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 (199/304)

서부 침공

급류가 강하긴 했지만 푸른 액이 만들어 왔던 시온의 그 육체는 그 이상이었다.

이어서 들고 있던 고드 부르스를 땅에 내려놨다. 숨을 헐떡이는 것이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일강은 언제 물이 없었느냐는 듯이 어느새 원래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서부를 대각선으로 가로 지르는 일강에 합류하는 지류 중 하나여서 가능했던 것이지 아무리 고렘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 작업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모래 폭풍으로 지류가 약해진 탓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변수들이 마치 시온을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순 없었다. 

정확히는 그때그때 시온이 내걸었던 도전이 연차적으로 맞아떨어져서 가능했던 거였다.

“숨이 붙어는 있나?”

“살아 있습니다. 양팔이 부러지긴 했는데 불구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가. 포로의 상황은?”

“오면서 설치한 가도로 아르본에서 대량의 식수 부대가 줄줄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오면서 고렘을 동원해 간이 가도를 설치하면서 왔다. 모두 전략적인 이유에서였다.

제대로 된 길로 오고 있지 않은 탓에 알바 대국의 군세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

“그러면 슬슬 선택지를 주고 항복한 자들은 포로로 받아들여라.”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이들을 먹이고 가둘 만한 장소의 확보. 원래 전투 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일련의 반복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군대를 움직이는 데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고 이들의 가치는 그마다 달랐다.

적어도 시온의 생각에는 군대에 나왔다면 말단 병사까지 쓸모없는 자는 없다고 보고 있었다.

“몸값을 받아낼 수 있을 만한 귀족과 특히 기술자나 마법사들은 잘 대우를 해둬라. 귀족은 영 반항이 심하면 죽여도 된다. 다만 두 부류는 그래도 살려놓아라.”

반항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고집이 세고 쉽게 항복하지 않고 돌아가서도 복수하겠다고 설쳐댈 부류가 분명했다.

시온이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자들은 당연히 기술자와 마법사들이다.

안 그래도 요새 마법사에게 허덕거리고 있는데 무조건 잡아다가 설득이 안 되면 노예로 부리면 그만이었다.

‘노예제 자체가 좀 찜찜하긴 한데.’

현대인인 시온도 어지간하면 이 제도가 달갑게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것을 이용하는 판에 어느 정도는 눈 감고 아웅 하는 정도로, 장기적으로는 능력을 입증하면 자유를 얻게 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어쨌든 코르도바가 알겠다고 답한 뒤에 생각에 잠겼다. 원래 이 정도만 해둬도 알아서 하는 능력 있는 자였다.

알아서 추론, 판단하며 시온에게 이득이 될 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자.

ㆍㆍㆍ

생각보다 시온이 한 짓은 엄청난 짓이었다. 게다가 그 효율이라고 하면 아르강을 넘어섰다.

아르강에서는 회전이란 것을 하기라도 했지...

이번엔 궤를 달리할 정도의 전략적인 묘수로 이십 만에 가까운 군세를 수장시키고 남은 십만을 붕괴시킨 것이다.

시온은 니벨룽 기사단과 합류를 해서 지금도 남은 보병대를 추적 중이었다.

기사단이라고 한다면 그 수가 얼마 되지도 않지만 이미 대부분의 군세를 잃어버린 충격으로 이들은 싸울 의지를 잃고 도망만 치고 있었다.

‘이 정도 해둘까.’

어느새 적마와 피 칠갑을 한 시온과 시온의 기사단.

게다가 시온의 기사단에게 새로운 특수적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시온이 공작이 되면서 결성된 니벨룽 기사단은 여러 기사가 섞인 복합적인 기사단이었다.

구성원이라고 한다면 단일하지 않았고 카페 왕국에서부터 제국의 기사에서 킬번이 꼬셔온 해온 용병 출신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이들은 시온을 동경한 나머지 시온이 누누이 얘기했던 점을 본받기 위해 새로운 항목을 훈련 단계에 넣었다.

사냥꾼으로서의 기술.

전문 사냥꾼을 통해서 그 훈련을 움드와 사보이 지역 두 곳을 돌며 형성된 서식지에서 집중적으로 배웠다.

다른 기사단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접목이었으나, 그러한 역사가 존재하지 않고 시온에 의지하고 있는 이들이 이러한 전략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았다.

그래도 시온의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없었다면 이런 일까지 벌어지진 않았겠지만, 

아르강 전투 이후 그 과정에 대해서 시온이 말한 바를 주워들은 후 훈련 강도를 오히려 늘려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쓰는 보조 도구가 다양해졌는데 사냥꾼이 쓰는 포박 줄 이라든지, 던지기 위한 간이 투창이라든지. 

복장도 선두로 들어가야 하는 몇 명의 리드할 기사 말고는 가벼운 편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얻은 능력은 다양한 변수에 능하고 특히 이런 추적전과 추살에 강해졌다는 점이다.

‘딱히 이런 것을 원하진 않았지만, 에릭과 어레이가 보고한 대로 내 구미에 맞게는 변했구나.’

그 점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거였다. 그리고 지금 충분히 증명했다.

오히려 이들의 능동적인 활동을 시온이 제약을 약간 하는 정도였다. 게다가 그때 한가운데에서 벌였던 기사들과의 난전 이후로는 별다른 일이 없을 정도였다.

“시온 공작님. 좀 더 각개의 조로 나누면 이들이 알바 대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좀 더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시온 공작님께서 하신 일의 발끝에도 미치진 못하겠지만, 저희 역시 이번 일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했습니다.”

정말로 그래 보이긴 했다. 몇 명은 아예 사냥꾼 출신 기사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래, 알았다. 앞으로의 일은 에릭 너에게 맡기지.”

시온은 마지막 추격을 아예 맡기고 본래의 임시 주둔지로 돌아왔다.

안은 복잡한 흐름의 상태였다.

회의장은 시온을 기다리기 위해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자 시온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지금 시온은 지금 걸려 있는 일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카페 왕국이 두 연합에 밀려 서부 지역을 다 내줬다고는 하나 아직은 건재한 편이고...’

바르셀 왕국의 삼 분의 일을 가지고 있는 그룬벨 공작의 편승으로 현재 시온이 쥐고 있는 서부 지역의 봉신들이 대폭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잠시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

즉 가장 큰 일을 해냈다 해도 이 열매를 가지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거나 다름이 없다.

시온이 하려고 하는 것은 지금 만들어 놓은 것을 굳혀야 했다. 서부의 지역은 현재 시온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역을 합친 것보다 컸다.

괜히 카페 가문이 서부 지역을 차지했을 때 서쪽의 패자처럼 행동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라고 한다면 알바 대국이 이렇게 시간을 끌고 병력을 다듬고 여러 전략을 준비하기 위했던 것들은,

시온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카페 왕국을 무너뜨리고 그 기세로 세력을 결합하여 대규모 침공을 하려던 거였다.

이 같은 사실은 그룬벨이 시온이 니벨룽 기사단과 함께 추적 섬멸전을 하고 온 동안 보여준 성과였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정보와 사로잡은 자들에게서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내 시온에게 진실을 알려준 거였다.

“흠. 다들 조용히 해봐라.”

아주 바쁠 정도로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의견들도 다양하고 다들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골치가 아플 정도다.

하지만 시온은 이것 하나는 놓을 생각이 없었다.

“서부 지역. 바르셀 왕국을 침공한다. 나에겐 명분이 있다. 여기서 내버려 둔다면 비웃음을 당하겠지.”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사실 이것이 진정한 의미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어느 정도는 여기 식으로 말한 것이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여기에 대해서 보복을 해야 한다는 가장 간단한 논리.

먼저 침공을 했으니 시온을 비난할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굳이 만들자면 만들 수 있겠지만....

‘그리고 그룬벨한테 아예 심문을 맡겨두자.’

시온은 그룬벨이 여기에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야 일일이 시온이 하는 것이겠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많으니 말이다.

“그룬벨.”

“예. 대공작 각하.”

“서부의 귀족과 알바 대국과 관련된 자는 네가 잘 알겠지, 그러니 네가 그 심문을 맡아라.”

뭔가 반론의 여지가 있었지만 시온은 빠르게 결정을 해 나갔다. 기존의 총지휘는 코르도바에게,

이곳의 정리는 카롤리나에게.

서부 공략 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오르도가 왔다.

시온이 맡겼던 문제를 벌써 해결을 한 모양이었다.

“주셨던 구동핵은 역시 고렘의 세부 행동을 정해주는 것이더군요. 게다가 고렘의 인지를 담당하는 그것이 점점 더 구별을 명확하게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건 혁명입니다.”

“역시, 그런가. 그때 논의했던 것과 다르지 않군.”

“아니요. 다릅니다. 어떤 임무를 맡기면 자기 식대로 효율을 올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오르도는 살짝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양산은?”

“이미 들어갔습니다. 일단은 열기 정도입니다만, 차후 필요 자원이 확보되는 대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세 번째 비술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모양.

시온도 딱히 얼굴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크게 이득을 본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앤드류의 비술이 워낙 불안정한 탓에 시온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것에 대해 그냥 명령만 했을 뿐인데 모든 성과가 그냥 얻어진 거였다.

‘그만큼 고대의 구동핵이 좋은 것이었나 보군.’

세상은 넓었다.

원래 세계는 하나였고 이렇게 뿔뿔이 갈려 나가기 전엔 하나의 대제국 아래에 놓여 있었다.

지금의 황제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이 진정한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수준이었고, 그 상태로 수천 년이 흘러 버린 상황이었다.

어쨌든 시온은 오르도의 말을 바로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었다.

“오르도 지금 적용이 된 고렘이 어떤 것이지? 내가 지금 공간의 눈으로 확인해보겠다.”

오르도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시온에게 고했다.

시온이 공간의 눈의 응용 수법인 홀로그램 같은 환영 마법으로 해당 고렘의 시야를 공유했다.

곧 시온의 마나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면서 하나의 구체적인 형상이 만들어져갔다.

“흠...”

거리가 멀수록 마나의 소모도 커진다. 단순한 이치이지만 지금은 전투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니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관리적인 것과 전략 자체를 재수정해서 서부 침략을 해야 하는 거였다.

해당 고렘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채굴 과정이었다. 원래 세부 작업을 사람이 해야 했다.

그렇기에 금 채굴량이 한계가 있다고 봐야 했다. 깊이 갈수록 위험한 부분이 커지고 그에 맞춰서 사람 수준이 아닌 완력이 필요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눈이란 시각정보로 상태를 파악하는 고렘이 아니기에 깊은 곳에서 불빛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거였다.

특히 이러한 장점은 밤이 찾아오고 나서 생기게 되는데 이곳은 어두워지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전통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물론 시온도 무조건 여기에 찬성이었다.

사람은 그만큼 회복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야 그만큼 더 잘할 수 있는 법.

그러니 이런 늦은 밤에 굴릴 수 있는 작업 수단은 시온의 재력과 자원을 강대하게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단순한 작업이 스물네 시간 이루어져서 모든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가장 빠른 속도였는데 여기에 구동핵이 들어가자...

‘정밀하군.’

하나씩 그 자리에서 작업해야 하는 것은 작업하고 작업을 끝내고 가야 하는 부분까지.

게다가 전투력도 있다. 

애초에 이 내부 안에서도 다양한 육식 영수들이 꼬이기 마련인데 고렘 자체가 이것들을 맞서 공격할 수도 있었고.

가장 좋은 것은 먹이로 인지하지 못한 하급 영수들이 그냥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였다.

“훌륭하구나. 오르도.”

“영광입니다. 시온 공작님. 이 모든 것은 시온 공작님의 업적이십니다.”

대강 보아하니 세 배 정도 작업 속도가 늘어난 것 같았다.

이것은 이곳에서 큰 성과였다. 

이곳의 자원의 특성상 기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지는 까닭에 미리 다 캐놓고 다른 작업을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벌써 열기였고, 그중 세 기는 오르도와 함께 이곳으로 왔다. 시온의 서부 침략을 같이 해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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