 것.
물론 샤를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이 정도에 불과했다.
정확히 시온이라는 백작이 어떻게 자신의 왕국을 칠지 손해를 보게 할지는 그도 몰랐다.
그러나 감정적인 부분과 오랫동안 단련된 전쟁에 대한 감으로 시온이라는 자를 지금 내버려 두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홀랜드 공작 반갑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것은 제국 소속의 홀랜드 공작이었다.
하나의 중심적인 세력을 따르고 있지만, 이해관계만 맞으면 그 아래에서 얼마든지 비밀 동맹과 전쟁은 이뤄질 수 있다.
둘의 손이 마주 잡혔다.
시온이 여러모로 강력한 적수라는 것을 인지한 그가 부족한 병력 분을 해결하기 위해 꾸미는 것은 홀랜드 공작과 손을 잡아 시온을 치는 일이었다.
“유비드 가문은 그쪽이, 시온의 영지는 내가 갖는 것이외다.”
둘은 이미 승리를 장담했다는 듯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결과물을 정하고 있었다.
ㆍㆍㆍ
시온이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은 거래소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고 움드의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카페 왕조가 군을 내 쪽으로 배치하고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단순히 훈련 같은 것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코르도바는 카페 왕조가 굳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리기에는 체면이 살지 않아 그럴 것 같지는 않겠다는 뜻이었지만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원한 살 일이 분명히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뜻이다.
만약에 본격적인 공격이 온다면 이렇게 열심히 움드를 만들어낸 듯 의미가 없었다.
발전은 힘에 맞춰서 해야 했다. 한쪽에 치중하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법이다.
가장 최악은 열심히 만들어 놓고 단번에 다 뺏기는 일이었다.
시온도 그걸 최근에 한 번 하긴 했다.
유비드 가문이 이룬 것을 거의 흡수한 거였다.
에슬린은 요새 고렘에게 명령하고 관련된 것을 배우는 데 삼매경이었다.
에슬린을 불러 의견을 물어봐야 했다.
“분명히 우리를 노리는 겁니다. 대처가 필요해 보이는군요.”
에슬린은 시온과 의견이 같은 모양이었다. 이어서 한 가지 안건을 냈다.
“어차피 흐지부지하게 서로의 잘잘못이 된 경우니까 이것을 걸고 이번 거래소에서 생성된 재료들을 걸고 무역을 열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목표는 평화협정이지만요.”
평화협정.
이런 것을 맺게 되면 아무래도 왕과 제후와 황제와 여러 의장이 공존하는 여기에서 힘을 갖게 된다.
의례 하듯이 이것을 깬 자는 전통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즉 어떠한 형태로든 다른 나라와의 협조가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
평화협정이 들어가게 되면 종잇조각에 불과해도 이 약속을 웬만해선 지켜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같은 이치로 이것 때문에 다른 자들도 손쉽게 카페 왕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걸로 하지.”
시온은 바로 사람을 보냈다.
사람을 보내고 나서 시온이 착수한 일은 세 번째 비술을 만들어 내는 거였다.
원래 여기에 있었을 신전은 이미 이곳에 만들어져야 할 세 번째 비술 때문에 사라졌다.
지금은 깨끗했다.
원래라면 좀 더 지켜봐야 할 장소였는데 그 이유는 세 번째 비술은 지금까지와는 규모 적으로 보면 차원이 다른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종에 건물 급의 고렘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중요한 건 이런저런 일에 다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확실한 것은 결국엔 성공을 해봐야 알 수 있을 듯했다.
‘여기엔 재해 영수의 내단이 들어가겠군.’
여기엔 추가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여러 개가 섞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어쨌든 시온이 마탑에 좋게 보일 리는 없었다.
즉 왕과 황제와 제후와 마탑에게 경매를 할 것처럼 내건 이 내단을 이득을 봐놓고 그냥 써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꼭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에 와서는 무조건 써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상황이었다.
여러 번 다양하게 시도를 해봐도 가장 많이 남는 것은 누군가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독점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갖춰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시온은 깨달았다.
이것을 날리지만 않는다면, 또는 여러 세력이 함부로 압박할 수 없게끔 힘을 부릴 수 있다면 이게 항상 더 낫다는 뜻이다.
‘성공한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마음이 굳어버린 까닭은 여러 대의 고렘 계약에 성공해서였다.
결정되면 단번에 여기를 채울 수 있는 어떤 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다시금 각을 보이는 시온의 모습은 사람들을 기대하게 하고 있었다.
단순히 마법사들만 모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 영지민을 넘어서 무역 때문에 움드에 머무르는 상인들까지.
정말로 많은 자가 이곳에 모인 것이다. 한 가지 시온의 별칭을 확인하기 위해.
좋은 건 좋은 거였지만, 시온도 이쯤 되니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화를 내기엔 워낙 자연스럽게 모이고 그 결과로 기대하게 된 것인지라 뭐라고 하기도 그랬다.
그냥 하던 것처럼 이번 비술도 밀어붙이는 수밖엔.
‘세 번째 비술은 어째 설명을 봐도 애매하단 말이야..’
이론적으로는 감이 오지만 희한하게도 정확히 이것이 어떻게 작용을 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였다.
시온은 처음에 공장 같은 개념으로 봤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다. 뭔가 좀 더 특별한 것이 있었던 거다.
꿀꺽.
에슬린을 시작으로 초대형 마법진이 그려지자 모든 마법사가 긴장했다.
심지어 지금 여러 일이 부여된 자들도 모두 이곳에 모일 정도로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을 직감한 거다.
아니나 다를까, 시온이 준비하는 대형 진은 벌써 다섯 개째. 이어서 여섯 개째가 일곱 개째가 만들어졌다.
시온의 몸에서 대마법사가 가질 법한 규모의 마나가 줄줄 흘러나왔다.
누가 봐도 경악할 일이었다. 시온의 나이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마탑에서 깊게 일했던 출신들은 얼마나 더 말이 안 되는지 알고 있었다.
고르고 골라서 계층을 이어나가듯이 마나를 넘기는 작업을 한 결과가 대마법사의 탄생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그 많은 마나를 모았다는 것은 보지 않으면 누구도 믿지 못할 일.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다.
‘대형 진은 다 만들었고, 그것을 감쌀만한 진도 만들었지. 마나도, 마법사도 넉넉하고, 거인의 눈도, 각종 장비도, 급히 보조해줄 심연의 고렘도...’
시온은 하나씩 확인 절차를 밟아 여러 가지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이러한 비술의 난이도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시온은 갖가지 경험을 잔뜩 했고 성공해왔었다.
그렇기에 어떠한 것이 여기에 중요하게 작용할지 잘 알고 있었다.
대강의 밑 작업이 준비되자 시온은 재해 영수의 내단을 꺼냈다.
그것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정도로 막대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순간 이곳에 마나가 가득 차오르는 그런 착각과 환영이 보일 정도였다.
‘일단 비술에 의하면 성공만 하면 얼마든지 지역을 옮기면서 이 녀석을 쓸 수 있다는 것이지.’
시온이 과감하게 지금 써야겠다고,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이러한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재해 영수의 내단이 가운데로 날아가고 온갖 진이 마나를 받아 다양한 불빛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생애 한 번 보기 힘든 광경인지라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니고 시온도 그랬다.
시작도 좋았고 재료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좋았다.
시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나도 강대했고, 주위에 받쳐줄 마나도 많은 데다가 자리도 노련하게 잡아서 계속해서 좋은 흐름이 이어져갔다.
그런데 슬슬 심각한 징조들이 몰아닥쳤다.
순간 소용돌이가 일어나듯이 주변이 개 박살이 났다.
뭔가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온은 재빨리 거인의 눈을 이용해 비슷한 효과를 누렸다.
거인의 눈이 소용돌이를 빨아들이면서 점차 안정화가 되어갔다.
하나는 잘한 모양.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마나가 문제인지 집념체를 이룰 어떤 것으로 결집이 되지를 않았다.
‘이런...’
시온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땀이 났다.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해본다. 결집을 이루게 해줄 만한 것이....
그리고 번뜩 생각이 나서 심연의 고렘에게 명령했다. 결집체를 나누라고.
‘추측이긴 하지만 저 녀석은 불가사의한 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맞았다.
심연의 고렘에서 반절로 분리되어 나온 그 덩어리에 재해 영수의 재료에서 나온 물 덩어리가 한 번에 달려들어 결합했다.
“........”
그리고 기가 막히게 주위를 흔들던 그 영향이 싹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 중앙에 물 덩어리 같은 것이 떠다녔다.
‘설마 심연의 고렘을 날린 건가?’
그건 좀 아쉽기에 재빨리 이 부분을 확인했다.
멀쩡했다.
그리고 비술도 성공한 듯했다.
‘이게 대체 뭐지?’
성공한 것은 성공한 것인데...
일이 좀 정리가 되고 시온은 자신의 명령에 따라서 따라붙기도 하고 떠다니는 이것을 보면서 말했다.
“대체 너 하나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걸까. 앤드류가 써놓은 것에는 이 사이의 것이 없는데.”
그러자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물 덩어리가 예의 녹반지에 있던 현상처럼 무언가를 투영했다.
‘설계도다.’
설계도였던 거다.
그러니 이것을 따라서 구축을 하면 된다는 뜻.
바로 여러 명의 마법사를 불렀다.
“설계도...?”
“이런 형태는 본 적이 없는데...!”
“설마 시온 님께서 하시던 것이 이것을 뜻하고 있을 줄이야.”
코논과 벤츨이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분명히 비술의 방향성이 맞는 것 같았다.
“이걸 지금부터 짓는다. 가능하나?”
“가능합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있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재료도 간단하군요. 하기야 뭔가 이 덩어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건물이라고 하기엔 뭔가 생명체 같은 느낌이.”
“백작님. 이걸 대체 어디서 얻으신 겁니까.”
“이건 주웠다.”
“!!!!!!!!”
“예전 일이지.”
쑥덕거리는 것을 보아 이번 일이 맞는지 서로 논의하는 모양.
그들은 시온이 또 다른 것을 발견하고 개발했는데 겸손하기에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