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5화 (205/304)

두개의 대마법

그리고 마법사들이 모여들고 거대한 포 형태를 준비한다. 일단은 기존의 마법에 작동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격 방법이었다.

지금 시온도 이것이 제대로 발사가 될지 안 될지는 정확히는 모르는 상황.

언제나 그렇듯이 실전이 벌어지고 있을 땐 다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여튼 고위 마법이 뭉쳐있는 포 하나가 불을 뿜었다. 그리고 일이 시작됐다.

원래 이곳에서 활이 쇠퇴하고 마법사가 득세한 이유는 이러한 강력한 공격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일의 문제라고 한다면 결국은 사거리 때문에 노출이 되는 마법사들이고.

이런 마법사들을 노리고 기사들이 날뛰게 되는 구조.

그런데 그런 약점을 없애고 안전한 곳에서 공격할 수 있는 거였다.

고위 불꽃 마법이 한 번 떨어지고 나자 시온의 눈가가 좁혀졌다.

‘위력은 확실히..’

조금 떨어진 듯, 하지만 거리를 고려하면 거저먹는 수준이었다. 이어서 상대의 군세가 시온을 향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일단은 시온이 만들어 놓은 간이 요새를 돌파할 모양.

곧 양쪽에서 마법이 몰아쳤다.

여기까지는 시온이 생각한 대로였다. 어디까지나 저들의 마법사들은 시온보다 화력이 떨어졌고 수도 없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소모가 일어났다. 특히 알바 대국과 연합을 해서 시온을 공격했을 때 시온이 그곳에서 마법사들을 몰살시킨 것이 주효했다.

거의 보병으로 이루어진 부대이다. 그렇기에 저런 무모한 돌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의 군대의 질을 쳐보자면 가장급이 낮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정면으로 부딪치는 회전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삽시간에 보병대가 간이 요새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저들의 수뇌부로 보이는 자들이 곳곳에서 깃발을 올리고 연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들이 하려는 것은 정공법 중의 정공법이었다.

-밀어버려라!

-숫자는 우리가 많으니 유리하다!

-드디어 그 시온 공작이라는 자가 무너지는구나!!

전세는 당연히 그렇게 보였다. 어떠한 변수도 줄 여지가 별로 없었고 시온의 마법사들이 유력하게 싸우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인간의 바다에 압사를 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온은 새로운 대마법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는 와중이었고,

“못 버텨요! 무너집니다!!”

“시온 공작님!!”

여기저기서 죽는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시온은 새로운 대마법을 시도했다. 마나가 훅 빠져나가고 두 개의 대마법이 섞인 천둥 지옥이 펼쳐졌다.

최전선에 있는 심연의 고렘이 축을 잡아줘야 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마법이었고 이렇게 하나는 심연의 고렘이 하나는 시온이 나눠서 쓰게 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블랙홀 마법이 먼저 펼쳐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가라!! 밀어붙여라! 어???”

“병신들아! 지금 저 마법사를 잡아!”

“그렇게 기사가 많은데 지금 저자를 두고 뭘 하는 거야!!”

“미..미쳤어! 대마법의 대마법이라고??”

연합 왕국답게 수뇌부가 여섯 개나 되는 편이었고 이들 모두가 순간 시온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온이 하려고 하는 것이 이미 피부로 느껴지고 있으니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모르겠다는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야 이미 깊숙한 함정에 빠진 것이 됐다.

“요새가 미끼였다!!! 여기까지 하고 후퇴해!!!”

누군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얽히고 얽힌 보병들은 간이 요새를 반은 돌파해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 상황.

그랬다. 시온이 꾸민 이번 전략은 요새 안에 대마법진을 숨겨놓는 것이었다.

마치 밀리는 척하면서 안쪽으로 충분히 끌어당긴 뒤에 대마법을 쓰겠다는 뜻이었고, 완전히 함정에 빠져서 본격적인 대마법이 발생을 한 것이었다.

가운데에서 기류가 몰려들어 만 명이 블랙홀 때문에 압사가 될 정도인데 그런 블랙홀이 세 개였다.

거기에 구릉 거리던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런 벼락이 연속적으로 계속해서 소용돌이치듯이 내리쳤다.

번쩍, 번쩍.

마법이 꽂힐 때마다 한 번에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작전대로 시온이 부리는 이 대마법에 마리온이 마나를 같이 대주고 있었고, 

심지어 마나 축전 기둥에서 마나를 뽑아 쓰고 있어서 대마법이 계속해서 내리쳤다.

“신...신이시여!!”

쾅!

마지막에 신을 울부짖은 한 남자에게 벼락이 튀어 그는 그대로 선 채로 사망했다.

가운데와 후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제야 밀어붙일 기회를 차지하고 있던 자들이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 분마다 계속해서 힘을 잃고 오히려 전투해야 할 의지를 잃고 있었다.

이런 공격을 막아내려면 기사들이 난입해야 했는데 시온의 기사들이 철저하게 기사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마법사가 부족하고 보병으로 가득 차 있는 연합왕국의 부대는 계속해서 벼락에 노출되기만 하는 상황.

피해는 피해를 만들어 내고 계속 손실이 늘어만 갔다. 여기저기서 잔불까지 일어나자 지옥도가 바로 그려졌다.

시온은 마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순간 지탱할 마나를 다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이미 벌어진 상황은 아마 시온 하나가 낼 수 있는 극한의 교환 비율이라고 볼 수 있었다.

뜨거운 불이 들판에 붙어 있었고 죽은 자들이 널려 있는 데다가 수증기까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사..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던가.”

에슬린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타이밍, 마나 조절, 마나의 양, 대마법의 이해도, 모든 게 연결이 됐어요!!!”

마리온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에슬린하고 얘기를 나눴다.

사실 시온도 지금의 결과에 놀랄 지경인지라 어안이 벙벙한 정도.

지금까지 운이 좋게 자연환경이나 재해를 자주 이용해서 큰 결과를 만든 것인데 시온 본인이 완벽하게 이런 일을 수행했던 적은 없었다.

-다 퍼부어졌나? 그럼 이제 도망쳐!!!

-살아남은 것이 이기는 거다!

-시온!! 시온 니벨룽이 다른 마법을 준비한다!!!

누군가의 세 번째 고함이 문제였다. 안 그래도 고개를 숙이고 겨우겨우 전의를 다잡고 있는 판인데 그것을 참을 만한 인내심은 없었고, 거의 지옥도가 펼쳐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오만명이 허물어지듯이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비켜라!!! 내가 먼저다!!! 어서 내 말을 가져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선의 흐름이 어쩌고저쩌고하던 자들 모두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물론 오해였다. 시온의 마나는 이미 바닥인지라 더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마나를 급히 채우기 위한 여러 가지 단약을 복용하기 위해서였던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몇 명이 죽은 거지??”

순간 어떻게든 공격을 하려던 기사가 투구를 벗어 버리고 확인을 할 정도.

“분위기가.....”

“항... 항복하지 않으면 여기서 다 죽는다...”

“시.. 시온 니벨룽! 니벨룽 가문에 항복하오!!!”

기사들이 서로서로 무기를 버리고 손을 올리기 시작했다. 검을 버리는 것은 금기시되는 일인지만 딱 한 가지 상황에서는 허락된다.

바로 항복을 위한 거였다.

“공..공작님!”

“저 항복을 받아들여 주고 난 잠시 쉬어야겠군.”

“알겠습니다!”

“이대로 기사단으로 저들을 추적하겠습니다. 승인해주십시오.”

바로 에릭이 와서 시온에게 말했다. 어차피 기사들이 항복을 해버렸기에 이들을 막을 필요가 없어진 에릭은 바로 추격을 요구했다.

“해라.”

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의 승리로 충분했다. 이 전투로 이제 서부지대를 완전히 장악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ㆍㆍㆍ

“이대로 항복해야 합니다.”

“시온 니벨룽이 그 정도로 마나를 굴릴 줄 아는 자일 줄이야...”

“몰리나 백국을 공격했다는 암살자는 아마도..”

“시온 니벨룽 본인이겠지. 이미 제국의 기사로서 정점에 올랐던 자야. 그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믿지 못한 것도 큰 실책...”

“피로를 모르는 사내다. 대체 어디까지 노리는 것인가.”

로드리고, 알폰소, 페르난도 연합 왕국의 제후들은 심각한 얼굴로 의견을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알폰소가 한 마디를 뱉었다.

“나는 왕국의 연합에서 탈퇴하겠소. 그리고 시온 공작에게 투항할 것이오.”

“네가 감히?”

“그러면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지?”

“멍청한! 지금 그런 자존심을 세울 때인가? 시온 공작에게 어떤 것을 바쳐야 할지 그 목록이나 정해보세!”

셋뿐만 아니라 이들이 이끄는 귀족들 모두가 알폰소의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세 개가 있소.”

“뭐지요?”

“영지를 바칠 것, 가문을 바칠 것, 그리고 병사를 바칠 것.”

“............”

“안 하시려거든 상관없소. 지금까지 시온 공작이 해온 바로는 이것을 모두 요구할 테니까.”

“씨발.”

“...........”

로드리고가 갑자기 욕을 퍼부었지만, 정적이 이어졌다. 어차피 다 뺏기느니 협상이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었다.

ㆍㆍㆍ

코르도바의 부대가 피스트 평원에 온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였다.

직접 부대를 이끌고 시간의 압박을 느끼며 계속해서 자신의 능력에 부족함을 탓하며 채찍질을 했다.

“빨리!! 지금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울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좆된다고 말이야!!”

수뇌부들 모두가 안 그래도 강행군이 있었음에도 정신이 바짝 들어서 바로 부하들에게 얘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 알고 있었다. 자기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세력을 일궈낸 시온 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전장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피 냄새와 마법이 평지를 진창을 냈을 때 나는 특유의 흔적들이 한눈에 보이고 선두에서 말을 다급히 몰던 코르도바의 눈에 이미 피스트 평원 전투가 끝난 전장이 보였다.

“뭐...뭐야.”

코르도바가 본 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미 진창이 된 땅에는 재가 된 풀과 거기에 어지럽게 깔린 시체들!

너무나 많아서 수레로 아무리 싫어도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정도.

“허허. 또 일을 저지르신 모양이구나.”

“왜 이곳에 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군요.”

“오히려 저희가 침착함을 배워야 할 훈련을 따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르도바와 어레이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곧바로 말을 몰아 이미 끝이 난 전장을 가로질러 시온을 향해 갔다.

시온이 날려 버린 마나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순간 운신이 되지 않을 정도.

‘하지만 나를 보호해 줄 만한 자만 있다면 이 공격법은 더 큰 상대도 이길 수 있게 해주겠군.’

시온이 보여준 두 개의 대마법은 이미 마탑의 수준을 능가했다. 오히려 마탑이 따라서 배워야 할 정도.

이미 곳곳에서 시온의 전설이 다시금 새겨지고 있는 상황, 그런 시온에게 두 명의 인물이 동시에 들어왔다.

하나는 코르도바였고 다른 하나는 알폰소였다.

알폰소가 직접 이곳을 찾아온 거였다.

“그.. 전..그 전략에 감복하여 이렇게 직접 찾아왔습니다. 저를 참수하시려거든 조금만 생각해주십시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가문과 영지를 시온 제후님께 바치겠습니다.”

“?”

“?”

시온도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다시 그에게 물어봤다. 적이 보낸 사신 정도니 잘해봤자 귀족 하나일 것인데 이렇게 직접 찾아온 자가 방금 전투를 지휘하던 장군이라는 거였다.

“네가 방금 그 보병대를 이끌었다고?”

“그..렇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느꼈습니다.. 제가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분이시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 왕국은 이제 막 거병한 데다가 지휘체계도 통일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럽기에 이렇게 제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휘말린 것입니다!”

말은 청산유수였다.

게다가 스스로 포로가 되겠다고 미천한 자기 목숨을 받아가시려면 한 번만 생각해달라고,

‘이 녀석도 자기 목숨을 걸고 역으로 포로로 들어오다니 정신이 단단히 나갔군.’

보통 이곳의 관습상 이런 자는 무조건 참수였다. 몸값을 받아도 되긴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규모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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