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1화 (211/304)

난투전

“뭐 하고 있나! 지금 한눈팔 시간이 있나!”

“아니 저기 위에서 기사가 떨어졌습니다. 악 소리가.”

“그런 소리가 여기서 한두 명이야?”

“저기 위에 용병이?!”

시끌벅적한 와중 이들은 시온을 가리켰다. 누가 봐도 이상한 자였다. 보통 저기에 용병이 올라갈 리가 없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용병은 절대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이어서 소리를 듣고 우르르 보병들이 올라왔다.

“뭐야, 방금 호리덴 경 아니었나?”

“야이씨. 일단은 검부터 뽑아! 상대는 용병이다!”

시온은 강체술에 집중을 했다. 확실히 몸이 전보단 가벼웠다.

그리고 올라온 자들을 쓱 봤다. 대략 열 명이 넘게 올라왔다. 그 중엔 견습 기사도 보였고.

그리고 시온은 달려오는 자들을 메이스로 하나씩 격파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머리를 맞고 쓰러졌고, 하나는 몸을 맞고 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하나는 시온에게 발로 차여서 뒤로 우르르 밀려나게 하였다.

“뭐해?”

“네가 해봐. 힘이 말도 안 된다!!”

그러나 그것보다 빠르게 시온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까지.

시온은 깨진 머리에서 메이스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피를 잔뜩 먹은 강철.

아직 급성장하지도 않고 원래의 상태로만 썼다.

‘거의 체력 소모가 없는데.’

“제발, 저 녀석이 우리가 찾는 녀석이 아니라고 해줘.”

처음에 으르렁거리면서 보고 있던 자들이 순간 넋을 놓을 정도의 실력.

“모두 멈추게 해라! 저 녀석인 것 같다.”

“나와줘서 잘됐군. 아니면 이 녀석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시온은 아래를 흘깃 봤다가 잠시 고민했다.

여기에 있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계속해서 일대일 상황이 이어지니까.

그런데 하나 걸리는 게 있으면 그게 강체술이 소비하는 것이 마나였다.

그래서 일단은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빼곡하게 올라오는 보병들의 향연.

모두 무슨 일인지 몰라서 일단은 올라온 모양. 시온에게 세 명이 달려들었지만, 곧 이들은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빌어먹을! 우르메가 이 정도로 답이 없었나????”

“제기랄 바깥에서 둘렀어야 했어! 여기는 너무 좁... 끄아악.”

세 명이 곧 치워지고 나머지의 얼굴이 덜덜 떨리게 변했다. 방금 보여준 압도적인 힘으로 보면 적어도 지치기 전까지는 앞 라인은 다 죽어야 한다고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법을 쓸까 아니면 그냥 계속 이대로 할까.’

좁은 곳이고 마법을 쓰자면 쓸 수도 있었다. 기사를 두고는 캐스팅 손가락을 보여주기는 그랬지만, 이들은 딱 봐도 전의가 나갔으니까.

‘그냥 하자.’

일단은 계속 강체술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누가 보면 시온이 상당히 빠르게 지쳐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체력적인 부분을 철저히 절약하고 있었다.

비술과 혼연일체가 된 시온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쇠와 살과 뼈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널찍한 계단을 타고 무시무시한 소리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다들 뭐하나! 뒤로 물러서지 마라!”

“이런 미친, 우르메가 라버 경을 죽일 정도의 실력자였나? 지금 병사나 기사나 하나하나가 귀한데.”

이미 죽은 자가 상당하기에 문책부터 걱정될 정도.

계단으로 집어넣은 자들도 정예들인데 소리를 보아하니 살아 있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보병이 퉁겨져 나오면서 시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너무 강체술을 과소평가했나. 아직도 널널한데.’

“네가 지금, 황금 용병단의 저승 추적자 우르메가 맞나...?”

“이런 여기 우르메 얼굴 본 사람. 내가 알기로는 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까 빨리 이곳을 지나가고 싶어서 신분을 증명했습니다. 황금 용병단의 우르메로 보입니다.”

시온이 뭔가 한 마디 해주기를 바란 것 같지만,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자 그들 모두가 침을 삼켰다.

그리고 이들의 머뭇거리는 동안 시온이 한 명을 골라 달려들었다. 

놀라울 정도의 순발력. 결과는 곧 이어졌다. 얼굴에 메이스가 박힌 것이다.

“높은 놈 맞지?”

시온이 그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이 많은 것을 보아 지휘권이 있어 보였던 거다.

“온두님이...? 아니 애초에 저것을 잠깐이라도 받아낼 자가.”

“애들아! 뭐하나! 빨리 둘러싸!”

이들은 바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었다. 텔로, 아델, 에드거 이 세 명은 라버 경의 바로 밑의 기사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딸린 편이 아니었다. 라버와 약간 차이 날 정도고 그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작용해서 부관이 된 거였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많고 결투에 능했다. 그런 그들이 아델이 죽는 것을 보자마자 뒤로 물러섰다.

‘최대한 체력이라도 빼지 않으면 절대로 승산이 없다. 뭔진 몰라도 제대로 미친놈이다.’

텔로와 에드거가 바로 의견을 암묵적으로 맞추고 그렇게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하필 시온이 때려잡은 자가 이 중에서 가장 지휘권, 명성, 실력이 높았던 거였다.

“달려 들으란 말이야! 따로 채찍질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가라.”

그런데도 차라리 채찍질을 맞고 말지 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러면서도,

“대마법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밖에 마법사가 관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봤던 화염의 비였다. 저번보다 굵어지고 폭발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변한 점이었다.

그만큼 에슬린이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할 거였다.

여기저기 굉음에 불까지 붙은 곳이 늘어났다.

“할 것은 많은데 기습부대까지? 가지가지 하는군.”

여러 개의 마석을 치렁치렁 달은 고위 마법사들에게도 지금 선택의 문제가 있었다.

시온 하나를 노려야 할지 아니면 현재 관문을 공격하는 대마법을 막아내고 추적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우르메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저걸 어떻게 막습니까?”

무슨 개소리냐고 물어보는 찰나 이곳을 향해 돌파하는 시온을 보고 모두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고민했던 게 너무 어리석을 지경.

“뭘 멍하니 있어! 모두 저 자식을 공격해야지!!!”

그러나 이들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모두 망자가 됐다. 

애초에 기사도 몇 대 버티지 못할 정도인 데다가 그나마 막아줄 보병이 겁먹어서 쉽게 달려들지 못하는 상황.

이어서 시온이 마법사를 최우선으로 제거하는 습관 때문에 일으킨 드래곤 브레이커의 급성장으로 순식간에 대량 사망자를 낸 거였다.

그리고 여기까지 되자 몇 명은 시온의 정체를 의심하는 자가 생겼다.

“저거, 시온 경이 가지고 다닌다는 드래곤 브레이커 아니야??”

지금까지 전선에서의 대승은 시온의 무기도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이렇게 눈치를 챈 자가 나올 수밖에.

그러나 거기에 동의하는 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 용맹한 자라고 해도 이런 대관문을 홀로 돌파할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별다른 마법도 쓰지 못하고 마법사가 다 으깨져 죽자 텔로와 에드거는 난리가 났다.

“우르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시발. 인간이 아니야.”

“내 생각도 같다.”

“시온 니벨룽.”

“그래도 지금까지 저들을 상대하는 탓에 지쳤을 거다.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란 말이지.”

노련한 자들답게 아무리 뛰어난 기사도 이 정도의 무력을 보였으면 지쳐서 평소의 힘에 반도 나오지 않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목을 매 버린다고 해도 도주자가 생기는 상황. 더는 체력을 낭비할 전략이 없었다.

“휑해졌네.”

“그나마 이 정도라도 뺐으니 같이 덤벼들면 승산이 있다. 내가 먼저 네가 후다.”

그렇게 둘이 본격적으로 시온에게 달려들었다.

둘의 공격은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시온은 이들이 기사라기보다는 철저한 사냥꾼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리를 주지 않으려고 하고 교활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전혀 모르고 있던 한 가지 문제는.

시온은 전혀 지치지 않았던 거다. 피로를 마나로 대체하고 있었기 때문. 피로가 생기긴 하지만 극미했다.

지금도 가볍게 뛴 걸음을 한 정도밖에는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이런 씨발. 몇 명을 죽였는데 아직도 힘이 이따구..”

텔로의 머리에 메이스가 들이박혔다. 피를 뿜으면서 허수아비처럼 쓰러졌고, 이어서 에드거였다.

“그...그러니까...”

그는 검을 집어 던지고 바로 시온을 향해 두 손을 올린 뒤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을 할지도 잊어버린 상황.

시온의 메이스가 그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말해라. 듣고 결정하지.”

“제가 길잡이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포로가 되겠다는 뜻인가?”

“예. 바로 그거랑 같은 겁니다.”

일단은 이곳은 개판이 되어 있었다. 시온에게서 보병 무리가 도망가기 시작을 하자, 그것을 보고 다른 자들도 도망을 가고. 계속 반복이 됐다.

ㆍㆍㆍ

독수리 관문은 진짜로 개 난장판이 되었다. 애초에 이곳에 용병도 많은 탓에 처음에야 그냥 당했지, 시온이 주요 인물들을 죽이고 나서 혼란이 가중되자 자기들끼리 모여서 대항까지 한 거였다.

어쨌든 대관문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여기를 통제할 수 있는 자 중 한 명을 빼고 시온이 모두 처리를 했다.

그마저도 팔이 묶여있었고.

이런 상황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코르도바나 다른 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곧 이어진 일이었다.

“아. 이런 깊은 계획이 있으신 줄은 전혀, 만약에 언질만 좀 해주셨다면....”

“쓸데없는 걱정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조심은 해 주십시오.”

코르도바가 얼굴이 벌건 것을 보니 진심으로 놀란 모양에 걱정한 듯했다.

그리고 이어진 장내의 광경은 모두의 말문을 다시 한 번 막히게 했다.

“아마, 혼자서 한 게 맞겠지...나도 이런 경지가 될 수 있을까.”

에릭이 감탄의 감탄을 하면서 쓰러진 시체들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이들도 계속 놀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모두 피 칠이 되어 있었다. 바깥도 바깥 나름대로 전투가 치열했다는 것.

‘강체술 덕에 한두 배는 강해진 것 같은데?’

일부러 마법을 쓰지 않고 물리 공격에만 집중했다. 예전이라면 중간에 지쳐서 다른 방법이나 작전을 염두에 뒀을 것인데, 이번엔 정말로 묵직하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중간의 공포로 인한 보병들이 도망가지 않았더라도 끝까지 다 때려잡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 강체술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재 강체술은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시온이 워낙 단계가 높고 바다 같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냥 무식하게 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거 참, 이렇게 잘 풀릴 줄 알았다면 여기에 약간의 군대만 가져왔어도 대관문을 챙겨갈 수 있었을 건데.”

코르도바가 아쉽다는 듯이 턱을 괬다.

“코르도바 경. 아마도 다 생각해 두셨겠죠.”

에슬린이 그렇게 말하자 한 가지는 말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아무런 생각은 안 해뒀다.”

“..........”

모두들 시온을 한 번 쳐다봤다.

어쨌든 시온은 저 위에 있는 것을 마저 확인할 생각이었다.

“크흠. 아직 골라야 할 전략이 많으신가 봅니다... 어? 근데 어디로 가십니까?”

시온이 오벨리스크를 가리켰다.

“멋진 오벨리스크인데요. 명령하셨으니, 제가 나중에 사람을 데리고 와서 처리하겠습니다...?”

시온이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하자 뭘 하느냐는 듯이 다시 쳐다봤다. 시온도 확실히 뭐가 있다고는 답해줄 수는 없었다.

올라가 봐야 알 것 같았다.

이어서 맨 위에서 발견한 것은 두터운 책자였다.

‘고대의 유물이 맞기는 맞는군. 그런데 부록이 많은데?’

여러 가지가 잡다하게 다 적혀있는 그런 서적이었다. 언어도 중구난방이라 아마도 시온 수준이 아니면 해석이 정확히 안 될 정도.

그때, 강체술에 관련된 부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현재의 비술과 충돌하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없애줄 방법이 적혀 있었다.

이러면 바로 강체술의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다.

“위에 뭐가 있긴 했습니까?”

“있었지. 흠. 작전을 좀 바꿀까 하는데.”

그때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