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단계(2)
그게 먹혀들었다.
뭔가 거대한 것이 만들어지려고 했다. 순간 태풍이 분 것처럼 이리저리 마나가 흩날리고 난리가 났다.
‘허...’
그러면서 은근히 슬쩍 다시 폭발할 것처럼 바뀐다.
시온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트롤 정수 때처럼 형상화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쉽게 될 것 같지가 않은..
아까부터 거인의 눈이라는 마석을 꺼내놨는데 그때와 같은 요행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이대로라면 대폭발로 이어질수도 있었다.
도시 한구석이 날아갈 정도의 폭발이 있을 수도 있었다. 소멸단과 마그마 정수와 천둥의 정수라면....
시온도 이쯤이면 슬쩍 뺄지 고민일 약간 될 정도.
‘아니지. 찾아보자.’
다시금 마음을 잡고 여러 가지 증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뭔가가 매개로 작용하고는 있었다.
굳이 지금 상황을 표현하자면 터질거면 진작에 터졌을 것인데 뭔가 이 증상을 막기 위해 미미하게 제재를 가하는 수준이었던 것.
마리온부터 에슬린까지 다 훑어보던 시온은 자신의 아공간에 있는 물건에서 흐름이 미세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아공간을 반지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연결된 물건을 찾았다.
‘베히모스의 뿔?’
그때 부러졌던, 베히모스의 뿔,
딱히 쓸 때는 없는데 그냥 챙겨두었던 그것이 미친 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이거였구나.’
시온은 그것을 깨닫자마자 꺼내서 던졌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상태로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베히모스의 뿔이 딸려 들어가더니 거대한 형상체가 되어 버렸다.
노리던 바가 만들어진 것.
그리고 원래의 베히모스보다 더 큰 형체가 만들어져서 시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만들었던 건물이 박살이 나며 베히모스의 공격이 이어지자 쿵 하고 거대한 지진이 날 정도.
그러나 그 타격의 중심지에 있던 시온은 그것을 우직하게 막아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어서 거꾸로 베히모스에게 달려들었다.
요란한 소리가 몇 번이고 울렸지만 전쟁터도 아니고 마음껏 마나를 아낄 필요가 없는 상황.
일대일로 잡아야 흡수할 수 있지만, 저번의 경험으로 심연의 고렘을 개입시켜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시온은 심연의 고렘을 대기시키고 있었고,
그것으로 대마법을 대리로 발동시켜 손쉽게 베히모스의 머리를 부쉈다.
두 번이나 머리가 깨진 그것은 텅 비어버린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깨졌다.
이어서 연기 같은 것이 썰물이 되듯 시온에게 흡수되어갔다.
‘휘유. 끝내주는 군.’
시온은 이 마나의 농도나 몰아치는 속도와 그 대해같이 밀려오는 밀도를 느끼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 경험이 많은 시온이 그것들을 필요한만큼 분해를 시켜 몸에다 쌓는 과정에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깨달았다.
‘신수가 첫 번째 매개였구나.’
베히모스의 부러진 뿔이 이 거대한 일을 도운 게 아니었고 신수가 첫 번째로 작동했었던 거였다.
“괜..괜찮으십니까?”
“.......이런 현상은 들어본 적도 없어..”
둘의 대답을 해줄 여유도 별로 없었다. 지금부터 받아들여야 하는 양이 순간.
하여튼 지금도 중요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에슬린이 바로 조처했다.
눈빛만 봐도 대충 알 정도가 된 것.
그래서 다음 계획에 진입했다. 이제는 얻어낸 방대한 마나를 집중해야 했고...
이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여러 개의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려고 했다.
마나가 허리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소용돌이치면서 빨려들어왔고, 마른 하늘에 거대한 천둥이 내려쳐댔다.
수십 번을 쳐대며 시온에게 떨어졌다.
번쩍!
그때마다 시온은 막대한 마나를... 얻어 냈다.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배로 많은 마나를 얻어내는 상황이었다.
영지민은 난리가 났다.
이 일의 원인이 시온인줄도 모르고 도시에서 벗어나려는 무리까지 생겼다.
배를 띄우는 자도 많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거의 스스로 자정작용을 다 끝낸 시온이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마나를 얻어냈다.
‘두 번은 못하겠군...’
몸이 회복되지도 못할 정도의 방대한 마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타격을 입었는지 전신이 욱신거렸다.
‘다음 단계에 들어간 건가...’
시온이 번개에 맞은 횟수는 세기도 어려웠고 그렇기에 마리온은 아예 기가 질려 버렸다.
저런 자를 대체 어떻게 이기느냐고 샤를의 감이 맞았던 거다. 그녀의 생각에 시온은 너무 예외적 인간이었던 것.
‘누구도 저 짓을 할 수가 없어. 각종 마법 장비로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몸이 재로 변해 버릴 거야.’
게다가 제대로 과정을 보지도 못한 그녀는 시온이 베히모스의 부러진 뿔을 이용해 과정을 완수했다는 것도 이해하질 못했다.
그 정도로 위기 상황 이었었던 것이다.
ㆍㆍㆍ
‘칠 단계 라니...’
단계는 칠이지만 이미 대마법사 중에서도 특별한 급의 마나를 얻었다.
단계 자체는 칠이기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고위 마법사로 분류되지만, 이 정도 마나라면 대마법사와 정면승부를 해도 될 정도다.
‘아직도 욱신거리네...’
사실 이런 상황에 놓였는데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필요할 터였다.
안 그래도 마나가 대단했는데 이제는 거기에 하나를 더 얹힌 상황.
놀랍게도 마나를 정비하거나 숨길 수 있었다.
그 전에는 통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이제는 그런 부분이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승한 마나 덕에 시온은 새로운 방법들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쨌든 그건 나중에 차근차근히 하면 되는 것이고 이제 당장에 나올 기체를 새롭게 계약할 준비가 된 것이다.
‘중단됐던 세 번째 비술을 슬슬 쓸 때가 됐군.’
샤를과의 전쟁도 있었고 거기서 얻은 영지 덕에 주력해야 할 영지가 바뀌게 되어서 그때의 작업은 중지가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해당 적용이 된 비술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에 많은 마나가 들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가능했다.
쉴 시간만 있다면 거의 손실 없이 적용 지역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다.
‘사보이 지역이 좋겠지.’
아르본이든지 사보이 거성이든지 고즈만 변경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가 그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수익이 큰 곳은 사보이 지역에 있는 금 매장지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서식지는 이쪽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일이 있은후 아르본은 묘하게 조용했다. 소문만 살살 돌 정도였다. 대충 시온 공작이 어떤 시험에 들었다는 것.
그리고 천둥의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내용의 소문이었다.
천둥이 택한 자.
아르본의 귀족들과 영지민들은 시온을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주는 천둥의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것.
그런 얘기가 돌자 새로운 영주를 모신다는 일말의 저항감도 사라졌다. 오히려 이제 누군가 시온을 배신하라고 요구하면 칼을 들이댈 정도였다.
오르도가 본격적으로 고렘의 기체를 만든 것은 한참이 지난 일이었다.
그동안 시온은 아르본에 집결되어가는 거래와 무역의 다리를 새롭게 놓고 있었다.
시온에게 당한 타격이 너무나 커서 샤를 왕은 쉽사리 서부 지역으로 재침공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여러 세력을 업으면서 서부의 지역이 여러 연합 제후들로 갈라졌다.
그중에는 야욕을 숨기고 있다가 샤를이 패망하자마자 욕심을 드러내고 독립해버린 장군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그야말로 난세가 일어난 것.
이들 지역에 대한 재정복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샤를에게 있었고 그렇기에 이들 모두가 시온에게 득달같이 달려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휴전 협정이 걸려 있으니 시온이 이들과 군사 동맹은 맺어주지 못할망정 여러 가지 이어지는 교역들은 처음에 생각하고 있던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르본이 안정화되어가는 것을 본 시온은 다시 고즈만 지역항구로 돌아갔다.
이곳의 방비 수준을 보기 위해서였고 이곳에서 오르도가 만든 고렘의 기체를 보기 위해서였다.
끼룩, 끼룩.
다시 방문한 고즈만 촌락은 놀라울 정도였다. 투입한 고렘들이 여전히 거대한 벽돌을 나르며 축성을 하고 있었다.
아예 긴 성벽을 만들어가고 있던 것.
시온이 주둔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이렇게 잘 이해하고 방벽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렘은 단순하게나마 철광에서 철이 든 암석을 계속 캐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 고렘의 거력을 스물네 시간 돌리고 있진 못했다.
마법사가 슬슬 모자랐다.
주력으로 돌리는 고렘에 마법사를 많이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사보이 지역이나 움드에 몰려 있었다.
움드야 제국을 잇는 교역 도시로 쓰기 위해서 여전히 발돋음을 시키는 중이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만...이거 참 저를 또 혼란스럽게 만드시는 군요.”
오르도가 시온을 보자마자 대뜸 이런 소리를 했다.
시온은 오히려 평범한 귀족처럼 보였는데 오르도는 그것만으로도 시온이 단숨에 단계를 올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비범한 마법사들만 모아놓고 기준을 만들어 본다고 한들 시온이 가지는 특수함은 그것을 초월했다.
따로 보는 것이 나을 지경.
요즘엔 정말로 신의 아들이 아닌지 오르도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판이었다.
사람인 것 같긴한데... 그렇게 보다보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결과를 가져오니.
“내가 말한 바를 잘 해냈구나.”
“저야 뭐, 이 작업만 하면 됐으니까요. 코논 님이 힘을 쓰셨습니다.”
“코논은 어디있지?”
“요즘 기분이 좋다고 와인통을 통째로 드시고 지금 굴러다니실 겁니다.”
코논을 한 번 볼까 했는데 꿈나라에 가 있다고 하니 나중에 해야 할 듯했다.
“그럼 계약을 해볼까...”
“.........이제는 말릴 수가 없겠군요. 처음엔 슬슬 버거우실 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마나를 더 얻으셨으니.”
하지만 시온은 마나만 많아졌다고 해서 계약이 되진 않았다. 두 번째 비술도 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응용이 점점 필요해졌다.
‘이제 느긋하게 시도하면 되니까.’
시온은 오르도의 안내를 통해 만들어진 고렘의 기체들을 보았다.
‘음... 좀 더 좋게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더 좋게는 안 되나?”
“현재로써는 이게 최선입니다. 사실 다방면으로 정보를 얻어오려고는 하는데 요즘 고렘에 대한 정보의 교류가 아예 끊겼습니다.”
“흠...그런가. 그러면 마탑과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게 되겠군.”
마탑이나 제국이나 기체를 만드는 설계도가 당연히 시온쪽보다 좋았다.
오르도는 재능도 있고 노력을 많이 한 자이지만 결국엔 개인이라는 한계가 있다.
거대한 가문이나 세력들이 천 년 가까이 쌓아온 것들을 쉽사리 얻을 리가 없는 것이다.
‘성능이야 차례차례 잡아도 되긴 하니까..’
계약했다가 더 좋은 기체가 생기면 교체를 하는 식도 연구해보면 가능할 거 같았다.
단계가 올라가니 원래라면 감도 못 잡았을 부분이 보였다.
‘채굴에 대한 효율도 올려야겠고.’
점점 다양하고 정교한 작업을 하는 쪽으로 고렘을 강화해야 했다. 시온은 그것도 가능하다고는 봤다.
현재 채굴하는 것이나 건축하는 것도 진짜로 정교한 것은 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수준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온은 새로운 고렘들을 계약하기 시작했다.
이미 예전에 다 해봤던 것들, 망설일 것 없이 다섯 대 정도는 그냥 늘리면 된다.
그렇게 잠시 시온은 계약이 막혔다. 벌써 시온이 계약한 고렘은 22기였다. 열다섯 대를 더 계약하려면.
시온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마석자체와 가계약이 될지를 시도해봤다. 시온이 가지고 있는 고대의 마석인 거인의 눈.
그리고 하나둘 고렘이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서 친화력이 생기면 나한테 돌리면 되니까. 이렇게 해결이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