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결법
‘더 이상은 안 되나...’
고렘의 가계약이 멈춰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을 따져 보자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였다.
친화력을 올려서 그것의 계약을 본인에게 잇는다. 이런 식의 구조를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제부터는 미지수가 맞았다.
‘누가 해봤어야지.’
애초에 시온이 하는 짓은 이곳 사람이 봤을 때 둘 중의 하나였다. 천재든지, 미친 것이든지.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앤드류가 남긴 비술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은 이렇게밖에 모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것을 안다고 해도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했다.
바로 현대인의 시각과 통찰과 상식.
그런 곁가지가 없으면 계속 이런 식으로밖에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에슬린, 마리온만 봐도 시온이 달성한 지적인 충격에 말문을 잃고 그들이 가진 모든 자원과 인맥을 통해서 이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부터 알아볼 정도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호기심.
아무리 대마법사이고 능력을 증명하기엔 턱없이 합류시간이 적은 마리온조차 의심을 감수하고 시온에게 물어봤다.
‘재미있는 표정이었지....’
겁을 먹어서 발발 떠는 고양이가 참지 못하고 물어보는 모습이란.
당연히 처음 사냥꾼의 기술을 배우고 세상에 나가기로 했을 때의 원칙은 아직도 지켜지고 있었다.
몇 가지는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래서 푸른 액에 대한 것을 아는 자가 아직도 시온 본인 말고는 한 명도 존재하지를 않았다.
어쨌든 시온은 새롭게 가계약이 맺어진 고렘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 변화는 주민들을 감동할 정도다.
고즈만 변경백국의 문제는 철저한 충성과 기사 귀족인 백작의 그 정의로운 상하 정신이 문제였다.
혼자만 하면 상관이 없지만 위 아래까지 전부 강요를 해대니...
게다가 막상 이렇게 강도기사를 고용하는 것을 막지 못할 정도의 이면성.
어쨌든 그 백국을, 가문을 책임진다는 것은 이런 것까지 포함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관여할 필요는 없었고 어차피 이런 가면 전투에서 승리했기에 모르는 척을 하면 된다.
선적된 물량을 지시대로 잘 나르는 고렘들을 보며 여기저기서 활달한 이야기들이 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온은 거인의 눈이라는 마석으로 한 가계약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했다.
‘나쁘진 않아. 다만, 거인의 눈이 하나밖에는 없다는 점이지.’
다른 마석과 비교를 해봐도 거인의 눈이 가지는 가치는 유니크했다. 시온도 가끔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푸른 액의 특수효과로 얻어낸 것.
다른 마석에도 여전히 가끔 테스트를 해보지만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계약할 고렘이 아직도 열 다섯기가 되기에 생각을 해봐야 했다.
“다른 곳에 파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마리온이 그나마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바로 다른 세력에게 팔아버리는 것.
에슬린이 바로 지적을 했다.
“지금 가지고만 있어도 값이 뛰는데 왜 팔아야 하지?”
일단은 칠 단계의 마나를 얻고 나서 안 것이지만 점점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 그냥 마나만 늘리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즉 늘려나갈수록 처음에 계약한 것들이 위험해지는 구조였다.
거인의 눈을 통한 가계약에 대해서 함부로 늘리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흠....’
판다는 것은 제일 바보 같은 것이고 일단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바.
어차피 고렘을 늘리기 위해서 단계를 올린 것인데 여기서 이것을 포기하는 것도 좀 그랬다.
일단 얘기는 해놨기에 시온이 따로 가지고 있던 마석과 여러 개의 마석이 차례차례 준비되어 갔다.
거인의 눈에 비하자면 저장량도 투과할 수 있는 것도 성능이 그저 그랬다.
‘할 수 없지 몇 개를 날린다고 해도, 지금까지 얻은 것이 있는데.’
시온은 결국 마석에 계약을 걸어 보려고 했다. 오르도를 대동해서 신중하게 작업을 진행해 본다.
징조가 썩 좋지는 않았다.
“시온 공작님. 제 견해로는..”
“알고 있다.”
시온도 정수 제작과 여러 번의 고렘에 대한 계약으로 계약을 맺는 법이라고 한다면 오르도하고 비교도 안 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에 계약을 맺으려면 마나의 연결관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것을 마석으로 놓은 것이었다.
옳게 연결이 된다면 이렇게 마나의 연결 고리가 파열될 것처럼 부풀어오르지는 않을 것인데...
‘이건, 강철 고렘과 연결이 되어 있군.’
이 연결고리는 아무래도 시온이 첫 계약하거나 나중에 계약한 고렘과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즉 이번 거를 실패하면 강철 고렘과의 계약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
현재 가지고 있는 고렘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이 심연의 고렘이었고 그 다음이 블랙파이어 가문에게 받았던 강철고렘이었다.
‘중지하든지 계속하든지.’
시온도 잠깐 고민이 됐지만,
어차피 이 순서라는 것을 임의로 정할 수는 없어서 어차피 쉬었다가 해도 다시 계약을 걸라고 한다면 다시 강철 고렘의 계약이 위험해지게 된다.
“계속한다.”
오르도가 침을 삼켰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시온은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어서 다음 조치를 해야 하는데 번쩍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시온만 할 수 있는 그런 생각이었고 시온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시온은 여러 개의 속성을 다룰 수 있었고 이번에 집중적으로 얻은 마나의 속성중 집중해볼 것은 소멸단이었다.
감이 왔다는 생각에 소멸단의 원리를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없어지는 마나 그리고 여기에 가열을 시킨다.
쾅!!
가열된 마나가 한 번에 팽창하면서 미적지근했던 연결관에 쫙하고 연결됐다.
‘고렘 연결법 정도로 해둘까...’
아직 확인 절차가 남았지만 이름 정도는 붙여 보았다. 하지만 지켜봐야 했다.
“대...대체!!! 방금 대체 어떻게 하신 것입니까?!!”
오르도, 에슬린, 마리온이 시온이 한 바를 이해하지를 못해서 난리가 났다.
하지만 마석이 금이 가버리거나 깨지게 된다면 의미가 없었고 그렇게 붉어진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제 색깔로 돌아왔다.
“됐다...”
여러 개의 질문이 빠르게 쏟아졌다. 시온은 이들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온도 생각보다 두근거렸던거다.
안 좋게 벌어질 일을 생각해보자, 마석이 터지고 연결관이 터지고, 거기에 연결되어 있던 주 연결관이 터지고, 다시 또 마석이 터지고...
지금까지 계약했던 게 한 움큼이 날아갈 뻔한 것.
어쨌든 이렇게 마석과 연결했음에도 두 가지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첫 번째는 여전히 시온이 가지게 되는 최고 우선권이었고 다음으로는 안정성이었다.
마석이 터진다고 해도 강철 고렘과 시온의 마나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마석만 갈아주면 됐다.
형성된 덩어리가 마석 근처에서 만들어졌다가 시온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고렘으로 쓱 들어갔다.
눈에 불빛이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늘리기만 하면 됐다.
“오르도, 마리온, 에슬린 계속 준비를 해라!”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다들 현재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을 망각해버린 것이다.
이들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어디 아무런 제후를 찾아가도 한 자리는 무조건 받아먹을 수 있는 정도.
그런데도 이들이 당황해서 순간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렸을 만큼 시온이 방금 한 일은 대단했다.
‘소멸단과 천둥의 정수가 아니었다면... 실패했겠군.’
저번에 수십 번의 천둥을 직접 맞으면서 겪었던 마나의 흐름에 대한 체험이 이번 일을 풀게 해줬다.
어차피 이 일이 가능한 이유도 일단은 시온의 마나가 다시금 대확장을 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어서 시온 공작님과 발을 맞춰라.”
“마리온 그것 밖에 못 하나?”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세요!”
시온이 요구를 하자 다시 여러 기의 계약이 맺어질 준비가 착착 되어갔다.
목소리는 제각기 였고 표현도 각자 달랐지만 모두 흥분을 했다. 그건 확실했다.
시온은 방금 얻어낸 마나 연결법으로 다른 고렘과 계약을 연속적으로 해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여러 번의 거친 소리가 울릴 때마다 여지없이 하나의 마석에 하나의 계약이 연결된다.
처음에만 강철고렘과 연결된 거였지 그 뒤에는 중요기체와 연결된 것이 아닌지라 부담도 적었다.
쭉쭉 해나가다 보니 어느덧 예정했던 계약을 훌쩍 넘겼다.
마석을 다 써버린 것.
“오늘은 이 정도로 할까. 오르도 나머지 마석을 더 준비하라고 일러둬.”
“알...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신기한 것을 이렇게 여러 번 보는군요....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르도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흥분과 경외심이 담긴 그런 것이었다.
에슬린이나 마리온이나 놀라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오르도만큼 여기에 애착과 고통이 있던 것은 아니다.
오르도는 이십년에 가까운 세월을 차별과 무시 고통에 시달린 데다가 이 계열에서의 한계를 오랫동안 맛보았다.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움직임이 형성이 되고 속성 계열과 비슷할 정도로 지금은 고렘 계열이 급부상을 했다.
여기서 시온이 가지는 지위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항상 앞서고 있으니.
‘연습을 좀 더 시켜보고 문제 없으면 넘기면 되겠군.’
다섯 기는 직작에 끝이 났고 시온은 이제 계약한 것에 대한 열 기의 고렘을 테스트할 예정이었다.
다섯 기는 마석이 오는데로 일을 하면...
총 삼십 오기의 고렘이 활동하게 된다.
이 정도라면 시온이 생각하는 동시 발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전 영지를 단번에 그리고 꼼꼼한 가도 사업으로 고속도로 같이 이어버리는 것이다.
당분간은 인력과 섞어서 이 작업을 추진한다면 새로 유입이 되는 영지민들에 대한 직업에 대한 문제도 해결된다.
시온은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이제는 결과물을 얻기만 하면 되었다.
욕심을 부리고 부린 끝에 결국엔 얻은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미래에 올 일과 시너지가 있었다.
나머지 마석을, 코르도바가 구매해 그것이 올 때까지 시온은 열 기의 고렘을 여러모로 테스트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딱히 예상했던 문제는 전혀 없었고 기존의 건축 현장에 바로 던져줘도 될 정도였다.
이어서 오르도에게 넘긴 고렘은 건축 현장에 투입되었다. 척박한 지역이었던 고즈만 촌락은 어느덧 시온의 군사 주둔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범선까지 정박해 놓을 만한 장소도 슬슬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르본과 이을 수 있는 항구로였다.
무역할 수 있는 해로 하나가 새롭게 만들어져 가고 있던 것이다.
‘이제 이 해로를 지킬 수 있을 만한 해군도 필요한데..’
해로 역시 훌륭한 수익원이었고 그것이 제대로 가동이 되려면 당연히 이것을 지킬 수 있을 만한 병력이 있어야 했다.
시온이 지금까지 집중했던 것은 당연히 두 다리를 땅에 짚고 다니던 보병이었다.
‘배를 제조하면 좋긴 한데, 일단은 계약을 좀 해야 하겠군.’
몇 가지 보고를 통해 슬슬 아르본의 수익을 건드는 해적들이 생기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어째 여기는 잠시만 보호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강도를 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필립스.”
“예. 시온 공작님.”
“킬번을 불러라.”
용병 관련 일은 킬번에게 전부 맡겨놨다. 킬번은 날이 갈수록 각 왕과 제후와 제국을 드나들며 넓은 인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쪽에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단 말이지.’
처음 봤을 때 시온은 킬번을 약간 실전 부대의 부대장이나 특수한 보병대를 이끌게 하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다른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저기서 요란한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무언가를 나르고 짓는 과정들.
그러면서도 촌락에 있는 여자 무리가 일하는 자를 위해 밥을 짓고, 그렇게 촌락의 하루하루는 평화로우면서도 치열하게 돌아갔다.
시온이 명령을 하고 고렘의 마나를 내주고 있으니 바로 해야 한다.
여기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영향력과 마나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온은 누가 보면 평범한 낚시꾼처럼 보일 거였다. 몇 번 지시하는 것 말고는 온종일 낚시하는 일이 많으니..
하지만 마리온은 알았다. 가끔 시온의 근처에서 막대한 마나의 전류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 역시 대마법사이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경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