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0화 (190/304)

푸른 칼 용병단

‘개인이 도달할 수 없는 그런 경지야.. 대체 저 사람은 뭘까.’

천재라는 단어도 이제 시온을 표현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마법사.’

그녀는 시온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 세기의 마법사라는 칭호의 의미를 이제야 진심으로 깨닫고 있었다.

평생 게을리 한 것은 결단코 없었다. 

그녀는 폭시 가문이 쥐고 있던 수많은 서자 중 하나였고, 그렇게 치열한 경쟁과 교육 그리고 인내를 통해 가문 전통의 특수 상속자가 되었다.

대부분 중세의 체계라면 장자가 가지는 것이 맞으나 그녀의 가문인 폭시 가문은 특수 상속제를 선택하고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가장 뛰어난 자가 가문을 상속받는다는 특수 조건이 있었다. 여기엔 심지어 성별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수많은 서자 중 하나로서 상속자로 인정받기에는 더욱더 치열한 과정이 있었다.

마리온은 조카가 벌써 열다섯 명이 넘었다.

어차피 그녀가 아이를 가진다고 해도, 똑같은 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어쨌든 그 정도의 검증에 검증을 겪은 마리온도 방금 시온이 보여준 그러한 마나에 대한 공급을 흉내낼 수도 없었다.

비술을 모르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섯 개의 마석이 마저 들어왔다.

상등품이긴 하지만 여전히 거인의 눈 정도로 특수하다고 보기 어려운 흔한 재질들.

시온은 다시 작업에 임했다.

예외 없이 여러 번의 격한 소리가 들리면서 하나씩 마저 계약이 되었다.

저번보다 일부러 보조할 만한 인원을 줄였는데도 오히려 더 능숙하게 잘 처리가 됐다.

그새 이 연결법에 익숙해진 것이다.

“결..결국 이것을 다 해내셨군요!”

축하의 말들.

그러나 시온은 이제 당연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칠단계의 마나를 얻는 게 중요하다는 것과.... 지금까지의 정석과 다르게 한 가지 속성보다 여러 가지 속성을 다루는 게 더 좋다는 게 발견이 됐군...’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그런 선입관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누가 시온처럼 무식하게 마나를 모을 수 있겠느냐마는.

어쨌든 시온은 이제 여러 가지 마나의 분류와 각 속성을 띄는 마나들을 이리저리 섞거나 이용함으로써 다른 방향을 집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시온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도 뜻밖에 새롭게 목표도 점점 커져 나갔다.

이왕이면 여력이 있을 때 전력을 다하는 것이 더 좋은 법이다.

‘일단은 고렘 계약 문제는 이걸로 해결되긴 했는데.’

지금 이 공터에는 수십 명의 마법사가 흥분에 젖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게다가 철광에 직접적인 고렘의 거력이 투입이 되면서 확실하게 얻어 내는 양도 늘었다.

군사 주둔지로서, 어떤 역할을 할 때 단지 튼튼하고 거대한 방어력만 갖추면 되는 건 아니다.

이곳을 채울 많은 보병들도 있어야 하고, 그들이 지내야 할 거주지와 그리고 생활 시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보내게 할 여러 조치가 있어야 했다.

물론 중세이니 어떻게 이것을 다 하겠느냐마는, 그래서 여기가 희한하게도 인권이 무시가 많이 되는 거였다.

‘아파트란 개념을 슬슬 도입할 때가 된 것 같기는 한데.’

물론 현대처럼 거대한 아파트는 무리였다.

그리고 지금 마천루도 그랬다. 청사진은 이런 느낌이긴 한데, 실제로 적용을 할 때는 아직 이 그림을 따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아직은 간단한 망루나 그런 형태의 직관적인 건물밖에 적용할 수가 없었다.

“마리온, 에슬린, 오르도 잠시 회의해야겠다!”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다시금 정적과 긴장이 찾아왔다.

시온이 가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방향,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눌 것이 뻔했다.

이제는 이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떠한 기감이 훅 하고 느껴졌다.

‘슬슬 공급 시기인가.’

이곳에 필요한 마나는 현재 시온이 지탱하고 있었다. 그래야지 고렘을 계속 움직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결관이라는 것은 특이한 구석이 있었는데 약간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이런 식이었다.

즉 평소엔 없었다가 시온의 의사에 따라서 나타나게 할 수도 있고 고를 수도 있고 뭐 이런 식이었다.

어쨌든 마나를 채워야 했기에 시온은 다른 자들에게 말했다.

“잠시. 기다려봐라.”

적당한 곳에 가기전에 여기서 한번에 대량의 마나를 넣어주는 건 나쁘지 않았다.

시온은 누가 봐도 이젠 건장하고 노련한 기사로 보일 뿐 마법사로 보이진 않았다.

물론 그건 시온이 새로운 단계에 올랐기에 얻게 된 통제력 덕분이었다.

시온의 주위로 강력한 천둥이 모였다. 방대한 전격계 마나가 삽시간에 각 고렘에게 들어갔다.

순간 먹먹해질 정도,

몇 번 봐서 익숙해진 자들도 여전히 신기하게 볼 만한 그런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온의 마나가 단숨에 빠져나갔다.

‘바로 이 문제란 말이지.’

이것이 논의해야 할 내용이었다. 고렘을 움직일 동력은 결국 마나였고 고렘을 확보를 해도 최대한 활용하려면 마법사가 필요했다.

끼룩, 끼룩. 푸드득.

한적한 해안가로 자리를 옮겼다. 해안에 가득 모여있던 새들이 사람을 인지하고는 요란하게 날아갔다.

적당한 바위에 자리를 잡은 시온이 세 명에게 아까 말한 내용을 다시 되짚었다.

“내가 언제까지 넣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생각들 있나?”

적어도 열여섯 시간은 빠듯하게 돌아갔으면 하는데 이제는 마법사가 부족하다.

“바로 말씀드리자면 현재 빼올 수 있는 마법사들은 거의 빼온 상황입니다.”

원래 마법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마법사를 공급하는 마탑이 항상 보이지 않는 힘을 쥐고 있는 것이었고.

에슬린이 이어서 말했다.

“저도 거의 이제는 마탑에서 제적이 된 상황입니다. 아는 녀석들이야 여전히 연락은 하지만 마탑에서는 시온 공작님을 견제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랬다. 마탑의 입장에서도 시온은 아주 골치 아픈 사람이 되고 있었다.

새롭게 성장하는 새로운 공작이라. 

이거 하나만 보면 마탑이 항상 추구하는 방향성이긴 했지만, 그것은 시온이 고렘을 늘려가기 전이었다.

시온이 적극적으로 고렘을 이용해 각종 기반 시설을 만들기 시작하자, 

유능한 인재까지 뺏긴 상황인 마탑이 곧바로 시온을 또 다른 적으로 상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이미 선을 그어 버린 느낌이었다.

적극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은 아니지만, 뒷공작이 들어간 것.

“폭시 가문도 발이 좀 묶여서 힘듭니다. 약간이라면 가능 하지만...”

“그 자들이라도 데려와라.”

“노력해보겠습니다.”

마리온의 입에서 선 듯 이런 얘기가 나왔다. 그녀의 입장은 실로 난감한 상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 왕국에서 이인자로서 최선을 다했던 그녀는 시온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다.

그녀 역시 마법사였고 이런 변화의 순간을, 그 호기심과 역사적인 순간에 참가하고 싶다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던 거다.

다른 때라면 잔머리라도 굴렸겠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온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폭시 가문의 영향력이면 약간의 마법사는 구할 순 있겠지. 정식적으로는 카페 왕조와 협정 상태이니 쉽사리 되지는 않겠지만. 이것도 비밀 작전이 필요하겠군.’

“흠, 마법사 용병은 저번에 싹슬이 했으니 이제는 당분간 없겠고. 마탑을 한 번 다녀와야 하나.”

이번엔 저번보다 거래가 복잡해질 느낌이 살짝 들었다.

제일 좋은 것은 마탑과 비슷한 학교를 만들어 버리는 것.

“학교는 못 만드나?”

“!!!!”

“그건 말도 안 되는.”

“마탑이 선전포고를 할 겁니다!”

여러 가지 선입관이 가득한 세 명의 답변을 받았다.

마법 자체의 특권의식.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력이 가지는 그 힘을 계속해서 누리고자 하는 압박.

이 두 가지가 발목에 걸리는 상황.

‘나한테 선전포고를 하겠다?’

물론 평범한 공작이라면 선전포고를 당하고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제법 있지만, 여기에 대해 충분한 전력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흐름이니.

‘아, 그래 축전지.’

시온은 갑자기 독특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마석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니 좋은 마석을 가지고 그 마석으로 간단하게 쓰는 정도의 일차적 수준밖에는 되지를 않았다.

만약에 축전지와 비슷한 형태의 가공품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야. 만약에 마나를 어떤 다른 형태로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면 어떻겠나.”

“?”

“!!!!”

세 명의 다채로운 표정을 확인하면서 이들에게 화두를 던져준 것으로 일단은 만족했다.

“시온 공작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킬번이 찾아왔다.

저번에 말했던 용병 계약 건을 들고 온 것이다.

“했나?”

“예. 준비 됐습니다.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력이 없으니 당장엔 이들을 고용해서 무역 해로를 보호하게 하면 해적단의 약탈을 줄일 수 있었다.

ㆍㆍㆍ

얼마 뒤 계약해야 할 새로운 용병을 선상에서 방문했다. 거기에 올라가기 전 시온은 작은 범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거대한 함선의 무리가 가득 있는데 보기만 해도 위압감과 유래와 명성이 대단한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푸른 칼 용병단입니다. 대략 백 년 정도 된 녀석들인데 이 바닥에선 최고입니다. 거만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 이점을 조금 유의를...”

옆에서 킬번이 줄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킬번이 데려온 자들은 계약을 따내기 힘든 푸른 칼 용병단이었고 이들의 전력은 이 거대한 해군이었다.

말이 해상 용병이지 심심하면 이곳의 특성상 해적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다리가 내려지고 시온은 그곳을 향해 올라갔다. 

작은 배에서 내려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수백 명의 사람이 시온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시온의 명성은 이제 대단해서 그냥 이런 식의 구경은 그냥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서로가 속닥거렸다.

-시온 니벨룽 경인가?

-너무 약한 거 아니야?

-너무 평범한데.

-몸은 단련이 제대로 되어 있군.

칠단계로 올라가서 얻은 반동효과로 시온은 다시 평범해졌다. 그래서 이런 착각이 이어지는 거였다.

무패의 기사이자 천둥이 택한자, 세기의 마법사라는 소문이 무섭게 퍼져갔는데 그 명성을 가진 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했기에 이들의 의문을 산 거였다.

올라가자 시온은 다시금 자기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들아, 뚫어지겠다. 잡아먹겠어.’

수백 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시온을 무섭게 쳐다봤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자는 누가 봐도 이들의 푸른 칼 용병대장인 엔츠였다.

온몸에 칼자국이란 칼자국은 다 나 있었고 제법 멀쩡하게 생겼는데 흉흉한 느낌이 났다.

“시온 니벨룽?”

“그렇다.”

“이리로.”

이자의 말은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시온은 이것만으로도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한 자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부로 작은 조각배를 택한 것이지만.

가까이 가자 뒤에 있는 사다리를 올렸다.

“애들아. 시온 니벨룽을 사로 잡아....”

엔츠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시온이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은 상황이었다.

퍽! 퍽! 퍽! 퍽!

피가 튀기는 살벌한 소리가 이어졌다.

게다가 시온의 주위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갑자기 퍼지기 시작했다.

거기엔 분명히 경고가 담겨 있었다.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벼락에 맞을 것이라는....

나름 부하들의 충성이 괜찮은지 남자 두 명이 달려들었다가 벼락이 떨어졌다.

한번에 범선의 선체 일부가 파괴될 정도의 번개가 허공에서 나타나 달려들려고 하던 자를 내리꽂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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