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6화 (206/304)

왕으로의 등극

“바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항복 수준이 아니긴 합니다.”

“나름 각을 잡고 온 것 같긴 하더군요. 목숨을 걸고 왔다고, 분명히 그를 받아들이는 게 나쁜 조건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 수준으로 바치겠다는 거다. 다만 그곳의 대리인으로 임명해달라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자신이 쥐고 있던 공작을 그리고 그 공작 위의 핵심 도시를 시온에게 바치겠다는 것.

어차피 이제는 시온도 점령지를 부하들에게 나눠줘야 했다. 미래를 봤을 때 그것이 오히려 충성심을 견고하게 하니 이득이었다.

“그자가 말한 것과는 달리 알폰소는 연합 왕국에서도 실세인 인물일 겁니다. 그러니 그의 항복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전 좋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른 봉신들도 그렇게 하겠지요.”

코르도바가 신중하게 말했다. 시온은 바로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즉 알폰소를 받아들이면 다른 자들이 연속적으로 항복할 것이지만 아니면 일일이 공성전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시간적 낭비가 일어날 것이라는 거다.

“이 조건으로만 받아들인다.”

시온이 모두 공작위를 압수하는 조건으로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온은 결정을 내리고 알폰소가 잡혀 있는 곳으로 갔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그전까지는 안 그랬나?”

“염치없는 말이지만 그렇습니다. 잘못된 식견, 판단 모든 게 잘못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간청하겠습니다.”

“네가 제법 머리가 있는 녀석이란 건 알겠다. 너도 자기 목숨을 걸고 들어왔으니 말이야. 그룬벨이 여기 있으면 너를 참수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거다.”

‘설마 이 근처에 있다는 건가?’

알폰소는 그룬벨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다급해졌다. 그러면서 시온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시온에게는 한 명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룬벨은 예전에 저에게 여자를 뺏긴 이후 저를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기회만 보던 자였습니다. 그런 간사한 자를 믿지 마시고 저를 한 번만 써주신다면....”

그가 머리를 바로 박으면서 말했다. 시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후 정도 되는 자가 이렇게 하인처럼 시온에게 고개를 숙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둘 중의 하나 일 거였다. 정말로 자신을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뭐 됐다. 너의 항복을 받아들이지.”

“정.... 정말이십니까?”

순간 그의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그 정도로 긴장했던 탓이다.

“그렇다. 나는 서남부 지역을 쉽게 지배하고 싶은데 너를 죽이면 좀 일이 길어질 것 같단 말이지. 내 말이 뭔지는 알겠지?”

암묵적인 협박. 

그러나 오히려 기쁜 모양이었다. 어차피 스스로 온 것이기에 그에게 자유를 준 것은 전혀 손해라고 볼 수 없었다.

‘어차피, 몰리나 백국이 있으니 시간문제이긴 하지.’

코르도바의 합류로 쉬운 지형인 편인 중부는 벌써 다 손에 들어왔고 그룬벨 공작이 서북부를 공략하고 있었으니 기대했던 것보다 서부를 바로 결정 낸 것이 되었다.

그렇게 알폰소를 보내고 나서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서 그때 도망갔던 귀족들이 시온을 연신 찾아왔다.

“동 조건이시면 항복을 받아 주신다기에...!”

‘알폰소가 제대로 해냈구나!’

다른 두 제후도 시온을 찬양하며 시온에게 항복을 하고 그 조건을 체결했다.

세 명의 중심 제후가 빠지니 이제 왕국은 해체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왕위는 어떻게 할 것이지?”

시온은 이들이 형성한 것이 연합 왕국 형태라는 것을 알기에 공식적으로 이들에게서 확답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다른 것이었다. 마치 다른 의미 즉 추대해 달라는 것으로 들은 것이다.

“시온 왕!”

“니벨룽 왕!!!”

“왕으로 등극하십시오!!”

왕이 되기 위해선 조건이 몇 개 있는데 황제가 인정해야 하는 경우와 이렇게 그 거대한 지역을 오랫동안 다스린 대가문들이 한 명의 인물에게 추대하면 가능했다.

지금 그것이 일어난 것이다.

혼자서 할 수도 없고, 공작 수준으로도 안 된다.

즉 제후급에서 시온을 추대해야 했던 것.

“허허, 하실 때가 되긴 했습니다. 시온 왕이시여. 저도 그 거대한 발걸음에 동의합니다.”

코르도바가 그렇게 말을 하고 나머지 자들도 말을 쏟아냈다.

‘역사적인...순간인가.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생각이냐. 시온... 니벨룽.’

에슬린은 시온이 추대받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다. 오랫동안 시온의 핵심적인 인물로 활약했던 에슬린은 시온이 단순한 판단으로 막 행동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것은 시온이 먼 수를 내다보고 한 결과일 것이었다. 

즉, 이번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추대를 받을 것을 계획했다는 뜻.

“위대한 자에게 어울리지 않은 추대답지 않은 추대이지만 저 역시 이 같은 일의 순간을 볼 수 있다니....”

뭐, 말이야 그렇긴 한데 거창하게 오를 필요가 있나. 

현재로써 시간이 금이었다.

ㆍㆍㆍ

바르셀 공작령, 레도 공작령, 다조 공작령, 도바 공작령, 베자 공작령..

‘엄청나게 들어왔군.’

게다가 엄정한 항복요건 받아들인 핵심도시도 부쩍 늘었다.

가장 중요한 도시라고 한다면 로드리고가 가지고 있던 리스 항구도시였다.

세수는 아르본을 넘어설 정도의 대도시. 오랫동안 리보아 대가문이 쥐고 있던 서부의 심장 같은 곳이었다. 

바르셀 왕이 사망하고 나서 시온에게 다시 공식적으로 연합 왕국이라는 과정을 밟아 다시금 군대를 꾸릴 수 있었던 것이 다 여기와 관련이 깊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고 한다면 난공불락의 몰리나 거성이 시온의 군대를 저지하고 그런 일이 길어질 때, 그곳을 구원하고 시온에게서 평화 협정을 받아낼 생각이었지만...

시온의 움직임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게다가 이 일은 다른 세력과도 연관이 있어서 길어진다는 기미만 보였어도, 라레테저닛이나 마탑에서도 이 사안에 참여했을 것이다.

사막과 암반의 항구로 유명한 리보아 대항구의 모습이 보였다.

세 명의 제후가 항복하고 가장 중요한 도시를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뿌연 안개가 이리저리 퍼져 있었고 낯선 도시는 거의 황톳빛이 돌았다.

주변 암반의 색이 거의 다 그러하니 어쩔 수 없겠지만.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리스 거성의 맨 꼭대기에 새로운 깃발이 걸려서 펄럭이고 있었다.

그 밑에 리보아 대가문의 깃발이 있었고, 차례차례 이곳을 속해있는 봉신 가문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석벽과 이어지는 인파와 조각들, 시온은 오래되고 유명한 도시에 느낌을 받았다.

‘느낌만으로는 사보이 보다 더 거창하군.’

그리고 로드리고가 저 끝에서 걸어왔다. 원래 이곳의 소유자는 로드리고였다.

“죄송합니다. 어지러워서... 좀 속이 좋질 않아서 말입니다.”

그나마 빨리 항복이라도 했으니 이 정도다.

“하는 일이야 앞으로 달라지진 않을 거다. 다만 앞으로 어떤 공로를 하느냐에 따라서 이곳이 네 가문에 남느냐 아니면 다른 가문으로 넘어가느냐가 결정되겠지.”

로드리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이 정도도 다행이지. 어떻게 이런 사람에게 칼을 댈 생각을 했을까. 귀를 막고 욕심을 부린 것이 문제로구나.’

로드리고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가장 뛰어난 자였다. 

그런 사람의 영지를 전부 빼앗겠다고 달려들었으니, 가문이 멸망 당하지 않은 것도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시온은 바닷물이 관통해 있는 거대한 광장에 도착했다. 

여섯 층짜리 노란색 건물이 조각과 함께 펼쳐져 있었고, 거기를 채우고 있는 것은 질려 버릴 정도의 많은 사람이었다.

-저자가 시온 니벨룽!!

-되게 평범하게 보이는데...

-적이 된 자는 모두 끝까지 박살을 낸다는 시온 경이시다.

시온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이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엄격할 정도로 거칠었던 전투와 혼란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자의 승리.

그러니 그런 자를 향해 가지고 있는 신뢰와 명성에 대한 평판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쯤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폰소와 로드리고가 진중한 얼굴로 시온에게 말하자 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여기에 있는 분을 보아라! 이 분이 우리가 새로 모셔야 할 왕이시다!”

알폰소가 입을 열었고 곧 로드리고가 페르난도가 마지막이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곧 천지가 흔들릴 정도의 광대한 환성이 시온을 맞이했다. 이 세 명이 여기서 가지는 위치는 대단했고, 시온의 예상대로였다.

알폰소를 받을지 안 받을지에 대한 문제. 그것에 대한 답이 지금 있었다.

이들의 잘못을 잠깐 묻어주고 공식적으로 왕으로 오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었다.

ㆍㆍㆍ

헨리 라레테저닛은 방금 들어온 보고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군대가 모이고 있는데 이미 전쟁이 끝난단 말이냐???”

“예...바르셀 왕은 시온 공작에게 도망가려다가 사망하고 바르셀 군단이 전멸. 알바 대국의 고드 부르스의 대 군세가 격파. 고드 부르스는 포로가 되었습니다. 살해당한 자들은 헤아릴 수가 없으며 일강을 피의 강이라고 부르는 자들이...”

“아니, 아니. 알폰소 그 녀석, 그 입이 날아다니던 그 자식 말이야.”

“예...알폰소가 가장 먼저 투항을 했습니다. 연합 왕국의 군세가 원인 불명의 대마법에 맞아 몰살당했다고 합니다.”

“마리온 그 여자는 그만한 힘이 없어.”

“시온 니벨룽이란 소문이... 그리고 추대의 관습에 따라 왕이..”

“아, 그건 알고 있다. 이런 어이없는 녀석들을 봤나. 내 군세만 기다리면 되는 것인데 그 잠깐을 못 참아?”

“참은 게 아니라 격파당했...”

“그 수성의 역사로 자랑스러운 몰리나 백작은!!”

“이미 고인이...”

“씨발!!!!!” 

“.....”

“그것도 시온 이라고 하시지??”

“딱히 암살자가 고용된 것 같지는 않아 시온 니벨룽이 단독으로 잠입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쾅!

탁자가 흔들렸다.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선택을 잘하셔야 합니다. 시온 경은 이제 왕이 되었습니다. 서부의 통합은 완벽하고 알바 대국은 앞으로 한 세기 정도는 나오지 못할 겁니다.”

“제기랄.”

“다음 계승자인 고드 부르스가 이렇게 잡혀 들어간 상황이니 알바 대국은 이제 시온 공작... 아니 시온 왕을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계승자를 붙잡고 있다는 것은 이곳 기준에 의하면 거의 지역의 반절을 쥐어 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건드리면 참수를 해버릴 것인데 그것을 감당할 만한 나라가 아니라면 턱도 없는 일.

안타깝게도 알바 대국 같은 경우에는 악습이 문제였다. 이 나라는 형제를 죽이는 전통이 있었다.

고드 부르스가 거대 군세를 몰고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형제는 고인이 되어 있었다. 

그 역시 서부지역의 입구에서 끝장이 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거지?”

“지금 시온의 정예군은 얼마 죽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시온이 지니고 있는 여러 비법과 무역 자원의 장악은 저희 왕국에서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같이 행동하십시오... 이건 마치 군사 훈련이었던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숨기는 겁니다.”

ㆍㆍㆍ

주변에서 시온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시온이 만들어낸 전쟁의 성과와 그 교환비율은 놀라웠다.

라레테저닛의 움직임이 결정된 날, 시온은 새로운 충성의 물결에 둘러싸여 있었다.

새로운 거대 항구도시와 그곳을 잇는 거대한 흐름,

“몰리나 백국의 고렘에 대한 자원 생산은 어떻게 됐지?”

“그때 지시해주신 대로 오르도가 처리를 해서 시간이 흐른 지금 이미 고렘이 투입이 되었습니다. 해당 고렘은...”

마리온이 빠르게 속삭였다.

고렘의 확대 생산, 그것이 이제 가능해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원재료에 대해선 마탑이 한 곳 제국이 한 곳 그리고 동방에서 한 곳, 이렇게 세 곳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시온의 입장에서는 황금보다 중요했다. 그 정도로 현재 세계에서 각 세력의 강대함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시온이 봤을 땐 고렘이었다.

“움드는?”

“여유 있는 공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번 방문 하시면 놀랄 거라고 하더군요. 여기 스케치입니다...”

그리고 마리온이 건넨 스케치를 보고는 시온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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