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작
‘지...지랄. 살려줘.....’
기욤의 머리에는 이제 한 가지밖에는 남지를 않았다.
그때 가볍게 맞은 것으로도 죽을 뻔했는데 이건 맞으면 진짜로 죽을지도 몰랐다.
“그..그래가지고....”
“?”
“되겠느냐는 뜻이었습니다. 부...부족했습니다.”
“아, 그랬나? 이거 오해했군.”
시온이 그렇게 말하고 새롭게 협정을 짰다.
그리고 협정이 된 서명.
시온이 허리에 찬 단도를 내주자, 화들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뭐하나? 마무리해야지.”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피로 서명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안주 가문의 재산까지 털어먹었다.
‘뭐야, 많이 가지고 있었네.’
보통 공작령의 세배 재정이 배상금이었다.
이렇게 되면 시온은 안주 가문의 재산으로 다양한 무상의 것들을 줄 수 있었다.
‘그래. 일단은 사람이 곧 힘이고 돈이고, 이곳에선 모든 것이지.’
데리고 와서 거주시킬 수만 있다면 그 뒤엔 얼마든지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법이었다.
소문이 난다면 더 큰 흐름도 가능했다.
이 흐름, 즉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
그리고 이곳 사람들이 모르는 방식을 시온은 알고 있었다.
늘어난 영토만큼 많은 새로운 거주자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한 법이었다.
간단한 것을 무료로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할 만한 일을 주는 것.
시온은 지금 이 두 가지가 다 가능했다.
중세에서 괜히 도적과 화전민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특히 이곳은 더 했다.
믹이라는 사계절 내내 나는 식량이 있기에 먹을 것이 넘쳐 흘렀기에 인구가 무조건 많았다.
그런데도 지독하게 꽉 막혀 있는 이유는 뜻밖에도 꼭대기가 거의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대가문이 유서가 깊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방식을 계속 답습해왔을 뿐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좋아. 너와 네 왕과 다른 귀족들은 모두 몸값을 치렀다. 곧 풀어주지.”
시온의 입에서 드디어 이들이 간절히 바라고 바라던 한 단어가 나왔다.
ㆍㆍㆍ
이들이 강 너머로 반환이 될 때는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다.
처음 아르강을 넘었을 때만 해도 유비드 가문과 시온의 움드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그리고 제국의 황제와 다른 왕과 제후들의 압력을 어떻게 받아칠 것인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토론했었다.
그런데 이 강을 넘어가고 모든 게 바뀌었다.
이젠 가문의 멸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는 거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옳은 선택이었다. 다시 시작할 수밖엔 없다.’
샤를은 배의 중간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너무 오만했다는 점이다.
“빌어먹을. 완전히 놀아났습니다. 그리고 시온 백작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
누군가 그렇게 말했지만, 반론할 수가 없었다.
이들이 생각하고 있던 모든 병력을 즉시 동원했다면 이런 참담한 결과는 있진 않았을 것이었으나...
정적.
누구도 이 병력을 전부 동원했다고 해도 시온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점령지는커녕 많은 백작이 다시 독립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불충한 녀석들이. 모두 참수해야 합니다. 개 같은 새끼들.”
다툼이 거세졌다. 그 모습을 샤를은 그냥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들이 완전히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던 시온에게 다른 정보가 들어왔다.
“백작들이 백국으로 독립을 하고 있단 건가?”
“맞습니다. 특히 아르본 근처의 백작들이...”
시온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완전히 안전해진 것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서부는 반란으로 흉흉해졌고, 아르본 근처가 백국과 공국으로 나누어지고 있다면...’
카페 왕국이 이것을 되잡으려고 할 것이다. 시온으로서는 이들을 결집해서 동맹을 맺어 잠식당하는 걸 막으면 됐다.
게다가 서부의 점령지로도 뻗어 나갈 수 있었다.
서부 지역을 시온이 얻게 된다면···.
카페 가문이 쥐고 있던 것들이 전부 나사가 풀려버린 것처럼 난리가 난 것이다.
‘거래가 내 쪽으로 다 쏠리게 되겠군.’
보통 이렇게 그림이 흘러가게 되면 점령지였던 지역은 반감 가질 수밖에 없다.
아르본이라는 항구 도시가 시온에게 들어왔으니 여기가 그 보급로가 될 것이고 이곳을 지금 가지고 있는 지역과 연결을 시킨다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아르본 근처의 지역에 대한 모든 주도권을 시온이 갖게 된 것이다.
게다가 카페 가문과 그 밑의 공작들은 계속해서 길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시온은 그냥 서부와 손을 잡고 그냥 카페 가문을 쳐버리면 됐다.
여러 방면으로 수익이 다시 미친 듯이 돌기 시작하는 시온과 달리 시온이 지금까지 벌였던 이 시간 끌기 덕택에 말도 안 되는 자금을 손해 봐서 여력이 거의 없었다.
ㆍㆍㆍ
“허... 그게 사실이냐?”
오랫동안 카페 가문을 견제하던 라레테저닛 왕가는 오랫동안 경쟁자였다.
“오를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속도로 타고 올라가다니.”
감탄의 연속.
아르강 전투의 많은 부분은 비밀처럼 쌓여 있었다. 시온이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조심했다.
명성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것.
덕분에 정확하게 어떻게 돌아갔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미친 듯이 토의를 할 뿐이었다.
시온이 벌인 일은 역사에서도 꼽힐 정도로 결과가 대단했다.
‘샤를이 가지고 있던 자리를...’
그는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 긴장을 느꼈다.
새로운 세력에 대한 준비가 되질 않았다. 그러면서도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ㆍㆍㆍ
‘사보이 공작령이라.’
시온이 받은 사보이 공작령은 카페 가문의 자존심 같은 곳이었다.
천 년 전 카페 가문의 핵심 영지 중 한 곳으로 편입이 되고 나서부터는 그 변동이 전혀 없던 곳이다.
이곳은 산지와 아르강 초입 부분을 끼고 있는 곳이었고, 가장 중요한 점이긴 하지만 금광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블랙파이어 가문이 가지고 있는 금광만큼 1급 금광도 아니었고 수도 규모도 작았지만, 이곳에서 핵심 자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대가문으로서의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즉 하나의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다. 한미한 니벨룽 가문이 이런 금광지대를 차지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좋았다.
그리고 그 가문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닌 일개 마법사로서 시작한 시온이 여기까지 도달한 것은 누가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여기에서 만족해도 되긴 하는데....’
애초에 시온이 개창을 하기 위해 마음을 먹었던 위치는 백작 정도였다.
거의 평생을 두고 도달해야겠다 했던 목표였다.
그런데 몇 가지의 일이 급속도로 커지고 황제가 내준 문제를 해결해버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것이었다.
‘초과 달성하긴 했지.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지금부터는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긴 한다만.’
시온은 여전히 힘이 넘쳐 흘렀다. 많은 생각이 머리에 돌고 있었다.
마치 열차가 출발한 것처럼 이 흐름이 멈추기 위해선 여러 기회가 보이지 않을 때가 될 터였다.
시온은 지금 많은 것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르강 바로 위에 있는 사보이 지역으로 바로 이동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니벨룽 가문이 있던 산지만큼은 아니군.’
그 점이 사보이 지역이 더 가치가 높은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무역과 상권을 이어가면서 군사적으로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변경백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오랫동안 카페 가문이 가지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자원이 돌았던 지역이기에 거의 규모 적으로 완성된 곳이기도 했다.
시온이 가고 있는 곳은 사보이 거성이었다.
가도는 쭉 깔렸고 좋은 토양이 이어져 있었다.
오랫동안 괜히 가지고 있었겠는가, 언덕을 가지고 있는 지형치고는 상당히 비옥한 토지였다.
‘이제 좀 알겠군, 가도의 발달이 카페 가문 쪽으로 기울어져 있구나.’
길을 열고 관련된 작업을 해야 했다. 시온은 고렘을 일단 여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함을 알았다.
이제 시온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금이었다.
지금까지 움드가 가지고 있던 건 어떤 무역권들이다.
이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거의 관세이고, 그 상단이 휴식이나 거래를 하면서 받는 세수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 수익이 크고 직접적이다. 그냥 캐서 공급을 해버리는 것이니까 말이다.
“곧 도착합니다. 시온 공작님.”
시온은 바로 공작이 되었다.
원래라면 수여라는 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강제로 뺏어버린 것이기에 시온 스스로가 그냥 공인해버리면 되는 경우였다.
상당히 특이한 경우이나 모든 것은 승자의 중심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법.
시온은 승자였다. 약조가 끝났고 모든 자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그냥 발표만 하면 됐다.
“꽤 가도가 많이 망가져 있네요. 아마도 정비가 상당히 필요해 보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전서를 하나 써주게 오르도에게 고렘의 반을 이끌고 오라고 해. 길을 열어야겠다. 그리고 금 생산지에 고렘을 넣어 볼까 한다.”
“!!!!!!”
“왜 그러나?”
“아...아닙니다. 중요한 순간인 것 같아서.”
에슬린이 괜히 놀란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든 이런 광산 작업은 단 한 번도 고렘이 투입된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관련 학파가 마탑에서 힘을 잡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마법사들 위주로 집중적인 교육이 반복된 탓에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관련 마법 학교나 시험이나 더 좋은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용병들도 이쪽에, 자연스럽게 재능이 있는 인재들도 이쪽을 향해 몰렸다.
그 결과가 아무도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고렘을 만들지 못한 것.
시온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시온의 마법적 성과물로 알고 있었다.
것도 수석 마법사 직위를 노리는 일개 마법사도 아니고 작위가 있는 신흥귀족.
시온이 이런 의뢰를 맡기자 냉큼 여러 가지 흥미로운 도안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에슬린도 최근엔 이런 쪽으로 따로 학습을 미친 듯이 하고 있었다.
오만했던 전과 다르게 이제는 세상을 폭넓게 보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모두 시온이라는 하나의 자극 때문이었다.
“알아서 할 것 같으니 따로 얘기는 하지 않으마.”
“예, 공작님.”
그리고 거대한 사보이 거성이 보였다. 역사와 예술이 서려 있는 시온이 가지는 첫 거대 도시였다.
움드는 거의 초토화 상태였고, 구스타 백작령도 역사가 서려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역할 자체가 무역에 관련된 것이었으니, 무역만큼 바람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생산지는 한 번 소유하게 되면 전쟁으로 그것을 받아내기 전까지는 계속 해당 가문의 소유였다.
그것과 다르게 무역로라는 것은 무역의 생태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었다.
시온도 그것 때문에 한껏 다양한 전투를 했다.
게다가 그것을 얻고 나서도 이것이 십 년을 넘게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장에 숨을 돌리는 용도랄까.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게다가...
밖에는 휘황찬란하게 여러 개의 문장 기가 이리 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장 위에는 시온의 가문인 니벨룽 가문의 문장이 있었다.
“음?”
“봉신 소집을 내려놨습니다.”
“아, 맞는군.”
까먹고 있었는데 에슬린이 빠르게 거기에 대해서 조치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샤를이 사보이 공작령을 넘기면서 단순히 넘긴 것이 아니라 싸그리 넘긴 상태였다.
즉 봉신들도 전부 새로운 주군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해당 영역의 백작들이 미친 듯한 속도로 시온이 이곳에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눈에 보이기 위해서 준비를 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