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 축전기
범선에 윗부분이 그대로 격파됐다.
겉도 튼튼해 보이더니 안도 그런지 범선이 완전히 박살이 나지는 않았다.
불이 붙어서 이리저리 퍼져서 돛은 벌써 많은 것이 타오르고 있었다.
사실 이들이 시온을 잡으려고 한 것은 그렇게 이상한 논지는 아니었다.
현재 시온에게는 비밀 현상금이 걸려 있었고 즉 시온을 누군가에게 넘기기만 해도 영지가 떨어지는 상황.
시온이 보복이 가능한 상태로 있었다면 모를까 이렇게 무방비해 보이면 욕심이 아예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시온에게 걸려 있는 소문은 사실이며 오히려 좁게 알려졌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을 뿐이다.
그럴만하니까 그냥 혼자서 온 것. 그러나 세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현상 덕에 이들의 착각을 부추겼다.
어쨌든 시온은 엔츠를 잡고 서 있었고 하나의 가격이 부대를 운영하는 비용이 드는 범선이 실시간으로 불타고 있는 와중이었다.
“불 안 끄냐?”
시온이 그제야 한 마디를 내뱉었고 석상에 걸린 마법이라도 풀린 듯이 여기저기서 고함이 나면서 불을 끄기 위해 노력을 했다.
‘천둥 필드.’
시온은 얼마 전에 연습해 봤던 새로운 마법이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라이트닝 필드의 응용된 형태를 만들어 본 것이었다.
푸른 칼 해상 용병단이 모르고 있던 사실은 시온이 이들 모르게 아래에 이미 진을 설치해놨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의미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들이 이 정도의 고도로 숨겨진 마법진을 파훼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신뢰가 있는 녀석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시온도 용병 생활을 해본 적이 있기에 이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온은 엔츠의 얼굴에 포션을 부었다.
원래 쓴 것이 좋은 법.
카롤리나가 새로 만들어 낸 이 포션은 성능이 더 좋은 대신에 좀 아팠다.
처절한 비명이 이어지자 건장한 녀석들이 망자에게 보내는 인사를 건네는 자도 많았다.
‘어차피 용병 놈들이야 매한가지니까. 이 녀석을 쓰다가 보내면 되는 거고.’
먼저 공격을 했기 때문에 이곳 법상 그냥 쓱싹 처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온의 신분은 공작이다. 신분이라는 것은 이곳에서 강력한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불이 붙은 범선이 꺼져가고 정적이 이어졌다. 시온은 자리 하나 잡고 이들을 지켜봤다.
확실히 기강이 잘 잡혀있고 부하들의 충성도 확고해 보였다. 대장이 타고 있는 범선이 공격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부하들이 배를 붙여서 이쪽으로 넘어오려고 했다.
물론 이미 머릿속에는 지읒 됐다고밖에 떠올리고 있지 않던 중간의 간부들이 흰 기를 올리고 신호를 보내는 둥 난리가 났었다.
“물 가져와라.”
“다 썼습니다.....”
“그럼 바닷물 가져와.”
아직도 애매하게 있던 엔츠를 깨우기 위해 물을 퍼오라고 시켰다. 어차피 얼굴에 흉터가 한 열다섯 개쯤은 있던 녀석이다.
‘혹시 일부러 했나?’
기사야 그런 편이 거의 없지만, 용병끼리는 조금이라도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 이런 식의 추잡한 짓도 가끔 일어나긴 했다.
‘일단은 정식으로 계약할지 아니면....’
킬번이 데려왔으면 실력은 확실히 있는 것이다.
킬번은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하고 다른 자들을 데려오겠다고 하고 있었지만 아까 결론을 내렸다시피 용병에게서 그다지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았다.
바닷물이 도착하고 거의 뿌려지기 직전 엔츠가 벌떡 일어났다.
깨어 있었던 것.
“억억!!!! 고정을! 제가 너무 큰 결례를 부렸습니다!!”
기괴한 소리와 함께 일어난 엔츠는 곧바로 시온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이제는 보통 일로 번진 것이 아니었다. 성공했으면 모를까 상대는 공작.... 것도 샤를왕을 격파한 자다.
사람이 살면서 한 개의 별칭을 가지기에도 어려운데 시온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다섯 개가 넘었고 하나같이 시온이 만들었던 거대한 업적에서 나온 거였다.
“네가 푸른 칼 해상 용병단의 단장 엔츠인가?”
“그렇습니다!”
“혹시 너 죽어도 대신 세울 자가 있나?”
“제...제발!! 제가 오랫동안 통솔한 자들입니다.”
반응을 보아하니 좀 강하게 나가도 될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시온이 말했다.
“너는 내 영지에 와서 나를 공격했다. 제국법에 의하면 너희를 사형시킬 수 있다.”
“그런 의도에 행동이 아닌지라!!”
“그리고 방금 봐서 알겠지만, 너희 모두 이미 내 마법의 범위에 들어와 있다. 나는 이대로 공격할 수도 있다.”
모두 경악에 빠졌다.
아무리 이들이 용병이라고 해도 한 마법사가 그 정도로 대단한 마법을 연속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온의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게다가 슬슬 시온에게서 방대한 마나가 흘러나오자 엔츠를 비롯한 대부분 자가 극도로 초조해졌다.
킬번의 모습도 결정적이었다. 킬번도 시온이 대마법 공격을 하면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할지 은근슬쩍 고민이 드는지 마법방어를 위한 액세서리를 슬쩍 거쳤다.
그 진심 어린 행동의 연속에 이들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잘 풀리는군.’
다들 그렇게 믿는 분위기.
시온은 그런 천둥 필드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방금 엄포했던 그런 짓은 가능하진 않았다.
“용서해주십시오!! 무슨 짓이든 죄를 덜 수 있는 것이라면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나와 계약을 하자.”
“순수하게 감사를 드립니다!”
시온은 그렇게 푸른 칼이 데리고 있는 대형 범선들을, 그 부대를, 관습적인 몸값까지 무시하며 기간 계약을 맺었다.
정박하면서 킬번이 슬쩍 물었다.
“진짜 가능하십니까?”
“되겠어?”
“아... 역시.”
“근데 나름 저 녀석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용병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비밀리에 다른 자들이 시온 공작님을 견제하기 위한 비밀 협정을 맺은 것 같습니다.”
“최대한 알아봐라.”
“알겠습니다.”
ㆍㆍㆍ
군사 주둔지로 점점 발전 중인 고즈만 촌락이 군사항구의 필요성도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벌써, 많은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바글거리는 사람들은 강제 정박을 하기 시작한 푸른 칼 해상 용병단을 기죽게 했다.
작은 배를 타고 왔다고 빙산의 일각의 일각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보병대의 사기와 시온에 대한 존경심도 대단해서 마치 새로운 황제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쨌든 하나같이 정박 되는 거대 범선들은 전투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는 이들이 해적을 했을 때 약탈한 것이나 용병이나 전투를 뛰면서 모은 전리품을 모아 놓은 범선도 있었다.
“한 번 볼까.”
갑작스럽게 든 생각.
시온이 입을 꺼내자 엔츠가 호들갑스럽게 부하들에게 지시해서 내용물을 보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시온은 배 몇 개를 금세 훑어봤다. 그냥 들어갈 필요도 없이 눈으로 쓱 보기만 해도 되는 수준이다.
값비싼 것이라고 하면 금괴를 약간 챙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구석에 전투에서 뺏은 전리품들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이들의 해상 전투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것 없군.’
하나를 더 볼까 하다가 전부 다 검수해 볼 것도 아니고 그렇게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직 인질 창고를 본 적이 없어서 마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거기엔 특이한 형태의 검은 색의 금속이 있었다.
“이것은?”
“아, 저것이...”
대답이 쉽게 나오질 않는다. 시온은 바로 엔츠를 불렀다. 엔츠는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가 시온의 부름을 받고 곧바로 뛰어왔다.
“저게 뭐지?”
“난파한 섬에서 주웠습니다. 사실 팔아 보려고 했다가 팔리지를 않아 이번 행에서 버리려고 했다가 바로 킬번을 만나서 이렇게....”
말인즉슨 버릴까 하다가 시온과의 계약이 잡혀서 헐레벌떡 이쪽으로 방향을 튼 모양.
그래도 걸핏하면 바다 한가운데에 투척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인데 웬일로 가져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시온이 이 검은 금속을 보면서 불현듯 마나와 관련이 있다는 낌새가 느껴져서였다.
그리고 가까이 가서 그 금속을 들어 보았다.
‘무겁군.’
시온이 마나를 살짝 넣자, 그것이 갑자기 펑하고 터졌다.
“????”
엔츠가 당황해서 말문을 잇지 못할 때 시온은 멀쩡하게 들고 있던 것을 마저 가져왔다.
‘폭발성이 있군.’
시온은 이번에 얻은 이것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를 넣는데 폭발성이 있다는 것은 저번의 경험에 의하면 시온이 원하는 형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버릴 거면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그...그러십시오!”
가지고 있는 자가 그렇게 말을 했으니 자연스럽게 이 흑철이 시온의 소유가 되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검은 철들.
바로 싹 가져오기 위해 고렘으로 곧바로 날랐다.
대단히 무거운 편이지만 고렘이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니 창고 하나 분량이 공터에 쌓였다.
그리고 그곳에 마법사들이 모여들었다. 시온이 오라고 명령을 한 상황이었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궁금해서 오고 싶은 나머지 안달이 나 있었지만 말이다.
“이것을 아는 자가 있나?”
“흑철이군요.”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마리온, 에슬린, 오르도 모두 이것을 알고는 있었다.
“푸른 칼 용병단이 가지고 있었지.”
많은 양이 있지만, 이들은 이것이 그렇게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것을 쓸 방법이 없었다.
“많이도 들고 다녔군요. 그쪽에 마법사가 없다는 게 사실인가 봅니다. 마법사라면 이것이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을 다 알죠.”
마탑 출신인 에슬린이 그렇게 말할 정도다.
거기에 대해서 마리온도 별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모양 카페 왕조의 마법사로서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 그녀도 생각이 같다.
“혹시 시온 공작님께서 보시는 것이 이것을 이용해 고렘의 형태를 만들어보시고자 하는 것이라면 죄송하지만 흑철은 못 씁니다. 재료로서 너무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오르도마저 이것이 싸다는 이유로 한때 연구를 해본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알았다.”
시온이 이들의 의견을 물어본 것은 혹시 다른 의견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칠 단계에 오르고 나서 남들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시온은 이것에 쓰임새가 있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고렘 연결법을 이용해서...’
시온은 아까 챙겨둔 것을 꺼내 간단한 조치를 했다.
한 번에 벼락을 치듯 팽창시키고 마나를 통과시키는 이 방법을 역으로 하자...
한쪽 길이 막혀서 마나가 흑철에 갇히기 시작했다.
점점 더 빠르게 그러다가 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작님, 터질 수도 있습니다!
오르도가 예전에 크게 경험해봤는지 시온에게 조언을 했고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까도 터졌으니까.
하지만 조금 전에는 순수하게 마나를 넣다가 터진 것이었고 이런 방식으로는 하질 않았다.
그러다가 마나가 밀도 있게 계속해서 들어갔다. 시온이 생각하던 그 축전지 같은 것이 작게 만들어진 것이다.
“엇???”
“!!!!!!!!”
“대체 또???”
그때의 일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았는데 시온이 흑철에 많은 마나를 가두는 데 성공했다.
‘몇 가지를 좀 더 해서 이 입구를 닫을 수만 닫을 수만 있다면....’
시온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가지 시도를 계속해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도가 하나의 의도대로 형성되어 갔고 시온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흑철에 마나를 가둬 넣는 데 성공한 거였다. 시온은 그것을 몇 번 사용해봤다가 마리온에게 던졌다.
“해봐.”
그녀의 커진 눈이 작아지기도 전에 감탄사가 나왔다. 이어서 에슬린에게도, 오르도에게도 나왔다.
‘이건 역 연결법이 되겠군.’
문제라고 한다면 이것을 거대하게 만들 수 있느냐였다. 실패한다면 큰일이 날 거였다.
하지만 만들어 지면 현재 고렘을 가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팔 수도 있었다.
당분간은 팔지 말고 자신만 써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