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8/304)

일강 대첩(2)

시온이 해야 할 일은 이 정도의 아슬아슬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코르도바가 알아서 조율하고 있을 것이다. 니벨룽 기사단도 최대한 돌아서 오고 있을 것이고.

천둥 필드.

시온이 미리 설치해둔 자리에 적들이 오자 시온이 본격적으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금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쾅!! 콰쾅!

하지만 마나를 아껴야 하기에 단순한 위협용 정도밖에는 되질 않는다. 사실 그러려고 한 것이기도 했고.

마법사도 상당수 데려왔는지 뭔가 대마법을 써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애초에 각을 잡고 써야 하는 것이 대마법이었다.

시온 같이 고속이동하고 있는 자를 잡기 위해서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시온이 일강을 완전히 건너서 넘어왔고 구릉 지형을 살살 올라가면서 뒤를 봤다.

물이 찰랑거리는 수준이라, 그냥 넘어가면 되지만.

‘일단은 대규모 도하라고 해둘까. 정말 엄청난 광경이네.’

끝도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이 사슬에 연결된 것처럼 밀려오고 그 공간을 낭비를 줄이기 위해 길게 가로로 퍼져 있었다.

차라리 일자로 오게 됐다면 상관은 없었을 듯하지만, 

오히려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길게 배치하면서 한 번에 도하 한 후 진형을 잡아버리려고 하던 시도가 지금 상황을 아주 적기로 만들고 있었다.

시온은 앞에서 메이스를 들고 앞에 달려오는 기사의 머리통을 날렸다.

우득.

달려오던 말과 함께 그대로 몸이 허물어져서 쓰러진다. 이어서 시온은 순식간에 다양한 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여기저기서 시온의 이름을 부르며 공격을 해댔다.

앤드류의 행동각인비술이 오랜만에 최대치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일대일이 아닌 일대 다에서 오히려 앤드류의 비술이 빛이 났다. 

쉴새 없이 물 흐르듯이 공격을 흘리거나 반격하면서 죽이는 자들을 늘려나갔다.

급성장을 통해 드래곤 브레이커로 한 방에 이곳의 길을 열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 목적은 그것이 아니니 이렇게 이런 식으로 싸운다.

그리고 심연의 고렘이 둑을 무너뜨리며 서야 할 대마법에 대한 마나의 여비도 남겨놔야 했으니 말이다.

“빌어먹을 동부의 기사!!”

“맙소사. 사람이 이런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공격해! 공격해! 잡은 자에게는 시온 공작의 공작위를 내리겠다는 대왕의 전보다!”

당근은 사람을 춤추게 하는 법이다. 시온이 보여준 실력에 움츠러들었던 용맹한 기사들이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 시온에게 달려들었다.

사실 공간의 눈으로 심연의 고렘쪽을 잠깐 보고 싶긴 한 것도 있긴 했는데.

‘코르도바가 신호를 주지 않은 것을 보니 아직은 여기서 더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것 같고...’

처리하는 속도보다 기사들이 주변을 둘러싸는 속도가 더 빠른 수준이다. 

그나마 좋은 점은 둘러싸는 기사들이 공격을 당할까 봐 고위 마법사들이 시온을 향해 대마법을 쓰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그때 드디어 신호가 왔다.

어떻게 보면 시온을 끝까지 믿은 코르도바의 판단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코르도바도 죽을 맛이었고 현재 치열한 논쟁에서 이겨서 끝까지 타이밍을 기다린 상황이었다.

계획과 다르게 시온의 몇 가지 돌발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과 좋은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시온 공작님을 못 믿나? 공작님이 하신다 하면 반드시 활약을 해주실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벗어날 것이고.”

그 정도로 코르도바는 시온에 대해 높게 생각하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완벽한 타이밍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시온의 마나가 움푹 빠졌다.

대기해 두고 있었던 심연의 고렘이, 그리고 그곳에 있던 마리온과 에슬린이 대마법을 연속적으로 펼쳐 둑을 터뜨린 것이다.

쿠르르릉. 쾅!

여러 가지 복잡한 소리가 말라붙어 있는 일강을 연신 울리고 땅을 진동시켰다.

이들은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자가 다수였다.

시온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제 전선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이제 방향을 모르겠다는 점인데.’

너무 많고 생각보다 마나를 많이 써서 한 군데를 잘 골라야 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결정해야 했다.

둑을 터뜨렸으니 물이 몰려온다는 뜻. 마나가 비자 시온은 본능적으로 드래곤브레이커에 급성장을 걸었다.

여기에 다시 벼락의 기운을 넣고...

이런 혼란한 와중에 기사들의 얼굴이 이게 아닌데 같은 얼굴이 되어간다.

죽음을 감지한 것이다.

천둥이 제대로 한번 내려쳤다. 

시온이 소리쳤다.

“가자!”

이제 정말로 마나가 간당간당했다. 아까부터 아낀다고 했는데 이번 일격이 컸던 것.

전기로 지글거리는 지면에 길 하나가 쭉 열렸고 아무런 고민 없이 시온이 그 방향을 향해 적마가 움직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물이 밀려오는 소리가 났다. 무슨 거대한 것이 밀려오는 소리였다.

그제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것을 안 자들은 난리가 났다.

“후...후퇴를!! 아니 대왕께서만이라도 도주를 하셔야 합니다!”

고드 부르스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됐다. 그리고 좌우 옆을 봤다. 수도 없이 반복 연습했던 일강의 도하 작전이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대부분이 이 거대한 흐름에 삼켜질 것이 분명해진 상황. 어떠한 행동이라도 해야 했으나 답이 보이질 않았다.

세대를 거쳐 넘어온 강대한 부대가 강 하나 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전투 한번 하지 못하고 여기서 수장될 위기였다.

그리고 붉고 거대한 말을 타고 빠르게 빠져나가는 시온의 뒷모습을 봤다.

전율!

이 모든 것이 저자의 작전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서 멍하니 있는 대왕을 강제로 기절시켜 데려가려고 그의 장군들이 달려드는데, 그 위로 검은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콰아아-

시온도 물의 격류에 맞을 정도. 그렇게 빨리 움직였는데도 이렇게 됐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

적마랑 분리가 되었고 적마는 적마대로 시온은 시온대로 빠르게 흐름에 실려 가다가 재빠르게 나왔다.

시온의 근력이 여기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아무리 초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는 갑주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이런 급류에 잠시라도 휘말리는 것은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시온은 격동하는 일강과 둑이 연차적으로 터지며 커지는 범람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나며 뒤를 돌아봤다.

그 많던 군세가 깡그리 휘말려서 온데간데없었다. 겨우 목만 내밀고 있는 자들도 그다지 좋은 결과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일강은 폭이 넓고 깊어서 여기를 도하 하려면 제대로 된 도구가 있어야 했는데 시온이 교란한 나머지 그런 장비 없이 대오만 갖춰서 물자를 끌며 들어오다가 이렇게 맞아 버린 거였다.

“흠. 미쳤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대단한 결과가 나올지는 몰랐다. 일일이 죽이려고 한다고 해도 삼십 만쯤 가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그런 인원이었다.

아무리 병력을 보강했다고는 하나 시온도 지금 가지고 있는 보병대들로 섬멸하려고 해도 머리를 잘 짜야 했고..

“공...공작님!!!”

코르도바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괜찮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제 상태를 물어보십니까. 그런 농담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죽어도 시온 공작님은 반드시 살아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상류 쪽에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이 슬슬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숨겨두었던 보병대가 하나씩 장창을 들고 사냥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무서운 면이 있단 말이지.’

코르도바의 보병 운영 능력은 솔직히 시온도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돌발상황의 연속이었을 것인데 거기에 적당한 배분까지 다 해서 저렇게 잘게 보병대를 흩어놔서 사냥 구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론... 아래쪽도 준비되었겠지?”

어차피 본격적인 사냥은 아래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이 그나마 발악을 하면서 기어 올라올 것이니까 말이다.

“어레이 경에게 보병대를 맡기고 아까 보냈습니다. 아마 잘할 겁니다.”

그나저나 살벌한 광경이었다. 

여전히 목을 내밀고 있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이들이 타고 오던 말들도 섞여 있었다.

운이 좋은 자들은 그나마 뜰 수 있을 만한 물자라도 쥐고 있지만 애초에 물이 덮치게 되면 그 충격부터가 장난이 아니었다.

기사라면 모를까 보통의 보병은 그냥 여기서 기절했을 확률이 높았고 그렇게 운이 좋게 숨을 쉴 수 있다고 해도...

“반대는?”

“니벨룽 기사단은 이미 일강을 넘어 반대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기병이 좋은 것이 이런 기동력이었다. 둑이 터지기 전에 넘어갔으면 이들의 임무는 이제 정말로 중요해진다.

에릭, 필립스, 볼브, 라울 등 어지간한 기사는 다 붙여놨다.

“고드를 붙잡지 못한 게 좀 아쉬운데.”

“보셨습니까?”

“키가 무진장 크더군. 그룬벨이 말한 대로긴 한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쪽으로 가서 회복하시지요.”

시온이 소모한 마나는 상당해서 시온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아래쪽에 가서 참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시온은 다시 말에 올라탔다.

“공..공작님. 저도 가겠습니다! 내 말을 가져와!”

ㆍㆍㆍ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은 순조로웠다. 

보통 기어 올라오는 것은 기사들이었는데 이미 녹초가 된 이들에게 보병들이 장창으로 거리를 주지 않고 사냥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항복을 먼저 권하라고 했기에 대부분이 포박을 당해 시온의 포로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하나하나 돈인데 그냥 보낼 순 없지..’

그렇게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원하는 그림이 보이질 않았다.

‘장군이나, 귀족들이 별로 없는데. 그리고...’

시온은 고드 부르스를 떠올렸다. 쉽게 죽을상이 아닌 것 같았는데 어째, 아래로 내려가도 보이질 않았다.

이어서

장군 하나가 곧 발견됐다.

“시...시온 공작!!!”

“.....”

“이것은 당신이 만든 일인가?”

“그렇게 되겠지?”

“.......악마 같은 전략가로구나. 이런 신출귀몰한 일은 들어본 적도 없어...”

“조금만 너희가 신중했다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강을 건너는데 그런 대범한 도하를 하다니... 나 같으면 그렇게 한 번에 움직이려고 하진 않았을 거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는 곧 한마디도 뱉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다. 시온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고드는 어디 있단 말인가. 죽었나.”

시온은 포로로 잡은 자들을 흘겨보다가 하류에 거의 잠긴 돌에 겨우 매달려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고드 같은데?”

“정말입니까?”

“아니, 아직은 몰라. 아까 그 장군 녀석을 데려와.”

신원 확인은 곧 이어졌다. 보자마자 눈에 띄게 당황하고는 어떻게든 구해만 준다면 영지를 주겠다고 애걸복걸한 것이다.

어차피 구해줄 것이긴 했지만.

영지 하나를 그냥 받아내면서 고드를 건져오기 위한 그것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물살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뭉쳐라!! 뭉쳐!!”

“니벨룽 가문을 위해!”

반대쪽에는 니벨룽 기사단의 일부가 반대쪽으로 기어 나온 자들을 사냥하는 도중.

“아니다, 내가 직접 해야겠다.”

심연의 고렘이나 강철 고렘이 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따라서 여기 있는 보병과 기사가 저 고드 부르스를 데리고 와야 하는데 잘못해서 놓치게 되면, 좀 골치가 아팠다.

서부의 열쇠가 저자에게 달린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애초에 바르셀 왕이 자신 있게 자신을 왕이라고 칭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알바 대국의 지원을 받고서인데 고드만 확보하면 서부가 바로 헐렁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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