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화 (197/304)

일강 대첩

알바 대국의 황태자인 고드 부르스는 부르스 가문의 거대한 특질을 물려받아 튼튼한 체격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져 있진 않지만, 영재라고 칭송받는 머리에 개인의 종합적인 능력이 군주 가문의 일개 군주가 아니었다.

아직 명성을 널리 알리진 못했지만, 능력적으로 본다면 널리 알려진 벨저의 절정기와 흡사할 정도.

벨저가 가지지 못한 알바 대국의 보물이란 보물을 다 두르고 있는 그를 결투에서 이길 자는 제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가 단지 지금까지 웅크리고 있던 것은 할아버지의 유언과 예언 때문일 뿐이었다.

그게 얼마 전에 부고하게 되면서 그의 족쇄가 풀린 상황이었다.

그동안의 갈망과 철저히 준비해온 최강의 군대로 제국을 강타하겠다는 야심을 먹은 상황.

게다가 그 구성원도 이미 세대를 넘친 준비를 한 끝에 기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버지 때부터 기사단을 하나씩 창설하고 다룰 때마다 항상 제국의 오래되고 강력한 기사단과 기사 수도회와 정면으로 회전할 것을 염두 하고 압도하기 위해 만든 그런 기사들이었다.

“드디어 일강을 넘어선다!”

일강은 희한하게 말라 있었지만 고드는 거대한 체구를 넓게 펼치며 그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

“드디어! 이 오랜 준비의 결실을 맛보게 된다!! 부르스 가문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된다!!”

그의 목소리는 고무적이었다. 그럴 만한 자원과 준비 인원 그리고 그것을 지휘해야 할 자신도 충만한 상황.

일강이 말라 있다는 것에 의문을 들긴 했지만, 상황이 미묘했다.

“시온 니벨룽은 그 자신이 대마법사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러니 일강을 넘어가는 것은 좀 더 조사를 해보시고 나서야...”

논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두 가지 의견이 팽팽했는데 일강이 단순히 모래 폭풍에 날아가 버렸다는 의견도 컸다.

고드 부르스 역시 그쪽이었다.

“하늘이 알바 대국의 출사표를 돕는 것이지!”

그가 호탕하게 웃고 부하들은 그런 새로운 군주를 믿는 그런 분위기. 그때 난대 없는 소리 하나가 이들에게 끼얹어 들어온다.

“시온 니벨룽이라 칭하는 자가! 지금 한복판에서 결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아니 어린애라고도 하지 않을 그런 판단이었다.

“지금 가보셔야겠습니다. 확인한 기사가 시온 니벨룽이 확실해 보인답니다.”

고드 부르스가 그곳에 가고 나서 든 생각은 몇 가지는 거짓말 같다는 점이었다.

기사로서의 명성은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지만... 한 톨의 마나도 느껴지지 않던 것이다.

이곳에서 의례 과장되고 포장되는 일이 하도 빈번해서 시온도 그렇게 보려고는 했는데.

“무패의 기사란 말은 맞는 것 같군.”

혼자서 삼십만 대군의 앞에 선다는 것이 어디 담력 가지고 될 일인가.

뒤에 보니 병력도 한 줌 밖에 되질 않아서 목숨을 내놨다고밖에는 보이질 않았다.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인가.”

“바르셀 왕과의 전신이 끊길 정도로 거센 모래 폭풍이긴 했습니다.”

그러니 이들은 시온의 군대가 모래 폭풍 때문에 바르셀 왕국과 같이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밖엔 없는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던 지휘부는 안도의 한숨과 유머를 던질 정도.

“시온 니벨룽이 보낸 기사가 아니겠습니까?”

“갑옷까지 빌려 입은 것으로 보아 상당히 급한 모양입니다.”

“그 잘난 시온 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엔 어쩔 수 없이 기사의 목숨을 희생시키는군. 껄껄.”

이러니저러니 이야기는 일사천리가 되었고 그래도 시온 공작의 명예를 생각해서 가장 강한 기사를 내보내기로 했다.

“분부만 주신다면.”

그리고 나온 남자는 윌리엄이라는 자였다. 알바 대국에서 단 한 번도 결투에서 져본 적이 없는 전적은 시온과 같은 자였다.

“윌리엄이라면 알바 대국의 대 침공의 서막을 맡길 만하지요. 제 큰 조카가 드디어 시온의 전적에 금을 내게 생겼군요. 껄껄.”

그가 그렇게 자신할 정도로 솔직히 윌리엄의 전투 능력은 고드 부르스도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드 부르스 역시 그런 윌리엄과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

고드는 몹시 자신이 직접 나가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 윌리엄을 내보냈다.

ㆍㆍㆍ

‘뭔가 듣던 것 이상인데..?’

시온은 알바 대국이 몰고 온 대규모 군세를 보면서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바르셀 왕조차 속인 것이었다. 그룬벨도 어느 정도는 속았다고 볼 수 있긴 한데...

‘내 입장에선 그렇게 나쁘진 않지.’

그룬벨이 예상했던 전력이 시온에게 아예 상대가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마 저들의 진짜 전력에 대해 목격을 했다면 시온에게 협력했을지 아닐지는 미지수였다.

그 정도로 하나하나가 정예였다. 당장에 기사들의 수준만 봐도 제국에서 이름이 높은 기사단이나 기사 수도회가 생각날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고 대략의 분위기가 잡힌 상황에서 결투가 시작됐다.

시온은 윌리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기사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알았다.

샤를이 데리고 있던 어떤 기사 중 단독으로 윌리엄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을 거였다.

시온이 그렇게 상대의 틈을 보고 있을 때 그의 검에서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음?”

“가짜 시온 니벨룽. 네 녀석을 고드 대왕께 바치는 첫 선물로 가져가겠다.”

꽤 대담한 발언을 하는 자였는데 시온은 그의 거대한 검이 최상위 전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반 검으로 막기만 해도 동급의 검이 아니거나 마법에 대한 방어력이 조금만 낮아도 감전이 될 정도 위력의 검이었다.

‘현 제작 기술로는 아마 안 될 것이고 고대 유적에서 얻은 명검이군.’

속성 마법이 서려 있는 검은 다른 보조 마법이 걸려 있는 검보다 제한이 많기 마련이었다.

보통 기사는 마나를 모으지 않기에 별도로 마나를 대용해줄 수 있는 값비싼 보조 도구도 잔뜩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러니 저런 것을 가지고 있고 단련된 기사의 전투력은 전쟁 필드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보병대를 파괴할 수 있다.

“몇 대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 가짜 녀석아!!! 너 같은 녀석이 시온 경일 리가 없다!!”

본격적으로 달려드는 녀석을 보며 시온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

왜 자꾸 내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건지.

확실히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아 서쪽 지역의 사람이 맞기는 맞는 모양.

‘일단은,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해 보자면...’

시온은 지금 고민하고 있었다. 이 녀석과의 결투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바로 난입을 해서....

‘집중해야 했군.’

생각보다 강대한 전력과 힘이었다. 첫 번째 교환이 일어나고 나서 다섯여 번의 충돌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흠...’

“과연 이름을 빌려올 만하다 이건가! 그리고 네놈 장비가 대단하구나!!”

대 마법 방어진만 두 개가 있다. 롱기우스의 갑주에 시온이 들고 있는 드래곤 브레이커도 그것이 걸려 있다.

그런데도 저릿할 정도다.

‘그런데 이 자식이 진짜.’

최대한 타이밍을 재며 시간을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던 시온의 뚜껑이 열렸다.

윌리엄의 도발이 상당히 찰 졌기 때문이다.

결국, 저지르고 말았다.

전격계 상위 마법이라고 해도 이미 최상위 대마법을 깨우친 시온에게 있어서 격이 낮았다.

천둥을 직접 불러 무기에 깃들게 해서 공격할 수 있는 시온에게 있어서는 전격계 마법 공격으로 윌리엄에게 밀린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

“설마... 진짜인가...?”

지금까지 겁이라고는 모르던 윌리엄의 얼굴에서 한줄기 두려운 빛이 흘렀다.

시온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그가 알고 있는 상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쿠르릉..

마른하늘에 웬 기이한 소리일까.

“거...거기까지. 멈춰...”

결투 중에 어떻게 멈춘단 말인가.

시온은 일격이 떨어졌다.

아직 존재라고는 바르셀 왕국의 생존자 몇 명밖에는 없는 그 공격이었다.

순간 벼락이 번쩍하고 수십만의 인원이 앞을 잠시 보지 못했다. 거대한 소리와 이곳저곳이 난리가 나서 수증기가 올라왔다.

“대 마법 방어 장비를 덜 챙겨오다니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시온이 쓰러진 윌리엄에게 한마디 했다. 어차피 대답이라고 돌아올 리가 없었다.

시온의 그 모습을 보자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오해가 단숨에 풀릴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을 일격에 보낼 기사라고 한다면 시온 밖에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윌리엄의 생사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 시온이 윌리엄의 무기인 번개 바람을 챙기는 것을 보고 고드 부르스가 소리쳤다.

“저.. 저 녀석이!! 번개 바람을 누가 되찾아 와라!”

“고드님. 저희 셋에게 그 영광을 맡겨 주십시오. 저희 셋이 시온을 공격한다면 그의 목을 가져와 바치겠습니다.”

“세 명이 전부? 이 얘기가 퍼지게 되면.”

“상관없을 겁니다. 시온 경이 여러 명과 동시에 싸웠다는 얘기가 많지 않습니까.”

그랬다. 시온이 벌였던 여러 결투, 일대 다의 결투와 연속결투가 유명해져서 시온이라면 굳이 일대일을 해도 되지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니 이런 필요한 상황에 맞춰서 해도 상관이 없었다. 알바 대국으로서는 애초에 목표가 제국을 침공해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었으니.

“그래, 경들. 경들이 명예를 희생하고 알바 대국을 위하는 바를 잘 알겠으니 허락한다.”

“예. 대왕님.”

그리고 세 명의 기사가 쏜살같이 시온에게 달려갔다.

세 명의 기사 역시 모두 속성 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고, 조금 전 윌리엄과는 달리 대마법방어 장비를 잘 챙기고 출격을 했다.

그렇게 미리 시온의 공격을 방어할 만한 준비를 다 하고도 이들 모두 망자가 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 대체 무슨 일이! 저들을 이런 곳에서 잃다니!!”

동쪽을 침공하려는 대계획에 있어 하나같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자들이었다.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시온은 한 가지 아차 싶은 생각에 고민 중이었다.

‘시간을 끌면서 더 끌어왔어야 했는데, 흠.’

시온은 다른 자에게서도 속성 장비들을 챙기며 동태를 봤다. 이대로 경계하게 되면 오히려 지금 한 짓이 허튼짓이 되는 거였다.

최대 목표는 이들을 끌어당겨 적당한 타이밍에 쌓아둔 둑을 터드려 공격하는 거였다.

‘이렇게 된 거 공격할까.’

대충 높은 인물이 누구인지는 이제 눈에 보이는 상황. 그러니 저기를 목표로 해서 달려들면 분명히 반응을 얻을 수 있을 터.

결정을 내린 시온이 세워둔 적마를 타고 전면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것이 고드의 자존심을 긁었다. 아무리 시온 공작이 강력하다고 해도 이 바다 같은 군세를 향해 돌진하는 것은 너무 자기를 무시했다고 말이다.

“시온 공작을 잡아라!!!”

명령이 내려지자, 숙련된 장군들이 일강을 건너라는 명령까지 내리게 되었다.

너무 유능한 장군들도 때로는 그것이 독이 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순간 지진이 난 것 같은 울림이 곳곳을 가득 채웠다. 시온은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러면 바로 후퇴지.’

애초에 목적이 이것이었지 굳이 안에 들어가서 위험을 지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꿔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온에게 있어서 기사도는 엿 바꿔 먹는 수준 밖에는 되질 않으니.

시온이 용맹한 돌진이 갑자기 멈추고 돌아서자 시온을 쫓는 비웃기 시작했다. 무패의 기사로 이름이 높은 시온이 보여주는 추한 행동이었기에 말이다.

일대일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뛰어난 자도 이렇게 많은 수의 차이가 있다면 중과부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만사의 진리.

그러니 이들이 더욱 신이 났다. 그리고 시온은 이들의 흐름을 보기 위해 그리고 더욱더 흥분시키기 위해 적마에게 말했다.

“속도를 맞춰라! 무슨 뜻인지 알지?”

적마는 영수마이기에 시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저번에도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곧 거리가 빠르게 좁혀져서 아슬아슬한 거리가 만들어졌다. 시온은 뒤에다가 때때로 간단한 마법을 만들어 던졌다.

아주 간단한 탄환 마법들이기에 그렇게 공격력은 높지는 않지만, 달려오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니 맞은 녀석은 그대로 다른 자들과 충돌해서 사고가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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