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와의 전쟁
‘좋게 해결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안 되나.’
카페 왕국의 왕이 수작을 부리는 것이 확실해 지고 있었다.
시온은 나름 잘 해보자고 사람을 보냈는데 잘 풀리지를 않았다.
언제나 이런 일에는 두 가지의 측면이 도는 법이었다.
왕국에서 칼을 대면 댄 만큼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해결을 본다면 지금까지 장악해왔던 것들이 전부 효과를 보여 거꾸로 카페 왕조의 노른자위들을 뺏을 수도 있었다.
‘잘 풀렸을 때의 얘기지만. 시기가 조금 이른데.’
마치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주위에 적이 그렇게 많은데 굳이 나 먼저? 아무리 내가 성미셀기사단을 좀 빼먹었기에. 사람이 참 속이 좁군.’
단순 계산을 해봐도 카페 왕국이 등지고 있는 적 중에 시온이 가장 큰 적도 아니었다.
아니면 어설픈 세력이라고 봐서일지도 몰랐다.
시온이 계획하고 있는 움드의 마천루는 조금 천천히 할 필요는 있었다.
어쨌든 카페 가문이 대놓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데 눈 가리고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동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였다.
원래 강물도 그렇듯이 처음엔 약간 넘실거리다가 나중엔 한 번에 일이 터지고 댐이 터지고 밑에 있는 지역은 다 박살이 나버리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
시온은 코르도바를 불렀다.
“시온 백작님. 기사단이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잘 됐군. 코르도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카페 가문이 내가 제안했던 평화협정을 거부했다.”
“따로 요구하는 바는 있습니까?”
“뭔가 준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카페 왕조를 이끄는 샤를은 명군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여기서 저희를 공격하는 것은 다른 자에게 빌미를 주는 것인지라....”
코르도바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즉 굳이 이런 어리석고 감정적인 일에 중요 병력을 쓸 일이 없다는 거였다.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 만에 하나 저기서 강력한 요구를 하면 뭘 더 내줘야 할까?
‘지금 나한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유비드 가문을 달라고 하면 그냥 내줘야 합니다.”
에슬린이 시온이 도달하지 못한 결과를 내줬다. 시온이 지금 끌어오는 자금줄의 상당한 양은 유비드 가문이 치르는 금액에서 오고 있었다.
사실상 시온에게 종속되고 잠식당한 것이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냥 봉신 가문으로 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완벽하고 압도적이고 효율적인 승리가 가져온 결과였다.
백작이 백국 급의 백작을 거꾸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희귀한 상황.
중세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황제가 왕조에게 사로잡히고 잠식당했던 적도 가끔은 있었다.
어쨌든 이 같은 사실이 일어나서 안 될 만한 것은 움드를 급성장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공든 탑이 단단해지려면 시간과 그에 따라오는 것들이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하는 법.
“카페 왕조가 유비드 가문을 되돌려 달라고 한다면? 어떤가, 코르도바.”
“......지금 상황에선 허락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비용을 줄였다 해도 기사단 자체의 운영비도 있으니, 현재 세 곳의 무역권과 3급의 영수 생산지, 종속된 봉신들의 조공과 세수로 빠듯했다.
뭐 하나라도 빠지면 규모를 줄여야 했는데 지금 새로운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시온은 과감하게 집을 그냥 지어주고 바로바로 새로운 영주민들을 생산활동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시온 백작이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자 제국에서, 살기 힘든 자들이 시온의 영지로 몰려들었다.
물론 시온은 힘을 키워나가려면 사람을 중시하고 모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엔 이것저것 거대하게 지어놓았다고 해도 사람이 없으면 빈 깡통이나 다름이 없다.
‘도시의 성장과 견제를 한 번에 해야 한다는 건가. 충돌은 피할 수 없지 않을까.’
최종적으로 여러 가지 정보들로 시온이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충돌은....”
이곳에 있는 모두의 눈이 시온에게 집중됐다.
“일어난다. 모두 여기에 대해서 준비를 한다.”
결정이 내려지면 모두 거기에 맞춰서 움직여야 했다.
카페 왕조가 한 번도 움드를 향해 탐욕스럽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기에 오랫동안 이곳에서 복무해왔던 코르도바가 그런 조언을 했던 거였다.
“그러시다는 것은....”
“그래. 전쟁이다.”
“?!!!!”
어떻게 보면 간단한 조짐만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시온이 이렇게 결론을 내버리고 나서는 기이하게도 반론이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시온이 만들었던 압도적인 결과들, 그것들이 시온이 내린 명령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거였다.
ㆍㆍㆍ
뛰어난 재능으로 단숨에 카페 왕국의 정복을 돕고 자리를 잡은 수석 마법사인 마리온은 신중하게 시온이라는 남자에게서 전해져온 정보를 읽었다.
‘주변이 엄중하다는 건가. 세기의 마법사, 무패의 기사. 탁월한 전략가. 이 중 요즘에 떠오르는 것은 세기의 마법사. 그러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라..’
마리온은 생각 이상으로 시온이라는 인물이 숨겨진 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샤를 왕의 가끔 치솟는 광기의 원인은 이제 시온이 확실한 거였다.
‘가끔 육감으로 가장 중요한 적을 발견하고야 하니까. 다섯 번 중 네 번은 틀리지만.’
마리온은 샤를 왕이 가지고 있는 육감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적으로 봤을 때 홀랜드 공작과 손을 잡는 것부터 시온의 영지에 침공하기 위해 병력을 준비하는 것 모두가 왕국에 도움이 되지를 않았다.
이기든 지든 이건 손해였다.
이 병력을 계속해서 서쪽의 점령과 점령지의 질서유지에 써서 완전히 종속시키는 쪽이 남는 장사였다.
그녀는 세기의 마법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문구를 다시 한 번 읽었다.
‘분명히 뭔가 있다. 원래 시온 니벨룽은 기사로서 특출난 자였지.’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비상식적이다.
그 점 하나는, 이미 그의 이름은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남을 거였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하나씩 쌓아오려 간 것은 확실했다. 만약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움드를 받았을 리가 없었다.
‘자기에 대한 명성 관리도 확실한 남자다.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소문을 일부러 내고 있을 거야. 분명히 명예와 인기라는 것이 가져오는 이점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
그런 그녀가 초조하게 입술을 훑었다.
‘하지만 만약 이 칭호들이 하나도 거짓이 없고 전부 사실이라면...?’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은 너무 성급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 된다.
“.....휴. 아니겠지. 그럴 수가 없으니까.”
제국에서 손에 꼽을 만한 기사이면서 전술적인 지식에 해박하고 동시에 마법사, 것도 대마법사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전부가 사실일 확률은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억측은 잘못된 군사 전개로 이어져 쓸데없는 손실을 일으키기 마련.
‘하지만 몇 가지 자질이 대단한 것은 확실해.’
돌아다니는 용병 기사, 자유 기사에서 몇 년도 되지 않아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남작과 백작에 올라 유비드 가문을 격파하고 종속시켰다는 결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얼마나 더 빠른 속도로 강력한 세력이 될 것인가.
‘바보였지. 진작에 유비드 가문을 도왔어야 했는데. 내 오판이었어...’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오만한 그녀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전부 다시 불러라.”
“예?”
“작전을 처음부터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어. 반드시.”
적어도.
대단한 통찰력이 있는 자라는 것은 확실해지고 있는데 그냥 백작 정도를 잡는 식으로 작전을 진행한다면...
서쪽에만 관심을 가지던 그녀도 슬슬 시온이 궁금한 것을 넘어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고 있었다.
ㆍㆍㆍ
카페 왕국이 비밀스럽게 움직일 때마다 시온도 거기에 발맞추듯이 비밀스럽게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헛수고일 수 있다는 생각.
돈이나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시온에게 갑자기 찾아왔다.
어쩔 수 없었다.
간단한 것도 준비하는 데에 많은 분배가 일어나는 법인데 하다 못 해 전쟁 준비를 비밀리에 하는 것이니.
‘뭐가 됐든 징조가 올 것이 분명한데.’
시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카페 왕조가 보여주는 다음 순서였다.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분위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것.
평화협정이 깨졌다고 해서 시온이 쳐들어가기에는 왕국은 백작이 덤빌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와중, 시온이 한 장의 긴급 전서를 받게 되었다.
받자마자 바로 열어본 시온은 그럼 그렇지, 라는 미소를 띄웠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이 빛을 발휘할 만한 상황에 들어간 거였다. 전서의 내용은 강력한 강요가 들어 있었다.
시온이 쓱 읽고는 앞에 있는 카페 왕조가 보낸 귀족에게 말했다.
그는 오만하게 들어왔다가 시온을 보자마자 맹수라도 본 것처럼 얼어붙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온의 마나는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이 시온을 봤을 때 이질적인 감정을 받을 수밖엔 없었다.
“말해봐라.”
시온이 준비된 동작으로 전서를 그대로 찢으면서 말했다. 그 동작에 너무나 놀란 귀족이 제 자리에서 쓰러졌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온은 손짓을 했다. 코르도바가 재빨리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달달 떠는 이가 보일 정도의 겁먹음이었다.
“그...그게..”
“말해라.”
“시...시온 니...벨룽은 유비드 가문의 종속...계약을 포기하고. 그대로 유비드 가문을 해...방시킬 것을...”
‘이대로 거부하고 돌려보내면 바로 본격적인 전면전에 들어가겠군.’
그 규모를 확인해 보고 세부적인 전략을 결정하긴 해야 했다. 규모가 심각하게 크면 명백한 침공 행위이기에 제국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병력이 크다면 움드가 날아가고 그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에 그런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모든 점을 간파하고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답이 나오질 않고 있었다.
잠시 다른 생각 중이던 시온의 두 눈동자가 카페 측의 귀족을 향했다.
얼굴이 새파래져서 숨을 바쁘게 쉬는 것이 툭 건드리면 바로 죽어버릴 것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말도 끝을 못 맺고 반복적으로 하는 게 바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남자가 이렇게 말을 끝맺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시온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시온이라는 자가 어떠한 자인지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과장이 되어 있다고 그 역시 생각했다.
오히려 이번 일에 대한 공로로 샤를 왕에게 받을 것을 생각하며 행복해하던 참이었다. 시온을 직접 보기 전까진.
보고 나서부터 그는 한 마디 뱉는 것부터 그냥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거대한 마나는 숨이 막힐 정도였고, 마치 화를 내기 직전의 거대한 것과 마주 서고 있는 느낌.
내용상 입 밖에 내었다가는 도저히 뒤의 삶을 예측할 수가 없는 두려움이 그의 뇌에 꽉 찬 것이다.
그러한 이율배반적인 것이 순간적으로 쌓여서 그의 입이 마지막 단어를 맺지 못하고 있던 것.
물론 시온 입장에서는 대체 뭔가 싶을 정도였다.
“명...명아니. 해방..시킬 것을.. 명.. 해방을.. 아니 명령을...”
“나를 모욕하다니 죽고 싶나?”
“허억..헉.”
“?”
왜 저러냐고 말하기도 전에 숨을 가쁘게 쉬던 귀족이 쓰러졌다.
코르도바가 다시 그의 상태를 확인해보더니 말했다.
“.....기절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아, 예상대로지. 샤를 왕이 유비드 가문을 해방하고 자기에게 넘기라더군.”
나름 명군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졌던 샤를이 이런 짓을 하다니, 라는 것과 시온이 그걸 알고 준비했다는 두 부분에 대해서 모두가 놀랐다.
하기야 시온도 방금 일이 없기까지는 은근히 초조해져 가고 있었었다.
“죽은 건 아니지?”
“숨 쉽니다.”
“왜 그런 것 같나?”
“.........”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코르도바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