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회전
어떻게 보면 시온은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전쟁의 점수라는 것을 얻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이어지는 환경의 변화까지.
공격이라는 초점에 맞춰보자면 이것만큼 정확한 타이밍이 없을 정도다.
에슬린은 그걸 알았다.
‘카롤리나가 신의 가호를 받은 탓일까, 아니면 그냥 저 시온의 맹수 같은 직감일까.’
하늘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쾅!
그리고 점점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지를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에슬린은 샤를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같이 정보를 들었을 때 이것이 하늘이 돕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시온도 하늘을 보고는 혀를 찼다.
조금만 결정 내리는 게 늦었어도 그냥 포기하고 수비해야 하는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랬다면 유비드 성의 하나에서 거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전세를 유리하게 만들었는데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황이 불리해져 갔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렇게 시온이 강하다 할지라도 타고난 병력 차이와 날씨로 시온을 몰아세워 결국, 승리를 가져갔을 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적의 발이 묶입니다.”
더욱 작은 규모의 집단이 더욱 큰 규모의 집단을 거꾸로 노리는 기이한 상황.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만나겠는데.’
원래 이 비가 없었더라면 샤를의 본대는 무사히 강을 건너 안전한 곳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
즉 발이 묶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배수진과 비슷한 꼴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게 된 것.
오기어가 말한 바에 의하면 샤를 왕과 그의 최측근인 마리온이 모두 저곳에 있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저곳에서 상대해서 모두 사로잡는 것이 시온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이득이었다.
투두둑.
본격적인 비가 쏟아졌다.
시온은 조심스럽게 정찰병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비슷한 목적으로 보이는 한 무리와 마주쳤다.
“!!!!!!”
서로의 시선이 교환되자마자 시온이 상대에게 드래곤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우득!
단번에 사망한 것으로 모자라 시온의 몸은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졌다.
삽시간에 벌어진 싸움은 불과 삼 분도 되지 않아서 끝이 났다.
“백..백작님. 더 돌아보겠습니다.”
정찰을 같이 뛰는 백작이라 제국에서 처음 있을 그런 귀족일 터였다.
하지만 시온은 정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수행할 가장 능숙한 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대 지휘야 맡길 만한 자가 많으니...
“아니, 할 필요가 없다. 이자들을 숨겨라.”
그렇게 말을 하고 앞을 내다봤다. 거대한 부대가 이제 눈에 보였다. 예상대로 단단해 보였고 수도 많았다.
‘이건 유격전으로 해결이 안 되겠는데.’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정말 회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왕국 급과의 회전이라...’
시온도 이 정도의 규모의 집단과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회전이 많았지만 어떻게 보면 전부 방심상태에 있든지 아니면 어딘가 급습을 통해 얻어낸 그런 승리였다.
‘망치를 잃었다 해도 마법사는 남아있지.’
왕국이나 제후와의 전투는 마법사가 중요했다. 마법사들끼리 먼 거리에서 강력한 마법을 부어 서로의 공수를 교환하는 것이다.
시온도 마법사를 잘 가지고 있었으나 속성 계열이 적은 편.
에슬린이 급하게 가르쳤었지만 엄밀하게 말해 질이 낮았다.
그러니 서로의 마법을 교환하게 되면 당연히 밀린다. 상대는 카페 왕조였고, 당연히 마법에도 강했다.
다만 그들은 그 마법사의 천적인 기사단을 다 잃어버렸다.
게다가 이들이 모르는 하나의 비장의 무기도 있었다.
심연의 고렘.
다른 고렘과는 달리 전투형태인 이것은 시온과 계약 연결이 되어 비술의 특수 효과로 시온이 부릴 수 있는 마법을 추가로 부릴 수 있었다.
고유로 가지고 있는 마법도 상당히 강력하고. 소환수도 대단하다.
‘내가 최근에 배운 블랙홀을 대신 시전 시킬 수 있다는 거지.’
비술을 벌써 세 가지를 축적한 시온은 이것들이 가지는 시너지로 인해 고렘을 대신 마법을 쓰게 할 수 있었고, 이 마나 조차도 다른 마법사의 마나로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었다.
거의 혁명적인 수준.
아직 마탑도 이렇게 실전에 제대로 쓸 수가 없는 그런 독점적인 방법들이었다.
‘구도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보병끼리 대치를 이루게 될 것이고 그나마 샤를이 강을 넘어가려는 시도 했기에 언덕 지대를 시온이 차지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시작.
그리고 양쪽에 속성 마법들이 쏟아질 예정이었다.
이때의 비를 잘 이용해야 했다.
이 비 덕분에 가장 흔한 화염 속성은 제한되기에 샤를 쪽이 불리했다.
반면에 시온은 특이한 자들 위주로 모아서 뜻밖에 다른 속성을 잘 쓸 줄 알았다.
“좋아, 이곳으로 하지. 전군 이곳으로 데려와라. 나머지는 나랑 여기서 교란을 한다.”
이제 강이 범람하고 있다.
시온은 저 멀리서 물자를 먼저 옮기려다가 강물에 휩쓸려 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제야 진입한 강물에서 다 빼고 있는 속도.
ㆍㆍㆍ
이 이후에 폭우가 더 심해져서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덕분에 아예 언덕으로 올라올 생각을 하지를 못했다.
사실 몇 번의 보병 부대가 들어오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시온이 전부 죽였다.
그러자 이곳에 병력이 있다고 착각을 하고 그냥 올라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 것.
기사단이 있다면 단번에 대군을 보내 확보를 했겠지만, 보병대밖에 없어서 이렇게 수비적으로 해야 했다.
그러니 원래라면 이런 지형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인데 이렇게 차지하게 됐다.
웅성웅성.
시온의 뒤로 보병진이 갖춰져 나가고 마법사들이 아주 바쁘다.
저 멀리서 상대도 본격적으로 시온의 보병 대부대와 마주 서게 된다.
누가 봐도 시온 쪽이 병력이 모자라 보였지만, 패닉은 희한하게도 왕국 쪽에서 일어났다.
“미...친 새끼가 아닌가.”
샤를이 결국 욕을 퍼부을 정도.
정상적인 동전 상태의 샤를이 욕을 할 확률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본 마리온도 처음 볼 수준이었다.
그런데 언덕에 자리를 잡아가는 귀신 같은 배치에 샤를이 결국, 시온을 인정해 버린게 됐다.
“날씨를 예측한 것인가? 엄청난 정찰 부대를 가지고 있었군. 대체 나는 얼마나 저자를 얕보고 있었던 말인가.”
그로서는 백작이 직접 정찰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
게다가 전략적인 싸움에서 완패라고 봐도 좋았다.
이런 수 싸움은 배치를 얼마나 유리하게끔 잡을 수 있느냐가 거의 칠십 프로라고 봐도 되는데 시온이 대략 방금 행한 짓은 그와의 여섯 번의 배치싸움을 전부 전승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날씨를... 읽은 것 같습니다. 전하. 그가 뛰어난 마법사이든지 아니면 마법사를 데리고 있다는 게 맞아 보입니다.”
“자네보다 뛰어나다고?”
“때로는 날씨를 알아맞히는데, 집중한 마법사도 있는 법입니다.”
“있었나?”
“있긴 있습니다.”
“빌어먹을. 이렇게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니. 저자는 대체 누구한테 전략을 배운 것이지.”
“벨저 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분은 좀 단순한 구석이 있어서..”
샤를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전략에서 졌다고 해도 더 좋은 마법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전술적인 부분에서 서로 실력을 가누어야 했다.
물론 이때 까지만 해도 샤를은 시온이 설마 선봉에 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코르도바. 지휘를 부탁한다.”
“??????”
“백작님. 안됩니다.”
“무슨 소리지?”
“너무 위험합니다.”
“그럼 누가 나를 대체할 수 있지?”
조용했다.
시온의 기사로서의 면모 지금까지의 파죽지세의 결과는 시온이 활약에 무조건 의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온이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코르도바밖에는 없었다.
그 누구도 시온의 실력에 대해 의심하는 자가 없었던 것.
에슬린은 아예 본대가 지는 한이 있어도 시온이 돌파하는 곳은 이긴다는 기묘한 생각까지 주장하고 있었다.
논쟁은 희한하게 격화되었는데 뜻밖에 다시 한 번 더 갈리게 되었다.
그 새로운 의견을 낸 것은 에슬린이었다.
“저는 시온 백작님이 선봉 말고 따로 더 분리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더욱더 극단적인 주장.
에슬린은 저번 시온이 세 번째 비술까지 성공하고 나서야 이제는 시온의 능력과 가능성을 대폭 올린 터였다.
원래 전장이라는 것은 결국 지휘관이 가장 중요한 법이었다. 그래서 보통 안전한 곳에서 전체적인 조율을 맡게 되는데.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만큼 진형을 흩트리고 유혹할 자는 없는 거다.
‘위험을 진 만큼 쓸 수 있는 전략은 많아지는 법이니까. 하긴 적의 숫자도 많고...’
시온도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매력적이었다.
다른 자들은 여기에 대해선 다들 반대를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본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상대를 흩트릴 수 있다면 이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결과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로 하지. 방향을 어디로 할까.”
“바로 저곳입니다.”
에슬린이 가리킨 방향은 잘 깔린 고대의 가도가 걸쳐진 곳이었다. 유일하게 가도가 깔려 있어 기동성을 높일 수 있었다.
‘기동성이라...’
그만큼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돌파와 도주, 그리고 다른 곳의 지원까지 가능한 그런 여러 가지의 선택을 독단적으로 할 수 있었다.
“작전 준비해라. 나머지는 맡기겠다. 나를 따를 기사를 추리도록 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시온을 제외하고는 목숨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
“이런 재미있는 작전에 나를 빼놓진 않겠지?”
전에 합류해 기사단의 훈련을 도맡아준 에릭이 자신이 검을 뽑아 땅에 꽂았다.
그런데 이어서 기사들 모두가 검을 들어 땅에 꽂았다.
곧 서로 가겠다고 난리가 난다.
‘이상한 문제가 생겼네.’
ㆍㆍㆍ
첫 번째 신호는 느닷없이 이루어졌다. 적은 어차피 날이 개면 유리해지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려고 한다.
시온의 마법사들이 먼저 시온이 언덕 지대를 차지했기에 이제 그 효과를 제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거리가 닿는데 적은 닿지 않게 되는 그런 애매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쾅! 쾅!
뭔가가 보병대에 떨어지고 지진이 난 듯이 요란스럽게 땅이 울어댔다.
대충 봐도 큰 규모의 사망자가 생겼다. 타격이 들어가고 있었다.
보병과 보병이 맞부딪히는 회전이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마법사들이 주공격을 맞게 된다.
조금만 더 거리가 좁혀지면 양쪽에서 활까지 쏟아지겠지만, 어디까지는 이곳은 화살보단 마법이 발달한 세계였다.
더 우월한 수단이 있기에 마법사들이 항상 몸값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기사랑 비슷한 거였다.
영주들이 마탑의 비위를 맞추고 로비를 하며 환장하는 이유는 이렇게 마법사들을 조금이라도 받아 다양하게 쓰면서도 이런 식의 전투가 벌어지면 이런 장거리 공격 능력이 전투를 가르기 때문이었다.
“워...워.”
희한하게도 영수마는 놀란 게 아니라 흥분한 듯했다.
다만 시온을 따라오는 말들은 놀라서 잠시 난리가 났지만 전투마 답게 곧 안정을 찾았다.
‘이 정도 전투는 처음인데. 과연 잘 풀릴까.’
막상 여기까지 왔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그리고 적의 반격이 이어졌다.
‘간단한 이치지. 아래 있는 자들은 위에 있는 곳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능력이 우수한 마법사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폭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에 시야까지 더 애매하다.
계속해서 처음에 배치 전에서 전략적으로 이겼던 부분이 이렇게 디테일 한 곳에서 굉장한 이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한 발 한발이 빗나갈 때마다 저쪽은 공격 능력을 잃어버리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연속적인 진동 소리와 바닥의 울림은 이곳의 진정한 전쟁을 느끼게 해줬다.
‘날이 맑았으면 불바다였겠군.’
이렇게 되면 별수가 없었다. 샤를이 군대를 움직여 전진시켰다. 과감하게 타격이 가능한 지점까지 거리를 좁히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