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트 평원
시온은 바로 고렘을 모두 데리고 왔다. 총 여덟 기였고.
모두 마공핵이 박힌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고렘이었다.
벌써 완공을 시킨 가도에서는 끊임없이 물자와 사람들의 교역이 시작됐을 정도.
그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대략 영지가 완성되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펀즈.”
“말씀하십시오. 공작님.”
“여기를 부시겠다.”
“그... 하지만 여기의 가치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이곳 봉신 관계에 의하면 시온인 백작을 수여해준 순간, 이 몰리나 거성에 대한 소유권은 펀즈에게 넘어간 거였다.
그러니 거부를 하면 시온이 따로 수를 써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미 시온에게 목숨까지 내줄 각오가 돼 있는 펀즈에게서 그러한 미미한 저항도 없었다.
다른 자들은 시온이 또 뭘 발견하긴 했구나, 하면서 마른 침을 삼킬 뿐이다.
대체 이번엔 또 뭐일까 싶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척척 발견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제는 시온이 잘못 발견했을 것이라는 생각하는 자도 별로 없었다. 예전에는 반대를 많이 하던 자들이었지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르도. 여기를 모두 해체해라.”
고렘에게 명령을 하자 고렘들이 작업에 들어갔다. 단순히 게이트 쪽만 부수는 것이 아니라 근처의 지형까지 허물기 시작했다.
시온이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대충 근처에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것이 얼마나 어디에 있을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냥 이쪽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행하고 있는 것.
요란한 소리가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기를 구경 온 많은 귀족과 사람들이 안타까운 소리를 낼 정도.
그렇게 며칠이고 시간이 흘렀다. 시온이 하려는 것은 어떤 틈의 발견. 그리고 거의 철거된 게이트의 오른쪽에서 작은 틈새가 발견되었다.
시온은 그것을 직접 확인을 했다.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것이 광산 형태인 것은 이제 확실.
그러나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도통 감이 오지를 않았다. 예전처럼 드래곤 브레이커를 이십여 분 정도 크기를 키웠다.
그 놀라움에 웅성거림이 짙어졌을 때 시온이 그곳을 내려쳤다.
쿠웅-
단순해 보이지만 마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는 강제 오픈법이었다. 시온만 할 수 있다고 봐도 좋았다.
이 정도로 마나의 이해도와 강력한 힘을 같이 쓸 수 있는 자가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몬스터나 재해 영수의 재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안에다가 심연의 고렘과 강철 고렘을 보냈다.
두 고렘은 쉽사리 목표물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일단은 이런 곳에 무조건 들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시온이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안은 안전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회색빛을 띠는 철이 섞인 자원들.
공간의 눈으로 안쪽을 같이 보던 자 중 오르도가 빽 하고 소리를 쳤다.
“거석철!! 시온 공작님 고렘의 재료입니다!!!”
“하하, 가장 필요한 것이 나와버렸군.”
거석철이 나오는 영지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고렘계열에 대한 인식 상 거석철에 관한 것은 발견해도 무시할 정도.
가지고 있는 자들도 그냥 체면상 굴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요새 고렘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지만,
현재 자원의 가치로 따져보자면 금보다 비싼 것이 거석철이었다.
‘몰리나 백국을 공략한 가치가 여기서 나오는군.’
시온이 이곳을 오지 않았더라면 게이트 쪽에서 이런 것이 숨어져 있는 것을 결코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고 해도 여기를 밀어버리려면 여기를 소유하는 수밖엔 없었다.
어떤 영주라도 천 년의 전공이 담겨 있는 역사적 구조물을 부수고 싶어 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는 이곳이 제 역할을 하진 못하겠구나.’
대신에 단점도 존재했다. 예전의 그 난공불락의 이점이 있으려면 철저한 암반을 기반으로 한 언덕 지가 있어야 하는데,
시온이 구동핵이 들어간 고렘의 거력을 몇 날 며칠을 집중한 탓에 그대로 다 밀어버렸다.
게이트도 거의 다 해체해서 이제 성문 구실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뚫려 있는 가도라고 봐야 했다.
‘여기를 생산지역으로 만들려면 지역을 더 확보해야 하고 따라서, 성벽도 철거해야겠군.’
새로 문을 만들어야 하고 이곳에 들어가야 할 건물과 각종 편의시설을 집어넣고 여기까지 포함을 한 성벽을 만들어야 하니 그야말로 몰리나 백국을 한참을 털어야 했다.
이젠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불리 수는 없는 그냥 방어력이 높은 성이라고 봐야 했다.
“펀즈 네가 여기의 인구를 조달하고 계획안을 같이 짜라. 네가 살던 영지이니 더 잘 알겠지. 나한테는 보고만 하면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공작 각하.”
펀즈는 처음엔 초조한지 잠도 못 자는 기색이었다가 이제는 기뻐서 난리라도 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시온은 이제 다양한 점차 다양한 자원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자원 중 상당수는 수입하고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생긴 것.
‘나중에 한 번 제대로 돌면서 서부 지역을 다 털어봐야겠다.’
시온은 이곳이 노다지로 보였다. 그만큼 제국보다도 심한 관습과 자기들끼리의 싸움, 험한 날씨 덕에 제대로 자원이 발견되질 않은 것이다.
그렇게 시온은 이제 성벽에 올라서서 이곳의 틀이 잡히는 것을 보고 있기만 하면 됐다.
사보이 지역에서 구동핵을 단 고렘이 추가로 넘어왔고 곧바로 다른 지역을 공격하기 위한 간이 가도가 빠르게 설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부 연합 왕국이 여전히 거부 의사를... 물론 항복한 자들도 있지만, 결과를 좀 더 봐야겠다는 뉘앙스입니다.”
몰리나 백국이 점령당했다는 소식은 놀라운 소식이었지만 동시에 그곳이 함락당한 이유가 잘못 와전이 되고 있었다.
시온이 성벽을 올라 영주를 죽이고 함락을 시켰다.
즉, 아무도 믿지 않은 것이다. 진짜 정보가 퍼졌지만, 그것을 황당하다고 생각을 해서 믿지 않는 모양.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전투가 되겠군.”
시온은 긍정적으로 보기로 했다. 어차피 계속 오는 전보는 승전보밖에 없었다.
코르도바가 벌써 중부의 끝까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시온과 다르게 저항 없이 그룬벨과 연합을 해서 항복을 받아내는 쪽으로 힘을 쓴 모양이었다.
어차피 병력의 손실은 적었고 여전히 시간이란 건 한정적이었다. 시온이 지금 일을 진행 시키는 만큼, 마탑과 라레테저닛, 황제조차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
그들이 적극적으로 시온에게 칼을 들기 전에 시온으로서는 최대한 빠르게 일을 진행하는 편이 좋았다.
다행히 이번 몰리나 공성전에서 피해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오히려 이곳의 보병대를 흡수한 상황.
보병의 수는 만오천으로 늘어났다. 시온은 바로 다음 회전을 치르기 위해 움직이려는 계획을 잡으려는 찰나였다.
코논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렸다.
바로 신무기를 재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거였다.
마공포라고 대충 암묵적으로 이름을 붙였다.
화력 자체가 세기도 하나 사실 이곳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던 마법사 부대가 활약이 대단하고 체계도 좋아서 화력이 부족하진 않았다.
다만 여기서 집중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마공포가 가지고 있는 장거리 공격능력이었다.
즉 마법사들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거리 유지의 문제를 이것으로 어느 정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되면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나를 향해 달려들 수밖에 없지.’
간단한 논리였다.
원래 서로의 공격 능력이 비슷하기에 대치가 일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그것을 압도할 만한 장거리 공격을 갖추게 된다는 것 자체가 일방적인 타격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시온은 이것을 이번 전투에서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시온도 하나의 진전을 이뤄냈다.
그동안 가만히 새로운 생산지역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천둥 필드라는 대마법과 블랙홀이라는 대마법을 결합할 수 있는지 시험을 했고 결국 성공했다.
시온은 여기에 천둥 지옥이라는 새로운 대마법의 이름을 붙였다. 처음으로 기존에 있던 마법의 응용이 아닌 독창적인 마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략 기본적인 시연을 했을 때 에슬린은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쓸만해 보이나?”
“이것만 있다면 알바 대국의 침공도 쉽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어지간하면 안 된다는 의견부터 하고는 하던 에슬린이 그렇게 단정을 지을 정도였다.
ㆍㆍㆍ
바르셀 왕국이 무너지고 공작들끼리 뭉쳐서 급하게 형성한 서부 연합 왕국은 이제 역사를 따져봐야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러한 상태였다.
체계라고 할 것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수준. 오직 시온에게 흡수당하기 싫어서 이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기야 이것이 싫은 자들이었다면 알바 대국과 손을 잡고 시온을 멸망하기 위해서 음모를 짜진 않았을 거지만.
시온은 이런 상황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거대한 병력이 평원에 마주쳤다.
피스트 평원.
서부 지역에서 가장 광활한 평지 중 하나였고 이곳에서 그나마 쓸만한 땅 쪽 인지라 암반과 사막 보다는 여러 풀이 길쭉하게 잘 자라 있었다.
그런 시온과 대치하고 있는 병력은 십만이었다. 시온의 병력은 일만오천.
이렇게 된 것은 약간의 시온에 독단적인 선택과 적들의 대처가 좋아서였다.
코르도바가 어느 정도 중부 쪽을 다 밀어내고 시온 쪽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이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적들이 잘 들이닥친 것이었다.
다만 시온도 그렇고 부대의 사기는 여전히 최고조였다. 다들 시온을 믿기 때문이었다.
시온은 일단 저 병력이 집결하는 것을 보고는 여기서 결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흙과 간단한 석재로 이루어진 요새를 고렘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암반이 풍부하거나 이런 요새에 자원을 보급해줄 영지가 가까이 있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이렇게 허술하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인지 적도 배치에만 신경을 쓸 뿐 딱히 어떤 짓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시온은 이 간이 요새에 거대한 진을 설치 중이었다. 천둥 지옥. 이것의 위력을 보고 싶었다.
물론 이것은 보조 도구와 보조 작업이 많이 필요하고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 수많은 자가 이것만을 위해 수행을 했다.
‘대략 제물로 바칠 정수까지. 준비는 대충 끝났군.’
이렇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저들이 들어오지 않거나 숫자를 믿고 둘러싸기만 하면 천둥 지옥의 진을 만들어 놓은 것이 효과가 없을 거였다.
여기에 각각의 마공포가 한 대씩 배치가 되고 나니 어느 정도 공격에 대한 그림은 잡혔다. 즉 적들이 오게 할 만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마공포에 주로 드는 것은 역시 많은 마나. 이것을 보강할 만한 마법사는 시온도 있었지만, 상당히 많았다.
에슬린이 키우는 제자들부터, 코논의 제자들, 그리고 마리온도 폭시 가문의 인재들을 여기에 투입한 상황이었고 마리온이 가지고 있는 대마법사의 마나는 이러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여력이 됐다.
‘자, 이제 작전을 골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여러 지형과 그때의 자연환경, 그리고 시온이 벌였던 단독 결투와 도주에 의지한 것이 컸다.
시온은 여전히 그 작전이 제일 좋다고 보고 있었고 그것을 잘 수행할 만한 자신도 있었다.
다만..
‘과연 저들이 나를 따라서 줄줄이 오겠느냐는 거지.’
지금까지와 다르게 연합왕국이 준비한 저 보병의 권한은 중세답게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코논, 마공포를 준비해라. 그것으로 타격을 시작한다.”
시온은 마음을 먹었다. 재수가 나쁘면 마공포를 처맞자마자 저들이 군대를 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시온은 왠지 저들이 그런 일관된 명령체계가 아니므로 산발적인 돌진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불연 듯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