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고즈만 변경백국의 이바르가 가진 1급 철광지대의 대금을 치를 것만 해도 여러 술수가 얽힐 것 같아 염려할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소유하게 되었다.
무역권이 아닌 이런 광산 채굴 지대의 소유권은 시온도 처음 얻어 보는 것이었다.
이런 각종 자원의 지대는 영지의 중요도와 가치를 결정했다.
가끔 백국인데도 공작급의 대우가 있고 공작인데도 백작급으로 대우가 낮은 경우는 이런 자원 지대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다.
특히 이것은 유서 깊은 가문을 탄생시키는 근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곳의 각종 자원의 채굴량은 사실상 거의 끝이 없었다. 천 년 동안 채굴을 해도 채굴 기술이 떨어지면 모를까 고갈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원리 자체가 재해 영수가 등장하는 것과 같이 계속해서 다른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성되곤 했다.
각자 조금이라도 건수만 생기면 싸우기도 바쁜데 이런 이유에 대해 밝히는 작업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
‘위치상 계속 위험에 노출이야 되겠지만. 이제야 니벨룽 가문 자체가 강해지고 있군.’
시온 자신이 강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니벨룽 가문이 강해지는 것도 중요했다.
이런 강철 지대 소유권은 상속권에 분류됐다.
다음에 방문한 것은 툴즈 공작의 아들이었다. 두 명 다 참가했는데 두 명 다 사로잡았다.
툴즈 공작은 노령으로 참가하지 않았지만, 이번 전투에서 필시 이기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었다.
시온이 여기서 무너지면 시온이 쌓아온 것을 나눠 먹을 것인데 그것을 조금이나마 더 먹기 위해 충성심을 표현한답시고 아들 두 명을 다 참가시킨 것이다.
이들도 각기 독방에 가둬놨지만, 감금을 했을 뿐 어떠한 고통스럽게 만들진 않았다.
다만 에슬린이 말한 대로 화염으로 망자가 정화되는 과정을 보여줬을 뿐이다.
“살려줘!!!”
“가만히 있어라.”
멀쩡해 보였는데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르는 툴즈 공작의 장남인 가스톤은 조금 전에 보였던 변경백인 이바르 보다 영 상태가 안 좋았다.
이바르야 부상이 심하고 팔을 잃어서 그렇다지만 이 녀석은 신체 멀쩡하고 딱히 정면으로 부딪친 적도 없는데 공포에 떨고 있던 것이다.
“이름을 말해라.”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분위기. 가스톤 툴즈는 시온에게 대꾸하기도 힘들었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릴 뿐.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시온은 조금은 착각을 하는 것이다.
상대가 의연하니 의연하지 않은가를 보고 있지만, 여기에 가해지는 압박이 이미 범인은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것.
시온의 마나는 이미 대마법사급인데 이 정도 되는 대마법사라면 전해져 내려오는 각종 비술을 통해 신체의 유지를 위해 억제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때그때 필요한 상황에 맞춰서 쓰는 것이 목표인 거다.
그런데 시온이 가진 이 대마나의 형태는 독특했다. 그냥 점점 강력해진 신체를 바탕으로 그냥 쌓아버린 것.
이러니 이러한 부과 효과로 이러한 위압감이 느껴지게 된다.
하물며 적인 데다가 시온과 전장을 마주 선 자들이야 이런 점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 마련.
“툴...툴즈....가문의...”
“죽기 싫으면 크게 말해라.”
“툴즈 가문의 가스톤.”
“잘하는군. 보아하니 네가 항구도시 아르본을 가지고 있다 하더군. 사실이냐?”
끄덕끄덕.
맞는다는 거만 알면 됐다. 항구 도시 아르본은 툴즈 공작이 가지고 있는 최대 항구였다.
당연히 카페 왕조가 가지고 있는 최대 항구이기도 했다.
항구 도시의 가치는 단순한 정도가 아니다.
무역로를 새로 개편할 수가 있었다. 중세에서는 워낙 영주가 많기에 이리저리 관세를 뜯길 수밖에 없다.
항구 도시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것에 대한 불필요한 관세 비용을 대폭 줄일 수가 있다.
‘아르본이면 마탑이 가지고 있는 자유 항구 도시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지... 현재의 나로서는 분에 넘치는 영지.’
일이 이렇게 돼서 망정이지 이 항구도시를 얻고 싶다 해서 툴즈 공작에게 싸움을 걸어도 공성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이런 항구 도시들의 특징이다.
자체적으로 바다를 접하고 있기에 식량 수급이 자유로워서 이곳을 공성 하기 위해서는 함대까지 가지고 있어야 했다.
기반 자체가 강을 끼고 있는 움드는 함대가 조달이 안 되기에 이렇게 되면 함대를 빌려야 했다.
이곳의 기술상 조선 기술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들은 용병보다 몸값이 더 비쌌다.
하물며 함대는 더 값을 치러야 했다. 그런 수고 없이 아르본을 내놓으라고 압박할 수 있다.
“살고 싶다면 서명을 해라.”
사실 첫 번째와 같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이 되진 않았지만 뭔가 며칠 전에 시온의 진형을 향해 욕설을 퍼붓던 것과는 다르게 펜대를 잡자 펜대가 부르르 떨렸다.
에슬린의 음모는 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이 나고 있었다.
물론 시온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정신적인 압박이 상당했다고 해도 막상 뒤에 이어지는 압박이 견딜 만하면 이들이 쉽게 이런 식의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즉 시온이 가진 대마나의 위압이 계속 알게 모르게 영향을 깊게 주고 있는 것.
이러니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도 머리가 제멋대로 살고 싶다는 욕망만 내뱉게 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손쉽게 서명을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슥슥.
시온이 봤을 땐. 어라? 싶은 느낌이었지만 그렇게 항구도시 아르본을 얻게 되었다.
그의 동생이라고 해서 바로 옆에다 배치해놓긴 했는데 가스톤의 동생도 지벤드라는 영지를 가지고 있었다.
과정은 같았다.
그냥 쥐여 주고 손가락이라도 하나씩 꺾어 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나 고민하던 게 우스울 정도로 백작 영지를 하나 더 얻었다.
지벤드도 괜히 공작의 아들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벤드 자체에서 영수 서식지가 있었다.
움드 정도의 서식지는 아니지만 제법 사체 거래소가 활발하게 될 정도의 규모다.
그 외에 다른 자들을 고루 만나 하나씩 얻어냈다.
공상단 보다 더 가치 있는 정수라든지. 아니면 무역권이라든지.
그런데 여기에 의외의 인물이 있었으니. 투링가 백국의 백작이었다.
“죽고 싶은가? 휴전 협정이 되어 있는데 그것을 어기고 이렇게 참가하고 있었다니.”
시온이 모르고 가기를 바란 모양이지만 얼굴을 알고 있으니...
게다가 이 정도 이유라면 이 자의 목을 참수해 버릴 수도 있었다.
휴전 협정을 해놓고서는 그것을 위반하는 것은 꽤 엄하게 다뤄지는 문제였다.
에슬린이 말했다.
“시온 백작에게 검을 옮겨라.”
“!!!!!!”
시온도 그게 좋겠다 싶었다. 변경백에 이 정도 영지를 얻었으면 투링가 백국 정도는 그냥 종속시킬 수 있었다.
즉 봉신으로 들어오라는 것.
그런데 이건 그냥 단순한 부탁이 아니었다. 그는 명백히 협정을 위반한 데다가 약간이지만 군까지 가져와 샤를 측에서 시온을 공격한 것이다.
‘강하게 하는 게 좋겠지...?’
“나는 당장 네 투링가 백국을 침공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후회해도 전부 끝이 나겠지.”
물론 강하게만 했을 뿐 그렇게까지 굴릴 마음은 없었다.
지금 투링가 백국을 침공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이제 투링가 백국의 가치가 떨어진 탓도 있었다.
재해 영수한테 받은 피해도 제대로 복구되지도 않은 데다가 그쪽에서 계속해서 유출되는 인구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한 압박이었다. 그가 이 상황에서 재치를 발휘해, 외교적인 수완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 투링가 백국은 이제 교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가...”
시온이 이곳에서 즉결로 처리하겠다는 손짓을 보여주자마자 벌게진 얼굴의 그가 소리쳤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좋다.”
“?”
시온이 너무나도 간단히 말하자 그가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합의도 서명도 끝이 나버렸고 심지어 확답까지.
투링가 백국은 이제 시온의 봉신이었다. 아직 까지는 유비드 가문과 비슷하게 종속, 조공 체제.
다만 그것도 잠깐일 터였다.
시온이 이제 공작위를 받아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
황제가 주지 않아도 카페 가문이 지역을 토해내는 순간 시온은 공작이었다.
수여로 얻은 공작이 아닌, 전쟁으로 획득한 공작.
최고의 영예다.
이것만으로도 니벨룽 가문의 이름값이 더 올라가게 된다.
‘이제 몇 명 안 남았군.’
이 개별 협상은 성공적이었다.
각각의 영주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기 위한 전략은 벌써 시온의 영지를 두 배로 만들어줬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영지 적인 수준이 아니라 각종 자원과 무역권과 서식지 권을 얻게 해줬다.
‘서식지가 더 유용하게 쓰일 거야.’
시온이 움드에다가 차리고 있는 대 거래소는 시온이 있는 지역의 모든 거래소를 압도할 예정.
여기에서 나오는 물건을 다시 정수로 만들어 마탑과 다양한 지역에 보급까지 한다면 수익은 한층 더 탄탄해질 터였다.
“다음은 누구지?”
“마리온 폭시 입니다.”
“마리온?”
“그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대마법을 구사했던 여자입니다.”
“........”
“운 좋게도 시온 백작님과 반대 방향에 있어 살아난 모양입니다. 속히 처형해버리십시오.”
“.....?”
시온은 에슬린의 얼굴에서 질투심을 알아챘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열리지 않은 문 밖에서도 느낄 수 있는 방대한 마나.
‘대마법사로군.’
시온이 직접 봤던 자가 그루드였는데 그자와 비슷한 수준이니...
물론 영악하거나 머리를 굴릴 거나 함정을 심도 있게 판다는 게 좀 더 붙은 어드벤테이지이겠지만.
“시온 니벨룽. 기다리고 있었어요.”
폭시 가문은 카페 왕조를 보필해 온갖 혜택을 몰아받으며 집중적인 마법 인재를 내놓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마리온 폭시였다.
상당히 의연해 보이긴 했지만, 마리온은 결국 마른 침을 삼켰다. 시온이 가진 마나는 멀리서 보거나 느꼈을 때 비할 바가 아니었다.
‘거대해. 마치 거대한....심연...’
대마법사인 그녀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시온의 마나는 깊이가 남달랐다. 그저 순수하게 쌓아올린 것이라 그랬다.
“저를.. 어떻게 할 거죠?”
“죽이십시오.”
“음?”
에슬린과 마리온의 눈이 강렬하게 교환이 됐다.
‘아는 사이구나.’
시온은 이 둘이 아는 사이이고 앙숙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하기야 재능을 보자면 둘 다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둘의 차이는 에슬린은 마리온과 달리 마나를 계승해 줄 마나 상속자가 없었다는 점일 거였다.
과연 내 편이 될까?
에슬린이 그렇게 말한 바를 알 수 있을 정도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수백 년간 카페 왕조를 모시면서 각종 혜택을 독차지하며 세력을 일궈냈는데 손쉽게 배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다고 해도 기본이 마법사. 뭔가 뒤에서 수작을 부릴 가능성도 컸고.
시온도 마법사지만 정말 믿을 만한 마법사는 기사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내 편이 되면 좋잖아.’
대마법사를 보유한 니벨룽 가문이라.
이 여자가 가진 마나를 활용할 수 있다면...
또 믿을 수 있다면 시킬 일이 정말 많았다.
단순히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폭시 가문만 흡수해낸다면 그 수백 년 동안 쌓여온 마법에 대한 체계와 그 특유의 독점적인 계승에 대한 비술에 대해 시온이 확보할 수 있을 거다.
특히 다른 자의 마나를 아랫세대로 넘기는 비술이 궁금했다.
왕조나 유명 제후와 그렇지 않은 왕조가 갈리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이게 없다면 이런 대마법사를 빌릴 수 있는 그런 자금과 신뢰가 있어야 할 건데.
‘아, 이 여자. 샤를에게 마음이 있군.’
막연한 촉이 딱 들어왔다.
아까부터 샤를이 갇힌 쪽을 자꾸 보는 것이.
방향을 알 수 없는 게 이런 독방이지만 어떻게든 찾아낸 모양이다.
이러니저러니 단서를 잡았으니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나에게 검을 옮겨라, 그러면 샤를을 살려주지.”
지금까지 의연한 마리온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흔들렸다.
다른 자가 말했더라면 이렇게 영향이 있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시온은 미친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