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4화 (214/304)

바위 띠 산맥

바위 띠 산맥. 알바 대국을 가로 지르고 있는 일정한 산맥이 이어져 있었다.

날씨가 오락가락 하지만 대부분은 건조한 느낌. 짧은 풀이 무시무시하게 산맥을 따라 뻗어 있었다.

평지와 비슷한 산맥의 지형과 곳곳에 끼어있는 험지의 특성상 안으로 들어가도 가도가 아니면 보병이 진입할 수가 없는 지형이 완성된다.

식량 수급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데다가 다양한 몬스터가 평평한 산맥에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어서 공격을 받게 된다면 딱히 숨을 수도 없는 지형.

시온은 현재 우두커니 평원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앞에는 핏물이 흐르는 고기를 두고는.

아주 간단하다. 이것을 노리고 오는 것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 짤막한 시간에도 시온은 강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강체술은 이곳의 기사들이 잃어버리면 안 되는 그런 비법이었다.

고대 제국이 멸망하면서 같이 소실되어 버린 것이다. 부록 가지고는 추측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온이 잠시 들렸던 그 유적은 정말 귀한 거였다는 거다. 물론, 강체술의 가치를 알기 위해선 앤드류의 비술도 이해하고 있어야 했으니,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가 다 쌓여왔어야만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이해하지 못했다면 따로 제국이나 마탑의 품평소에 집어넣었다가 경매로 팔거나 그냥 과시용으로 전시하는 수밖엔 용도가 없는 것이다.

‘음? 왔나?’

시온이 반응이 온 곳을 향해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먼 곳에서 무언가가 쿵쿵거리며 오고 있었다.

대관문에서 포로로 잡은 에드거의 말은 진실로 밝혀졌다. 가장 빠르지만, 누구도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몬스터와 육식영수의 다발지역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성벽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용병이나 기사를 협조를 받아 무역로로 운영하겠지만 하지 않고 빙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 거기만 집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말대로 급이 높군.’

평균적인 서식지 분포의 급이 너무 높았던 거다. 

지금 오는 머리가 세 개 달린 오우거로 치자면 일반 기사 여섯 명은 거뜬히 잡아먹을 녀석들이다.

보병들이 죽이려면 더 골치 아파진다. 피부가 그만큼 두껍고 재생력이 높고 힘이 무지막지해서 학살이 일어나버릴 수도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자기들끼리 말하며 시온을 비웃을 정도의 지능을 갖추고 있다.

“뜯기기 싫어?”

“싫어?”

“살려줘?”

꽤 많은 사람을 잡아먹은 전력이 있는지 사람 말도 어느 정도 할 수준. 반복적이라 그렇지.

이어서 그것들이 한 발자국 더 들어왔을 때 마른하늘에서 전조가 흘렀다.

“....?”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벼락 하나가 떨어졌다. 천둥 필드. 지형과 재료가 애매해서 한발 짜리 인 데 하필 이것들의 우두머리가 맞은 모양.

이어서 메이스가 삼 미터의 오우거의 머리에 박혔다. 하나가 그대로 끝이 났다.

그 모습에 다른 두 마리가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었다. 시온이 그들의 위에 있는 포식자라고 판단이 선 모양.

원래 이런 상위 몬스터들은 인간 형태에게 절대로 겁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시온을 예외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어디 보자. 예상대로 겁먹었군. 하나는 더 잡으면 좋겠는데. 과연 함정 위치가 맞으려나.’

그리고 오우거 하나의 발이 빠졌다. 시온이 파놓은 구멍이었는데 운 좋게 빠진 거였다. 

보통 발바닥 밑은 약한 법이었고, 거기에 간단한 독까지 칠해놨다.

세 명이 동시에 덤볐으면 위험하기라도 했지만 이쯤 되면 이미 균형은 무너진 상태.

시온이 세 개의 공격을 먹여 피떡이 되게 만들었을 때 다른 하나는 거침없이 도망쳤다.

“!!!”

그리고 피를 토하며 시온을 향해 이야기하는 오우거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저기서 오는 에릭과 에슬린.

“뭔가 존나게 익숙한 벼락이 떨어졌다더니.”

“아니 이건, 단순한 사냥이 아닌데요?? 내가 알고 있는 사냥이 아니라.”

“왔나? 정리나 같이한다.”

그리고 뻗어 있는 트리플 헤드 오우거의 사체. 시온이 바로 트루 블레이드를 꺼냈다.

투명한 칼날이 공명을 일으켰다.

‘거 날이 잘 섰네.’

일단은 이곳에서 얻었던 소득 중 가장 큰 것. 그러나 이것을 꺼낸 이유는 딱히 큰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으응? 아니 트루 블레이드를? 오우거가 더 있습니까? 방향이 어딥니까? 알려 주시면 준비를.”

‘있겠어. 그냥 핵을 뽑으려고 한 건데.’

트루 블레이드는 알바 대국에서도 각별하게 보관하고 있던 명검, 자칫 잘못해서 먼지라도 조금 쌓인다면 관리하는 자들의 목이 참수될 정도.

근데 지금의 목적은 지극히 단순했다. 그냥 날붙이처럼 쓰는 것이다.

시온이 신속하게 오우거의 핵을 찾아다가 에슬린에게 던졌다.

“볼 때마다 진짜 사냥꾼 생활을 얼마나 한 거야?”

“아앗. 그냥 막 던지시면, 제가 만약 못 잡으면....”

그리고 하나 더, 순식간에 핵을 찾아서 에슬린에게 다시 던졌다. 에슬린은 용케 다 잡아냈다.

‘늘었어. 강체술 경지가 올라가고 있군.’

대강의 일을 처리하고 시온은 솔직히 이번 사냥이 적절치 않았음을 알았다.

뭐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 오우거라. 오우거 계열은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 질기고, 피 자체가 다량의 독을 함유하고 있었다.

즉, 독을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어쨌든 적절치 않았다. 독 무기를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다만 피는 함정에 넣을 수 있는 독을 만들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모아두면 편했다.

“이 녀석들을 이대로 두면 더 몰려올 것 같은데 맞습니까? 최근에 배웠던 지식이 이랬던 것 같던데.”

“맞다. 이대로 기다려서 먹을 만한 것이 올 때 그걸 잡아야겠지.”

니벨룽 기사단 전체가 시온을 본받아서 사냥꾼의 기술과 지식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문화가 생겼다. 당연히 에릭도 그걸 배웠던 것.

상위 몬스터는 하위 몬스터를 끌리게 한다. 자연히 하이에나 같은 녀석이 올 건데, 거의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저 멀리서 울음소리가 났다. 정찰하던 녀석이 바로 동료를 부른 거였다.

“식용 고기군. 준비들 해라. 강체술을 최대한 이용해서 하고, 확인까지 할 거니까 말이다.”

“와, 이 몰려온 거 봐라. 확실히 여기가 험하긴 한데. 강체술의 평가라,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숫자가.. 좀 많을 것 같은데요.”

에슬린은 또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긴장을 한 모양.

그리고 이십여 마리의 육식영수의 고기를 얻었다.

“갑자기 거기로 정하시다니, 괜찮으십니까??”

코르도바가 저 끝에서 포로인 에드거를 데리고 오고 있었다.

대강의 상황을 본 에드거는 핼쑥해졌다.

‘트리플 헤드 오우거? 그리고 저 많은 짐승을 이렇게 빨리? 하... 어쩌다가 내 운명이. 이번 근무만 잘 걸렸어도.’

“네 말대로 여기가 험난하긴 하군. 고기 한 점 놨다고 트리플 헤드 오우거가 몰렸다.”

마치 약한 것이 나왔더라면 여기서 목을 베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처럼 들렸기에 에드거가 침을 삼켰다.

“맹세했습니다. 제가 막말로 거짓말을 했다면 제 목을 여기서 날리신다고 해도.”

순간 내뱉고 나서도 무슨 말을 했지 싶을 정도의 긴장감. 에드거는 눈을 감았다가 힐긋 시온을 쳐다봤다.

“여기서 준비를 해야겠다.”

“바위 띠 산맥의 길이도 있으니까요.”

“이것들 모두? 전부 내단을 얻으시려고 합니까?”

“내가 봤을 땐 건조 시킨다는 것 같다만.”

에릭의 말이 맞았다. 시온은 이것들을 건조 시켜 바위 띠 산맥을 가는 데 식량으로 쓸 거였다.

‘물의 방향은 이것들이 몰려온 방향에 있을 것이고.’

보통 이 근처를 꽉 잡고 있는 집단인 이 두 무리가 먹이가 나타날 때까지 쉬고 있던 것이 물이 있는 곳일 터였다.

그렇게 시온은 고기를 해체하고, 주르륵 막대기에 걸쳐 놓았다. 그런 것들을 이어 놓으니까. 순식간에 쭉 빨간 것이 늘어섰다.

이곳에서 이런 무리한 지형으로 보병대를 이끌기 어려운 것도 이런 보존성이 뛰어난 식량이 잘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항상 수송할 길과 그것을 공급해주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중요해지는 법이다.

기본적으로 소금을 쳐주고 그냥 건조 시켜버리는 것. 시온이 먼저 시범을, 에슬린이 바로 따라 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건조 고깃덩이를 코르도바와 에릭이 바로바로 잘라내어 쌓았다.

상당한 분량.

이것으로 바위 띠 산맥을 단번에 강행군할 예정이었다. 에드거는 이런 시온의 행동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 유명한 기사. 그리고 마법사, 이젠 왕이 직접 저런 것을 한다고?’

에드거는 이미 죽어버린 라버 경과 비교되는 시온의 모습을 봤다. 그 싹수없거나 할 일 하지 않을 일을 나누는 것은 오히려 이곳 분위기에서 당연했다.

그런데 그런 자조차 단숨에 머리를 깨버릴 만한 실력자가, 누구 보다 이런 낮은 일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고 할 줄 안다는 것이 그의 머리를 진지하게 만들었다.

없던 존경심이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불을 지피고 고기 몇 개를 구웠다. 바로 식사가 시작됐다. 시온은 다리 한 짝을 뜯어다가 에드거에게 던졌다.

‘이렇게 간단히? 포로에 대한 예우가 완벽한 수준.’

물론 시온은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있었지만, 하나하나가 에드거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

명예로 드높다 하더니 제공한 정보만큼의 대우를 한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았던 거다.

“이곳을 넘어가는 것이 알블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란 거지?”

“바위 띠 산맥은 다시 말씀드리자면 적당한 경로가 아닙니다. 게다가 대관문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이반 대왕이 여기에 기사단을 보냈을 겁니다.”

“그렇겠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산맥을 넘으려면 뭐가 또 문제지?”

계속해서 쏟아지는 정보는 크게 보면 두 개였다. 온도가 강하게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밤에는 밤의 상위 몬스터가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유령 숲이다.

트리플 오우거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면 거기까지 갈만한 온도를 챙길 수 있을 거였고, 야간 몬스터는...

‘보통 불이지.’

불을 오랫동안 켤 수 있다면 위협이 되질 않는다.

대강의 정보를 듣고 나서 시온은 트리플 헤드 오우거의 핵과 지금까지 주워온 약초로 정수를 제작했다.

간단한 도구야 이제 항상 가지고 다녀서 이렇게 바로바로 만들 수 있었다. 시온의 정수제작 능력은 이제 어떤 숙련자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두 개의 정수를 만들고 하나는 시온이 먹었다. 그리고 두 개를 연속으로 먹을 필요가 없는지라 한 개와 하급 영수로 만든 좋지 않은 정수 두 개.

‘?.... 저걸 준다고? 부하에게?’

에드거도 이참에 새롭고 튼튼한 줄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들고 있었다.

“트리플 오우거의 핵과 중급 약초를 섞어 만든 힘의 정수다. 한 개이니 한 명에게 주어야겠는데.”

공을 생각해보면 코르도바나 에슬린, 그나마 이번 일을 달성할 때까지 가장 크게 강체술을 올릴 수 있을 녀석에게 줘야 했다.

‘애매한데.’

시온은 세 명의 얼굴을 보았다. 에릭은 마법에 너무 거리가 멀어서 잘 해결할 수 있을지 몰랐고, 코르도바는 중간. 에슬린은 육체 능력이 떨어졌다.

당장에 도움이 될 만한 자를 생각해보던 시온은 가만히 턱을 괴고 생각하다 결정했다.

“에릭. 네가 힘의 정수를. 나머지는 이것을 복용하고 강체술에 덧댄다.”

효율이 낮아도 가장 마나가 부족한 에릭의 강체술을 지금 올리면 당장 전력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추측.

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짐을 쌓은 시온은 사막영수를 꺼낸 뒤 바위 띠 산맥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워낙 서부 험난한 암반 지역에 익숙한 사막 영수들인지라 이곳의 능선 자체도 무난하게 타갔다.

바위 띠 산맥을 돌파한 시온과 일행은 누가 보면 양치기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놀랄 터였다. 보통 가죽이 아니라 트리플 오우거의 가죽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저에 대한 의심은 푸셨습니까? 저기 보이는 곳이 알바 대국의 수도인 알블린입니다.”

저 거대한 강변 능선에 따라붙어 있는 남작급 도시 한두 개. 백작급 하나. 그리고 가장 강이 넓어지는 곳에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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