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2화 (182/304)

준비된 일격

“이제 이쪽으로 가시게 되면.... 어디로 가십니까?”

소개하던 강퍼그 백작이 시온을 향해 말했다. 시온이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매장지인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확 들었다.

“강퍼그 백작. 금 생산지는 이곳 하나인가?”

“하나입니다. 사실 다른 쪽으로도 영지를 키워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결국은 다 금과 관련된 쪽으로 끝이 났습니다.”

“흠...”

사실 시온도 애초에 에슬린에게 그렇게 조언을 받았기에 그렇게 알고 있었다.

‘사보이와 관련된 백작들은 까다롭고 오만하기로 유명한데 저자들이 순한 양처럼 되다니.’

“마리온. 잠깐 가까이.”

갑작스러운 시온의 요구에 마리온에 얼굴이 붉어졌다.

시온이 몸을 요구한다고 해도 여전히 인질이나 다름이 없는 그녀로서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흘깃 들 무렵, 시온이 말했다.

“혹시 느껴지는 게 없나?”

“느껴지는 거...?”

그녀가 주위를 흘깃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시온에게 희한한 감정이 생기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약간은...”

“역시 그런가. 그럼 가지.”

“????”

“다들 이쪽으로 따라와라. 마리온과 내가 아무래도 새로운 매장지를 발견한 것 같으니.”

모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시온을 봤다. 지금까지 몇백 년간이고 이곳은 변함이 없었다.

새로운 자원을 발견하려고 시도한 것도 한두 번은 아니지만 결국은 없다였다.

그렇게 천 년 가까이 흐른 곳인데, 시온이 이상한 말을 한 것이다.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다른 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금 매장지라니...

대부분은 벌써 기강을 잡으려는 그런 것으로 봤다. 뭐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이니 여기서 충성을 얼마나 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

“시온 공작님이 아무래도 뭔가를 알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정신 바짝 차려라.”

알게 모르게 이런 말을 모두에게 돌리고 서로가 앞다투어 시온을 안내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길이 있고 알고 있던 것이니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시온이 원하는 방향은 미개척지. 아무리 이곳이 잘 발달 됐다고 해도 이런 생산지 자체는 몬스터와 영수의 천지였다.

그렇기에 생산량이 안 그래도 적은데 더 적어지는 이유가 된다.

다들 겁이 먹을 수밖에 없다.

괜히 앞에 나섰다가 갑작스러운 기습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는 법이니. 앞일은 모르는 법이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원래 안내하려던 암반의 뒤쪽이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법한 것이 애초에 여기서 이런 형태의 암반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시온이 흥미로운 얼굴로 틈새를 봤다.

정말로 자그마한 틈. 거기서 강렬한 느낌이 나고 있었다. 시온이 다시 마리온을 불렀다.

“여기를 너도 느낀 것이지?”

“그.....”

그녀는 시온이 말한 바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대마법사로 분류되긴 했지만 많은 마나를 모았다는 것이 꼭 다른 쪽도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시온이 특이한 거였다.

그런데 시온이 이렇게 동의를 구하니 그녀로서는 그러는 척을 할 수밖에는...

‘잠깐...’

놀란 그녀가 시온을 확 쳐다봤다. 자세히 바짝 긴장해서 집중해보니 안에서 거대한 고 마나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잠..잠시만요! 설마 말 하셨던 것이 바로 이것인가요? 대체 무슨 감지력이지..?”

그녀는 길 다란 수정구 하나를 꺼내더니 그 앞에 냈다. 바로 빨간색이 되어 버린다. 간단했다. 그 정도로 고 마나라는 뜻.

그리고 그것이 적색이라는 것은.

“대량의 매장지!!”

그녀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쳤다. 이렇게 가까이 이 도구를 대보지 않았더라면 그녀로서는 평생을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알아보기 힘든 틈이었다.

“구..구분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 먼 거리에서?”

시온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선 이제 확신을 했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이곳에서 추가분의 금을 얻을 수 있다면 샤를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 중엔 가장 좋은 작위일 거니까.’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시온은 분명히 이런 매장지에 대한 정보를 예전에 마법 장서에서 골라 읽은 적이 있었다.

이 매장지들은 다른 공간과 연결이 되어 있고 그렇기에 그런 공간에서 밀려서 채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채굴하기 까다롭고 위험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 하나의 매장지를 발견하고 여기를 키워내기 위해 계획을 짜고 타이밍까지 잡아내는 일은 거의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서 읽었던 부분은 타이밍이 중요하단 거였지.’

처음 매장지가 열리게 되면 이런 틈이 있으면 오랜 기간 그 자리에서 유지 된다.

그런데 완전히 입구를 열어 버리기 전에는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지는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이 정도 규모라면 무슨 일이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분명히..”

안에서 위협적인 것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에 밖에선 고 마나로 보였는데 열고 나니 작은 매장지였다. 이런 식의 흐름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준비해야 하나, 아니면 지금 해야 하나.’

둘 다 장점은 있었다.

다만 시온은 이것이 변화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속도가 관건일 수도 있다는 것.

“해야겠군.”

“??????”

“?!!”

마리온을 포함한 나머지 귀족들이 시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질 못한 모양이었다.

시온은 이들에게 설명할 필요 없이 말했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여기를 지금 열어볼 생각이니까.”

이런 작업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모두 시온을 말려볼 법도 한데 이것도 명령이라면 명령 시온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평소보다 심해졌다.

모두 자연스럽게 엉거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시온에게서 많은 마나가 요동이 치고 있었으니.

시온은 드래곤 브레이커에 급성장을 걸었다.

코논이 만든 이 역작은 다른 사람이 보면 이렇게 효율이 낮게 만들 수 있느냐고 따질 수 있는 무기였다.

커지는데 많은 마나가 필요한데 커질수록 보정이 된다고 해도 마법사가 들기엔 지나치게 무거웠다.

키운다고 해도 한 대라도 휘두를 수 있을까.

급성장과 드래곤브레이커라는 이름. 이름 그대로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넋을 잃었다. 시온이 하는 것은 마법사들에게 익숙한 그들에게 있어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외경심이 절로 들 무렵.

시온의 메이스는 점점 커지다 못해 벌써 나무 머리통만 해졌다.

‘이 정도로 할까.’

시작할 때는 보통 메이스였지만 대강의 급성장이 끝난 지금은 그저 거인이 사용할 법한 쇠몽둥이가 되어 있었다.

검이라면 이런 일도 함부로 못 한다. 메이스인 탓에 다방면으로 슬 수 있다.

시온은 단번에 이 공간을 열어버릴 생각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힘이 크게 들어간 순간 내리쳐졌다.

콰앙!!

암벽의 겉 부분이 박살이 나며 단번에 공간이 열렸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다섯 가지의 방법을 한 달에 걸쳐서 해야 했다.

그것을 이렇게 무식하게 해버린 것이다.

마리온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무렵, 내부의 공간이 쩍 하고 열렸다.

딱 봐도 특이한 동굴 형태의 공간이 열린 것이다. 게다가 순간 품어져 나오는 마나의 양은 높다 못해 쫙 퍼질 정도였다.

“됐다. 다행히 예상했던 게 나왔군.”

겉이 고농도라고 해서 안도 그럴 것이라는 이치는 여기에서 통하지 않는다.

재수 없으면 열어 보니 깡통이더라도 많았다. 반대의 경우도 종종 일어났지만.

그리고 그 안에는 눈으로 구별될 정도로 금들이 박혀 있었다. 새로운 금 매장지의 등장.

‘급이 높은 것 같은데...?’

매장지나 생산지마다 급으로 나뉘게 되는데 카페 왕조가 쥐고 있던 이 지역의 금 매장지는 3급이었다.

그런데 이건 딱 봐도 3급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최소 2급.

놀람도 잠시 곳곳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여기 있는 귀족들 모두 금과 관련된 것을 철저히 배우는 데에만 십 년을 쏟는다.

방금 시온이 한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두 느껴버린 것이다.

이런 것을 단숨에 찾아냈을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무식한 방법으로 열어버린 것.

“아직 끝난 게 아닐 것 같은데.”

무턱대고 좋아할까 하다가 시온은 여전히 한 가지 구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파수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없으면 다행이지만 만약에 있다면 그 매장지만큼의 급에 영수가 나올 것인데...’

당연히 거대한 마나를 빨아 먹고 사는 녀석인 만큼 거대한 놈일 터였다.

“마리온. 대마법을 준비해라. 속박 쪽으로.”

“예?”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말해.”

“할 수야 있지만 완전한 대마법을 하기엔 시간이..”

“그럼 약식으로 준비해.”

“알..겠습니다.”

시온은 이들에게 더 물러서라고 말한 뒤에 마나를 모으며 메이스를 천천히 급성장시켰다.

이 두 가지의 준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딱 들 만큼 저쪽 끝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기어코 들리고 말았다.

무언가가 오고 있던 거였다.

“뭐야?! 이 정도의 뭔가가 온다니! 시온 공작님. 이건 너무 강력합니다. 군대와 기사와 마법사들을 준비해야지 이런 무리한 짓은...”

시온도 살짝 고민했다.

혹시 모를 대형 파수꾼 때문에 준비하긴 했는데 이따위로 강한 녀석이 나오다니.

‘아니 내버려두면 여기가 더 개판이 될 것 아니야.’

당장에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기존 3급 금 생산지도 다 터져버릴 거였다.

저 정도 파수꾼이라면 몬스터든 영수든 엄청나게 가져올 거니까.

“그냥 간다.”

시온은 그냥 엄청난 마나로 메이스를 키웠다. 드래곤 브레이커가 미친 듯이 더 커졌다.

그리고 한계에 도달하자, 마나 때문에 강력한 특수 무기가 되어갔다.

제작자인 코논도 예상하지 못한 그런 단계.

그리고 안에서 나온 것은 뿔 달린 염소였다.

체구도 대단했고 들고 있는 게 한쪽엔 불타는 창을 한쪽엔 묵직한 몽둥이였다.

몸뚱이가 완전히 근육질이었고 두 다리로 도약하면 바로 여기서 학살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느낌.

그것이 시온을 발견하고 콧김을 뿜으며 걸어왔다.

딱 봐도 위협적인 것이 시온 밖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고 나자 마리온의 대마법이 만들어졌다.

거대한 뿌리와 나무가 베히모스를 향해 미친 듯이 자라나서 덮쳐갔다.

“시온 공작님. 대마법 세계수의 뿌리에요. 다만 얼마 안 갈 거예요. 시간이 없어서 약식입니다.”

삽시간에 얽힌 베히모스와 뿌리들이 엉켜 들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어 보였다. 부서지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시온이 있는 힘껏 급성장을 끝낸 드래곤 브레이커를 베히모스를 향해 휘둘렀다.

거대한 메이스가 베히모스의 뿔을 박살을 내고 두개골에 박혀 들어갔다.

웅장한 소리가 났다.

손이라도 올렸으면 막았을 것인데 마리온의 대마법이 그 정도는 했던 것이었다.

묵직하게 박혀 들어간 메이스가 가진 파장이 숲을 진동했다.

얼마나 거센지 수천의 새들이 날아갈 정도.

머리가 으깨진 베히모스는 바로 사체가 됐다. 거대한 몸이 아래를 향해 기울더니 그대로 쿵! 하고 지진을 일으켰다.

“오우! 한 번에 보냈잖아.”

시온도 이 정도 마나를 쓰고 이렇게 신경 써서 급성장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까부터 준비하고 있었기에 이 일격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재..재해 영수입니다!”

“알아. 그런 것 같아. 손맛이 비슷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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