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첩 준비
구동핵이라...
당연히 고대의 구동핵이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구동핵이었다.
“분명히 구동핵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작동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형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줄 터이니 한 번 조사해 봐라.”
시온은 오르도에게 구동핵을 넘겼다. 그의 수준이라면 분명 금방 핵의 사용법 정도는 알 수 있을 거였다.
그 정도로 오르도의 수준은 나날이 향상됐다.
이제는 고위계 마법사를 목전에 두고 있을 정도였다.
시온이 여러 정수와 마탑의 비법을 나름 키워야 할 자들에게 그냥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에슬린이나 마리온이 준 것이긴 했지만, 이들에게는 그만한 보상을 안겨줬다.
서부와의 갈등이 잘 해결이 되면 본격적으로 백작위를 나누어줄 계획이었다.
그리고 오르도가 시온을 찾아왔을 때 시온도 놀랄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구동 핵이긴 한데, 특별한 것입니다. 자세하게 뭔가를 가르쳐줄 수가 있는... 그런 겁니다.”
“음?”
그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즉 구동핵이긴 한데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현재 고렘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라는 거다.
일단은 서부 공략이 바빴기 때문에 잠시 포기했던 구석이 드러난 셈.
즉, 시온이 던져준 새로운 화두에 해결법이었다.
고렘의 생산력을 증강 시킬 수 있다.
시온이 가지고 있는 삼십오기의 고렘은 건축에는 큼직한 것이 많아서 나쁜 효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도를 만들 때도 고렘의 역할은 한정적이기에 상관이 없다.
가도라는 것도 대부분은 길을 만들기 위한 장소를 파내고,
그곳에 차례차례 알맞은 돌들을 부어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금 제국보다 빠른 속도로 가도를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이번에 얻은 사보이 지역과 시온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구스타와 움드를 잇는 대 가도가 단숨에 만들어졌다.
여기에 고즈만 군사 주둔지와 연결되는 새로운 가도가 지금 진행되는 과정이었고 지금 투입된 고렘이 하는 일이었다.
생성된 철광을 사보이 지역까지 무사히 옮기게 하기 위한 것이다.
시온은 몇 가지 도시계획을 바꾸었는데 처음엔 움드를 수도로 정하고 이곳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적인 부분이나 자원적인 측면에서 사보이 쪽이 나았기에 움드는 특화 도시로 발전시키는 정도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이를테면 교역, 무역 도시의 거점이다.
그쪽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접해있는 대형 세력만 해도 네 곳이었고...
어쨌든 이런 인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수단인 고렘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정작 채굴 현장에는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비슷한 작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제대로 된 고렘에 실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방법이 있지.”
“???”
시온은 오르도에게 알리지 않은 강철 고렘에 깃든 드류의 존재에 대해서 알리지 않았다.
세 번째 비술은 앤드류가 만들어 놓은 움직이는 지식의 집약체였다. 그러니까 대충 그런 방향의...
시온도 아직은 확실하게 감이 오질 않았다.
다른 비술과 달리 아직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기에.
작업 중이던 강철 고렘을 부르고 드류를 호출했다. 정령 형태의 물 덩어리가 만들어지더니 시온의 앞에 왔다.
“이게 뭔지 알겠나?”
물 덩어리가 시온이 가리킨 구동핵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저번에 안 사실.
‘이 녀석은 성장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도 어느 정도 교류가 가능하지만. 일단은 설명을 좀 해줘야 한단 말이지.’
그런 고대의 것과 현대의 것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정도로 시온은 보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애매한 이유는 앤드류가 이것을 만들었을 땐 상당히 미완성이었기에 그랬다.
거의 시온이 억지로 가동한 것이고 세 번째 비술은 시온이 나머지 두 비술에게서 얻은 깨달음과 시온의 도전이 크게 작용을 했다.
오르도에게 대강의 설명이 넘어간 이후 뭔가 반응이 오는 것 같기는 했다.
그리고 시온의 앞에 와서 알았다는 듯이 휘적거린다.
“뭘 알았지?”
이어지는 것은 녹 반지에서 보여줬던 방식의 홀로그램 같은 방식의 설계도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설명은 약간의 그림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시온이 저번에 주문했던 바로 금광 채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였다.
상세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거의 세 살배기 수준의 작업에서 이제 청소년 수준의 이해도 작업이 펼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 역시 하나의 혁명이었다.
오르도가 보더니 숨쉬기 곤란한 모양이었다.
“오르도. 숨 쉬어라.”
“예. 후아..”
“일단은 이 설계도를 받아다가 사보이 거성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보강해서 지어라. 그리고 이 구동핵을 시키는 데로 집어넣고.”
거의 마법사로 구성되어야 할 고도의 작업물이었다.
그 정도로 룬 문자가 많이 들어가나, 생각보다 설계도가 자세해서 금방 할 수 있을 듯싶었다.
‘기존 구동핵을 세 번째 비술에 집어넣고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는 구조인가 보군.’
시온은 이제야 용도를 안 것 같았다.
재료가 좀 까다롭긴 하지만, 삼십 칠기를 채울 정도의 물량을 창고를 탈탈 털면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결정되고 나서 오르도는 곧바로 시온의 특수 임무를 맡고 바로 전선에서 이탈했다.
시온은 니벨룽 기사단을 출진시켰다. 모두 기병으로 이루어지고 이번에 대규모 편성을 해서 신참 기사들로 이루어진 기병들이었다.
“가서 나머지 병력을 짓밟아라.”
시온이 내건 명령은 간단했다.
병력의 상당 부분을 잃고 수뇌부를 잃고 악재가 겹친 바르셀 왕국의 군대는 벌써 제각기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다섯 군데로 부대가 갈려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알바 대국을 덮치기 위해 움직인다.’
정보를 알고 나면 준비를 할 수 있는 법.
게다가 이번에 고렘을 이용한 전술은 실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간단한 가도를 만들며 대군을 움직이는 것이다.
군대를 움직이면서 그 군대에 먹일 만한 수송 물자를 쉽게 나를 길을 깔면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지형적인 작전을 실행할 예정. 그룬벨이 너무나 자세하게 알려준 탓에 알바 대국이 진입해 오는 경로가 뻔하게 보였다.
ㆍㆍㆍ
모래 폭풍이 가셨고 시온은 재빠르게 군대를 이동시키면서도 약간의 정찰할 만한, 기사들과 함께 미리 전투 지형을 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온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준비 작업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특히 아르강 전투에서 그 언덕 지형을 활용해서 엄청난 교환 이득을 본 것이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정찰을 가장 먼저 중요시 하고 직접 나왔다.
격렬한 물살!
시온이 이곳에서 보고 있는 것은 강한 물살의 흐름이었다.
그리고 얼핏 몇 가지가 떠올랐다가 이어서 압축이 되어갔다.
고렘을 활용한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한 것.
“의견 있나?”
시온이 에릭과 코르도바, 어레이, 에슬린, 마리온을 보면서 말했다.
논의는 치열하게 이어졌다. 대부분은 기존에 하고 있던 것처럼 강을 끼고 축성을 하여 단단한 방어진을 형성하자는 거였다.
‘딱히 결론이 나지 않으면 이게 좋긴 한데.’
그때 어레이가 특이한 의견을 내세웠다.
“이 유속 정도라면 댐을 지어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을 막자는 거다.
그룬벨이 준 정보는 워낙에 자세하고 정확했다. 아예 봉신으로 들어오기로 작정을 한 탓이다.
심지어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머지 다섯 명의 공작들의 약점과 그들에게 도달해야 할 수송 부대의 경로까지 알려준 상황.
니벨룽 기사단을 보냈으니 이들이 정말로 뒤부터 들어가 수송부터 끊을 예정이었다.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이 신임 기사들이 얼마나 잘할지는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다만 니벨룽 기사단이 그다지 나쁜 급이 아니란 것은 상당히 과하게 돌아가던 성미셀 기사단이 전신이라는 거였다.
즉 상당수가 성미셀 기사단이었고 그중에 시험을 해봐서 자격을 갖추면 선임 기사로 집어 넣어놨다.
어쨌든 이들의 성과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나는 둑 쪽이 좋을 것 같다.”
시온이 결국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지금 고렘까지 데려온 터라 바로 이것으로 둑을 만들면 됐다.
한 가지 이것을 선택한 이유라고 한다면 이곳에 간이 축성을 해서 역포위 전을 한 전략은 이미 아르강에서 썼기 때문에 이들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작업은 바로 이어졌다.
돌덩이는 많았다. 애초에 서부 지역이 돌덩이투성이 인지라. 돌 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가 않았다.
시온은 돌이 쌓여 강을 막아가는 것과 이것을 무너뜨릴 방법에 대해서 고심을 했다.
“마리온, 에슬린. 너희가 해줘야겠다.”
둘의 대마법이 동시에 들어간다면 둑이 간단히 터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물이 모였다가 한 번에 터지듯이 나갈 것이다.
‘대충 그림은 나오는데.’
병력은 숨겨 놓고 대충 자신이 알바 대국에게 결투 도발을 한다면 충분히 이들을 자신을 노리게끔 할 수 있었다.
그때 둑을 터뜨린다면...
대략 몇 가지가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그때 해결해보기로 하고 쿵쿵거리며 완성이 되어가는 둑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시온은 병력을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 숨겨놨다.
이곳에 흐르던 일강의 지류 한 곳은 이제 거의 메말라 버린 상황이다.
둑은 성공적이었고 그곳을 터뜨리기 위한 진도 준비를 해놨다. 혹시 몰라서 시온은 심연의 고렘을 근처에 대기시켜놨고 천둥의 필드를 만들어놨다.
대마법 세 개가 터지면 필시 둑이 터질 것은 분명 했다.
“휘유. 많군.”
슬슬 등장하기 시작하는 알바 대국은 삼십 만에 다다르는 병력으로 보였다.
실제로 삼십오만이라고 했으니 바르셀 왕국과 합치면 성벽이 튼튼하기로 소문이 난 아르본 항구도시라고 해도 털어버릴 수 있었다.
‘아예 작정한 게 맞는구나. 즉 그룬벨 공작의 얘기가 다 맞는다는 거지.’
그룬벨 공작이 말하길 아르본 항구 도시를 바르셀 왕국이 가져가는 것은 빌미에 불과하고 사보이 지역까지 밀고 들어올 거대한 침공 계획이라고 했다.
이유야 간단했는데 시온이 가지고 있는 것인 1급 금 생산지대를 자기들이 차지하려는 것과 시온이 소유한 고렘을 모두 빼앗으려는 것,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이유에서였다.
알바 대국은 이 정도로 끝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세 지역 전부를 침공할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보이 지역을 확보만 하게 되면 카페부터 다양한 제후의 영지와 맞닿게 되는 교두보이니...
시온과 기사 몇 명이 깃발이 꽂힌 곳에서 서있자 상대의 군세가 드디어 멈췄다.
그 군세가 멈추고 양옆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보이며 시온에게 기사 하나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너는 누구냐!”
“시온 니벨룽.”
“!!!!!!!!!”
“돌아가서 전해라. 이곳에서 나와 결투를 하고 싶은 기사를 원한다.”
“무패의 기사! 천둥이 택한 자! 시온 경을 뵙게 되어 영광이외다!”
뜻밖에 금방 기사는 믿었고 곧바로 달려나갔다. 시온은 이들이 과연 의심하지 않고 이곳에 건너올지의 여부가 궁금했다.
“대충, 끌어오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지.”
“안 오면?”
에릭이 물었다.
“직접 가서 잡아와야지.”
“........”
현재 알바 대국에서도 많은 장군이 이 같은 문제를 다루려고 하고 있었으나 이미 더 큰 일에 묻혀버린 상황.
시온 공작이 직접 결투에 나왔으니 기사를 골라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