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금생산 가동
돌진도 강한 편인데 몸에 철갑을 두르고 있었다.
보병이 상대하기 어려운 건 당연했다.
곧 시온이 합류하고 시온은 신나게 고르곤을 사냥했다. 한바탕 일이 끝나고 겁을 먹었는지 바로 도주.
이제 이 서식지에서 까다로운 녀석을 알게 되었다.
“토어스틴. 뭔가 대책이 있나?”
쿵.
시온이 방금 한 마리를 정면에서 때려잡고는 토어스틴에게 말했다.
고르곤의 사체가 열 마리가 넘었다.
고르곤이 잡기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쓰일 때가 제법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것이 가지고 있는 철갑은 벗겨서 보병 장비에 넣어줄 수 있다.
보병의 정예화에 도움이 된다.
“다행히도 저만 알고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토어스틴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시온에게 말했다. 영수잡이가 이런 비밀을 혼자 독점하는 것은 흔한 일.
오히려 시온에게 말해서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뭔가?”
“저것들은 빨간색에 약합니다. 즉 빨간 천을 대량으로 구해서 그 장소에 함정을 파놓는다면....”
줄줄 답변이 이어졌다.
상당히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빨간색의 천으로 유혹을 하고 그곳에 발라야 하는 독과 저 두꺼운 피부를 뚫을 수 있는 특수 덫,
그리고 발악하면서 만드는 폭발을 제거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보호장비, 저것들을 찔러 죽일 수 있는 특수목적용 창, 약점.
“........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나?”
“하하. 설마 이렇게 시온 공작님에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때 일 년 정도 저것들만 지독하게 잡았던 적이 있습니다. 저 먼 동방에서 말이지요!”
견문이 넓은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견문이 더 넓었다. 동방 제국까지 두루 다녀 왔었다니...
토어스틴이 이렇게 말했으니 이제 이것을 실행만 하면 됐다.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검증해야 했다.
“그럼 바로 준비해라.”
“사실 보병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일단은 막아낼 순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늘어난다면 숙련된 자들이 모이기 전엔, 피해가 좀 있을 겁니다.”
그만큼 비숙련자들은 효율이 작아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어서 토어스틴이 곧바로 검증을 위해 작업을 준비했다.
시온이 개입 없이 병사들만으로 고르곤을 잡을 수 있는지에 여부.
다각적으로 보기 위해서 고렘을 활용 공간의 눈으로 두 곳을 공유해서 봤다.
“쓰면 써볼수록 공간의 눈이 생각보다 유용하단 말이지.”
다른 마법사들에겐 그저 독특한 취미에 불과하지만 시온에게는 아니다.
시온에게는 고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 바로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고르곤 무리가 이곳저곳에서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항상 배고픈 녀석들이고 파괴 욕구가 트롤보다 심해서 건물을 봤다 하면 본능적으로 돌진하곤 한다.
토어스틴이 제안한 방식은 긴 기둥에 빨간 천을 놓고 기다리는 것.
아니나다를까 이리저리 배회하던 고르곤 무리가 빨간 천을 보자마자 그 기둥을 향해 돌진했다.
이어지는 건 다양한 함정의 발동과 깊이 파놓은 구덩이다.
차곡차곡 전부 들어가고 긴 창대를 든 보병이 돌아가면서 무언가를 뿌리면서 구덩이를 찔러댔다.
펑! 펑!
요란하게 이런저런 소리가 울리고 고르곤이 죽어댔다.
‘깔끔한 성공이군.’
고르곤을 사냥하기 위해 꼭 시온처럼 압도적으로 강할 필요는 없는 법.
약점을 알고 머리를 쓰면 이런 비숙련자들도 큰일을 할 수 있는 법이었다.
어쨌든 한 곳에서만 이런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냥 허탕을 치는 곳이 더 많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목적은 저것들을 가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금 생산지를 가동하는 거였다.
하루 정도가 더 흐르고 시온은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방어벽이 축성되어가고 가도가 닦이는 현장에 있었다.
코르도바가 헐레벌떡 뛰어온 것은 곧 이었다.
“시...시온 공작님. 이건 대체...?!”
“대강의 얘기는 전달되지 않았나?”
“맞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상황에 왔다. 대강의 틀은 잡아놓았지. 토어스틴이 인맥이 좋아서 좋은 영수잡이들이 보수를 노리고 사보이 거성에 모여들고 있다.”
“허...”
“얼마나 전향을 시켰지?”
“이만입니다. 대신 금화를 좀 썼습니다. 약속을 해주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가족까지 데려오게 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상관없다. 이 금광만 돌아가면 얼마든지 치를 수 있어.”
“다만.. 이 많은 병력은 혹시.”
“네 예상이 맞다. 볼브를 회군시켰다.”
“!!!!!”
“아르본에 관한 정보도 매번 받고 있지... 아직 까지는 문제가 없긴 한데.”
아르본에 속해있는 다양한 수산업과 가공업, 그리고 관통하는 무역로,
쉽게 툴즈 가문이 놓을 리가 없으니 여전히 벌어지게 되면 전쟁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저를 지금이라도 보내시면 제가 아르본을 유지하고 음모를 차단하겠습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다. 모두 토어스틴에게 합류해 당분간 이곳의 안정화에 집중한다.”
시온은 한 가지의 측면을 고려하고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새롭게 얻은 금 생산지만 제대로 돌려도 전쟁 자금이 다시금 만들어진다.
즉 귀찮은 일이 생길 뿐이다.
충분히 그걸 안고 가도 지금은 고르곤한테 얻게 될 피해를 아예 없애놓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저것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고 나서 방어선 구축과 새로운 금광에 대한 부속 건물들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코논은 도착하자마자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가끔 빽빽 소리를 질러 대는데 살짝 맛이 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탑에서 지루해하던 것 같기도 했다.
시온은 대 망루에 올라섰다.
철근을 섞어 만든 탑이기에 만든 속도에 비해서 무진장 높았다. 이 넓고 고된 지역이 한 번에 다 보였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아래에는 아예 같은 방식으로 기둥을 곳곳에 세워놨고, 그곳에 빨간색으로 칠해놨다.
그리고 전체적인 완성이 되어갔다.
이번에 얻은 생산지는 1급 금광이었고 3급인 기존 금광과 합친다면 금 생산량은 지금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공간의 눈을 이용해 1급 금광에 들어가서 채굴하려는 고렘을 확인했다.
첫 작업은 아직 어설펐지만, 점점 빨라지고 정확해져 가고 있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사고에도 거의 면역이었고 쉴새 없이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명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르본에서도 별 얘기 없었고.’
금을 나르기 위한 가도와 따로 여기서 일하는 자들을 쉬게 할 건물, 대장간, 금 분리소, 긴급 처리소 등.
다양한 건물들이 만들어지고 활발하게 본래의 목적에 맡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었다.
고렘의 시각으로 금덩이를 캐는 것은 신기한 편이었는데 어쨌든 금이 가득 담긴 것을 운반까지.
그렇게 첫 번째 금이 담긴 돌덩이들을 거대한 규모를 운반해왔다.
묵직하게 놓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고용한 영지민들이 달려들어 여러 작업으로 나누어 간다.
“됐군.”
시온은 새로운 매장지를 완전히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여기서 얻은 물량을 다른 곳에 팔면서 얻는 순환 고리를 얻기만 하면 됐다.
단숨에 막대한 재정을 얻게 된 것.
‘이것으로 길이란 길은 다 뚫고, 주거 무상보급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곳엔 전쟁이 잦다.
영지전은 더 많다.
길을 잃고 살 곳이 없는 자들을 지천으로 널려 있었고 보통은 무관심 속에 죽어간다.
이들만 영지로 흡수할 수 있어도...
막대한 규모로 인구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한 밑 자금이 방금 완성된 것이다.
ㆍㆍㆍ
물론 시온이 염려를 한 만큼 아르본이라고 평화롭진 않았다.
아르본은 보이지 않는 암살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곳을 억누를 만한, 군대가 왔어야 했는데 오지 않았던 점이 엉켜 들어 내부적으로 엄청난 수준의 파벌이 생긴 것이다.
시온파와 기존 왕정파였다.
당연히 시온에게 공식적으로 넘어갔으니 새로운 군주를 따라야 한다는 논지와 시온이 병력을 보내지 않으니 이 틈에 용병을 고용해서 독립해버려야 한다는 태도.
어차피 이런 대의로 나뉘긴 했지만, 사실은 자기들끼리 이득을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치열한 신경전에서 승리한 것은 시온파였다.
생각보다 시온파가 승리한 결정적인 이유는 간단했는데 시온이 사보이 거성에서 일부러 반란을 유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툴즈 공작이 충격에 식음을 전폐하고 어떠한 협조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공표하지 않은 이유는 속내는 간단했다.
시온 공작이 무서워서였다.
꿈에서도 종종 보고는 아직도 기절하는데 시온을 직접 대면한 그 자식들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위에서부터 이러니 아래라고 다를 게 없었다.
코르도바가 사보이 거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정보원들이,
시온 공작이 이참에 아르본의 귀족을 몰살시키고 새로운 자들을 놓으려고 한다는 그런 소문이 미친 듯이 퍼져나간 것.
그림이 이러하니 그냥 반대파의 상당수가 시온파로 가담을 해서 반대파가 일소되어 버린 거였다.
앞으로의 목적도 시온에게 배를 보이고 쓸려나가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 그런 식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성공적인 생산이 지속이 되고 시온은 이제 베히모스의 사체를 해체하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약간의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마리온 덕이었다.
마리온은 이번 일이 끝나고 대마법을 유지한 대가로 혹사를 당해 퍼져버렸다.
대마법으로 베히모스의 사체에 부패를 잠시 막은 것.
느긋하게 재료를 얻어가며 카페 가문이 서부 점령 전 때문에 미친 듯이 써대느라 찰 생각이 없었던 창고에 실로 십 년 만에 첫 금덩이들이 들어왔다.
‘창고도 확장해야겠고, 방비도 더 세워야겠군.’
사보이 거성이 투박하게 거대하고 예술적인 형태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여기 3급 금광에서 나오는 금은 한계가 있다.
대부분은 카페 가문이 모두 수도로 가져가 소모하기 때문에 그 혜택이 사보이 거성에 돌진 않아 여러 가지로 낙후가 많이 진행됐다.
첨탑을 더 세우든지 금을 지키기 위해 방비하는 작업에 신경을 써야 했다.
금이 좋은 점이라면 따로 누군가에게 유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금은 금 대로 바로 금화에 직접적인 재료가 될 만큼 그거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그러니 중세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자원 중 하나였다.
‘아예 내 가문이나 내 이름으로 새롭게 화폐를 짤 수도 있고.’
생산량만 받쳐준다면 제국을 향한 도전을 할 수도 있었다.
아직은 섣불리 시도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 이용할 수 있는 방향은 어마 무지하게 다양해졌다.
사보이 거성은 실로 오랜만에 낯선 자들이 버글거리고 있었다. 시온이 가져온 변화에 영주민들은 내내 신이나 있었다.
이미 유행까지 돌고 있었는데 광장에 카페 가문과 관련된 것을 가져와 부수거나 태우는 식의 퍼포먼스를 하는 거였다.
시온도 신기하게 그것을 봤다.
한때 저 가문 문장만 봐도 혀를 내두르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가파르다 못해 표시할 수도 없는 성장을 이뤄내서 한 일가와 세력을 형성한 것이다.
‘일종의 다국적기업과 비슷하겠군.’
시온이 엿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형태였다.
그리고 이것이 가져올 변화가 기대됐다.
자유가 주는 달콤함에 많은 자가 이탈해 시온의 깃발로 모여들 것이라는, 그런 예감이 들고 있었다.
‘기사단을 늘려야 하니 마상창대회나 열어볼까.’
예전에 자신이 그러했듯 마상창대회를 노리는 많은 기사가 있다.
제후급에서 여는 이런 행사를 시온은 생각해 두고 있었다.
질 좋은 기사를 모집하는데, 이것만큼 편한 방법이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