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2화 (222/304)

대국의 합병(2)

“이반을 잡았단 말이냐?”

“만약에 알바 대국이 시온 니벨룽의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아니, 아니. 이반을 대체 어떻게 잡았다는 건데.”

“밀정의 말에 의하면 그냥 혼자 들어가서 두들겨 패서 데려왔답니다.”

“알고 보면 둘이 짠 거라든지?”

“그럴 일은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고드가 붙잡힌 마당에 시온의 포위망을 짜기 위해 적극적이었던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바로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라레테저닛의 가신들은 모두가 시온 하나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적응되기 위해 끊임없이 회의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들린 소식은 이들을 다시금 충격에 빠지게끔 했다.

“이반과 고드가 시온의 봉신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결국에 벌어지고야 만 것이다. 시온은 고작 해봐야 제후 정도에 불과했었다.

맞수인 샤를 왕을 잡아준 것은 즐거운 일이었고 오히려 그 당시만 해도 헨리는 시온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이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어떤 돌대가리도 이 말을 믿진 않을 거야.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

“저희가 구상했던 모든 작전은 계승자 고드와 연합으로 저희는 움드와 사보이를, 고드 왕자는 아르본을 압박했어야 했습니다.”

중신들이 연일 토의하는 내용도 지금 어그러진 일이 한둘이 아녔다. 암묵적인 황제의 허락과 마탑의 지원까지 받아낸 상황인데,

“좃까라는 듯이 시온이 우리 머리 꼭대기 위에 있었다. 바로 직접 안으로 들어가서 이반 왕을 잡아버리다니.”

모든 건 고드나 이반이나 전쟁이라는 것을 좀 지속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단을.”

“결정을!”

“헨리 왕이시여!”

“적당히들 해! 나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단 말이다!”

명석한 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헨리는 처음으로 궁지에 몰렸다.

ㆍㆍㆍ

“강체술이란 건 정말로 대단한 것이군요.”

시온은 이들에게 한 가지 주문을 걸어놨다. 이제야 강체술의 위력을 알게 된 필립스도 마나를 모으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체계화하려고 하면 자꾸 막히는 부분이 생겨서. 아무래도 기사들은 마나에 대해 거의 무지한 자가 많으니까요. 하아. 그러니 지금 제 제자들과 마리온의 가문 사람까지 모아다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에슬린은 지금 입이 근질거리고 있었다. 시온의 조언이 간절할 정도. 하지만 자존심도 있었지만 시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필립스도 이제 어느 정도 강체술을 익힌 것 같고.’

시온은 필립스가 준비하는 대련을 지켜보며 이미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답이 보이나?”

“아니라고 하기엔 지금 얻어내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만 좀 더 주신다면.”

“그럼 됐다.”

적어도 니벨룽 기사단 전원 강체술을 도입해야 했다. 강체술의 기본은 마법사들과 같이 마나를 다뤄야 했다. 하지만 다루는 법이 다르니 용도가 다른 것이다.

‘그때 에슬린에게 강체술을 배우라고 강제한 건 좋은 수였던 것 같다.’

원래 마법사들 특히 서품 마법사는 마탑에서 거쳐서 오는 것이 아닌 것을 배우는 것에는 금기시되고 있었다.

애초에 카페 가문의 날개로 키워진 마리온이라면 모를까 에슬린 같은 경우는 뿌리까지 마탑이었다.

거절한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에슬린이 보급하기 위한 체계화에 공을 쓰고 있었다.

“에슬린, 지금 필립스하고 대련할 수 있지 않나?”

“아이고. 대왕님. 몸에 근육이 좀 붙었을 뿐 그 정도는 절대로 아닙니다. 게다가 일이 많아서 개인 수련이, 저도 큰 뜻을 두고 있긴 합니다만.”

“그런가.”

하기야 지금 시온이 에슬린에게 맡긴 임무가 한둘이 아녔다. 에슬린이 괜히 마탑에서 천재라고 불렸겠는가. 전부 소화하고 있었다.

“대련하셔야 한다고 해서 기사단원을 불러 모았습니다.”

에릭이 열 명의 기사와 함께 시온에게 걸어오면서 말했다. 그랬다. 지금 그나 일족의 비검술을, 새로운 둔기술을 익혀야 했다.

“대왕님과 대련이라니 한 가지 더 후세에게 전해줄 이야깃거리가 생겨 영광입니다.”

“그 잠깐 사이에 벌써 달라지셨군요.”

“대왕님. 일대일은 절대로 안 됩니다. 일대 십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상당히 진지한 투로 라울 경이 그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 알바 대국에 다녀오기 전 시온의 분위기와 지금의 분위기가 또 달랐다.

칼 밥을 먹는 자들이라 누구보다도 시온이 다른 경지에 또 올라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대련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것을 생각해도 십 대 일 정도로 해야 할 것 같다는 뜻.

“그래야지. 그러려고 불렀다.”

“!!!!!!”

시온의 호쾌한 대답에 다들 그럴 줄 알았다며 수군거렸다.

에릭과 라울을 포함해 다른 기사들도 그간 여러 번의 실전을 통해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하나하나가 다른 제후나 왕들이 탐을 낼 정도다. 이쯤 되면 이런 이들을 빼돌리기 위한 밀정들도 여러 명 붙기 마련.

시온도 당시 마리 자링의 기사로 있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다.

“다른 자들이 제의하지 않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봉급의 다섯 배에 땅을 떼주겠다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입니다.”

“그 정도에 무너질 서약이었으면 시온 님에게 검을 바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가 쏟아지는 것을 보아하니 다들 한 자리를 약속받아 유혹당하는 모양이었다.

“원한다면 가도 좋아. 나는 서약 하나로 너희의 인생을 모두 먹겠다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대왕님! 저희가 기사와 보병들에게 얼마나 서약에 대한 것을, 그 목숨을 시온 님과 니벨룽 가문에 바치라고 하는 데 말입니다!”

아주, 난리가 났다.

시온의 입장에서는 현대인으로서 능력이 되면 다른 곳에 가도 괜찮다는 뜻의 자유로운 사상으로 넌지시 얘기를 한 거였는데, 

오히려 이 자들은 안 그래도 시온의 뿌리가 약하다는 것을 인지해서 그 반감으로 미친듯한 복종을 시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이들이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기 어렵다고 볼 만큼 기사로서의 시온을 숭상한다고 봐야 할 거였다.

이번에 단독으로 이반 대왕을 사로잡으러 들어갔다 온 것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로 취급될 정도.

어쨌든 시온이 얻은 총람엔 특별한 조건이 붙어 있었다. 이것을 얻기 위한 조건은 반드시 실전을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그 제약이 약했던 것이 이바르의 비검술이었지.’

약골 이바르. 누구보다 약했지만 끝내 영웅으로 이름을 빛낸 이바르에게 살아남은 대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그 원본 급의 기술이 시온에게 들어왔다. 물론 그때의 경험으로 안 것이지만 그때 보여줬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총람 자체가 실전을 통해서 그걸 매개로 해야만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이것 때문에 어제부터 잠을 못 잤어.”

“힘의 강화 단약. 각력단, 그거 너만 먹어?”

“지금부터 내가 시온 경과 하는 일을 모두 그림에 담는 것이다.”

대련이라고 하지만 각양각색의 모습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그 정도로 긴장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라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버지, 보십시오. 시온이 저 밑에서 하는 일을 말입니다.”

“저 인간은 어째 쉬지 않고 자신을 단련하는 것 같구나.”

“나와 아버지에게 일부러 보여주려는 것 같기도 하고요.”

“푸흐흐흐.”

“?”

“그럴 인간이 아니다. 아들아 네가 아직 시온 니벨룽이 진정으로 싸우는 것을 못 봤구나.”

“보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빼먹고 한 얘기가 있다. 라버는 시온에게 대결로 참살당했고 아돌프는 손목이 잘리고 정신병이 생겼다.”

“정말입니까?”

바로 반문할 정도. 특히 라버와 아돌프 두 명 다 대단한 실력자였다. 실력도 좋지만, 성깔도 각기 대단해서 이번 대원정에 데려가지 못할 정도였다. 차후 설득해서 데려가려고 했는데 차라리 여기에 데려온 게 나을 뻔했다.

그리고 시온의 무식한 대련이 곧 시작됐다. 의문에 차있던 고드의 얼굴이 얼이 빠질 정도였다.

“그 사이에 실력이 더 늘었다는 건가??!!!”

“일강 전투에서는 저 정도는 아니었나?”

“당연히 아니었죠. 아버지. 당시에도 놀라운 경이로운 수준이긴 했지만 저건 완전히 다른 놈입니다! 대체 저 기류는 무엇이지? 처음 보는 형태인데.”

고드가 알던 시온은 강체술을 알지도 않았고 그가 봤던 무기술은 벨저의 무기술이었다.

지금 시온이 하고 있는 것은 이바르의 비검술에 새로운 무기술의 기초적인 형태. 그러니 이 같은 사실에 놀라면서도 경이로워하는 거였다.

아마 자기들 영토에서 얻어낸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면 피를 토할 테지만, 시온이 이렇게 크게 부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르스 가문이 쥐고 있는 지역들 덕분이었고, 이들의 야심 덕분이었다.

고작 해봐야 서부와 천천히 각을 보면서 샤를과 다른 제후들의 정세를 가늠해보려던 게 처음의 시온에 의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온이 압도적으로 대련을 끝내가고 있었다. 어느새 나뒹굴게 된 열 명의 기사들.

“오우 씨. 이 자식들. 대련 수준도 되질 않지 않아. 나중에 돌아가면 나한테 한 소리 들을 줄 알아라.”

에릭이 엎어진 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하지만 당한 자들은 어리벙벙한 느낌이었다. 시온이 점검해 본 건 이바르의 비검술이었고 이 같은 형태는 당연히 시온의 기사들을 당황케 했다.

‘예상대로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총람이 움직이는군. 반복적으로 계속하면 되겠어.’

“어어어. 이 무슨 신묘한...”

“이상할 정도로 강력.. 쿨럭.”

“어제 에릭 경이 얘기했던 것이 이거로구나. 이게 강체술인가..”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온에 대한 존경심은 한층 더 커졌다.

“대왕님. 코논과 벤츨이 예정대로 왔는데, 괜찮으신 거 맞죠?”

마리온은 오자마자 난장판이 된 장소를 훑어보면서 시온에게 물었다.

“지금 바로 보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온은 숨도 헐떡이고 있지 않았다. 이 사실에 기사들뿐만이 아니라 마리온도 흠칫 했을 정도.

갔다 오고 나서 더 대단한 능력이 된 것을 마리온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저기. 혹시나 드리는 말이지만, 고드나 이반을 완전히 믿으시면은 안됩니다.”

“그렇지. 그런데 이 안건을 가장 강력히 주장한 것은 마리온 네가 아닌가?”

“그렇죠~. 그만큼 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적이 많은 만큼 이런 식으로 몸집을 키우는 건 병법의 기본이니까요. 그래서 이들을 압박할 만한 조치를 나쁜 제 머리를 쥐어짜 보고 있어요.”

아르본의 거성은 크게 다섯 군데로 나누어져 있고 코논과 벤츨을 보기로 한 곳은 많은 나무가 울창하게 휘어진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익숙한 꼬장꼬장한 노인네와 여전히 칼바람이 불 것 같은 벤츨이 티격태격하고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 뒤에는...

‘좀 많은 거 아닌가?’

복장을 보아하니 코논과 벤츨의 제자들로 보였는데 시온이 알고 있는 수가 아니라 육백 명이 넘어 보였다.

그 모든 시선이 시온을 발견하자마자 기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관통했다.

“그니까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잖아! 대왕님께 말을 하면 예산을 더 배정해줄 것이고!”

“황금이 나온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소모하기에는 지금 니벨룽 가문의 위치와 세력은 그 가도를 감히 짐작할 수도 없어. 그 고집을 버려.”

“저.. 저기. 스승님들.”

“왜 그러나!”

“시온 님이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거 또 거창한 짓을 저질러 버리셨더군요.”

걸걸한 목소리로 코논이 소리를 쳤다.

“그랬지. 그리고 그건 지금 진행 중이긴 하다. 근데 저 뒤에 있는 자들은 다 뭔가?”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모두 이번에 크게 쓰일 제자들입니다!”

“제자라고? 예전 제자들은.”

“그 제자의 제자들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반드시 그 모셔야 할 군주를 봐야 하는 법.”

좋은 방향이었다. 시온은 이런 권한을 이들에게 내줬고 영토가 늘어남에 따라 거침없이 인재를 늘려나갔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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