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2화 (192/304)

마나 축전기(2)

쇠뿔도 단숨에 뽑으라 했다고,

시온은 멈추지 않고 바로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정수 제작도 거뜬하게 잘 해왔는데 이거라고 못 하겠는가.

일단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고렘을 놀리지 않고 바로바로 다음 작업들, 가도를 연결하고, 항구를 올리고, 주거를 만들고, 대장간을 늘리고, 철 생산과 금 생산, 그리고 벌목까지 다양한 작업에 스물네 시간을 돌릴 수 있을 거였다.

이것을 만들고 못 만들고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다.

도시 하나를 더 마천루를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의 문제기도 했고. 

미친 듯이 유입이 시작된 인구를 댐 막듯이 막을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아무리 1급 금 생산지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인구에 거주지를 무상으로 주는 것에는 한계가 곧 오는 법이었다.

여기에 무상 교육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마법사를 양성할 계획이었고 대장장이도, 코논과 벤츨에게 언질을 줬다.

이 생각만으로도 이 둘은 매우 놀랐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대장장이들도 길드란 것을 만들어 철저히 도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기들끼리만 이득을 독점하려고 했다.

시온이 하려는 것은 그 패러다임을 끊고 그냥 확장하겠다는 뜻.

당연히 벤츨은 반대였고 코논은 찬성이었다. 

어차피 나중에 상황을 봐서 진행 시킬 일인지라 지금은 운만 살짝 띄운 상황.

어쨌든 시온은 거대한 흑철 덩어리의 앞에 서 있었다.

마법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마리온도 여자 마법사들을 데리고 토론을 하고 있었고, 에슬린도 여러 사람을 데리고 토론 중이었다.

오르도는 조용히 있었지만, 고뇌에 찬 모습.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마나의 저항에 대한 기준점을 조금만 잘 못 잡아도 대형 폭발이 일어나 겨우 만들어 둔 주둔지가 날아갈 버릴 것이다.

여기에 있는 자들도 성치 않을 것이고.

그리고 이런 속성이 있기에 저번의 경험을 이용해 이번 일이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

“시작해볼까. 다들 준비해라!”

시온이 그렇게 말을 하자 다들 떠들던 입을 멈추고 시온을 보조하기 위해 각자 자리를 잡았다.

소멸단과 벼락의 원리를 담은 연결관에 거꾸로 치는 방법.

그것을 하기 위해선, 가장 간단하게 봐도 크기가 커졌으니 당연히 그 위력을 세게 쳐야 하는 거였다.

사실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나, 시온은 이게 맞는 것 같았다. 더 세게 더 크게 한 번에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거대한 태풍 같은 마나가 시온의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조하는 자들의 마나도 호응이 어려울 정도의 개인의 마나다.

같은 대마법사로 분류되는 마리온도 입을 벌릴 수준의 마나였다.

게다가 시온이 다루는 것은 일단은 여기선 두 가지였고.

그것들이 너무나 능숙하게 다루어지고 있자 다른 의미로 한 번 더 놀란다.

그러다가 연결 고리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맙소사!!!”

시온도 이 정도의 전력을 다해보기에는 저번의 단계가 올라가고 처음이었다.

‘진짜로 터지는 건 아니겠지?’

천둥이 택한 자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다시 마른하늘에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전격 계의 최상위의 마나 층을 다루는 시온에게서 벌어지는 이 현상이었다.

에슬린이나 마리온도 고서에서만 봤던 그런 현상을 이번에 보게 된 것이다.

사실 시온도 이런 현상은 예기치 못했다.

“후...”

그러면서 벼락이 다시금 내려쳤다. 시온은 그 순도 높은 마나의 벼락으로 연결관을 팽창시켰다. 

단숨에.

그리고, 역 연결법을 써야 했다.

소멸단의 원리를 거꾸로 해서 입구를 하나 막아버리고 다른 하나는 열어 버리는 것이다.

근데 갑자기 흑철이 흑철이 아니게 되고 있었다. 가열 정도를 보아하니 연결관을 만드는 마나에 상응을 해서 터져버리려고 했다.

‘잠깐만 이 수준은....’

마그마의 정수까지 흡수한 시온은 열기를 띠는 마나를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원래 시온이 예상하던 예측 점은 이 한 귀퉁이가 날아갈 정도인데 이것은 아예 주둔지를 다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 감지되고 있었다.

‘너무 컸나.’

이럴 거면 아예 더 먼 평지에서 할 것을 그랬다. 

마나의 지원을 쉽게 받기 위해서 이곳에서 했던 것인데 이렇게 폭발력이 강력한 줄은 몰랐다.

“너희 모두 빼라!”

시온이 위기를 느끼고 그렇게 말하자 마법사들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시온이 한 번 더 호통을 치자 그제 서야 단계가 낮은 마법사들이 빠져나갔다.

남은 건 어느새 마리온과 에슬린 뿐. 이 둘은 끝까지 보조를 해줘야 했다.

에슬린과 마리온의 이마에서 죽음이 임박했을 때 느끼는 공포로 인한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이렇게 재수 없게 죽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호기심을 숨기던가.

시온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나 더 속성이 필요했기 때문.

시온이 가지고 있는 다른 여러 속성 중 하나를 골라야 했는데 다른 것은 등한시했기에 굳이 고르자면 화염, 아니면 냉속성이었다.

그리고 화염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최근에 마그마 정수를 흡수했기에 가장 순도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시온은 그것보다는 순도 적인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추측을 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마나의 폭풍이 한 번 더 여기에 발현이 됐다.

“이....무슨 증기가!!!!”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만들어지고 있던 것!

그런데 시온은 이미 미소를 띠고 있었다.

성공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역 연결법으로 대형 마나 축전지를 만들어낸 거였다.

“끝났다....”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둘. 마리온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실패했다고 알아먹은 것이다.

그러나 곧 결과는 밝혀졌다.

“.....성공????”

“하악...학...학.”

보조하는 자들도 아주 맛이 가버릴 정도.

시온도 텅 비어버린 마나를 생각하면서 수증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휴.. 화염 속성이 아니었으면 갈뻔했다.’

이제 든 생각인데 냉각시켰다가는 거꾸로 효과가 일어나 그대로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렇게 첫 번째 대형 마나 축전기가 만들어졌다.

수증기가 내려가고 흑철은 시온이 건 복잡한 마법적 마모로 인해 원래의 형태와 다르게 길쭉한 기둥처럼 변해 있었다.

그 표면에는 아주 복잡한 문양의 진까지.

‘축전이 가능하고 자연적으로 되는 녀석이지.’

마법사들만으로는 힘이 든다고 판단한 시온이 생각한 이번 개념은 축전지의 마나 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새로 우연히 들어온 재료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잠깐 테스트를 해볼까.’

시온이 거기에 가서 마나를 불어넣자 차곡차곡 마나가 쌓여갔다. 그리고 푸른색이 문양에 조금씩 차올랐다.

이렇게 얼마나 마나를 가졌는지 보유량도 볼 수 있는 편리함.

시온이 생각했던 의도대로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러 온 에슬린이 시온을 경외심에 볼 정도였다.

‘그사이에 이런 것까지 세세한 것까지 생각해놨단 말인가?’

현대인이 시온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모든 물건이 거의 다 이런 식으로 표시되니까.

하지만 에슬린은 그것만으로도 기가 찰 지경.

시온 다음으로 많은 마나를 보조해준 마리온이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 있었다.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마나가 많이 모이는 장소에 놓으면 자연적으로 마나를 가두게끔 하였다....”

즉, 대부분 용도는 신수나 마나가 흐르는 천연수, 등 자연적인 혜택 공간을 활용해서 마법사들의 마나 보급까지 이중으로 충전.

그렇게 고렘을 모두 가동할 계획이었다.

대강의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런 것이 영지마다 하나씩은 있어야 하니까....

“에슬린, 마리온.”

“옙. 공작님.”

“하나 더 할 수 있겠나?”

“...........”

바로 말이 없어진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겠지. 나름 큰일이 날 뻔했으니까. 휴식을 취하게 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겠군.’

ㆍㆍㆍ

마법사들이 우르르 몰려서 몇 날 며칠이고 시온이 만들어낸 마나 축전기를 확인하고 감탄하고 시온을 칭송해댔다.

시온이 한 번 더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줄 만한 업적을 세운 것이다.

실제로 이 마나 축전지의 용도는 무궁무진했다.

다만 이것을 만들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야 했다. 첫째로 여러 속성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로 고렘 연결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

사실 이것 말고도 세세한 게 한둘이 아녔다.

즉 시온이 아니면 만들만한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굳이 시온이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고자 한다면 못할 일도 없겠지마는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일일 거였다.

“다들 충전해놨나?”

낚시를 마치고 시온은 마법사들이 몰려 있는 그곳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모두 시온을 보자마자 황제에 준하는 최고의 예우로 시온을 맞이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이런 식이다.

진심으로 마음으로부터 올라와서 하는 그런 경외심 때문일 거였다.

하지만 이것은 교육을 따로 해둘 필요는 있었다.

우리끼리만 있으면 상관은 없지만 누가 본다면 시온이 자신을 황제로 칭한다고, 그것을 강요한다고 여길 터였다.

즉, 예우해도 조금은 다른 식으로 하라고 언질을 둬야 했다.

‘축전지는 아니지. 기둥이니까.’

시온은 마나 축전 기둥을 보고는 마나가 잘 차올랐다는 것을 알았다. 푸른색으로 가득 차 있던 거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자기들도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서 예정 시간보다 무리해서 많은 마법사가 여기에 마나를 보급해서 넣은 것이다.

그리고 시온이 오르도에게 말했다.

“한번 해봐라.”

“알겠습니다. 공작님..”

오르도가 며칠이고 연습한 듯한 숙련된 동작으로 고렘에게 지시를 했다.

결국엔 이런 대리 지시와 이것을 통제할 만한 대리 마법사들, 

그리고 보충하는 마법사들 이런 것이 시온의 단어 몇 개로 말하는 명령하에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시온이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것들이다.

고렘들이 우르르 와서 기둥에 섰다. 가상의 연결관이 고렘과 연결이 되고 그렇게 고렘이 얻어가는 마나가 눈에 보였다.

특히 시온에게는 누구보다도 잘 보였다. 푸른 마나가 기둥에서부터 고렘에게 넘어가는 것을 말이다.

‘완전히 됐다. 이제 저 마나 축전 기둥만 더 만들면 되겠구나.’

일단은 재료가 부족하기에 다섯 개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움드, 사보이, 아르본 이 세 곳에 집중할 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나가 모이는 자연적 혜택 공간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움드는 신전을 밀어버린 곳이 그곳이었고 사보이는 거성 안쪽으로 천연수가 흘렀다.

세 번째로 아르본이 가장 강력했는데 신수에서 나오는 마나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이것을 충분히 만들게 되면 아르본에서 잔여분을 충전을 시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과정도 괜찮을 것 같았다.

‘중간에 태풍만 안 만난다면..’

범선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조금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바다에 가라앉아 버리면 되찾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말이다.

“엔츠.”

“공..공작님! 언제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엔츠는 그동안 교육을 잘 받았다. 적어도 시온이 하는 작업을 지켜본 그는 시온이 경고한 말을 머리 깊숙이 이해하고 있었다.

문제를 일으키면 직접 찾아가서 되갚아주겠다고 말이다.

지나가듯이 염려하는 마음에 한 번 해둔 것이지만, 엔츠는 그것에 연신 악몽을 꿔서 지금 눈이 퀭할 정도였다.

“그, 이 흑철을 얻었던 곳이 어디지?”

“난파가 되있던...”

“어디지?”

“목숨을 걸고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그렇지. 그리고 해적단을 꽤 소탕해야 할 거야. 아르본에서 알려준 횟수만 해도 열 번이 넘거든. 잘하길 바란다.”

우렁찬 답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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