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4화 (194/304)

일인 학살

“허허... 하늘이 돕습니다.”

팽팽한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켜줄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규모 모래 폭풍이 시작되는 거였다.

이런 모래 폭풍은 작은 허리케인을 동반하는데 당연히 인명, 물자 피해는 기준을 상회 한다.

이것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아주 간단했다. 단단한 건물을 기반으로 숨는 것이다.

어느 정도 방어 라인과 주둔지를 만들어 놓은 시온 측에는 피해가 없다고 봐야 했다.

반대로 바르셀 왕국의 형성되지도 못한 주둔지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몇 가지 조치가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모래바람이 몰아닥쳤다.

위치도 잘 작용을 했는데 바르셀 왕국의 부대를 정면 강타한 것이다.

‘이때가 기회지.’

물론 이 자연재해의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모래 폭풍이라는 것은 위치를 숨겨 주기도 하고 이때 공격을 하면 혼란이 극대화될 것이 분명했다.

단 여기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 있어야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아니, 다녀와야겠다.”

“?????”

“일인 유격이다.”

시온이 그렇게 말하니 그렇게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

시온은 그렇게 모래 천지인 밖으로 뛰었다. 잠시 뒤에 심연의 고렘이 빠르게 붙었다.

굳이 심연의 고렘을 대동하는 이유는 역시 이 모래바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잘 안 보이는데. 심하긴 심하군.’

시온이 봐도 심각할 정도의 바람. 몸의 가중을 늘리지 않으면 그냥 날아갈 정도다.

블랙홀 대마법을 쓰는 시온이 여기에 실려 가지 않을 정도의 마법을 거는 것은 다른 마법사야 놀라겠지만 쉬운 편이었다.

휘이이잉.

기감을 강하게 놓고 있는데도 여전히 방향 정도밖에는 잘 보이질 않았다.

‘한쪽은 버티고 한쪽은 이동하고 있군.’

이 정도 수준밖에는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시온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버티고 있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는데 움직이고 있는 자들이라면 바람에 날아다니고 있는 자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곳의 풍속이 세고 모래바람이 강하니 내버려둬도 피해가 대단하게 벌어질 거라는 것.

그런 생각이 들자 곧바로 심연의 고렘에게 신호를 보내고 그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모래의 풍속이 점점 이쪽으로 변하고 있었다.

‘굳이 안쪽으로 가야 하나? 대충 봐둔 지형으로는 오른쪽도 나쁘진 않은데.’

순간 잠시 멈추고 생각을 했을 정도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안전한 편이 좋으니까. 그렇지만 심연의 고렘이 멈추지 않고 가고 있기에 그냥 따라갔다.

고렘을 방패 삼아서 마나를 아끼면 되는 거였다.

‘뭔... 왜 이렇게 강해.’

오히려 바람이 더 심해질 정도. 마나를 키워서 이대로 대항해야 할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

보통 마법사라면 벌써 날아갔다. 어차피 시온이야 마나가 많으니 상관은 없지만. 이제는 돌아가기도 뭐했다.

이어서 뭔가 뭉쳐있는 것들이 느껴졌다.

‘너무 많잖아.’

생각보다 많았던 거다. 많은 자가 아무래도 대피하듯이 뭉쳐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온의 시야에 어렴풋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절벽 사이에 인간이 바글바글했다.

‘저기에 있군. 저곳을 무너뜨리면.’

간단한 전술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시온은 그것을 무너뜨릴 마법도 방식도 타이밍도 알고 있었다.

“넌 좀 가만히 있어라. 가까이 가볼 테니까.”

그렇게 조금씩 가까이 가던 시온은 곧 눈이 밝아졌다.

예상대로의 수만 명의 부대가 모여있었는데 정신없이 지휘를 하는 자는 바르셀 왕국의 지휘관으로 보였다.

입고 있는 옷이 그 정도로 화려했던 것.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왕인가?”

‘설마.’

이런 전쟁터에 왕이 오는 곳은 이곳의 관습대로라면 옳은 행동이긴 하지만 전투에 왕관을 쓰고 있는 짓을 하는 자는 별로 없다.

샤를만 해도 특수한 갑옷을 입고 있었지 왕관을 쓰고 있진 않았다.

즉, 교란을 위해 그렇게 준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다.

왕인 척해서 중요 인물인 척하는 여러 명을 둬서 상황을 혼란하게 하는 방법.

알바 대국에서 많이 쓰는 사막의 전술 중 하나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시온의 입가에 미소가 쓱 올라갔다.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 저 병력과 맞부딪히려면 골치가 아픈데 이런 모래 폭풍이라는 재해를 이용해서 이렇게 큰 타격을 입히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계획을 짜보자....’

몇 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하나는 그냥 블랙홀 마법을 써서 저곳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훨씬 부담이 크지만 시온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연의 고렘을 데려왔기 때문.

준비가 끝이 나고 시온이 앞으로 걸음을 걸었다.

심연의 고렘에게 대마법 블랙홀을 걸으라고 명령을 해뒀다.

약식이 아닌 정석으로 쓸 것이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시온은 계속해서 거리를 좁혔다.

결정한 계획은 이러했다.

‘내가 입구를 막고, 거기에 블랙홀 마법이.....’

그때 허리케인 하나가 시온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오우!!!”

갑작스러운 폭격에 깜짝 놀랐다. 바윗돌 하나를 잡아서 겨우 버텼고 그것이 쓱 하고 다시 오른쪽으로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그리고 시온이 등장하자 시선이 시온에게 쫙 몰렸다.

-아군인가?

-누구지?

-재해 영수인가?

온갖 질문이 빠르게 쏟아지는 와중 시온이 인간 형태라는 것을 깨닫고는 오지 말라고 소리를 쳐대는데.

“저희 사람이 아닙니다!”

“마법사! 공격해라!”

그렇게 화염 마법 몇 개가 시온을 향해 날아왔지만, 당연히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는 와중 기사 두 명이 빠르게 시온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머리통이 하나씩 간단히 박살이 나고 모랫바닥에 쓰러졌다.

“기사다!! 상대는 기사다!!!!”

“방랑자인가?”

시온이 모래 폭풍을 넘어서 공격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 상황.

대마법이 펼쳐졌다.

중앙 지점으로 블랙홀 마법이 펼쳐지고 시온은 한 움큼에 마나가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전 단계였다면 여기서 도망쳐야 할 정도로 마나 소모가 심했지만 칠 단계에 오른 시온은 이 정도는 넉넉했다.

돌이 사방에서 무너져가자 안쪽이 아비규환이 되고 있었다. 

모래 폭풍 덕에 안 그래도 지반이 약한 데 암벽이 깨질 정도의 강대한 마나가 집중이 되자 양쪽 암벽이 깨져가서 암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던 거였다.

쿠웅. 쿵.

몇 개의 큰 것이 떨어질 때마다 상당한 비명들이 들려왔다가 곧 모래 폭풍 사이로 사라졌다. 

‘여기를 내가 이제 막는 거지.’

순식간에 일어진 상황에 탈출구는 이제 시온이 있는 방향뿐.

벌써 시온은 다섯 명의 기사를 처리했기에 더욱 안쪽에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 좁아서 이곳을 넘어가려면 시온을 뚫고 가야 했다.

“...씨발! 어떤 새끼야!”

“어떤 미친 새끼야!”

그렇게 혼란이 가중되고 무너지는 암벽이 일차적으로 쏟아지니 순간적으로 대량으로 사망한 부대가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시...시온 니벨룽!! 시온 니벨룽 입니다!!”

누군가가 시온을 알아봤다. 이런 상황에서 용케 알아본 것이다. 다들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실 나라고 해도 못 믿지.’

“달려들어!!”

세 명이 서야 하는 입구이기에 시온은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거대한 드래곤 브레이커가 한 번에 두 명의 몸통을 쓸고 생명을 끊었다.

“!!!!”

그렇게 세 번 다섯 번 충돌은 있었다. 시온은 반복적으로 망자를 늘려갔다.

다만,

‘너무 많아서 이대론 안 되겠다.’

시온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수가 많았다. 마나가 이중으로 드는데 시온이라고 해서 이틀 연속 이곳에서 서서 이렇게 할 수는 없었다.

블랙홀이 계속해서 무너지곤 있었지만, 앞부분은 시온이 처리해야 하는 상황.

‘저번에 연습한 그걸 하는 게 맞겠지?’

저번에 연습한 것은 드래곤 브레이커에 전격을 담을 수 있느냐는 거였다.

물론 그런 장비도 꽤 있는 편이긴 하지만 시온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천둥을 담는 거였다.

직접 마법을 운용하면서 담는 것이기에 자체 무기에서 나오는 것하고는 비교하기 힘든 파괴력이 나올 것이라고...

진짜 될진 모르겠지만 예측하곤 있었다.

시온이 하려고 하는 것은 그런 거였다. 마음을 먹은 건 삼십 명이 죽은 적들이 패닉 상태에서 시온을 보고 있을 때였다.

곧 시온에게 다른 방대한 마나가 일어나면서 천둥이 내려쳤다.

“공격해라!!!!!”

다시 시작되는 공세. 기사고 병사고 안 가리고 다시 시온에게 뛰어들고 있는데 시온이 그것을 내려쳤다.

강대한 전류가 급성장한 드래곤 브레이커에 담겨서 바닥에 찍혔다. 달려드는 자는 그대로 망자가 됐다.

엄청난 전류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주변 암벽을 박살을 냈다.

‘잠깐만 마나가 너무 드는데???’

자칫 잘못 하면 시온도 탈진해버릴 정도의 마나 소모.

대마법을 두 개나 단독으로 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코논이 얼마나 물건을 잘 만들었는지 이제야 확인을 했고, 양쪽 암벽이 마저 무너지면서 이차, 삼차 사태가 계속해서 일어났다.

‘잠깐만 나도 위험하다.’

무너지는 속도가 대단했기에 시온도 바로 도망을 쳤다.

그리고 맨 앞에 있는 자들을 처리했다. 아직 그 정도는 가능했다.

이어서 왕관을 쓰고 있는 자의 얼굴에 메이스를 꽂았다.

“죽진 않았군.”

이어서 나오는 데로 병사 복장이 아닌 자들에게 걸어갔다.

“항..항복하겠습니다!!”

“시온 니벨룽 공작님! 항복입니다!!!”

“뭐야, 너희 나 알고 있었나?”

말한 자도 설마 했는데 시온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기절할 정도였다.

기괴한 소문이 많긴 한 자의 소문이 오히려 적게 알려졌다는 사실이 이제야 드러났지만 이젠 소용이 없었다.

기사들도 뒤에 있었지만 이미 기진맥진해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게다가 모래 폭풍도 여전해서 숨쉬기도 곤란했다.

“도망가거나 움직이면 바로 죽인다. 그렇게 알아둬라.”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달렸다. 시온은 랜스 하나를 던져서 맞췄다.

이 먼 거리에서 기사 중에서도 정점에 올라야 만이 할 수 있는 묘기.

그 정도이니 이제는 서로 눈치만 볼 뿐 허튼짓을 하는 자는 없었다.

‘됐군...’

시온은 그들을 묶을 줄을 던졌다.

“서로 묶어라. 너희는 지금부터 내 포로다.”

시온이 선언을 하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서로서로 묶었다.

시온은 완전히 무너져버린 암벽지대를 흘깃 지켜봤지만, 여전히 모래 폭풍 덕에 흔들거릴 뿐 망자 외엔 살아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바로 모래 폭풍만 잦아들면 공격을 해도 되겠는데.’

팽팽했던 전력이 거의 와해한 것인지라 그냥 방향만 잡으면 되는 정도다.

게다가,

시온은 벌벌 떨고 있는 왕관을 쓴 남자를 봤다.

“네가 바셀론 왕인가?”

“그...그자는...”

뭔가 지렸는지 발음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시온은 그럴 수도 있다곤 생각했다.

왕들이 샤를처럼 다 용맹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독립 지에서 이제 막 왕을 칭한 자이니.

시온 같은 경우이거나 누가 따로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그건 이제 차차 알아봐야겠지만.

“왕은... 죽었습니다.”

“?”

“.......진짜입니다.”

‘그 전략이 맞나 보군.’

사막 지역에서 한다는 혼란을 주기 위한 그 전법 말이다.

그런데 어째 뒷말이 이상했다.

“방금, 랜스를 맞췄던 그분이 바로 바셀론 왕입니다.”

“뭐라?”

이런 실수이긴 했다.

살려두려면 살려둘 수도 있었는데, 시온이 얼른 다가가서 상태를 봤는데 이미 답이 없었다.

‘뭐 이것도 좋긴 한데. 일단 챙겨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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